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가 본 달라진 안철수 ‘어디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28 13: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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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는 제대로 갖췄는데, 아직 싸울 줄을 몰라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를 바라보는 정치권 시각에 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여야의 입장 차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언론의 엇갈리는 이념적 성향도 배제된다. 진보진영에서 안 전 교수의 정치권 등장을 인색하게 평가하는가 하면, 새누리당에서는 안 전 교수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엉뚱하게도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안 전 교수의 어떤 부분이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에게 포착된 것일까?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한 공통적인 평가가 하나 있다. 대부분 언론은 안 전 교수의 등장을 ‘예상보다 미미했다’라고 평했다. 그럼에도 여야는 그의 발언과 일거수일투족에 온 신경을 기울이며, 안 교수의 속내를 해석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안풍’은 잠잠해 졌을지 몰라도, 후폭풍에 대해선 좀처럼 마음을 못 놓는 눈치다. 

혹평 쏟는 보수언론
“4개월 전과 같다”

보수성향의 언론 <데일리안>은 안 전 교수 등장에 대해 혹독한 비난을 쏟아냈다. <데일리안>은 “‘국민이 원한다’만 되풀이하는 안철수식 불통, 대선 때나 지금이나 한 말만 되풀이하는 모호한 정치적 수사”라며 안 전 교수를 몰아붙였다.

기사는 ‘안철수는 변하지 않았다’고 못 박으며 시작했다. 안 전 교수가 귀국 기자회견에서 다시 ‘새 정치’를 거론했다며 지루함을 표현했다. 게다가 안 전 교수의 기자회견에 ‘실체가 없다’고 했다. 기사는 ‘신념과 각오, 이를 표현하는 방법까지 모두 4개월 전과 같다. 추상적 정의와 포괄적 표현, 이에 대한 해석은 국민 각자의 몫’이라며 안 전 교수의 귀국 기자회견을 깎아내렸다.

“바람 빠진 안풍”
“기대감 무너져”

그러면서 지난 해 안 전 교수가 대통령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소개하며 귀국 당시와 같은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사퇴 기자회견 당시 밝혔던 가시밭길은 향후 정치활동을 의미했으며, 귀국 당시 밝혔던 가시밭길은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의미할 뿐 달라진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안 전 교수의 답변에 대해서도 같은 평을 내렸다. 대선 당시 단일화 조건이었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 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와 귀국 기자회견 당시 “정치공학적 접근을 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점을 대조하며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꼬집었다.

<데일리안>은 이것을 ‘안철수식 불통의 정치’라며 자신이 원하는 말만 하는 전형적 일방통행이라고 서술했다. 또한 ‘지난 대선기간 동안 안 전 교수에게 10가지 다른 질문을 한다면, 최소한 2~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같았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며 안 전 교수의 변화에 제로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진보적 성향의 언론도 안 전 교수를 향해 인색하긴 마찬가지였다. 안 전 교수 귀국 열기가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만큼 높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일단 안 전 교수의 귀국 기자회견에 대해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귀국 일성으로, 첫 등장 때처럼 ‘새 정치’를 말했지만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밝힌 이후 여러 곳에서 질타를 받고 있는 안 전 교수의 상황도 함께 보도됐다.

보수·진보언론 안철수에 연이은 혹평, “현상유지” “전보다 후퇴”
전문가 ‘새 정치’에 대한 모호함 비판 여전, ‘소탐대실’ 평가절하 

전문가의 의견도 후하지 않았다. 진보성향의 정치학자인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매체를 통해 “안 전 교수가 눈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해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유시민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성향의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도 칼럼에서 “대선 후보 근처까지 갔던 사람이 노원병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정치공학적이란 비판이 나오는데 자신만은 여전히 거룩하다고 믿는 눈치”라고 혹평했다.


안 전 교수에 대해 이 같은 평가가 나오는 데에는 일단 대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가 끝난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낮아진 환경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형식 한결리서치 소장은 매체를 통해 “안 전 교수의 지지도는 반새누리당, 반보수라는 전선에서 있을 때 시너지효과가 있었다”며 “그런데 대선 후 안 전 교수가 독자노선을 간다고 하니 순수한 안철수 지지자만 남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강조한 새 정치에 대한 모호함 또한 지적됐다. 홍 소장은 “안 전 교수는 원래 경제, 사회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비정치적 아이콘”이라며 “그런데 정치를 시작하면서 느닷없이 정치혁신만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안 전 교수 스스로 무너뜨렸다”면서 “당장 노원병 출마의 명분이 없다”며 “노회찬 전 의원은 사회정의를 외치다 의원직을 상실한데다 본인의 ‘지역주의 극복’ 논리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대구의 김부겸 전 의원, 광주의 이정현 전 의원도 지역주의에 기댄 것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이제 정치인답다”

이처럼 언론과 전문가들이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 기자회견에 대해 대체로 좋지 않은 의견을 내놓은 데 반해 새누리당의 반응은 이채롭다. 새누리당의 중진인 A의원은 안 전 교수의 기자회견과 이후 노원병 지역에서의 움직임에 전과 다른 변화가 보인다고 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안 전 교수의 귀국 후 기자회견과 작년 대선 출마 기자회견, 그리고 제18대 대통령 후보직 사퇴 기자회견을 비교하며 안 전 교수가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첫째로 안 전 교수의 귀국 후 기자회견 당시 억양과 목소리 그리고 제스처를 언급하며, 이전보다 훨씬 ‘정치화’ 됐다고 해석했다.

A의원은 “안 전 교수의 억양이 분명하고 강해졌다. 어조도 뚜렷해 졌다"라며 “작년 대선 출마 선언 당시 안 전 교수는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귀국 기자회견이 여의도에 출사표를 내놓는 자리라, 적잖이 긴장했을 법도 한데 작년 대선보다 훨씬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라고 안 전 교수에 대한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어 “작년보다 한결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어필하며 출마 의지를 확실히 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도 하게 될 텐데…. 그때 쯤이면 지금보다 더욱 진화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새누리 소속 의원 호평 내놔 “언론, 지역주민과 정치적 스킨십 강화”
“권력의지 강화는 박수 받아야… 정치적으로 미흡한 부분은 연대로”

두 번째로 안 전 교수의 적극적인 스킨십 강화를 들었다. A의원은 “안 전 교수는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기자들과 거리를 두며 어색해했다. 기자들과 만나거나 대화하는 것도 매우 드물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안 전 교수는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인사하며 적극적으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언론을 대하는 안 전 교수의 태도에 변화가 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 전 교수는 기자회견 내내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오랜만입니다” “낯익은 얼굴들이 많네요”라며 친밀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A의원은 안 전 교수가 노원병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며, 인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지지자들을 만나도 먼저 인사하거나 악수하지는 않았다. 미국에서 대단한 각오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안 전 교수의 정치행보에 대해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안 전 교수의 전술적인 부분은 상당히 좋게 생각한다. 지역주민들에게 정치적인 스킨십을 열심히 하고, 언론·방송과의 상호작용에서도 이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세련되고 진일보했다”라며 “전에는 우유부단하고 모호한 행동을 보였지만, 지금은 분명하고 확실해 졌다. 정치적 권력의지와 욕망이 강화된 느낌이다. 안 전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때만 해도 권력에 대한 욕망은 거의 없었다. 후진적 한국정치로 국민적 열망을 실감하고, 그 과정에서 대선을 겪으면서 외부적인 동기를 내화시켜 권력욕을 키웠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전술은 긍정
전략은 부정

이 평론가는 안 전 교수의 권력의지 순수성과 정치적인 전략은 달리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평론가는 “안 전 교수의 전술은 좋았지만, 전체적인 전략에는 미스가 있다. 여론과 전문가들이 비판하는 부분은 이 부분이다"라며 ”서울시장·대통령 후보를 양보했던 사람이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이미지에 치명적이다. 노원병 선택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도의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점을 말하는 것이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와 충분히 협의해 진보진영 지지자들을 포옹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앞으로 대화와 협력을 통한 야권연대는 안 전 교수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라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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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