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왕' 구속에 벌벌 떠는 사람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18 11: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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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첫승…역외탈세 "꼼짝 마!"

[일요시사=경제1팀] '구리왕'과 '완구왕'과의 세금전에서 잇따라 패배의 쓴 잔을 들이켰던 국세청이 '선박왕'과의 전쟁에서 드디어 첫승을 올렸다. 사법부가 선박왕에 대해 탈세 사실을 인정하고 중형을 선고한 것. 따라서 앞으로 역외탈세 조사는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선박왕을 찌른 국세청의 칼이 이번엔 어디로 향할까? 역외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이 역외탈세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권 회장은 국세청 발표 기준으로 대형 선박 160척을 보유해 국제 해운업계에서 '한국의 오나시스(그리스 출신 선박왕)'로 불려 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지난 12일 조세포탈과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34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 회장이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 온 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 법정구속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국내거주자 맞다"

검찰은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돼 권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법인세 포탈로 함께 기소된 시도상선의 홍콩 자회사(CCCS)에는 벌금 265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국세청은 2011년 4월 권 회장이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있음에도 탈세 목적으로 조세 피난처에 거주하는 것처럼 위장했다며 추징금 액수로 역대 최대인 4104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200여억원을 탈세하고 국내 조선회사들과 선박 건조 예약을 체결하며 회삿돈 90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권 회장을 기소했고, 결심공판에서 권 회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2284억원을 구형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역외탈세 혐의자를 어디까지 국내 거주자로 볼 것인가'였다. 소득세법에는 국내 거주자에 대해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년 이상 거소를 둔 개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외에서 직업을 갖고 1년 이상 계속 거주해도 국내에 가족 및 자산이 있는 등 생활 근거가 국내에 있으면 역시 거주자에 해당한다. 계속 외국에서 거주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비거주자로 본다.

그간 권 회장은 "거주지가 국내가 아닌 홍콩이다"며 "시도상선 본사도 홍콩에 있어 한국 국체청에 납세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권 회장의 국내 체류일수는 연간 104~193일이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권 회장이 1992년부터 서울 반포동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두고 있으면서 해외법인 설립을 위한 서류 등에 주민등록상 주소를 반포동으로 기재해온 점과 함께 권 회장의 부인이 주로 한국에서 거주해왔고, 가족이 국내에서 수백 회에 걸쳐 병원진료를 받은 점 등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자산 보유현황, 직업활동, 복지혜택 영위 내역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국내에 거주했다고 볼 수 있다"며 "CCCS도 핵심적인 의사 결정이 국내에서 이뤄져 법인세법상 국내 법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사실상 첫 유죄…권혁 시도상선 회장 법정 구속
조세포탈 추적 탄력…2심 앞둔 '완구왕' 어떡해

이로써 '구리왕'과의 세금전에게 패배하고 최근 '금품수수' 등으로 몰매를 맞아온 국세청의 체면이 조금이나마 서게 됐다. 역외탈세와의 전쟁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국세청은 카자흐스탄에서 구리 채광·제력 사업으로 1조원대의 수익을 올린 '구리왕' 차용규씨에게 1600억원의 과세를 통보했다가 작년 1월 과세전적부심에서 졌다. 적부심 위원회 멤버 11명 중 국세청 직원 5명을 제외한 민간인 위원 6명이 차씨 손을 들어준 것. 런던, 홍콩 등에 주로 사는 차씨는 한국 거주자로 볼 수 없어 한국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할 수 없다는 게 적부심 결정의 주된 내용이었다. 국세청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국세청은 '성과주의에 쫓겨 무리한 조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국세청은 특정 납세자의 확인되지도 않은 세금 탈루 관련 정보를 일부 언론에 흘려 보도하도록 한 뒤 이를 이용, '정치적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었다. 국정감사에서는 역외탈세 성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완구왕'의 경우는 좀 다르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박종완 에드벤트엔터프라이즈 대표는 2000년대에 봉제인형을 미국에 수출해 큰 수익을 올려 완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박씨가 홍콩 법인을 통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어퍼컴퍼니에 이익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세금 437억원을 포탈하고 947억원 상당의 재산을 외국에 숨겼다며 2140억원을 추징하고 같은 해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법원은 "미국 영주권이 있는 박씨는 한국 국세청에 납세 의무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미국 국세청이 지난해 4월 말 박씨에 대해 미국 거주자가 아니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와 2심에서는 국세청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미국 국세청이 박씨를 미국 거주자가 아니라고 한 것은 한국 거주자로 판단한 것"이라며 "2심 재판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의 역외탈세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영국 '조세정의 네트워크'에 따르면 1970년부터 40년간 한국에서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은 7790억달러(약 830조원)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1조1890억달러), 러시아(7980억달러)에 이어 세계 세 번째 규모다. 조세피난처로 지목된 국가들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조세피난처와의 외환거래가 지난 11년간 6배 가까이 늘었고 한국 기업이 세운 서류상 회사는 30대 재벌 소속 47개를 포함해 5000개 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엄벌 신호탄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8~2011년 역외탈세 조사 건수는 335건, 부과세액은 1조7960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이를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 지하로 숨어든 역외탈세 규모는 가늠조차 어렵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 대해 "합법을 가장해 세금을 빼돌리는 부유층에 경종을 울릴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주춤해 왔던 역외탈세 조사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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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