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⑧전윤수의 성원건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12 10: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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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명 피눈물나게 한 '양아치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유명한 성원건설은 1977년 용산구 이태원에서 설립된 태우종합개발(주)을 모회사로 한다. 설립 1년 뒤 사명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굵직한 사업 수행
유력 건설사가 왜?

79년 주택건설사업 면허를 얻고 81년 환경오염방지시설업 및 철강재 설치 공사업을 추가했다. 같은 해 4월에는 포장공사업을 추가했으며 87년 군납업 등록을 했다.

90년 주택건설지정업자로 지정되고 해외건설업 면허를 얻으면서 전북 전주로 본사를 옮긴 성원건설은 91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96년 한국품질인증센터 ISO(국제표준화기구) 9001 인증과 영국 로이드 ISO 9001 인증을 획득하고, 시설물 유지·보수 및 관리운영업, 임대주택 건설 및 임대업, 종합감리업, 종합건설기술용역업,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 및 운영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국내에 아파트 브랜드가 처음 도입된 90년 대 말 '상떼빌'이라는 자체 아파트 사업을 중심으로 국가산업발전의 동맥인 군장산업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지하철 6호선을 비롯 전수화산체육관 제2경기장, 전주권광역쓰레기 매립공사 등 정부 발주의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어음 418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에 이르렀지만 수천억원의 부채탕감 등 화의절차를 거쳐 2003년 회생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광주도시철도 1호선(TK-1공구) 공사의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6년에는 두바이 지사를 2007년에는 바레인 지사를 설치했으며 2008년 토양정화업,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아부다비 지사를 설치했다.

곧 돌아온다던 전윤수 회장 2년째 행방 묘연
미국서 골프치고 유람…수백억 재산은닉 의혹

하지만 2008년 재차 찾아온 금융위기 때부터 자금사정이 급속히 나빠졌다. 주택사업과 해외사업 부진이 원인이었다. 수도권 내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많았고,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들도 줄을 이었다. 전국 곳곳에서는 분양 계약자들과 분쟁을 빚기도 했으며 리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해외사업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 문제는 더 심화됐다.

2010년 2월 말까지 성원건설의 금융권 채무는 총 1조3000억원, 직원들의 체불임금도 200억원에 달했다.

결국 2009년 말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고 2010년 1월부터 채권단 실사를 거쳐 법정관리를 신청, 2011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 현재까지도 정상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2010년 700명이던 직원은 지난 3일 기준 자회사인 성원산업개발 직원을 모두 합쳐도 45명에 불과하다.

성원건설은 3년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원건설 채권단은 지난해 SM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지난 3월13일 인수가 부결됐다. 채권단과 SM그룹의 인수 가격차이가 이유였다.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은 230억원 정도로 성원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반면, 채권단은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요구했다"며 "SM그룹이 중도에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회장 방만경영
회사 위기 자초

이에 따라 성원건설 채권단은 다른 인수 후보자와의 수의계약을 추진하거나 인수자가 없을 경우 파산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성원건설 최대 채권자는 영업정지된 솔로몬, 한국 등의 저축은행으로 현재 파산관리를 맡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재계는 전윤수 회장의 방만경영이 성원건설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전 회장은 스캔들과 논란을 몰고 다녔다.

2004년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공적자금 투입 기업 등에 대해 약 3년간 수사를 벌였다. 당시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밝힌 전 회장의 여러 혐의 중 한 대목은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회장은 99년 회사 부도가 난 당일 계열사 소유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 14억3000만원을 빼돌려 회사 고문 법무사 명의로 서울 성북동에 대지 530평을 매입해 시가 35억원 규모의 호화주택을 지었다. 또 일부는 자녀 유학비용으로 사용, 전 회장은 나중에 전 재산이 압류된 상황에서도 1남3년 모두 해외 유학을 마치게 했다.

전 회장은 앞서 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에게 화의인가 청탁과 함께 13억원을 건넨 불법로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며 2008년에는 두바이 재개발사업과 관련 공시 전 계열사를 통해 자사 주식을 매수한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전 회장은 자신은 회장, 부인 조애숙씨는 부회장, 처남은 부회장, 사위는 사장, 장녀 정원씨는 자금본부장, 차녀 순원씨는 기획조정실장, 형은 성원건설계열 골프장 사장을 시키는 등 자신의 가족 전체를 성원건설 임원으로 임명하는 등 그야말로 구멍가게식 족벌체제로 성원을 운영했다.

지난해 1월에는 2008년 성원건설 주가가 크게 올랐을 당시 약 26억원 어치의 자사 주식을 부인과 딸 등 가족과 지인 명의로 처분해 차익을 올리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혐의가 추가되기도 했다.

외손자 보호자로
미국 체류하는 듯

하지만 전 회장이 법정에 섰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확한 소재파악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해외 도피 중이다. 성원건설은 임휘문 성원산업개발 대표가 법정관리인을 맡고 있다. 2011년 3월 전 회장은 임직원 499명에게 지급될 임금 200억∼300여억원을 체불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신병치료'라는 명목으로 외국으로 출국했다. 당시 전 회장 측은 "지병 치료차 개인 일정으로 출국했다"며 "귀국 일정은 잡혀있지 않지만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업 자산으로 묶여있던 골프장을 매각해 마련한 700억원의 자금을 가지고 홀연 사라진 것에 대한 충분한 이유는 되지 못했다. 전 회장은 아직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2011년 9월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전 회장은 미국으로 도피,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전 회장은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이 보이는 부촌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방 3개짜리 집을 임대해 사용했다. 딸의 명의로 고급 승용차 BMW를 구매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한 달간 사용한 직불카드 사용 금액은 1만5000달러(한화 176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전 회장은 미국 생활 도중 불법 체류 혐의로 현지에서 검거됐던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에 따르면 전 회장은 골프장을 자주 찾았으며 나이아가라 폭포 등에도 유람을 다녔다고 한다. 현지 이민 사기브로커에게 합법적 체류신분(영주권)을 조건으로 수억원대의 돈을 뜯겼다는 풍문도 있다.

그렇다면 불법체류자 신분인 전 회장이 어떻게 미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 성원건설 노조 관계자는 "전 회장의 외손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며 "전 회장이 보호자 신분으로 미국에 계속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 회장의 나머지 가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일요시사>는 2010년 성원건설이 퇴출 위기에 몰렸을 때 전 회장의 고급 빌라 보유에 대한 의혹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일요시사> 는 전 회장 일가가 전 회장의 부인 조애숙씨와 외아들 동엽군이 각각 7대 3지분 비율로 공동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고급빌라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가족들 한자리씩…무너진 족벌경영 
직원들 월급 200억 떼먹고 도피생활

성원건설 노조에 따르면 현재 해당 빌라는 전 회장의 친척 쪽으로 가등기 되어 있는 상태로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동엽군의 보유주식은 259억원으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딸 연제양(272억원)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장녀 정원씨는 지난해 1월 회사 대출금을 횡령하고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2억4300만원 등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성원건설의 자금사정이 매우 악화된 상태에서 자금유치에 수반된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거액의 돈을 받은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의 범죄가 회사 자금 사정 악화에 일부 원인을 제공했고, 이 건설사 운영자 자녀라는 특수관계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성원건설의 자금을 관리하는 업체에 감사로 근무하던 정원씨는 PF자금 조달 알선·자문업체 직원 손모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지난 2008년 3월부터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성원건설 자금 조달 관련 용역을 수주해 준 대가로 모두 2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청탁 업체의 용역수수료를 부풀려 그 차액인 3억8000만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잇따른 총수 구속에
가슴 졸이는 전윤수

성원건설 노조에 따르면 전 회장은 지난해 말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면서 귀국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최근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구속되는 등 전 회장이 귀국 후 겪게 될 엄청난 후폭풍이 무서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전 회장의 경영실패로 피해를 본 채권자 1600여명과 주주 1만3000여명이 눈에 불을 키고 전 회장의 귀국 혹은 체포를 기다리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성원건설은?>

▲1977년 태우종합개발 설립
▲1978년 성원건설로 사명 변경
▲1987년 전윤수 회장 취임
▲1990년 서해안고속도로 착공
▲1994년 지하철 6호선 착공
▲1999년 1차 부도
▲2003년 화의절차 후 회생 성공
▲2006∼2008년 두바이·바레인·아부다비 지사 설치
▲2009년 대주단 협약 가입
▲2010년 법정관리 신청
▲2011년 법정관리 시작
▲2013년 SM그룹, 성원건설 인수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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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