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1000만 스타' 류승룡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3.08 10: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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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의 귀재…연기의 제왕…마성의 매력

[일요시사=연예팀]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
유명한 구절처럼 류승룡은 단역으로 시작해 충무로 최고의 '흥행킹'으로 거듭났다. 영화배우가 전성기를 맞이한다는 40대. 영화 <7번방의 선물>로 당당히 '1000만 흥행배우'의 반열에 오른 류승룡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함께 작업한 배우 류승룡에 대해 "지문 사이 행간도 읽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배우"라고 평했다. 캐릭터 분석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류승룡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을 통해 '관객석을 가득 채우는 흥행 배우'로 거듭났다.

<7번방의 선물>
천만관객 돌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조용한 돌풍은 이내 태풍이 되어 극장가를 덮쳤다. 류승룡이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상업영화 <7번방의 선물>은 누적 관객수(2월 26일 기준) 1052만7224명을 기록했다. <7번방의 선물>에서 함께 호연한 배우 정진영의 주연작 <왕의 남자>가 기록한 1051만명을 근소하게 넘어선 수치다.

더욱 놀라운 건 <7번방의 선물>의 흥행몰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제 류승룡은 자신이 조연으로 출연했던 전작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스코어(1231만명)에 도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작품 연속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천만배우'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영화계는 지금 배우 김윤석 이후 등장한 이 무서운 흥행카드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우 하정우까지 더해 이들을 '충무로 트로이카'라 부르고 있다. 충무로의 확실한 대세로 떠오른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 이어 <7번방의 선물>까지 4연타석 홈런을 치며 일약 '국민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네 작품의 누적 스코어를 합치면 모두 3천5백만에 이른다. 영화 <고지전>(2011)까지 더한다면 무려 4천만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흥행 성적이다.

조연 <광해> 이어 주연 <7번방의 선물> 연속 홈런
빅 흥행카드 김윤석·하정우와 '충무로 트로이카'

류승룡은 최근 3년 사이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흥행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흥행계보를 거슬러 가다보면 '무명 시절' 류승룡을 만날 수 있다.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2006)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극중 조직에게 배신당한 사형수(정순탄 역)로 분한 류승룡은 매력적인 중저음과 강인한 눈매로 영화팬들의 이목을 한 눈에 사로잡았다. 다소 거칠게 기른 수염은 '마초 냄새' 물씬 나는 그의 마스크와 맞물려 스크린에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거룩한 계보>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정준호는 당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는 류승룡이라는 보석 같은 배우를 발견한 영화"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비록 <거룩한 계보>가 흥행 면에서 썩 좋은 성적을 남기진 못했지만 '류승룡'이라는 이름 석 자는 그를 기억하는 관객들의 뇌리에 남았다. 그때부터 류승룡은 소위 말하는 '될놈'으로서의 가능성을 싹 틔웠다.

장진사단 출신
난타통해 성장

류승룡은 '톱스타의 산실'로 불리는 서울예대를 졸업했다. 연극과 90학번인 그는 방송인 신동엽, 배우 안재욱, 정재영, 황정민, 임원희 등을 동기로 두고 있다. 대다수 서울예대 출신들이 그렇듯 그는 맨 처음 대학로에서 전업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학교 선배인 장진 감독과의 인연도 대학로에서 시작됐다. '장진 사단'의 일원인 그는 줄곧 장진 감독의 연극에 출연했다. 연극 <서툰 사람들>, <택시 드리벌> 등이 당시 출연했던 작품이다. 이때 맺었던 인연은 류승룡의 영화 데뷔로 이어졌다. 그러나 류승룡이 연극 무대에서 곧바로 영화판으로 뛰어든 건 아니다. 류승룡은 1998년 대학로를 떠나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 <난타>에 합류했다. 대사 없이 몸짓과 눈짓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무언극이었다.

그는 브로드웨이를 목표로 <난타>에 합류했다. 송승환 대표가 <난타>를 처음 기획했을 당시 그는 극단을 그만두고 오디션을 선택했다. <난타>의 일원으로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는 배우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내공을 닦았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5년이 흐르고, 연극배우로서 전성기를 누릴 때 그는 미련 없이 <난타>를 그만뒀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류승룡은 "예술인이 점점 안정적인 생활에 길들여져 기술인이 되가는 걸 느꼈다"며 <난타>를 그만둔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게 그는 배우로서의 다른 길을 찾았고, 영화계 선배인 장진 감독을 만났다.

그때 당시를 회고하며 류승룡은 "나 연기하고 싶다. 말 좀 하자"며 장진 감독에게 불쑥 찾아갔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장진 감독은 2004년 <아는 여자>를 통해 류승룡의 기념비적인 영화 데뷔를 성사시켰다. 그때 맡았던 역할은 이름 없는 강도였다.

이후 류승룡은 영화 <소나기는 그쳤나요>와 <고마운 사람>에서 장진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영화판에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2005년. <박수칠 때 떠나라>를 통해 충무로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어필했다.

류승룡은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차승원의 라이벌 검사 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이 작품으로 류승룡은 무명 배우에서 '가능성 있는 조연'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임권택 감독 등 충무로 저명인사들은 '마초적인 매력'의 소유자인 '배우 류승룡'을 눈여겨보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저마다 비중 있는 조연 역할이었다. 박수칠 때 연극 무대를 떠났던 류승룡은 이제 영화계에서 당당히 박수 받는 사람이 돼있었다.

장진 감독과의 인연도 이어졌다. 류승룡은 <거룩한 계보> 출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내가 매니저가 없는데 장진 감독이 사실상 내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류승룡이 출연한 영화에 대해 장진 감독이 계약서 부분을 담당해준 것. 이후 그는 영화 <퀴즈왕>을 통해 2010년 장진 감독과 조우했다.

그 전까지 류승룡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거룩한 계보>를 통해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류승룡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을 비롯해 배우 송혜교, 유지태가 출연한 <황진이>에서 사극배우로서의 가능성까지 보여주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혀나갔다.

'연기의 달인'
소문난 다작배우

류승룡은 업계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 평판이 남달랐다. 한 제작사 대표는 "류승룡이 그때부터 준비된 톱스타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회상했다. 여기자들 사이에서도 류승룡은 인기가 좋았다. 늘 매너 있는 태도로 인터뷰에 응함은 물론 유머감각까지 갖추고 있어 얘기가 잘 통했다는 후문이다.

몇몇 관계자에 따르면 류승룡은 보기보다 상당히 세심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기 관리가 뛰어난 탓이지 웬만해서는 실수를 하지 않으며, 특히 연기에 있어선 보는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것. 이처럼 소탈해 보이는 류승룡의 이면에는 섬세하면서도 뜨거운 날것 그대로의 열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세밀한 캐릭터 분석은 류승룡이 가진 최대 장점이다. 그만큼 류승룡은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읽는다.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는다"고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전했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틈틈이 캐릭터에 대한 메모를 빼놓지 않는 건 물론이다.

그렇게 공들여 만들어진 캐릭터가 <최종병기 활>의 만주군 수장 쥬신타다. 그는 쥬신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몇 달 동안 변발을 하고, 만주어를 익히기 위해 만주의 역사까지 배우는 등 고증에 힘을 쏟았다. 이때 흘린 땀방울은 고대하던 흥행과도 연결됐다.

새로운 일에 늘 자신감을 밝혀왔던 그지만 다작을 하다 보니 고민도 많았다. 동시에 서너 작품을 하다 보니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의 것을 발휘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 그는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을 촬영할 당시 이준익 감독에게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고 전해졌다. 그러자 이준익 감독은 "스스로 자신에게 한계를 두지 말라"고 조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승룡은 "이 말에 큰 용기를 얻었다"고 밝혔다. 슬럼프를 겪을 때쯤 몸에 좋은 약을 맞았던 것.

이처럼 캐릭터를 파고 또 파던 류승룡은 주조연작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마침내 잭팟을 터뜨렸다. 충무로 역사상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평가받는 마성의 카사노바 '장성기'를 히트시킨 것.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서 류승룡은 "비 맞아서 불쌍하고 귀여운데 만지고 싶지 않은 강아지와 같은 느낌"이라고 '장성기'를 설명했다. 이어 류승룡은 "장성기가 실제 류승룡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의 말을 해석하자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던 셈이다.

누가 뭐래도 '장성기'는 그해 충무로 최고의 문제적 캐릭터였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독특한 유머감각. 류승룡은 이 영화를 통해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더티 섹시'라는 그의 유명한 별명도 이때쯤 다시 회자됐다. '장성기'를 통해 그는 분명 대중에게 재조명되고 있었다.

관객 홀린 정신지체 연기
'최저예산 천만영화' 기록

류승룡의 차기작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뚜껑을 열기 전 배우 이병헌의 원톱 영화로만 알려졌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의 반응은 달랐다. '광해'와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펼쳤던 '허균'이 없었다면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렇듯 카사노바에서 킹메이커로 물 흐르듯 연기변신에 성공한 류승룡은 그의 운명과도 같은 작품 <7번방의 선물>을 마침내 만났다.

상업영화 첫 단독 주연. 그러나 정신지체장애인을 연기해야 했다. 캐릭터 분석에 몰두했던 류승룡은 경기 일산에 있는 한 공장에 찾아가 20대 후반의 정신지체 남성을 만났다. 영화 속 '용구'는 그렇게 탄생했다. 시사회에서 밝혔던 대로 류승룡은 촬영장에서 '용구'로 살았다. 밝고 긍정적이면서도 절대로 과하지 않은 한 아이의 아빠로다.

이런 용구를 뒷받침해준 명품 조연진들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의 감동을 극대화했다. 배우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김기천, 정만식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조연들은 모두 7번방의 죄수가 됐다. 단독 주연의 부담을 안고 있던 '고기' 류승룡에게 이들의 존재는 마치 '물'과 같았다.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류승룡은 영화 안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잘빠진 시나리오에 녹아든 류승룡의 연기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여기저기 입소문은 퍼졌고, 마침내 '최저예산 천만관객 영화'라는 금자탑이 류승룡에 의해 세워졌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배우 최초로 출연한 영화 두 편 연속 천만관객을 돌파한 희귀 케이스로 남게 됐다.

물오른 연기력
충무로 재발견

류승룡은 영화계 데뷔 때부터 술·담배를 일절하지 않았다. 소문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배우로서의 삶만큼이나 '가정적인 남편' '좋은 아빠'로서의 삶도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촬영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류승룡. <7번방의 선물>에서 그가 보여준 부성애는 어쩌면 '인간 류승룡'의 진심에서 우러난 '몸에 꼭 맞는 옷'이 아니었을까.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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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