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경영' KT ‘뜬금 사업’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2.25 16: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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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리는 통신공룡 “박근혜 메시지 씹었다”

[일요시사=경제1팀] ‘돈되면 뭐든 한다.’ 통신공룡 기업 KT가 무리한 사업영업 확대로 빈축을 사고 있다. 자기업종과 무관한 건설, 커피 유통, 지하철 광고에 이어 카지노 사업에 까지 손을 대면서 재벌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문어발식 확장으로 준 공기업의 공공성은 점차 잃어가고 있다. 더불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석채 회장의 입지 또한 흔들거리고 있다. 



KT그룹이 비통신 사업부문의 확대를 위해 카지노 슬롯머신 매물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3일 오후 마감한 강원랜드 ‘신규 머신기기 구매’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입찰참가신청에 등록했다.

이 사업은 강원랜드가 지난해 증축한 신규 객장에서 사용할 머신 및 잭팟 시스템 400대(릴머신 55대, 비디오머신 345대)에 대한 구매 건으로, 강원랜드가 책정한 비용은 188억 2534만 5000원(부가세 포함)이다. KT는 낙찰과 동시에 소형도매업체들과 함께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면서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돈 되면 뭐든지
줄줄이 ‘접수’

KT의 비통신사업 다각화 노력은 이석채 회장 취임 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KT의 사업구조는 이동통신·유선통신, 그리고 인터넷망 구축과 서비스 등 통신과 IT 산업에 집중돼 있었다.

이 회장은 2009년 취임직후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며 비통신 분야로 눈을 돌려 체질 변화에 나섰다. 2010년 11개 계열사를 신규 편입하고 4개사를 통합 또는 매각해 계열사를 23개사에서 30개사로 늘렸다.


국내 최대 렌터카 업체인 금호렌터카를 사들이고, 스카이라이프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KT는 금호렌터카를 인수하면서 사실상의 금융업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후 관련 사업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스카이라이프 인수 이후에는 IPTV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상을 확보했다. 스카이라이프와 손잡고 출시한 통신·방송 결합상품인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의 역할이 컸다.

KT는 또 부동산 개발·컨설팅법인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설립해 부동산개발과 정보통신기술이 결합된 U-City사업에도 발을 디뎠다. KT 에스테이트는 KT의 막대한 부동산 자산을 기초로 한 부동산 개발 및 임대 사업을 주로 맡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재벌그룹 계열사 증가율 3배
경호·커피유통·지하철광고에 카지노사업까지

이듬해에는 보폭을 넓혀 16개사를 새로 편입하고 정보기기 임대사업을 하는 케이티알을 KT렌탈에 합병시키면서 전체 계열사를 45개로 늘렸다. BC카드를 필두로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기업인 넥스알과 동영상 검색 플랫폼 기업인 엔써즈, NHN와 합작해 설립한 광고회사인 칸커뮤니케이션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교육 자회사인 KT에듀아이를 헐값에 매각하고 ㈜OIC를 계열사로 편입시키면서 학원업에 진출하는 등 10개의 계열사가 증가했다.

㈜OIC는 유치원 및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러닝 기반의 영어 학습 콘텐츠 개발 전문 기업으로, 이 회장의 인척관계인 유종하 전 외무부장관이 설립한 곳이다. 최근에는 10구단의 주인이 되면서 야구단 사업에도 진출했다.


몸집 불렸는데
내실은 ‘비실비실’

그 결과 이 회장 취임당시 23개이던 KT 계열사는 지난해 56개로 급증했다. 이 증가율은 오너가 있는 10대 그룹 평균(49.9%) 대비 3배에 이르는 수치다. 합작사 설립과 소규모 M&A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그러나 사실상 통신공기업의 사업 외도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본업인 정보통신과 시너지 효과나 경영효율화가 있을지 의심되는 부문에까지 초점을 잃고 방만하게 진출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 취임기간 동안 통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무차별 사업 확장을 벌여 현재 주력 사업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국가 기간 통신망을 운영하며 공공성을 강하게 띄어온 기업 이미지를 무색케 할 뿐 아니라,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연상시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KT에 새로 편입된 계열사들의 경영성적은 크게 부진했다. 지난해 기업 성과 경영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2011년 말까지 3년간의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계열사를 2배 이상 늘리는 등 외형을 급속도로 불렸으나 추가한 계열사의 절반정도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등 경영성과는 좋지 못했다.

새로 편입된 21개 계열사중 15개가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21개 계열사의 총 당기 순이익 규모도 KT그룹 총이익의 10.6%수준이었다.

나머지 회사도 BC카드와 KT스카이라이프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소규모 흑자가 대부분인데다 이중에도 자본잠식상태에 있는 기업이 스마트채널 외 3개사, 부채비율 1000%가 넘는 기업도 2개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실 계열사 처분
‘문어발 경영’ 뒤탈?

경쟁적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부작용도 속출했다. 지난 2004년 포털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겠다며 야심차게 인터넷 사업에 진출한 포털 ‘파란닷컴’은 지난해 7월 부로 폐쇄됐고, 2006년 IPTV 사업진출을 앞두고 콘텐츠 확보를 위해 인수한 올리브나인 드라마 제작 사업에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2009년 철수했다.

2010년 이후 뮤직시티미디어, 도레미 미디어, 파란고양이, 디앤지스타 등 지난 3년간 약 14개의 계열사를 제외하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또한 2008년 4월 교육 사업 진출을 위해 6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KT에듀아이는, 두 차례 걸쳐 15억원이 넘는 유상증자 실시에도 누적 결손을 벗어나지 못하고 4년만인 지난해 3월 철수했다. 60억원 이상을 투자한 회사에서 건진 원금은 겨우 7000만원이었다.

거꾸로 가는 ‘혁신 KT’…밥줄 끊길까 ‘전전긍긍’


한 업계 관계자는 “KT가 지분투자와 M&A를 통해 덩치 키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보니 그로인한 경제적 부작용을 겪는 것”이라며 “이 회장은 문어발 사업 확장을 두고 비약적인 성공을 일궈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부실 역시 쌓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1년짜리 연임?
흔들리는 이석채

상황이 이렇자 이 회장은 내부 안팎으로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혁신 전도사’라는 타이틀 또한 흔들거리면서 정권이 바뀌면 외풍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혔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의 장들이 물갈이 되는 것이 관례인 점을 미루어 볼 때 1년짜리 회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임자인 남중수 전 사장도 이명박 정권 출범 이전 연임 작업을 완료 했지만 정치권의 압력을 피하지 못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며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전례가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청와대 제2대변인 출신인 김은혜 전무를 영입하고, 김 전무 영입 2개월 뒤에는 오세현 전 IBM상무를 코퍼레이션센터 신사업전략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오 상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동생이자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IT 전문가로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지지 선언에 참여했던지라 이 회장의 편향된 인사 스타일이 또 한 차례 도마에 오르게 됐다.

2011년에는 종합편성 채널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오다 자회사를 통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4개 종편에 모두 83억9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KT가 자본금 납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종편사들의 구원투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런 오명을 미뤄볼 때 “이회장이 새 정부의 압박을 견딜 수 있겠느냐”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이 KT 유무선 조직의 기능을 완전히 통합하고 그룹 시너지 경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윤리 경영실 강화와 김영일 부사장 등 측근 전면 배치 등이 일종의 보험 성격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자신의 최측근인 김일영 부사장을 승진시켜 권한을 강화한 것은 보다 강력한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 것”이라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눈치 보기에 바쁘던 이 회장이 ‘회장직 굳히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 회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이 많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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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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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