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병기 '북파공작원'의 충격 고백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4: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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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 훈련소에서 "나는 짐승이었다"

[일요시사=사회팀]1억원. 북파공작원 김모(36)씨가 목숨을 내건 대가로 받아든 돈이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며 환청을 듣는 A씨. 17년 전 어느 날 김씨는 그곳에서 악마를 봤다.



간첩은 실재한다. 반공 포스터에 나오는 남파간첩 얘기가 아니다. 북파된 간첩은 2000년 이후에도 이북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이남에는 간첩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훈련소가 있었다. 이른바 '북파공작원'이라 불리는 이들은 강원도 고성과 속초 인근에서 ‘인간병기’로 다시 태어났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다쳤다. 북파공작원 김씨는 그곳에서 함께 훈련받던 동료의 죽음을 목격했다. 국가라는 이름 앞에 김씨의 삶은 철저히 뭉개졌다.

동료들 줄줄이 사망

1997년 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김씨에게는 막막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하고 있던 김씨는 운명처럼 특수부대 모병관을 만났다. 거짓말같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모병관은 김씨에게 1억원을 약속했다. 50개월에 1억원은 기본, 플러스알파까지 제시했다. 특수부대에서 근무하는 대가로 거액을 담보하자 김씨의 마음이 흔들렸다. 모병관은 김씨에게 제대 후의 삶까지 약속했다. 병역을 무사히 마치면 "국가정보기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는 매력적인 제안을 더했다.

같은 해 4월 김씨는 북파특수임무요원(HID요원)으로 춘천에 있는 모 훈련소에 입대했다. 김씨와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훈련소에 모여 있었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그곳에서 김씨는 24명의 동기들과 함께 입소식을 마쳤다. 지옥 같은 훈련 일정은 그날부터 시작됐다.


기초 체력향상을 위해 전투복을 입고 매일 12km를 달렸다. 반복되는 구보에 열외는 없었다. 실핏줄이 터지도록 뛰고 또 뛰었다. 숨 돌릴 틈 없이 교관의 지시에 따라 특수무술을 연마했다. 실전에 대비한 강도 높은 훈련이었다.

오전 일과가 시작되면 잠복호 구축, 인계선 돌파 등 침투와 관련된 훈련을 받았다. 침투 이후의 상황을 대비한 사격, 수류탄 투척, M18A1 클레이모어(크레모아) 폭파 훈련도 빼놓지 않았다. 공수훈련과 전술훈련도 그들의 몫이었다. 이를 완수하지 못하면 가혹한 구타가 이어졌다.

입소 한 달 뒤 과중된 훈련으로 고통을 호소하던 김씨는 교관으로부터 "훈련을 똑바로 하지 못한다"며 얼굴 등을 폭행당했다. 김씨를 때리던 교관은 스치기만 해도 뼈가 으스러질 수 있는 오함마(대형 망치)를 김씨에게 휘둘렀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김씨는 이를 피했고, 옆에 있던 동기는 김씨가 피한 오함마에 찍혀 쓰러졌다. 그리고 그는 김씨가 보는 앞에서 어디론가 끌려 나갔다.

다음날 아무일 없다는 듯 훈련은 다시 반복됐다. 하지만 김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동기를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과 평생 씨름해야했다.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는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김씨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100일간의 훈련소 일정이 끝났다. 그러나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김씨 앞에는 더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1997년 7월, 부대에 배치된 김씨는 여독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야구방망이로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다. 김씨의 선배들은 군기확립을 위해서라며 야구방망이로 매일같이 김씨 등을 서너 차례 때렸다. 후배들의 온몸에 피멍이 든 상황에서도 선배들은 침투, 첩보 및 요인납치를 위한 독도·모스부호 수신 훈련, 휴전선 침투 훈련, 투검 연습, 해상수영 등을 강행했다.

밤에는 학대가 계속됐다. 김씨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2∼3시간 동안 머리박기를 시킨 뒤 쓰러지면 온몸을 짓밟았다. 또 잠복호를 연습한다는 핑계로 구덩이를 파고 안에 들어가게 한 뒤 모스 신호를 입력하도록 했다. 그리고 송수신이 틀릴 때마다 구덩이에 물을 채워 넣었다. 모두가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혹행위가 계속되자 사람이 죽어나갔다. 사방이 눈으로 덮인 어느 계곡으로 후배기수들이 불려나갔다. 일명 '빵빠레' 훈련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디찬 얼음물에 입수한 김씨와 동료들. 3시간이 지나자 저체온증에 걸린 김씨의 동료 중 한 명이 쇼크로 쓰러졌다. 쓰러진 그는 영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김씨의 후배는 투검 연습 시 훈련용 표적 나무 옆에 묶였다. 그의 머리 위로 후배들이 던지는 단검이 날아들었다. 손만 삐끗해도 후배의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상황. 그러나 아무도 이를 말리지 못했다.

돈에 혹해 입대 "4년간 끔찍한 가혹훈련"
제대 후 정신병…유공자 거부당하자 소송

가혹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목만 내놓고 후배를 땅에 파묻은 선배들은 그를 산속에 1주일 동안 방치했다. 막사로 돌아온 후배에게는 물고문이 반복됐다. 욕조가득 담은 물에 후배의 얼굴이 수없이 왔다 갔다 했다. 서른도 되지 않은 꽃다운 나이, 후배는 그렇게 세상을 등졌다.

"사람을 짐승 다루듯 하는 부대"라고 김씨는 회고했다. 살아남은 김씨는 2001년 6월 중사로 만기 전역했다. 그러나 김씨에게는 입대 전 없던 버릇이 생겼다. 알아들을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거나 시도 때도 없이 불안 증세를 보였던 것. 김씨의 병명은 정신분열증이었다.

전역 후 김씨는 "북으로 가"라는 환청에 시달렸다. 밤에는 잠들지 않고 TV와 가구를 이쪽저쪽으로 옮기며 일렬로 줄을 맞췄다. 신발장에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있지 않으면 부모에게 "당장 짐을 싸서 북한으로 넘어가"라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렸다. "국가정보기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써주겠다"던 모병관은 자취를 감췄다. 김씨는 직업도 구하지 못한 채 정신병원을 전전해야했다.

2005년 12월 김씨는 수원보훈지청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냈다. 국가를 위해 일 하다가 상해를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신분열증은 공무 중 상해로 인정되지 않았다. 2011년 12월 보훈청은 김씨에게 등급 기준 미달 판정을 내렸다.

매일 무차별 폭행

지난해 김씨는 법원에 재판을 청구했다. 국가유공자 요건 비해당 결정취소 소송이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행정2단독은 최근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와 동료들의 증언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여 군복무 과정에서 있었던 가혹행위가 김씨의 정신질환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법원은 "입대 전까지 증세가 없었고, 견디기 힘들 정도의 정신적 충격을 받을 만한 사건을 겪은 점 등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선고 직후 김씨의 변호인은 "김씨처럼 음지에서 고통 받고 있는 북파공작원들이 지금이라도 국가의 도움을 받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북파공작원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가혹훈련이 낱낱이 드러난 그날, 참관석에 앉아있던 한 동료는 말없는 눈물을 훔쳤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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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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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