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노원병’ 무시 못 할 막판 변수 셋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4.03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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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에 재 뿌릴까 조심 또 조심

[일요시사=정치팀] 올 것이 왔다. ‘미니대선’으로 불렸던 4·24 재보선 대진표가 확정됐다. 서울 노원병에서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일찌감치 후보자 등록을 마친 가운데, 새누리당에서 중량감이 다소 떨어지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출마했다. 노회찬 공동대표의 부인인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는 노원병에 풀뿌리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어 그의 완주 여부가 노원병 선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정태흥 후보까지 출사표를 던져 노원병은 4파전 구도로 짜였다. 이들의 치열한 선거전이 어떻게 펼쳐질지, 노원병 선거판 막판 변수를 짚어봤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 여부가 노원병 선거의 최대 변수로 점쳐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숙고 끝에 무공천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안 후보의 짐이 가벼워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초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당 안팎 여론은 썩 좋지 않다. ‘불임정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게 쏟아지는 탓이다. 안 후보 측도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선거판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체면만 잔뜩 구겼다.  

정치권 안-김 연대 주목
안캠프, 지역 현안에 집중

민주당이 빠진 노원병 선거는 새누리당과 안 후보 그리고 진보정당들의 대결로 압축됐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부재로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가 안 후보와 ‘협력적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한 정치권의 의견은 엇갈린다. 양측 모두 매체를 통해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둬, 일단 ‘안-김 연대’에 무게가 실리고 있었다.


<일요시사>와 만난 안철수 후보 측 윤태곤 공보팀장은 “언론에서 야권연대에 대해 보도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김 후보는 김 후보대로 열심히 하고, 안 후보는 안 후보대로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야권연대에서 한발 물러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주목 받는 진보정의
외면 받는 통합진보

윤 팀장은 또 “언론은 외부시선으로 안 후보를 바라본다. 하지만 캠프 분위기나 안 후보의 관심은 언론과 거리가 있다. 안 후보와 캠프 인사들은 노원병 지역 현안과 발전방향 논의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노회찬 공동대표가 추진하고자 했던 일들을 이어가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고 의견을 나누는 게 안 후보의 최고 관심사다”라고 말했다.

한 비주류 측 인사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각자 완주하는 것이 맞다”며 “양측이 손을 잡을 이유가 없다”면서 연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합진보당은 몹시 난처하다. 김 후보가 단일화를 해도 안 해도 부담이다. 김 후보가 안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는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된다. 안-김 연대가 실패하더라도 야권 삼분열로 새누리당과 사파전을 벌여야 하니, 여론의 화살은 여전히 따가울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그랬던 것처럼, 공동의 ‘연대’ 합류가 아닌 자발적 ‘사퇴’를 통한 간접적 단일화도 찝찝하다.

장담 못하는 ‘안철수 대세론’ 김지선의 ‘풀뿌리 민심’ 제압할까?
1. 야권연대-가능성 낮지만 배제 못해, 허준영 여론조사 맹추격 


안 후보가 여의도에 입성한다 해도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 과정에서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노원병이 사파전으로 치러지지만, 김 후보에 가려져 정 후보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진보당은 변수에 이르지 못한 고독한 완주를 할 공산이 큰 것으로 야권은 보고 있다.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와 안 후보가 막판까지 각축전을 벌일 경우 야권연대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허 후보의 선전이 야권연대에 동력을 불어넣는 셈이다.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를 보더라도 안 후보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형국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6일 노원병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허 후보는 38.1%, 안 후보는 37.4%의 지지를 받았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 조사 결과, 안 후보는 38.8%, 허 후보는 32.8%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은 결과에 일각에서는 안 후보의 대세론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안 후보가 야권연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투표율’이다. 안 후보는 트위터를 통해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이어서 쉽지 않은 선거”라며 재보선 특유의 낮은 투표율을 염려하는 속내를 내비쳤다.

우선 출퇴근 시간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노원병은 서울 북동쪽 끝에 위치해 주민의 평균 출퇴근 시간이 서울에서 제일 긴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4월24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아,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오후 8시까지 투표할 수 있을지 염려되는 부분이다. 

박원순 회동 두고
“전략적” vs “무전략”

윤 팀장은 “선거 당일 출퇴근 시간을 전후한 젊은층 투표율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번째 변수는 안 후보 지지자들이 지난 대선 때처럼 결집력을 발휘할지 여부다. 윤 팀장은 “안 후보가 별 무리 없이 당선될 것으로 생각하는 안 후보 지지 주민이 많다. 긴장감이 풀어진 다소 이완된 분위기도 극복 대상이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안 후보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안 후보의 승리에 무리가 없다는 관측에 더욱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노원병 지역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결국 안 후보가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지자들의 방관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안 후보에게 붙은 ‘박근혜 대항마’라는 수식어가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주민이 느끼는 불편함이 안 후보 지지자로 하여금 투표를 망설이게 한다는 것. 윤 팀장은 “지역주민들은 안 후보가 당선되면 노원병이 혹시 모를 상대적 박탈이나 불이익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라며 “이러한 불안을 해소시키는 것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2. 투표율-출퇴근 시간, 여당 견제 부담, 안 지지자 결집력 관건 
3.
조직력-새누리당 조직력 총동원, 안철수 정당 없는 설움 극복?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 후보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스킨십을 늘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갤럽의 허진재 이사는 “안 후보 측이 박 시장과 회동을 추진한 것은 선거전략의 일환이었을 것”이라고 매체를 통해 말했다. 박 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해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여당인 새누리당과 대립구도에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하지만 윤 팀장은 이러한 안 후보의 전략에 대한 전문가의 분석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윤 팀장은 “안 후보는 선거전략, 금권선거, 네거티브 선거에 확실히 줄긋고 있다. 안 후보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특별한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특정의 목적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움직인 적은 거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마지막 세 번째 변수는 ‘조직력’이다. 작년 대선에서 ‘정당 없는 설움’을 뼈저리게 경험한 안 후보의 조직력 열세는 이번 노원병 선거에서도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집권여당인 새누리의 거대조직을 상대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의 특성상 조직 동원이 가능한 새누리당에 비해 안 후보 측은 조직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안철수 막아라”
“고전 예상돼”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허준영 후보의 인지도가 낮은 만큼 새누리당이 조직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조직 열세를 극복할 시간이 부족하고, 현재 큰 이슈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여권 내에서 “안철수 당선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어, 새누리당의 총력전이 예상된다.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이에 대해 “안 후보가 민주당 지지자와 김 후보 지지자를 포용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과의 싸움에서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돌아온 안 후보는 과연 4월의 전쟁에서 부활해 여의도로 무난히 입성할 수 있을까? 그 결과는 막판 변수를 얼마만큼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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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