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노원병 보선’ 성적표 분석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22 14: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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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든 이기든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일요시사=정치팀] 노원병 보궐선거는 ‘정치 초년병’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결코 쉽지 않은 선거였다. 유세 차량에서 마이크를 잡고 구민들을 향해 힘 있는 일장연설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구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한 표를 부탁하고 민심을 사로잡는 일 또한 웬만한 내공으론 어림도 없다. 쏟아 부어야 할 돈도 억 단위를 넘는다. 승리를 장담한다 해도 이 고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여의도에 깃발을 꽂을 수 없는 일. 그의 첫 선거 성적표는 어떤지 <일요시사>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너무 쉬운 길을 선택했다’는 비난이 무색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여기저기 쌓인 난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작년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안 후보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조직 없는 설움’은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했다. 하지만 조직력 열세가 선거 결과에 반영될지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렸다.

보수·중도우파 공략 탁월

방송인인 정영진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가 세력 부재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평론가는 “노원병에 관한 관심이 아무리 높아진다고 해도 투표율은 35%를 넘지 않을 것”이라며 “유권자의 15%만 가져가도 이길 수 있는 선거가 재보선이다. 노원병이 야권성향이 강하지만 그동안 새누리당은 꾸준히 4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중적 인기가 있더라도 민주당의 조직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선거를 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평가했다.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서울 지역 사람들은 지방과 달리 선거를 보는 안목이 넓다. 안 후보의 전국적인 지명도가 조직력의 열세를 충분히 극복할 것이다. 노원병에 비전을 제시하고 지역 사업에 주력할 인물로 여겨지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라고 관측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또한 이 평론가와 의견을 같이 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어느 지역이든 지역 핵심당원들과 지지자 15% 정도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지지자 참여 여부가 당락을 좌우한다”라면서도 “이번 노원병은 조직만으로 되지 않는다. 민주당 이동섭 위원장이 자기 조직으로 안 후보를 돕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 15~20% 차이가 꾸준히 나는 것은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가 조직력 열세에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의 선거 유세 도움을 거절해 민주당은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에 이어 체면까지 구겨야 했다. 또한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와의 야권단일화는 논의조차 없었다.


전문가들은 보수층과 중도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을 공통의 이유로 꼽았다.

조직력 열세 극복 어렵지 않아, 일반 유권자 투표율 20% 관건
야권연대 득보단 실, ‘가난한 선거’ 새 정치 위해 어쩔 수 없어

정 평론가는 “안 후보로서 그럴 수밖에 없다. 자칫하다 신당 창당과 독자적인 정치세력 구축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안 후보 지지층에 범야권 지지층이 많지만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 안 후보 지지자도 적지 않다.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민심이 이반되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지 않더라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과 손을 잡거나 야권연대를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라고 밝혔다.

이 평론가는 “조직력 보완을 위해선 야권연대가 불가피한데 사실상 본인이 거부한 것이다. 이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정치적·이념적 이미지가 진보주의로 편향될 수 있는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야권연대를 배제시킨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대표는 노원병 투표율이 50%에 이를 것이라고 예견하기 때문에 야권연대는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양자구도, 다자구도 모두 안 후보가 앞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연대 논의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 후보는 작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짠돌이 선거’를 치른 것으로 유명하다. 예나 지금이나 ‘금권선거’ ‘네거티브 선거’를 지양하며, 자신의 ‘새 정치’ 슬로건을 철저히 지켰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러한 안 후보의 선거에 다소 우려를 나타냈다. 정 평론가는 “법정선거 비용을 넘어서는 게 일반적이지만, 안 후보는 정말로 그 안에서 하려다 보니 선거 자체가 힘들어 졌다. 이왕이면 한 번 더 언론에 노출되고, 어느 정도 효과를 보려면 돈을 써야 하는데 그 정도도 안 쓴다”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안 후보는 상당한 자산가임에도 돈을 조직에 풀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고생하겠지만, 안 후보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기존에는 여러 가지 편법을 써서 선거 운동을 치렀다. 만약 안 후보가 선거법을 지키지 않고 조금이라도 돈을 더 쓴다면 파장이 클 것이다.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성적표 “나쁘지 않아”

전반적으로 안 후보의 첫 선거에 대한 평가는 후했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혹독한 정치 입문 과정을 경험한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정 평론가는 “정치인 첫 관문이라는 의미가 크다. 이번 기회로 박근혜 대통령의 상대가 민주당이 아닌 안 후보로 바뀔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평론가는 “제도권 선거에 정식으로 발 담그면서 산전수전 겪으며 활동한 자체는 본인에게 많은 의미를 던져줬을 것으로 보인다. 당선이든 탈락이든 자산으로 작용해 훗날을 기약할 힘이 될 것이다”라고 안 후보의 정치인생을 전망했다.

김 대표는 “국회의원 선거 출마 결단이 상당히 중요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새 정치의 첫발을 실천적으로 내디뎠다. 작년 ‘대선 트라우마’로 인한 정면돌파로 보인다. 앞으로 상당히 주목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그 많던 ‘안철수 사단’ 어디로 갔나?

내부 갈등” VS "열심히 도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사람 없는 설움’은 정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대선과는 달리 실제 노원병 캠프에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안 후보 지지자들도 혼자 뛰는 안 후보가 무척이나 안쓰럽다는 눈치다.

반면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선거니만큼 안 후보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구민을 만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작년 대선 과정에서 안 후보 캠프 내에 있었던 불협화음도 또 다른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정영진 정치평론가는 “정치 생각 안 하던 사람까지 캠프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그런 분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나름의 개인적인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안 후보는 당시 복잡한 구성멤버를 보유하고 있었다. 민주당, 시민단체, 법조계, 교수, 경제인 등 일종의 다국적군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캠프구성이었다. 문제는 통일성이 약하다는 데 있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제 행동할 때는 지리멸렬한 측면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평론가는 “민주당 출신 인사들은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를 주장했고, 그 외 인사들은 독자노선에 주력했다. 대선을 앞두고 이들은 갈등과 대립을 반복했는데 이후 안 후보 전략에 캠프 인사들 사이 회의적인 기류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단결성이 약화됐고 지금까지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라고 말했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안 후보만 외롭게 뛰고 있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대선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안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단지 눈앞에 나타나지 않고 언론에 등장하지 않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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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