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기자와 싸우는 회장님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3.25 14: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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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방아 안 무서운 '오지랖 끝판왕'

[일요시사=경제1팀]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 뷰티브랜드 미샤를 이끄는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SNS를 즐기는 CEO로 통하는 서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어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소통이 중심인 SNS상에서 ‘싸움닭’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 중인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은 페이스북 마니아다. 그간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품 홍보는 물론 세상사는 이야기나 업계 이슈 등을 허물없이 털어놓으며 여타 오너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신선한 충격을 받은 여론은 서 회장을 단숨에 ‘고객 소통형 CEO’ 반열에 올려놨다. 그 탓에 마니아 팬층(?)도 형성됐다.

소통 CEO? 불통 CEO?

하지만 때때로 서 회장은 상대를 향한 ‘비방’이나 ‘험담’ 등 기업 최고경영자로서 상도의에 걸맞지 않은 내용들까지 가감 없이 올려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엔 자사 관련 기사를 게재한 기자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2일 에이블엔씨의 미샤가 서울시 지하철 1∼4호선에서 철수키로 했다는 보도였다. 다수의 언론 매체는 “2008년 이후 5년간 1∼4호선 지하철 매장을 독점해온 미샤가 철수함에 따라 지하철 상권을 둘러싼 화장품 업계의 각축이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서울 메트로는 오는 7월 3일 계약만료일을 기점으로 에이블씨엔씨 화장품 매장을 철수시키고, 53개 매장 운영권에 대한 공개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간 후 에이블씨엔씨 주가가 폭락하자 서 회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다. 서 대표는 “미샤의 메트로 52개 매장을 철수한다는 기사에 대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미샤가 메트로에 입점할 당시 온비드상 공모지침에 2년 연장이 명시돼 있었고, 미샤와 메트로 간의 계약서에도 2년 연장에 대해 적시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트로에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기자에게 말했다면 메트로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기자가 허위 기사를 적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터무니없는 기사로 주식시장을 혼란케 했던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소설도 이런 소설이 없다. 좀 알아보고 진중하게 기사 적으면 어디가 덧나냐?”라고 기사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여기까지도 분이 안 풀렸는지 서 회장은 “아무리 악의적인 기사로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하고 헐뜯는다 해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작은 꼬투리라도 잡히지 않으려면 에이블씨엔씨는 어떤 부정과, 불법과도 무관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줬고 주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 줄 그들 오히려 고맙다고 얘기할 판이다. 이러다 정 들겠다ㅋㅋ.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비아냥거렸다.

이 글을 본 주주와 서 회장 지지자들은 “악의적인 찌라시들이 활개를 쳐도 기업의 질은 변하지 않음을, 아니 흔들리지 않습니다”, “회장님은 멘탈이 갑인 듯 하다”, “기사를 거짓말로 올리나요? 대단하다”라는 덧글로 응원에 나섰다.

‘싸움닭’서영필 회장 언론 비판보도에 발끈
SNS독설 퍼부어 구설…노이즈마케팅 일환?

서 회장 해명글이 확산되자 다음날 해당 기사를 게재했던 한 인터넷 언론사의 기자는 ‘미샤의 오만과 편견’이라는 취재수첩 글을 통해 서 회장의 글을 정면 반박했다.

이 기자는 “서 회장이 페이스북을 고객 소통과,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계시다는 점을 감안해 답을 올린다”고 말문을 열며 “계약연장에 대한 권리는 에이블씨엔씨가 아닌 서울 메트로에 있으며, 우리가 2년 연장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게 메트로 측의 답변”이라고 전했다.

이 기자는 “서 회장이 언급한 공모지침에도 계약 제반 사항을 성실히 이행한 경우 2년간 갱신계약이 가능하다고 명기돼 있음”을 확인하며 공모지침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기자는 “공모지침서에 보면 ‘2007년 1월 계약건부터 동일역 동일 업종제한 폐지’라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실제 (에이블씨엔씨와 메트로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동일역에 동일업종 타브랜드 입점을 제한한다’는 특약 조항이 추가돼 과거 특혜 논란이 일었다”고 지적하며 “메트로는 특약조항만 삭제하고 2년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모양이지만 이 문제로 계속 잡음이 일자 계약을 종료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을 향한 충고의 메시지도 달았다. 기자는 “서 회장의 페이스북을 살펴보니 기자들이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안하고 기사를 쓴다고 지적한 글이 여럿 눈에 띄었다”며 “서 회장이 몰랐다고 해서 허위사실이거나 날조된 거짓말은 아니다. 자신이 항상 옳다는 오만과,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는 악의적으로 쓴 오보라는 편견을 버리기 바란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글을 본 서 회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서 회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한편의 장면. 깔끔하다. 오만과 편견으로 똘똘 뭉쳐 오지랖 쩌는 쓰레기들에게 받치는 그녀의 한마디..”라는 의미심장한 글과 함께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한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속 이영애는 ‘너나 잘 하세요’라는 짧은 대사를 날린다.

서 회장의 글과 동영상은 분명히 자신에 대한 글을 쓴 기자를 조롱한 것이라고 업계는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를 향한 서 회장의 독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 에이블씨엔씨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20억원의 추가 세금이 부과된 것에 대해 한 언론이 ‘미샤 성장세 급제동 걸리나’라는 기사를 쓰자 서 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기사에 대해 ‘뭐 이따위 기사가…’라며 질타했다.

서 회장은 “회사규모로 볼 때 이 정도의 부과금액은 회사의 회계가 얼마나 투명하게 유지돼 왔는지를 이야기해주는 방증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면서 “근데 이걸 가지고 미샤 성장세 급제동 걸리나? 뭔 이따위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웃어야겠죠”라고 폄하했다.

이어 “이런 말 안하려 했는데 미샤 7월 매출 창사 이래 월간 최대 매출을 기록하리라 생각한다”며 “급제동 걸리길 바라겠지만, 어쩌나 그러지 않아서”라고 비꼬기도 했다.

서 회장은 경쟁사에 거침없는 ‘돌직구’를 날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서 회장은 더페이스샵 창업자이기도 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하며 그를 부도덕한 인물로 몰아세우는 등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파문이 일었다.

앞서 3월에는 2011년 매출이 더 페이스샵이 기록한 3266억원보다 48억원 앞서며 1위를 탈환하자 서 회장은 “올챙이끼리 키자랑ㅋㅋ. 미샤가 잘했다기 보단 페이스샵이 못해서 얻게 된 반사이익 정도. 페이스샵 매장 숫자는 미샤의 두 배”라며 LG생활건강을 폄하했다.

서 회장은 1월에도 모 브랜드가 자사의 광고를 잡지에 싣지 못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면서 “몇 년 전에는 미샤를 사겠다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해 대드니 이젠 영업방해로 전략을 바꾼건지...”라는 독설을 날렸다.

반면 서 회장은 지난해 말 정치권에서 제기된 미샤의 지하철역 독점 입점 특혜논란과 관련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자기 허물은 덮어두고 남의 허물만 들춰내 흉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너나 잘하세요”

이 같은 서 회장의 페이스북 행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서 회장은 SNS를 통해 미샤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동종업계를 비방하는 방법으로 ‘노이즈마케팅’을 즐기는 것 같다”며 “대부분의 CEO가 괜한 입방아에 오를까봐 SNS를 멀리하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 업계는 그를 두고 ‘트러블 메이커’ 또는 ‘페이스북 싸움닭’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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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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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