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VS 비주류 민주당 ‘밥그릇 전쟁’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27 16: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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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잃었으니 남은 것은 '당권'…“예서 밀리면 국물도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민주통합당 주류와 비주류가 ‘2차전’에 돌입했다. 오랜 진통 끝에 전당대회 시기와 새 지도부의 임기가 결정되면서다. 비대위의 결정에 주류는 비교적 조용하다. 반면 비주류에서는 항의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주류의 ‘승’인 것 같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번 전당대회는 주류에 다소 유리하게 전개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비주류의 당권 장악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5월 전당대회는 치열한 전면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치열하게 만들었을까? <일요시사>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18일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긴급회의를 열었다. 비대위는 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정기전당대회를 오는 5월4일에 치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국 단위의 시도당 개편대회가 시작되면서 주류와 비주류 간 당권 대격돌이 벌어질 조짐이다. 제18대 대선 후 주류와 비주류가 전당대회를 무대로 본격적으로 대립구도를 이루며 첫 평가를 받게 됐다. 

룰 사수 전쟁 치열
끝없는 친노 VS 비노

주류와 비주류는 새 지도부 선출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전당대회 시기와 새 지도부 임기 그리고 지도부 선출방식을 두고 양측은 각각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을 고수했다. 양측 모두 사생결단의 각오를 한 모습이었다.

이들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이유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 공천권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친노무현(이하 친노) 중심의 주류와 비노무현(이하 비노) 중심의 비주류가 공천권을 상대 측에 뺏기지 않기 위해 전당대회 시기와 지도부 임기를 유리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 

전당대회 방식은 최종적으로 비대위가 결정한다. 비대위 아래에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이하 전준위)와 정치혁신위원회(이하 정치혁신위)가 대립하고 있어, 비대위의 결정이 전당대회의 당락을 좌우하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비대위 결정이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의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된 이유다.

전대는 전준위 권한
혁신위가 입김 넣어

명칭 그대로 전준위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위원회다. 대선 패배 후 ‘친노 책임론’이 거세게 불던 탓에 주로 친노색이 옅은 비주류 인사들이 전준위에 포진해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게 물세례를 했던 김태랑 전 의원이 전준위 소속 인사라는 점이 그렇다. 당시 박 전 원내대표에게 “당 꼬라지가 이게 뭐냐?”라며 물을 끼얹었던 김 전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오랫동안 논란을 일으켜 대표적인 반 노무현인사로 분류됐다.

지난 1일 민주당은 차기 전당대회 규칙과 정강정책 등을 마련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전대 준비위원회 인선안을 의결했다.

전준위는 전당대회 시기와 새 지도부 임기, 모바일투표 존폐와 지도체제 개편 등 핵심쟁점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기에 친노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전당대회의 모든 사항은 전준위가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친노가 주류에 유리한 방식으로 룰을 바꾸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친노의 입김이란 정치혁신위를 일컫는 말이다. 정치혁신위는 전준위에 앞선 지난 1월21일에 만들어졌다. 정치혁신위는 전준위와 달리 친노색이 짙은 인사들로 구성돼있다.

대선 패배 책임론, 전대위 ‘씌우고 보자’ 정치혁신위 ‘피하고 보자’     
지방선거 공천권 둘러싼 새 지도부 임기 양보할 수 없는 한판승 

양측은 먼저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 불붙기 시작했다. 비주류는 주류 측에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전당대회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주류는 대선 패배의 충격과 분노가 희석되고 전열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이해관계는 분명히 달랐다.

이러한 비주류와 주류의 주장은 전준위와 정치혁신위를 통해 고스란히 대변됐다. 전준위는 3월 말에서 4월 초에 전당대회를, 정치혁신위는 5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할 것을 주장했다. 양측의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비대위는 오는 5월 4일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비대위가 정치혁신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비대위의 이 같은 결정은 “전당대회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던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취임 일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계파갈등 종식을 전면에 내세우며 전당대회가 당파싸움의 무대가 되는 것을 경계했던 문 위원장이었다. 그런 그가 입장을 바꿔 주류의 주장을 반영해 비주류가 비대위에 깊은 불만을 표출하는 계기가 됐다.

전준위와 정치혁신위는 지도부 임기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했다. 당초 전준위는 ‘새 지도부가 내년 9월까지 1년6개월의 임기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안을 마련했다.

반면, 정치혁신위는 한명숙 전 대표의 잔여 임기를 주장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가 내년 1월까지만 당을 이끌고 이후 정기전당대회를 새로 치를 것을 주장해 양측은 또다시 정면충돌했다.

비노 김한길 유력
임기 사수가 관건

역시 비주류 측은 전준위를, 주류 측은 정치혁신위의 주장을 지지했다.

주류와 비주류가 각각 1월과 9월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다. 주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선 패배 책임론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친노보다는 비노 측 인사가 당 지도부 자리에 앉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관계자들 대부분은 작년 지도부 선거에서 모바일 투표로 아깝게 분패한 김한길 의원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친노로 대표되는 당내 주류세력은 대선이 끝난 후 지금까지도 ‘친노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다시 당 지도부에 앉게 될 경우 그에 따른 여론의 비난도 주류에겐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새 지도부 임기가 내년 1월로 끝날 경우, 주류는 대선 패배의 비난 여론이 잦아든 후 다시 새 지도부 선거에 도전할 수 있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을 노려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 공천권을 따내겠다는 셈법이다.

이와 반대로 새 지도부의 임기가 내년 9월까지 지속될 경우, 비주류세력은 당권을 장악하고 공천권을 획득할 수 있다. 비주류는 친노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된다. 전당대회의 시기가 대선 패배 책임론의 경중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면, 지도부 임기는 당권 장악의 결정적인 카드가 되는 셈이다. 주류와 비주류가 사퇴를 무릅쓰고 지도부 임기를 사수하려고 했던 이유다.

전당대회 과정, 국민 신뢰 회복은 뒷전, 계파 싸움으로 얼룩져
갈등의 분수령 될 ‘모바일투표’ 실시 여부, 당권의 향방 좌우

비대위는 결국 지도부 임기를 2년으로 정했다. 이로써 향후 민주당 지도부는 2015년 5월까지 대표직을 유지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는 주류와 비주류의 전면전으로 치닫게 됐다.

비대위의 결정에 대해 주류 측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비주류 측은 다수 의견이 무시됐다는 반별기류가 상당하다. 문 위원장의 지시로 당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새 지도부 임기가 내년 9월까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은 57.0%의 지지를 얻은 반면, 내년 1월까지 여야 한다는 주장은 39.4%에 그쳤다. 비대위가 당내 다수 여론을 스스로 무시한 격이다.

주류 측 인사가 당권을 장악하게 된다 하더라도, 향후 2년간 ‘정치쇄신’과 ‘친노 책임론’에 대해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이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당대회는 진행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혁신을 보여줘야 하지만 실제로는 당권 장악을 위한 계파싸움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측의 서로 다른 셈법이 전대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이어진 끝에 주류 측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전당대회로 결론이 난 점이 더욱 그렇다.

막강한 권한으로
계파싸움 전면전

일단 지난 22일 민주당은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우려를 일으켰던 ‘모바일투표’를 일부분 폐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모바일투표를 폐지하는 대신 대의원과 당원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는 ‘대의원 50% + 권리당원 30% + 일반국민 여론조사 20% (민주당 지지층 +무당파)'로 선출된다. 대의원은 투표소에서 투표하는 방식을 따르되, 권리당원은 ARS에 의한 모바일투표가 가능하다. 모바일투표를 둘러싼 양 측의 갈등은 어느 정도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지만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언제쯤이면 이들이 그토록 외치던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파싸움을 종식할 수 있을지. 대선에 패했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계파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야권 지지자 탄식이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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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