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귀국 보따리 속’ 비밀 대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3.11 14: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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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민주 잡고, 내년 6월 새누리 친다

[일요시사=정치팀]‘과연 안철수다웠다.’ 정치권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오는 4월 재보선을 지나 10월 재보선에나 정치권에 등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 전 교수의 신중한 행보에 비춰보더라도, 무리하게 시기를 앞당겨 여의도에 입성하진 않으리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안 전 교수는 기가 막힌 타이밍에 이 같은 예측을 뒤엎는 반전을 보여, 정치권의 이슈를 선점하는 탁월한 내공을 보였다. 여야는 제대로 한 방 먹은 분위기다. 안 전 교수가 들고 올 귀국 보따리 속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일요시사>가 미리 점쳐봤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안 전 교수의 정계복귀 후 시나리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는 11일 안 전 교수가 귀국하면서 ‘새 정치’의 구체적인 담론을 담은 대국민 메시지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은 안 전 교수의 구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당 창당설에 이어
국회의원 출마 기자회견

정치권 관계자들은 송호창 무소속 의원이 안 전 교수 출마 관련 기자회견을 연 시점이 절묘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안철수가 또 ‘신의 한수’를 뒀다”라고 극찬했다. 안 전 교수의 탁월한 ‘타이밍’에 예상을 뒤엎는 반전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의 싸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안 전 교수의 출마설은 국민의 피로감을 풀어줬다는 평이다.

현 정국에서 안 전 교수의 정치권 등판은 최대 화두다. 오는 4월24일까지 안 전 교수가 이슈를 이대로 끌고 간다면, 당초 자신이 세운 계획을 어느 정도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교수 등판설이 처음으로 흘러나온 시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달 25일이다. 그 주는 ‘안철수 신당 창당설’로 여의도가 들끓었다.


‘느린정치’서
‘반전정치’로 

안 전 교수 캠프 측 인사는 언론을 통해 안철수 신당설을 흘려 정권 초기 주도권을 잡아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힘을 뺐다. 돌이켜 보면 안 전 교수의 이슈 선점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봐도 무방하다. ‘안풍’은 마치 워밍업이라도 하는 듯했다. 연이어 송 의원이 안 전 교수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가뿐히 정치권 이슈를 선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교수에 대해 “전쟁이 끝나고, 각 군은 무기를 내려놓은 채 쉬고 있었다. 누군가는 전장을 떠났다. 대열은 정비되지 않은 채 어질러져 있고, 수장도 보이지 않는다. 수비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공격이 들어왔다. 지금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처지가 그렇다”라며 현 상황을 비유했다.

그는 이어 “안 전 교수가 바라는 것은 선거 승리가 아니라고 본다. 정권 초기에 여야를 이슈에서 밀어내고, 주도권을 잡는 것. 그리고 대선 전 ‘안철수신드롬’을 불러일으켜 ‘안철수현상’을 유지해 그것을 현실정치의 토대로 바꿔놓는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이것은 신당 창당과도 박자를 맞춘다. 안 전 교수의 출마설과 동시에 논란이 된 것은 바로 출마 지역이다. 안 전 교수가 선택한 서울 노원(병)은 야권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정치적 무게에 걸맞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 재개에 나섰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이어졌다.

탁월한 타이밍에 예상 엎는 반전까지, 죽지 않은 ‘신의 한수’
박근혜 취임식·민주통합당 전당대회 힘 빼고 정국 이슈 선점   

또 다른 비판논리는 명분이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삼성과 검찰의 개혁을 요구하다 실정법에 걸려 의원직을 상실한 만큼, 그에 걸맞은 명분을 갖춰야 하는데 안 전 교수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안 전 교수의 신당창당 계획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이야기라고 일부 비주류 측 관계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더욱 큰 틀에서 안 전 교수의 정치프레임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신당 창당은 새로운 정치적 조직을 만드는 굉장히 거대한 작업이다. 중앙정치의 무대인 서울에서 출마하는 것이 맞다. 서울 출마는 ‘기성정치’와 대립하는 ‘새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미와 상통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안 전 교수가 부산에 출마한다는 것은 새 정치의 하위개념인 ‘지역감정 극복’을 출마 슬로건으로 내건다는 뜻이다. 그러면 다시 친노 프레임에 갇히고, 노무현 향수에 자신을 가두는 꼴이다. 안 전 교수는 여권과 야권을 아우르고 계파에서 벗어난 ‘통합의 새 정치’를 펼쳐야 한다. 노원(병) 출마는 지역감정 극복뿐 아니라 더욱 넓은 범위의 정치적 이념을 상징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수많은 난제 가운데, 안 전 교수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숙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감정 극복이 아닌, 새 정치를 위한 새로운 정당의 건립에 초점을 맞춰 여의도 입문을 해야 한다는 그의 의견에 일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안철수 신당 창당 시
민주 지지율 절반

실제로도 안 전 교수는 측근들을 통해 부산 영도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노원(병)에 독자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가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부산 영도에 출마해 새누리당의 심장부를 겨누기보다는, 민주당에 타격이 큰 노원(병)에 출마해 ‘제1야당’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계획이라는 것. 오는 5월 전당대회를 거치며 계파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민주당이 자연스럽게 무너지면, 이를 기점으로 신당 창당에 동력을 불어넣으리라는 관측이다.

지난 2일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정당지지율은 새누리당 49.5%, 민주통합당 21.8%, 진보정의당 3.3%, 통합진보당 2.6%로 각각 나타났다. 무응답은 22.7%였다.

부산 영도 ‘노무현 프레임’에 갇혀, 노원(병) 신당 창당 힘 실어
여의도 입성 후 호남서 ‘민주색’ 지우기, 지자체 포섭 총력

그런데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새누리당 40.1%(▼8.4%p), 안철수 신당 29.4%, 민주통합당 11.6%(▼10.1%p)로 나타났다. 안 전 교수가 창당을 하면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의 배를 넘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지지정당을 모른다고 답한 무응답층도 22.7%에서 16.6%로 8.1%p 감소해, 이른바 무당파층의 절반이 안철수 신당 지지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파급력은 더욱 커져, 민주당은 10% 이하로 지지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견한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민주당의 붕괴를 전제로 하는 ‘헤쳐모여’식 신당이 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전대를 거치면서 친노의 힘이 빠지고 비주류가 당권을 장악할 경우, 1:1로 합당을 하거나 연대를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안 전 교수의 다음 공략지역은 야권의 표밭인 호남일 가능성이 크다. 오는 4월을 기점으로 자신의 세를 불리고, 10월에 호남인사들을 신당으로 합류시켜 호남민심을 중도로 끌어오면, 그때 지역감정 극복을 전면에 내걸어도 늦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즉 새누리당을 공격해 거점을 ‘뺏어오는 것’이 아니라, 호남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라는 수식어를 지워 한국 정치의 지역감정을 희석시킨다는 복안이다.

조직력 갖추면
지방선거 올인


이 같은 과정은 신당 창당과 동시에 이루어지며, 민주당의 힘을 빼고 조직력을 견고히 해 대열을 갖추는 것이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 후 내년 지방선거를 무대로 새누리당과 힘겨루기를 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안 전 교수가 성공적으로 신당을 창당하고, 안전하게 여의도에 입성한다고 하더라도 각 지자체 장과 관계자들을 포섭하지 못하면 각종 선거와 현안에서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안 전 교수가 내년 지방선거 전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견제할 조직을 반드시 갖춰야 하는 이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룬다. 전국 각지에 안 전 교수를 지지하는 자발적인 모임이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안 전 교수의 지원군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장고 끝에 용단을 내린 안 전 교수의 귀국 보따리 속엔, 자신의 이상을 현실정치에 담을 수많은 계획이 담겨있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안 전 교수가 그동안 세차게 불었던 안풍을 여의도에 정착시켜 정치를 향한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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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