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귀국 보따리 속’ 비밀 대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4: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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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민주 잡고, 내년 6월 새누리 친다

[일요시사=정치팀]‘과연 안철수다웠다.’ 정치권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오는 4월 재보선을 지나 10월 재보선에나 정치권에 등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 전 교수의 신중한 행보에 비춰보더라도, 무리하게 시기를 앞당겨 여의도에 입성하진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안 전 교수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 같은 예측을 뒤엎는 반전을 보여, 정치권의 이슈를 선점하는 탁월한 내공을 보였다. 여야는 제대로 한 방 먹은 분위기다. 안 전 교수가 들고 올 귀국 보따리 속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일요시사>가 미리 점쳐봤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안 전 교수의 정계복귀 후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는 11일 안 전 교수가 귀국하면서 ‘새 정치’의 구체적인 담론을 담은 대국민 메시지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은 안 전 교수의 구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당 창당설에 이어
국회의원 출마 기자회견

정치권 관계자들은 송호창 무소속 의원이 안 전 교수 출마 관련 기자회견을 연 시점이 절묘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안철수가 또 ‘신의 한수’를 뒀다”라고 극찬했다. 안 전 교수의 탁월한 ‘타이밍’에 예상을 뒤엎는 반전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의 싸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안 전 교수의 출마설은 국민의 피로감을 풀어줬다는 평이다.

현 정국에서 안 전 교수의 정치권 등판은 최대 화두다. 오는 4월24일까지 안 전 교수가 이슈를 이대로 끌고 간다면, 당초 자신이 세운 계획을 어느 정도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교수 등판설이 처음으로 흘러나온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달 25일이다. 그 주는 ‘안철수 신당 창당설’로 여의도가 들끓었다.


‘느린정치’서
‘반전정치’로 

안 전 교수 캠프 측 인사는 언론을 통해 안철수 신당설을 흘려 정권 초기 주도권을 잡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힘을 뺐다. 돌이켜 보면 안 전 교수의 이슈 선점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봐도 무방하다. ‘안풍’은 마치 워밍업이라도 하는 듯했다. 연이어 송 의원이 안 전 교수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가뿐히 정치권 이슈를 선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교수에 대해 “전쟁이 끝나고, 각 군은 무기를 내려놓은 채 쉬고 있었다. 누군가는 전장을 떠났다. 대열은 정비되지 않은 채 어질러져 있고, 수장도 보이지 않는다. 수비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공격이 들어왔다. 지금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처지가 그렇다”라며 현 상황을 비유했다.

그는 이어 “안 전 교수가 바라는 것은 선거 승리가 아니라고 본다. 정권 초기에 여야를 이슈에서 밀어내고, 주도권을 잡는 것. 그리고 대선 전 ‘안철수신드롬’을 불러일으켜 ‘안철수현상’을 유지해 그것을 현실정치의 토대로 바꿔놓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이것은 신당 창당과도 박자를 맞춘다. 안 전 교수의 출마설과 동시에 논란이 된 것은 바로 출마 지역이다. 안 전 교수가 선택한 서울 노원(병)은 야권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정치적 무게에 걸맞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 재개에 나섰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이어졌다.

탁월한 타이밍에 예상 엎는 반전까지, 죽지 않은 ‘신의 한수’
박근혜 취임식·민주통합당 전당대회 힘 빼고 정국 이슈 선점   

또 다른 비판논리는 명분이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삼성과 검찰의 개혁을 요구하다 실정법에 걸려 의원직을 상실한 만큼, 그에 걸맞은 명분을 갖춰야 하는데 안 전 교수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안 전 교수의 신당창당 계획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이야기라고 일부 비주류 측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더욱 큰 틀에서 안 전 교수의 정치프레임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신당 창당은 새로운 정치적 조직을 만드는 굉장히 거대한 작업이다. 중앙정치의 무대인 서울에서 출마하는 것이 맞다. 서울 출마는 ‘기성정치’와 대립하는 ‘새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미와 상통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안 전 교수가 부산에 출마한다는 것은 새 정치의 하위개념인 ‘지역감정 극복’을 출마 슬로건으로 내건다는 뜻이다. 그러면 다시 친노 프레임에 갇히고, 노무현 향수에 자신을 가두는 꼴이다. 안 전 교수는 여권과 야권을 아우르고 계파에서 벗어난 ‘통합의 새 정치’를 펼쳐야 한다. 노원(병) 출마는 지역감정 극복뿐 아니라 더욱 넓은 범위의 정치적 이념을 상징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수많은 난제 가운데, 안 전 교수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감정 극복이 아닌, 새 정치를 위한 새로운 정당의 건립에 초점을 맞춰 여의도 입문을 해야 한다는 그의 의견에 일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안철수 신당 창당 시
민주 지지율 절반

실제로도 안 전 교수는 측근들을 통해 부산 영도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노원(병)에 독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가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부산 영도에 출마해 새누리당의 심장부를 겨누기보다는, 민주당에 타격이 큰 노원(병)에 출마해 ‘제1야당’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계획이라는 것. 오는 5월 전당대회를 거치며 계파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민주당이 자연스럽게 무너지면, 이를 기점으로 신당 창당에 동력을 불어넣으리라는 관측이다.

지난 2일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49.5%, 민주통합당 21.8%, 진보정의당 3.3%, 통합진보당 2.6%로 각각 나타났다. 무응답은 22.7%였다.

부산 영도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노원(병) 신당 창당 힘 실어
여의도 입성 후 호남서 ‘민주색’ 지우기, 지자체 포섭 총력

그런데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새누리당 40.1%(▼8.4%p), 안철수 신당 29.4%, 민주통합당 11.6%(▼10.1%p)로 나타났다. 안 전 교수가 창당을 하면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의 배를 넘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지지정당을 모른다고 답한 무응답층도 22.7%에서 16.6%로 8.1%p 감소해, 이른바 무당파층의 절반이 안철수 신당 지지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파급력은 더욱 커져, 민주당은 10% 이하로 지지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견한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당의 붕괴를 전제로 하는 ‘헤쳐모여’식 신당이 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대를 거치면서 친노의 힘이 빠지고 비주류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1:1로 합당을 하거나 연대를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안 전 교수의 다음 공략지역은 야권의 표밭인 호남일 가능성이 크다. 오는 4월을 기점으로 자신의 세를 불리고, 10월에 호남인사들을 신당으로 합류시켜 호남민심을 중도로 끌어오면, 그때 지역감정 극복을 전면에 내걸어도 늦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즉 새누리당을 공격해 거점을 ‘뺏어오는 것’이 아니라, 호남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라는 수식어를 지워 한국 정치의 지역감정을 희석시킨다는 복안이다.

조직력 갖추면
지방선거 올인


이 같은 과정은 신당 창당과 동시에 이루어지며, 민주당의 힘을 빼고 조직력을 견고히 해 대열을 갖추는 것이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 후 내년 지방선거를 무대로 새누리당과 힘겨루기를 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안 전 교수가 성공적으로 신당을 창당하고, 안전하게 여의도에 입성한다고 하더라도 각 지자체 장과 관계자들을 포섭하지 못하면 각종 선거와 현안에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안 전 교수가 내년 지방선거 전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견제할 조직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이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룬다. 전국 각지에 안 전 교수를 지지하는 자발적인 모임이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안 전 교수의 지원군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장고 끝에 용단을 내린 안 전 교수의 귀국 보따리 속엔, 자신의 이상을 현실정치에 담을 수많은 계획이 담겨있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안 전 교수가 그동안 세차게 불었던 안풍을 여의도에 정착시켜 정치를 향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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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