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⑥최원석의 동아그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3.26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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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결혼 3번 이혼…한눈팔다 국대 건설사 '와르르'

[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
잘 나가던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런데 망한 재벌이 '깡통'을 찼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IMF 이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중분해 됐지만 해당 기업에서 중책을 맡았던 경영진과 그 가족들은 멀쩡히 잘 살고 있다. 미리 '주머니'를 채워놔서일까.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망한 기업' 수뇌부들의 현주소를 조명해봤다.



동아그룹은 고 최준문 창업주가 1945년 8월 대전에서 설립한 충남토건사를 모체로 한다. 충남토건사는 53년 3월 대전지방의 청라저수지·남포간척지·대천간척지 토목공사를 통해 기반을 굳히고 57년 동아건설산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아건설은 그해 본사를 대전에서 서울 중구 서소문동으로 이전했다. 60년대 들어 동진강 간척공사, 왕십리발전소공사,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특히 제1차 경제 다목적 토목사업이었던 동진강 간척공사는 동아건설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받침대 역할을 했다.

대한통운 안고
훨훨 날았지만

그룹으로서의 골격을 형성하게 된 때는 68년 당시 국영기업이었던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부터다. 정부는 대한통운을 민영화하면서 동아건설에 경영권을 맡겼다. 동아그룹은 대한통운을 토대로 건설·운송 체제로 외형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만성 적자와 경영부실의 늪에 빠져 있던 대한통운은 동아건설에 인수된 지 3년 반 만에 완전히 정상화됐으며 한국 경제 발전에 든든한 징검다리역할을 했다.

동아그룹은 73년 투자회사인 동아종합상사를 건립해 무역업에 진출하고 기업을 공개,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다. 7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사를 설치한 후 리야드·지다·뉴욕·도쿄·런던 등지에도 지사를 설치했다.

이에 앞선 66년부터 동아콘크리트 사장으로 경영 수업을 받던 최 창업주의 장남 원석씨는 77년 건강악화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아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최 회장은 80년대 세계에서 가장 큰 공사로 평가받던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수주했다. 사하라 사막지하에서 뽑아낸 물을 리비아 북부 벵가지와 시르테까지 보내는 총 1874km의 인공수로를 건설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한국의 작은 건설사가 따낸 것.

최 회장은 83년 39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1단계 공사를 따내면서 카다피 리비아 원수와 인연을 맺은 뒤 공사 수행능력을 인정받아 90년 62억달러 규모의 2단계 공사, 98년 51억달러 규모의 3단계 공사까지 따냈다.

부도후에도 동아일가 남부럽지 않은 호화생활
학원 이사장 지내면서 "한푼 없다" 세금 체납

동아건설은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통해 현대건설과 함께 국내 최고 건설회사 반열에 올랐고 '인류 역사상 최대 토목공사'라는 찬사를 받음과 동시에 세계 최대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만일 동아그룹이 무너지지 않았더라면 리비아와의 인연은 물론이거니와 동아건설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중동이라는 유력한 성장 시장에서 확고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동아그룹 해체 후인 2010년 간첩 사건으로 리비아와 외교문제가 불거졌을 때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행하면서 카다피와 막역한 관계를 맺었던 최 회장을 외교사절로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 정도였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동아그룹은 97년 12월 기준, 동아건설·대한통운·동아생명·동아증권·동아엔지니어링·공영토건 등 22개 계열사를 둔 재계서열 10위의 대기업 자리를 꿰찼다. 주력 기업인 동아건설과 대한통운의 매출은 3조원과 1조1500억원으로 매출 순위 각각 31위와 75위의 기업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잘 나간 동아그룹은 국내에서는 연일 뭇매를 맡고 있었다. 국내 다른 그룹 계열 건설사들은 아파트 건축과 그룹 자체 공사로 상당한 양의 일감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해외 공사에 주력했던 동아건설은 국내 재개발과 재건축 공사를 따내는 데 그쳤다. 신축과는 달리 이주비가 들어가는 재개발과 재건축 공사를 위해 동아건설은 제2금융권으로부터 막대한 단기자금을 차입할 수밖에 없었고 94년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성수대교(동아건설 시공) 붕괴와 외환위기까지 맞으면서 회사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결국 98년 초 최 회장이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지고 경영권과 700억대의 재산을 내놓고 경영에서 물러났고 그해 8월 동아그룹은 국내 최초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기업으로 최종 확정됐다. '동아건설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매각해 경영을 정상화하라'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동아그룹은 2000년 11월 법정관리 대상기업으로 결정돼 퇴출됐다가 2001년 5월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55년 역사를 자랑하던 대형 건설사는 공중분해됐다.

재개발·재건축에
매달리다 급추락

2004년 분식회계, 배임, 불법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된 최 전 회장은 2008년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지만 3번의 결혼과 3번의 이혼, 그리고 끊임없는 여자 연예인과의 스캔들 등 '불량총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 전 회장 일가는 회사가 분해된 뒤에도 남부럽지 않은 호화생활을 누려왔다. 먼저 최 전 회장은 학교법인 공산학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도 회사 부도 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줄곧 세금을 체납해왔다. 지난해 말까지 최 전 회장이 체납한 세금은 6억6000만원에 이른다.

2007년에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방송예술대학의 학내 기업이 만드는 <굿바이 테러리스트>라는 영화에서 총감독을 맡아 영화계에 입문하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국세청의 눈을 피해 2011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빅혼골프클럽의 회원권환급금 25만달러를 차남에게 양도하기도 했다. 또한 공산학원의 공금 10억원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최 전 회장을 체납처분 면탈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건설 대표이사와 예음 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낸 최 전 회장의 동생 원영씨는 1997년 10월부터 1998년 3월까지 경원학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경원대와 경원전문대 학생들이 낸 등록금 201억원을 자신이 운영하던 예음그룹 산하 계열사의 부도를 막는데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됐다. 이에 앞서 원영씨는 1993년 11월에 자산이 운영하던 예음문화재단 명의의 부동산을 성남교육청에 매각하고 받은 99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이와 함께 경원전문대학의 강의동 등에 대한 공사를 자신이 운영하는 동아종합환경에 발주하도록 하고 선급금 명목으로 28억원을 지급, 법인에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검찰 수사 시작되자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원영씨는 1998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핵심인물인 예음그룹 종합기조실장인 장모씨 등을 일본으로 도피시키고 그해 12월 미국으로 도주했다가 지난해 말 미국 내 소재지가 노출되며 수사망이 좁혀지자 지난해 11월28일 자진 귀국해 수사에 응했다.

원영씨는 동아그룹 해체 전 최 전 회장과 공산학원을 둘러싸고 재산을 둘러싼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형제의 모친인 임춘자씨가 최 전 회장을 고발한 것이 원인이 됐다. 두 형제가 가까스로 화해한 것은 지난 97년 2월이었다. 이에 앞서 95년에는 최 전 회장의 이복 여동생 혜숙씨가 최 전 회장을 상대로 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에서 혜숙씨가 패소하면서 소송은 물거품이 됐지만 동아그룹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할 무렵 벌어진 두 번의 골육상잔은 채권단들이 최씨 형제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최 전 회장에게는 공식적으로 혼외 자식을 비롯해 전처들에게서 난 4남2녀가 있다. 최 전 회장이 20살일 때 한 여배우 사이에서 낳은 딸 선희씨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형 고 이창희 전 새한그룹 회장의 차남 재찬씨와 결혼했으며 지난해 3월 아들 준호·성호군과 함께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1000억원대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내 주목을 받았다.

영화배우 전도연씨와 2000년대 초 염문설이 터지면서 화제가 됐던 장남 우진씨는 최 전 회장의 첫 부인인 김혜정씨의 소생이다. 김씨는 6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대표적 육체파 배우. 최 전 회장은 62년 김씨와 첫 결혼식을 올렸으나 파경했다. 우진씨는 옛 '동아맨'들이 포진하고 있는 W엔지니어링에서 전략기획실장(상무)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 가족들도 밥 걱정 없다"
감시 피해 자녀에 재산 양도
기업 사위·명문가 며느리로

우진씨의 여동생 유정씨는 강수창 대원화성 명예회장의 장남 상엽씨와 혼인을 올렸다. 대원화성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게 유수의 스포츠사에 인공피혁을 공급하고 벽지제품을 생산하는 중견회사다.

76년 최 전 회장이 두 번째 부인으로 맞은 배인순씨는 70년대를 풍미한 가수 펄 시스터즈의 멤버다. 배씨는 2003년 출간한 저서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 잔>에서 최 전 회장과 결혼하기까지의 사연, 고초, 고액 위자료설 등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특히 최 전 회장과 스캔들이 있었던 연예인들이 J, K, L 등의 이니셜로 등장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둘 사이에는 3명의 아들이 있으며 98년 이혼했다.

배씨의 첫째 아들이자 최 전 회장의 차남 은혁씨는 2003년 6월 액상원두커피, 차, 인스턴트식품 등을 취급하는 쟈댕의 윤영노 회장의 딸과 혼인했다. 윤 회장은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친동생이다. 은혁씨는 최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산학원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체납처분 면탈 방조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와 있기도 하다. 

최 전 회장의 삼남 용혁씨는 2006년 경 당시 정일순 라스포사 사장의 딸과 결혼설이 돌았지만 현재 생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사남 재혁씨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숨기고
아들은 모른 척

최 전 회장이 99년 세 번째 부인으로 맞아들였다가 2010년 4월 이혼한 KBS 아나운서 출신 장은영씨와는 자녀가 없다. 장씨는 연세대 재학 시절인 92년 미스코리아 선에 뽑혀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대중적 인기를 모은 KBS <열린음악회>를 진행하다가 27살 연상의 최 전 회장과 결혼했다. 장씨는 그의 언니인 혜영씨와 함께 방배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커피숍을 운영 중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동아그룹은?>

▲1945년 충남토건사 설립
▲1957년 동아건설산업(주)로 사명 변경
▲1968년 대한통운 인수
▲1973년 동아종합상사 설립(해외 사업 진출)
▲1977년 최원석 회장 취임
▲1983년 리비아 대수로 공사 수주
▲1990년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 수주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8년 최원석 회장 퇴진, 국내 최초 워크아웃 대상기업 확정
▲2000년 11월 법정관리 대상기업 결정
▲2001년 5월 파산선고, 그룹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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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