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임명 둘러싼 MB-GH '줄다리기'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20 11: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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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날고 기어도 ‘산 권력’ 앞엔 ‘죽은 권력’일 뿐…

[일요시사=정치팀]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칼끝이 예리해 졌다. 당초 박근혜(GH) 대통령의 지지를 받았던 채동욱 서울고검장이 검찰의 수장 자리를 꿰찬 까닭이다. 역시 ‘산 권력’이 ‘죽은 권력’을 이긴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검찰총장 임명을 둘러싼 MB와 GH 사이의 줄다리기 내막을 파헤쳐봤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발표 직전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지난 14일 오전 일찍 “오늘 발표 안 한다는 소수설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발표가 빠지면서, 검찰총장 인선 작업이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줬다. 사실 오래전부터 검찰총장 인선과정은 극심한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근거 없는 ‘비공개’

검찰총장 인선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올 초였다. 민주통합당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박영선 의원이 이 문제를 걸고 나섰다. 박 의원은 “법무부와 검찰에서 검찰총장인사추천위원회를 극비리에 구성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라며 “검찰총장추천위원회는 검찰청법이 개정됨에 따라서 올해부터 처음으로 실시되는 것이다. 왜 이 추천위원회를 비밀로 해야 하는지 여기에 많은 것이 숨어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검찰총장추천위원회는 MB정권하인 2011년 검찰청법 개정에 의해 신설됐다. 검찰청법 제32조 2항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제청할 검찰총장 후보자의 추천을 위하여 법무부에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총 10명으로 구성된 검찰총장 추천 과정에 법무부 장관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해당 조문의 제3항은 ‘위원장은 제4항에 따른 위원 중에서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고 규정한다. 제4항은 ‘위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1인의 위원장과 9인의 위원 임명·위촉의 최종적인 권한을 가지도록 한 것이다.

개정된 법률조문은 MB정권서 선출된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에게 차기 박근혜 정부의 검찰총장 후보자 인선 구성권을 줬다. 법률 개정으로 인해 현 정권의 검찰총장 인선에 가장 많은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사가 전 정권 MB의 최측근이 된 셈이다.


또한 추천위 비공개 진행 근거가 되는 법률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조문 규정만 봐서는 추천위는 공개로 진행되는 것이 맞다. 박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일면 타당성이 있는 이유다.

이어 박 의원은 “추천위의 장이 되는 사람이 바로 법무부 장관이다. 현재 권재진 법무부장관이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검찰총장 후보자를 고르게 되는 이러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2011년 검찰추천위원회 신설, 법무장관 막강한 권한 쥐어
MB 퇴임 후 안전판 구축하려 임명과정 관여했으나 GH에 밀려

박 의원은 권 전 장관에 대해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중수부장의 ‘검난’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고, 민간인 불법사찰사건과 관련해서는 박근혜 당선자도 비대위원장 시절에 해임을 촉구한다는 회의의 결론이 날 정도로 지금 여러 가지 책임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라며 “이러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인사위원회를 극비리에 구성해서 검찰총장을 고르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MB정부가 그동안 만들어놨던 수많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던 미제사건에 대한 MB 퇴임 이후 담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총장 자리가 3개월여가 지나도록 공석으로 남겨지자, 실제로 정가에서는 MB가 자신의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검찰총장 임명에 관여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동안 검찰총장이 한 달 가까이 임명 제청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는 추측으로, 그 중심에 추천위가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MB의 측근으로 알려진 권 전 장관이 추천위에서 MB가 원하는 인물로 추천을 요구했고, 당시 당선인 측과 일정부분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그렇다.

추천과정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MB 측근과 GH 측근 간 진통으로 양측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추천위에서 추천된 인사 중 GH 측이 지지한 후보가 대거 탈락해, 친박계와 친이계 간 갈등이 극심했다고 한다.


현재 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채동욱 서울고검장은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된 3인 가운데 GH가 추천한 유일한 후보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GH 측 후보자들은 추천위에서 투표를 통해 대거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GH의 지지를 받았지만 탈락한 후보자는 안창호 헌법재판관과 김학의 대전고검장이다. 하지만 추천위는 심사·투표를 거쳐 김진태 대검 차장과 소병철 대구고검장, 채동욱 서울고검장을 임명제청 후보로 선출했다.

이에 따라 친박계에서는 지난 11일 임명된 황교안 법무부 장관 체제하에서 새롭게 추천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추천위 구성을 둘러싼 MB와 GH의 줄다리기가 검찰총장 임명을 늦췄다는 후문이다.

채동욱에 달린 MB 운명

채동욱 서울고검장이 새 검찰총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추진위원회를 둘러싼 양측의 치열한 줄다리기는 일단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배경이 만약 사실이라면, MB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퇴임 후에도 자신의 안위를 끝까지 챙기고자 했던 MB. 결국 그의 운명은 자신이 그토록 막고자 했던 채동욱 차기 검찰총장에 의해 좌지우지될 처지에 놓였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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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