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KL ‘패밀리 특채’ 파문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4.08 1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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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자리 있을 때 ‘자식 알박기’

[일요시사=경제1팀] 카지노 공기업이 특채 의혹에 휩싸였다. ‘카지노의 꽃’이라 불리는 딜러 채용에서 임원의 자녀들을 잇달아 선발하면서 소위 ‘빽’없는 입사지원자들을 들러리로 세웠다. 심지어 한 임원은 자신의 자녀 채용 면접에도 직접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카지노 업체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자기 친딸을 직접 면접보고 채용한 것으로 확인돼 특혜 입사 논란이 일고 있다. GKL은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Seven Luck)을 운영하는 공기업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다.

뻔뻔한 공기업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KL 대표이사 직무대행(전무)을 맡았던 정희선씨의 딸이 GKL 대졸신입사원 공개채용 입사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자기 딸을 직접 면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GKL은 지난해 12월 신입사원 공개 채용를 통해 카지노 딜러와 중국·일본 관광객 대상 마케팅 직원 등 28명을 서류와 면접 전형을 거쳐 선발했다. 이들은 올해 1월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후 현재 정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GKL은 사장이었던 류화선 전 대표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 1월21일 경인여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정씨가 대표이사 권한대행을 맡아 운영해왔다. 정씨는 삼성생명 서비스 상무, 삼성생명 상무·부산사업부장·대구사업부장·보험심사팀장을 역임 후 지난 2011년 11월 GKL에 입사했다. 특혜채용 논란이 확산되자 GKL은 정씨의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직무를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정씨의 후임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신경수 강북본부장이 맡았다.


하지만 인사 특혜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GKL 힐튼의 한 점장 딸도 정씨의 딸과 같은 공채 기수를 통해 채용된 것이 뒤늦게 드러났으며 후임으로 임명된 신 사장대행의 아들 역시 이 회사에 영업딜러로 근무 중인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점장의 딸은 현재 중국팀 마케팅부문에서 근무 중이며 신 사장대행 아들은 GKL 영업팀 딜러로 지난 2009년에 입사해 4년 째 근무 중이다. 특히 신 사장대행은 과거 인사실장과 서베일런스 실장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어 특혜 채용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회사 측은 그러나 “신 사장대행의 아들이 2009년부터 딜러로 근무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직원은 대학에서 카지노학과를 졸업한 뒤 다른 딜러와 마찬가지로 정당한 절차를 밟아 공채로 입사했고, 신 사장대행이 입사에 있어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한 일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정씨의 딸과 점장 딸의 채용과 관련해서도 “다른 면접관들은 정 전 전무의 딸이 면접을 본다는 전혀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점장의 딸도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입사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임원의 자녀가 입사를 했다고 해서 모든 입사 절차를 부정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라며 “이번 논란으로 GKL 전반에 특혜 채용이 있다는 시각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복무 관리관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기업의 모럴해저드를 엄단한다는 차원에서 GKL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진욱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것은 특혜 여부를 떠나 공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일로 철저한 감사와 징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임원 자녀들 줄줄이 딜러로 채용…특혜 의혹
당사자 직접 면접도 “일반 지원자는 들러리”


공기업의 전현직 임원 자녀가 해당기업 직원으로 특별 채용되는 경우는 오랜 관행으로 존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비단 공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른 여러 중앙부처와 국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와 사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하게 자행돼 왔다.

과거 성남시는 전 시장의 비서와 선거캠프 관련자, 시의원과 공단이사장 자녀 등 20여명을 특별채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부천시의 경우는 아예 ‘특별채용 해방구’로 묘사될 정도로 도를 넘어섰다.

부천시 산하 부천문화재단의 경우에는 전체 직원 165명 중 30%에 달하는 46명이 전 시장의 친인척이나 측근, 시의원의 자녀로 채워졌으며, 시설공단 역시 직원 150명 중 24명이 도의원과 국회의원의 친인척으로 구성되고 채용 당시 기본적인 절차도 생략됐다. 심지어 2010년 5월에는 모집공고도 없이 직원 8명을 뽑았는데, 서류심사나 면접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전남의 한 자치단체 공기업이 인사과정에서 고득점자를 배제하고 후순위자를 무더기 채용한 사실이 적발돼 충격을 줬다. 해당 공기업은 지난 2008년 기술직 3급(팀장) 경력사원 공채에서 필기와 면접시험 고득점자를 배제하고 사장 멋대로 뒷 순위자를 채용했으며, 2009년엔 경력사원 공채에서 필기와 면접시험 고득점자를 배제하고 사장 임의로 후순위자를 채용해 응시자 6명의 당락이 뒤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특혜채용 천국?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공기업의 임원과 간부를 중심으로 ‘자기 자식 서로 봐주기’ 특혜 채용이 관행처럼 일상화된 것 게 사실”이라며 “사회 전반적으로 볼 때 공개경쟁채용 제도의 골간이 흔들린다는 것은 그간 우리 사회에서 주요 계층이동 통로 가운데 하나로 기능해 온 ‘시험다리’가 허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민 자제 구제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근본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GKL은?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은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계의 대표 주자다. 

GKL은 한국관광공사가 51%의 지분을 가진 공기업으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업계에서는 사기업인 파라다이스그룹과 경쟁관계에 있다.

지난 2004년 한국관광공사에 의해서 설립됐으며 2005년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사업 허가를 취득했다. GKL은 2006년 1월 서울 강남(코엑스), 5월 서울 힐튼호텔 그리고 6월에 부산 롯데호텔점을 순차적으로 오픈했으며 현재 3개의 사업장에 총 테이블게임 169개와 슬롯머신 332개를 운영하고 있다. 

GKL은 설립 초기인 2006년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각각 1279억원, 35억원이었으나 지난 2008년에는 각각 3914억원, 843억원으로 확대됐다. 또한 2010년에는 매출액 5285억원을 기록해 설립 이래 최대 매출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재무안정성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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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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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