[일요시사=정치팀] 노원병 보궐선거는 ‘정치 초년병’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결코 쉽지 않은 선거였다. 유세 차량에서 마이크를 잡고 구민들을 향해 힘 있는 일장연설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구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한 표를 부탁하고 민심을 사로잡는 일 또한 웬만한 내공으론 어림도 없다. 쏟아 부어야 할 돈도 억 단위를 넘는다. 승리를 장담한다 해도 이 고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여의도에 깃발을 꽂을 수 없는 일. 그의 첫 선거 성적표는 어떤지 <일요시사>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너무 쉬운 길을 선택했다’는 비난이 무색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여기저기 쌓인 난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작년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안 후보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조직 없는 설움’은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했다. 하지만 조직력 열세가 선거 결과에 반영될지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렸다.
보수·중도우파 공략 탁월
방송인인 정영진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가 세력 부재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평론가는 “노원병에 관한 관심이 아무리 높아진다고 해도 투표율은 35%를 넘지 않을 것”이라며 “유권자의 15%만 가져가도 이길 수 있는 선거가 재보선이다. 노원병이 야권성향이 강하지만 그동안 새누리당은 꾸준히 4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중적 인기가 있더라도 민주당의 조직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선거를 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평가했다.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서울 지역 사람들은 지방과 달리 선거를 보는 안목이 넓다. 안 후보의 전국적인 지명도가 조직력의 열세를 충분히 극복할 것이다. 노원병에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 사업에 주력할 인물로 여겨지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라고 관측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또한 이 평론가와 의견을 같이 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어느 지역이든 지역 핵심당원들과 지지자 15% 정도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지지자 참여 여부가 당락을 좌우한다”라면서도 “이번 노원병은 조직만으로 되지 않는다. 민주당 이동섭 위원장이 자기 조직으로 안 후보를 돕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15~20% 차이가 꾸준히 나는 것은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가 조직력 열세에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의 선거 유세 도움을 거절해 민주당은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에 이어 체면까지 구겨야 했다. 또한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와의 야권단일화는 논의조차 없었다.
전문가들은 보수층과 중도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을 공통의 이유로 꼽았다.
조직력 열세 극복 어렵지 않아, 일반 유권자 투표율 20% 관건
야권연대 득보단 실, ‘가난한 선거’ 새 정치 위해 어쩔 수 없어
정 평론가는 “안 후보로서 그럴 수밖에 없다. 자칫하다 신당 창당과 독자적인 정치세력 구축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안 후보 지지층에 범야권 지지층이 많지만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 안 후보 지지자도 적지 않다.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민심이 이반되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지 않더라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과 손을 잡거나 야권연대를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라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조직력 보완을 위해선 야권연대가 불가피한데 사실상 본인이 거부한 것이다. 이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정치적·이념적 이미지가 진보주의로 편향될 수 있는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야권연대를 배제시킨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대표는 노원병 투표율이 50%에 이를 것이라고 예견하기 때문에 야권연대는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양자구도, 다자구도 모두 안 후보가 앞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연대 논의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 후보는 작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짠돌이 선거’를 치른 것으로 유명하다. 예나 지금이나 ‘금권선거’ ‘네거티브 선거’를 지양하며, 자신의 ‘새 정치’ 슬로건을 철저히 지켰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러한 안 후보의 선거에 다소 우려를 나타냈다. 정 평론가는 “법정선거 비용을 넘어서는 게 일반적이지만, 안 후보는 정말로 그 안에서 하려다 보니 선거 자체가 힘들어 졌다. 이왕이면 한 번 더 언론에 노출되고, 어느 정도 효과를 보려면 돈을 써야 하는데 그 정도도 안 쓴다”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안 후보는 상당한 자산가임에도 돈을 조직에 풀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고생하겠지만, 안 후보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기존에는 여러 가지 편법을 써서 선거 운동을 치렀다. 만약 안 후보가 선거법을 지키지 않고 조금이라도 돈을 더 쓴다면 파장이 클 것이다.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성적표 “나쁘지 않아”
전반적으로 안 후보의 첫 선거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혹독한 정치 입문 과정을 경험한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정 평론가는 “정치인 첫 관문이라는 의미가 크다. 이번 기회로 박근혜 대통령의 상대가 민주당이 아닌 안 후보로 바뀔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평론가는 “제도권 선거에 정식으로 발 담그면서 산전수전 겪으며 활동한 자체는 본인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줬을 것으로 보인다. 당선이든 탈락이든 자산으로 작용해 훗날을 기약할 힘이 될 것이다”라고 안 후보의 정치인생을 전망했다.
김 대표는 “국회의원 선거 출마 결단이 상당히 중요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새 정치의 첫발을 실천적으로 내디뎠다. 작년 ‘대선 트라우마’로 인한 정면돌파로 보인다. 앞으로 상당히 주목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그 많던 ‘안철수 사단’ 어디로 갔나?
내부 갈등” VS "열심히 도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사람 없는 설움’은 정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대선과는 달리 실제 노원병 캠프에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안 후보 지지자들도 혼자 뛰는 안 후보가 무척이나 안쓰럽다는 눈치다.
반면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선거니만큼 안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구민을 만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작년 대선 과정에서 안 후보 캠프 내에 있었던 불협화음도 또 다른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정영진 정치평론가는 “정치 생각 안 하던 사람까지 캠프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그런 분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나름의 개인적인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안 후보는 당시 복잡한 구성멤버를 보유하고 있었다. 민주당, 시민단체, 법조계, 교수, 경제인 등 일종의 다국적군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캠프구성이었다. 문제는 통일성이 약하다는 데 있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제 행동할 때는 지리멸렬한 측면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평론가는 “민주당 출신 인사들은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를 주장했고, 그 외 인사들은 독자노선에 주력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들은 갈등과 대립을 반복했는데 이후 안 후보 전략에 캠프 인사들 사이 회의적인 기류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단결성이 약화됐고 지금까지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라고 말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안 후보만 외롭게 뛰고 있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대선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안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단지 눈앞에 나타나지 않고 언론에 등장하지 않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