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판 ‘먹튀 비리’ 전말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3.18 11: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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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 간 빼먹은 저질 사장님

[일요시사=경제1팀] 자금 유동성 위기로 몰락한 옛 대우자동차판매가 부실 사태의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회사 몰락 과정에서 전직 사장들이 온갖 수법을 동원해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한때 연 매출 3조원을 기록하며 인천지역을 대표하던 기업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다.



초우량 기업이었던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이하 대우자판). 대우자판은 2009년 건설부문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무분별한 지급보증으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1년 뒤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결국 대규모 정리해고를 거쳐 현재 3개 회사로 분할 매각되면서 그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대우자판 공동 대표였던 박상설(60)씨와 이동호(55)씨는 쓰러져가는 회사를 살러내기는커녕 회삿돈을 빼돌리고 심지어 회사를 가로채려다 검찰에 적발됐다. 
 
투톱 대우맨 추락

인천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김병현)는 지난 7일 부도 직전 회사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 차액을 빼돌리고 회삿돈을 개인돈처럼 이용한 혐의로 전 대우자판 대표이사 박씨와 총괄사장 이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9∼2010년 사이에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하고 회계서류 조작하거나 대여금 형식으로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회사 자금 14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2009년 4월경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유령회사를 설립 후 89억원짜리 대전영업소 건물을 50억원에 사들인 뒤 재매각해 39억원의 전매차익을 챙겼다.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자금을 세탁, 친인척 명의 계좌에 은닉하는가 하면 차익액 가운데 5억원은 묵인해 주는 대가로 이씨에게 흘러들어갔다.


박씨는 또 2010년 3월경 29억원 상당의 골프장 회원권을 유령회사에 매각해 회원권 매각대금이 대우자판에 입금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심복인 회계담당자에게 매각 대금이 입금된 것처럼 입출금내역서와 회계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

이후 회원권 관리 담당자에게 건네주고 골프장 회원권의 소유권을 추가로 유령회사에 넘겨 줘 전매대금을 취득했다. 한 달 뒤엔 지인에게 213억원 상당의 평촌정비소를 142억원에 팔아 소유권이전소송을 제기하게 하고 고의로 패소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백억 회삿돈 빼돌린 전 대표 2명 구속
유령회사로 유용…성희롱 합의금도 지급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비서 출신인 이씨는 대우자판 총괄사장으로 있으면서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회사로 들어온 조세환급금 6억6000만원을 챙겼다.

2007년엔 여비서로 일하던 직원이 성희롱 혐의로 사표를 내고, 남편이 찾아와 자신을 고소하려하자 합의금 3억원을 회사 자금으로 지급한 뒤 마라톤 선수 스카우트 비용으로 지출한 것처럼 조작하기도 했다.

또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매입을 강요해 회사 지분을 분산 시킨 뒤 정작 자신은 1대 주주가 돼 회사를 가로채려 한 혐의도 있다.

이씨는 특히 대우차판매 계열의 건설사 대표로 재직할 당시 80세가 넘은 아버지와 자신의 부인을 회사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매달 200만원의 급여를 주고 벤츠, 폴크스바겐 등 리스 외제차를 타게 하거나 개인채무 변제를 위해 기업 자금 23억원을 임의로 유용했다.


공사대금 채권 20억원 상당을 자신의 채권자에게 양도한 후 마치 입금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는 등 총 108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대우그룹에서 초고속 승진으로 대우차판매 임원 자리에 오른 뒤 그룹 해체 후 실질적인 주인이 없는 틈을 타 황제적 지위를 구축하고 회사 자산을 사금고처럼 운용하면서 부도위기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차판매 노조는 지난 2011년 회사 자산 헐값 매각 의혹으로 박씨와 이씨를 경찰에 고발했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검찰은 지난해 말 사건을 넘겨받아 재수사를 벌여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는 성명을 통해 “인천지검의 구속수사가 비록 늦었지만 대우자판의 불법행위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것에 대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드러난 비리는 사실상 빙산의 일각에 불과, 확대 수사를 통해 노동자들을 피눈물 나게 한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노조는 경영진이 회사 자산인 수원 정비사업소, 울산 달동 빌딩, 용인시 기흥 소재 자동차경매장, 서울 강남 대치동 코래드빌딩 등도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헐값에 매각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안성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부실 투자를 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점과 사익을 위해 불법 대출을 받은 점 등을 토대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혐의 더 있나

검찰은 현재 대우차판매 수원정비소 헐값 매각과 계열사 매각과정 불법행위 등에 대한 수사도 계속하고 있어, 두 경영진의 추가 비리가 계속해서 드러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원정비소 헐값 매각과 외부 BW 인수과정에서의 배임 행위, 계열사 매각과정에서 불법행위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은인표 전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추가기소장 보니

"연예인 내세워 부실대출 강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심재돈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300억원대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은인표(56) 전 전일저축은행 대주주를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은씨는 지난 2006년 3월부터 6월까지 전일저축은행의 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적정한 담보물 제공이나 심사를 거치지 않고 차명차주 명의로 179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5년 9월∼2006년 1월 당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주가가 폭등하자 비상장 연예기획사를 인수해 우회상장을 시키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얻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은씨의 사촌동생인 은경표 전 MBC 예능 PD와 유명 연예인 등 전현직 관계자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은씨는 이어 은 전 PD와 모 방송 예능국장 출신 김모씨, 엔턴 대표 안모씨 등에게 ‘전일저축은행에 가서 엔턴 명의로 대출을 받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주주 등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앞세워 전일저축은행에서 2006년초 77억원을 대출받았지만 이 돈은 대부분 상환하지 못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은씨가 은 전 PD와 유명연예인들의 이름을 팔아 저축은행의 불법대출을 주도한 것”이라며 “은 전 PD가 무혐의인 만큼 명의를 빌려준 연예인들은 더욱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은씨는 앞서 300억원대 불법대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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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