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⑧전윤수의 성원건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4.12 10: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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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명 피눈물나게 한 '양아치 회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유명한 성원건설은 1977년 용산구 이태원에서 설립된 태우종합개발(주)을 모회사로 한다. 설립 1년 뒤 사명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굵직한 사업 수행
유력 건설사가 왜?

79년 주택건설사업 면허를 얻고 81년 환경오염방지시설업 및 철강재 설치 공사업을 추가했다. 같은 해 4월에는 포장공사업을 추가했으며 87년 군납업 등록을 했다.

90년 주택건설지정업자로 지정되고 해외건설업 면허를 얻으면서 전북 전주로 본사를 옮긴 성원건설은 91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96년 한국품질인증센터 ISO(국제표준화기구) 9001 인증과 영국 로이드 ISO 9001 인증을 획득하고, 시설물 유지·보수 및 관리운영업, 임대주택 건설 및 임대업, 종합감리업, 종합건설기술용역업,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 및 운영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국내에 아파트 브랜드가 처음 도입된 90년 대 말 '상떼빌'이라는 자체 아파트 사업을 중심으로 국가산업발전의 동맥인 군장산업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 지하철 6호선을 비롯 전수화산체육관 제2경기장, 전주권광역쓰레기 매립공사 등 정부 발주의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어음 418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에 이르렀지만 수천억원의 부채탕감 등 화의절차를 거쳐 2003년 회생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광주도시철도 1호선(TK-1공구) 공사의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6년에는 두바이 지사를 2007년에는 바레인 지사를 설치했으며 2008년 토양정화업,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아부다비 지사를 설치했다.

곧 돌아온다던 전윤수 회장 2년째 행방 묘연
미국서 골프치고 유람…수백억 재산은닉 의혹

하지만 2008년 재차 찾아온 금융위기 때부터 자금사정이 급속히 나빠졌다. 주택사업과 해외사업 부진이 원인이었다. 수도권 내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많았고, 공사가 중단된 사업장들도 줄을 이었다. 전국 곳곳에서는 분양 계약자들과 분쟁을 빚기도 했으며 리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해외사업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면서 유동성 문제는 더 심화됐다.

2010년 2월 말까지 성원건설의 금융권 채무는 총 1조3000억원, 직원들의 체불임금도 200억원에 달했다.

결국 2009년 말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고 2010년 1월부터 채권단 실사를 거쳐 법정관리를 신청, 2011년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수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 현재까지도 정상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2010년 700명이던 직원은 지난 3일 기준 자회사인 성원산업개발 직원을 모두 합쳐도 45명에 불과하다.

성원건설은 3년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성원건설 채권단은 지난해 SM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지난 3월13일 인수가 부결됐다. 채권단과 SM그룹의 인수 가격차이가 이유였다.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은 230억원 정도로 성원건설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반면, 채권단은 500억∼600억원 수준으로 요구했다"며 "SM그룹이 중도에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회장 방만경영
회사 위기 자초

이에 따라 성원건설 채권단은 다른 인수 후보자와의 수의계약을 추진하거나 인수자가 없을 경우 파산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성원건설 최대 채권자는 영업정지된 솔로몬, 한국 등의 저축은행으로 현재 파산관리를 맡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재계는 전윤수 회장의 방만경영이 성원건설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전 회장은 스캔들과 논란을 몰고 다녔다.

2004년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공적자금 투입 기업 등에 대해 약 3년간 수사를 벌였다. 당시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밝힌 전 회장의 여러 혐의 중 한 대목은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 회장은 99년 회사 부도가 난 당일 계열사 소유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 14억3000만원을 빼돌려 회사 고문 법무사 명의로 서울 성북동에 대지 530평을 매입해 시가 35억원 규모의 호화주택을 지었다. 또 일부는 자녀 유학비용으로 사용, 전 회장은 나중에 전 재산이 압류된 상황에서도 1남3년 모두 해외 유학을 마치게 했다.

전 회장은 앞서 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에게 화의인가 청탁과 함께 13억원을 건넨 불법로비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며 2008년에는 두바이 재개발사업과 관련 공시 전 계열사를 통해 자사 주식을 매수한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전 회장은 자신은 회장, 부인 조애숙씨는 부회장, 처남은 부회장, 사위는 사장, 장녀 정원씨는 자금본부장, 차녀 순원씨는 기획조정실장, 형은 성원건설계열 골프장 사장을 시키는 등 자신의 가족 전체를 성원건설 임원으로 임명하는 등 그야말로 구멍가게식 족벌체제로 성원을 운영했다.

지난해 1월에는 2008년 성원건설 주가가 크게 올랐을 당시 약 26억원 어치의 자사 주식을 부인과 딸 등 가족과 지인 명의로 처분해 차익을 올리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혐의가 추가되기도 했다.

외손자 보호자로
미국 체류하는 듯

하지만 전 회장이 법정에 섰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정확한 소재파악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해외 도피 중이다. 성원건설은 임휘문 성원산업개발 대표가 법정관리인을 맡고 있다. 2011년 3월 전 회장은 임직원 499명에게 지급될 임금 200억∼300여억원을 체불하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신병치료'라는 명목으로 외국으로 출국했다. 당시 전 회장 측은 "지병 치료차 개인 일정으로 출국했다"며 "귀국 일정은 잡혀있지 않지만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기업 자산으로 묶여있던 골프장을 매각해 마련한 700억원의 자금을 가지고 홀연 사라진 것에 대한 충분한 이유는 되지 못했다. 전 회장은 아직까지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2011년 9월 방송된 MBC <PD수첩>에 따르면 전 회장은 미국으로 도피,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전 회장은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이 보이는 부촌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방 3개짜리 집을 임대해 사용했다. 딸의 명의로 고급 승용차 BMW를 구매하기도 했다. 2011년 6월 한 달간 사용한 직불카드 사용 금액은 1만5000달러(한화 1760만원)에 달할 정도였다.

전 회장은 미국 생활 도중 불법 체류 혐의로 현지에서 검거됐던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에 따르면 전 회장은 골프장을 자주 찾았으며 나이아가라 폭포 등에도 유람을 다녔다고 한다. 현지 이민 사기브로커에게 합법적 체류신분(영주권)을 조건으로 수억원대의 돈을 뜯겼다는 풍문도 있다.

그렇다면 불법체류자 신분인 전 회장이 어떻게 미국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 성원건설 노조 관계자는 "전 회장의 외손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며 "전 회장이 보호자 신분으로 미국에 계속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전 회장의 나머지 가족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일요시사>는 2010년 성원건설이 퇴출 위기에 몰렸을 때 전 회장의 고급 빌라 보유에 대한 의혹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일요시사> 는 전 회장 일가가 전 회장의 부인 조애숙씨와 외아들 동엽군이 각각 7대 3지분 비율로 공동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고급빌라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가족들 한자리씩…무너진 족벌경영 
직원들 월급 200억 떼먹고 도피생활

성원건설 노조에 따르면 현재 해당 빌라는 전 회장의 친척 쪽으로 가등기 되어 있는 상태로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동엽군의 보유주식은 259억원으로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딸 연제양(272억원)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장녀 정원씨는 지난해 1월 회사 대출금을 횡령하고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2억4300만원 등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성원건설의 자금사정이 매우 악화된 상태에서 자금유치에 수반된 부정한 청탁과 관련해 거액의 돈을 받은 점 등으로 미뤄 피고인의 범죄가 회사 자금 사정 악화에 일부 원인을 제공했고, 이 건설사 운영자 자녀라는 특수관계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성원건설의 자금을 관리하는 업체에 감사로 근무하던 정원씨는 PF자금 조달 알선·자문업체 직원 손모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지난 2008년 3월부터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성원건설 자금 조달 관련 용역을 수주해 준 대가로 모두 2억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청탁 업체의 용역수수료를 부풀려 그 차액인 3억8000만원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잇따른 총수 구속에
가슴 졸이는 전윤수

성원건설 노조에 따르면 전 회장은 지난해 말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면서 귀국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최근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구속되는 등 전 회장이 귀국 후 겪게 될 엄청난 후폭풍이 무서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전 회장의 경영실패로 피해를 본 채권자 1600여명과 주주 1만3000여명이 눈에 불을 키고 전 회장의 귀국 혹은 체포를 기다리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성원건설은?>

▲1977년 태우종합개발 설립
▲1978년 성원건설로 사명 변경
▲1987년 전윤수 회장 취임
▲1990년 서해안고속도로 착공
▲1994년 지하철 6호선 착공
▲1999년 1차 부도
▲2003년 화의절차 후 회생 성공
▲2006∼2008년 두바이·바레인·아부다비 지사 설치
▲2009년 대주단 협약 가입
▲2010년 법정관리 신청
▲2011년 법정관리 시작
▲2013년 SM그룹, 성원건설 인수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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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