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는 결혼 30년차 베테랑 주부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이씨의 가족들은 이씨가 만든 음식들이 너무 짜거나 반대로 너무 싱겁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최모씨는 일류 요리사를 꿈꾸는 지망생으로 매일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그 음식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최씨는 맛들을 구별해내는 게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레몬을 먹어도 시지가 않을 정도로 미각이 둔해져버렸다.
이씨나 최씨처럼 갑작스레 맛을 구별해내기 어려운 경험을 했다면 ‘미각장애’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혹은 매운 음식만 고집하던 사람들이 매운맛에 길이 들었는지 맵지 않다는 것 역시 미각장애일 수 있다.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에 따르면 미각이란 혀, 구강, 인두의 화학수용체의 작용에 의해 맛을 느끼는 감각을 말한다. 그중 혀에는 미각유두가 있고 그곳에는 미뢰가 있는데 이 미뢰가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미각의 기본이 되는 맛은 ▲단맛 ▲쓴맛 ▲짠맛 ▲신맛 등의 네 가지이며 모든 맛 감각은 이 네 가지 맛의 다양한 조합에 의해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때 매운 맛은 미각이라기보다는 자극에 의한 일종의 통증이다.
그러나 음식물의 맛은 미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며 음식물의 온도, 딱딱한 정도에 따라서도 좌우될 수 있다. 또 그 속에 포함된 후각성분이 코 내부로 들어와 후각영역을 흥분시켜 맛을 인지하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여 교수는 “대개 단맛은 혀의 앞쪽, 쓴맛은 혀의 뒷부분, 신맛은 혀의 옆 부분, 짠맛은 혀끝과 옆 부분에서 느낀다고 한다. 이중 쓴맛만을 설인신경을 통해 나머지 맛은 그 밖의 유두가 감수해 설신경을 통해 대뇌에 전달된다”고 말했다.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음식물의 온도, 딱딱한 정도 거기에 후각까지 맛을 느끼는 데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이러한 다각적인 자극에도 불구하고 마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보고 ‘미각장애’라고 한다.
미각은 여러 신경들에 의해 각각 지배를 받는데 이들 신경의 말초나 중추에 이상이 있을 때 맛을 느끼지 못하는 미각장애가 발생한다. 미각장애에는 ▲미각과민 ▲미각감퇴 ▲미각결여 등이 있다.
특히 미각감퇴의 경우 ▲약물의 복용 ▲바이러스 감염 ▲두부외상에 의한 안면신경마비 ▲과산화수소에 의한 미각신경마비 ▲심인성 및 삼차신경통 등에 의해 나타난다.
여 교수는 “검사를 통해 설인신경 또는 설신경 등이 장애를 받고 있는지 판단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검사를 통해 미각장애가 진단되면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