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재계, 사내 ‘권력암투’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2.21 17: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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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지금…‘묻지마 투서’ 전쟁 중

[일요시사=경제1팀] ‘내부 고발자’의 투서에 기업들이 떨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는 비리 등과 관련된 투서·진정이 난무하고, 기업 밖에서는 공직자나 기업주를 흔드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되던 내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고발자가 사람 잡는 시대다.




“○○○ 부사장은 계약직 여직원을 사적인 자리에 불러내 성추행했다.” “○○○ 임원(후견인)은 스폰서가 한둘이 아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업 내부 인사들을 흠집 내는 투서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의 표현대로라면 과거엔 아무리 회사가 섭섭하게 해도 몸담았던 조직의 발을 찍는 일은 없었는데 최근 들어 부쩍 내부 고발자가 늘고 있다.

사정기관들은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나설 것이란 흉흉한 소문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기업의 조직 분위기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대론 안 돼”
내부고발자 급증

A공사는 최근 팀장급 직원이 공개한 C부사장의 인사비리 등 폭로 투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사 조사연구실에서 일하던 김모팀장은 지난달 22일 개인 블로그에 ‘파행경영과 비리 주역 C부사장의 파면을 요구한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팀장은 이 글에서 C부사장을 지목해 독단적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사내 파벌을 조장하고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공사가 고위간부로 재직 중인 C부사장 개인의 사조직이나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C부사장의 파행경영과 비리가 대표정책금융기관을 지향하는 공사의 정체성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이런 파행경영이 3년간 지속되고 있지만 많은 직원들이 혹시 인사실권자(C부사장)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 벌벌 떨면서 ‘양들의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김 팀장은 우선 자신이 경험한 2010년 팀장 인사평가 문제를 지적하며, 산업은행 출신과 비산업은행 출신의 인사 차별에 대해 언급했다.

김 팀장은 “인사팀의 비산업은행 출신 부서장들에게 ‘다른 사람을 먼저 승진시켜야 한다’는 등의 황당무계한 논리로 이미 제출한 평가 점수를 낮춰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는 산업은행 출신이 아닌 관계로 업무프로세스가 익숙지 않은 비산업은행 출신 부서장들을 농락한 것이나 다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C부사장은 노골적으로 ‘내가 있는 한 외부출신의 승진은 없다’ ‘사장도(임기가 끝나면) 나간다. 나한테 줄 잘서라’ ‘(비산은출신 팀장에게) 내가 당신을 부장시키면 사장 앞에서 나를 씹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총·인사 앞둔 공기업·대기업 ‘폭로 몸살’
비리·성추문 등 의혹 봇물…고소·고발 난무

김 팀장은 C부사장의 현금상납설과 성추행설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공금의) 지출명목 허위작성은 일상화된 일”이라며 “일부 부서장들은 업무추진비는 물론 각종 회의비, 야식비까지 개인의 쌈짓돈처럼 쓴다”고 주장했다.

이어 “(C부사장이) 계약직 여직원에게 직접 전화해 사적인 저녁식사자리에 동참시킨 일도 있었다”고 파행을 폭로했다. 글의 마지막에는 감사실과 컴플라이언스팀에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낱낱이 조사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해당 글이 확산되자 A공사는 감사원 감사를 실시, 지난 6일 전격적으로 임원 인사를 단행해 투서에 당사자로 지목된 C부사장의 모든 직무와 권한을 중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C부사장은 공사의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아 기획과 인사, 자금, 국제금융, 해외사업 등의 주요 핵심 업무를 담당해 왔으나 이번 인사로 사실상 대기발령 상태에 놓였다. 공사는 대외적인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조기에 사태 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청장 눈에 들면
1계급 특진?

B청은 ‘투서’를 발단으로 고위 간부들끼리 맞고소를 놓는 볼썽사나운 꼴을 연출하고 있다. L청장은 지난달 S 전 본부장과 B 현 간부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는 S 전 본부장이 L청장을 고소한데 대한 맞고소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당시 S본부장이 직위해제 되면서 시작됐다. S 당시 본부장이 L청장의 영남 중심 지역 편향적 인사와 개인 비리 등을 담은 투서(A4 11장)를 감사원·국회에 제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S 전 본부장은 직위해제 직후 L청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후 감사원은 L청장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와 답변이 오갔다. 그 사이 L청장은 S 전 본부장을 검찰에 맞고소했다. 두 달 남짓 감사를 벌인 감사원은 지난 7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S 전 본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감사원에 따르면 L청장은 지난해 1월 임의로 승진 심사절차를 간소화하고 한 직원을 특별 승진시켰고, 2011년 7월에는 전입요건을 갖추고 못한 지방직 공무원 4명을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보 조치했다.

L청장은 또 자신이 차장으로 재직시절 직원들로부터 수 백만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 받았다는 투서를 감사원에 보냈다며 한 직원을 의심해 이 직원을 ‘직무수행 능력과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하고 성실·복종 및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를 붙여 강등 조치를 하기도 했다.

감사원의 발표에 따라 하극상으로 비춰지던 B청 수뇌부 간 갈등은 ‘총수의 인사전횡’이라는 반전으로 매듭짓는 분위기다. 조직 초유의 고소·고발 사태에 대해 B청의 한 직원은 “결국 인사 문제를 둘러싼 투서와 총수의 무원칙, 비리로 촉발한 일”이라고 한탄했다.

실제 B청 감찰계에 들어오는 투서는 한 달 평균 3∼4건 이지만 인사철이 되면 10배 가까지 폭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투서로
시장 추락 위기

기업들 역시 인사철에 몰리는 투서에서 자유롭지 않다. C사도 지난 2006년 임원 인사를 둘러싼 투서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당시 투서문건에 따르면 J회장의 핵심 측근들이 기업 내 J회장 주변에 ‘인(人)의 장막’을 치고 독자적인 세력구축을 위해 인사를 전횡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은 특히 이들이 주요 임원 인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경쟁자를 제거했다는 주장까지 담고 있어 논란을 키웠다.

지난 2009년 D그룹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도 때 아닌 투서 소동이 일어났다. 차기 후보로 유력한 모 인사가 수년 전에 D그룹 내부정보를 이용해 거액의 차익을 거뒀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투서가 날아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D그룹이 납품받는 과정에서 친인척 회사에 대규모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투서까지 나와 충격을 줬다.

E그룹은 동생이 회장으로 추대되는데 반대한 형이 동생의 비리를 담은 투서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골육상쟁의 불씨를 만들었다.

이에 검찰은 E그룹 전반에 대한 비리 조사를 실시했고, 조사결과 두 형제 모두 유죄가 입증 돼 나란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사정기관에도 진정서 쌓여…내사 돌입
해당 기업들 좌불안석 “정보풀 가동”

이후 형은 E그룹에서 제명됐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중견 기업을 인수했지만 자금난, 실적 부진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이듬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F사는 한 직원의 투서로 중국시장에서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 중국 현지에서 ‘모범답안’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F사에 돌이킬 수 없는 오명을 가져다 준 투서가 공개된 것이다.

지난 2006년 말 중국 상하이의 F사 A/S업체에 근무하던 한 직원은 당시 “F사가 판매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는 에어컨을 자체 수리 및 재포장 과정을 거쳐 새 제품으로 둔갑시킨 뒤 소비자에게 재 판매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보냈다.

당시 F사 측은 일부 A/S센터에서 일부 문제 제품에 대해 수리과정을 거쳐 포장만 다시한 후 판매한 사실이 있었음을 시인하며 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F사는 기업 이미지는 물론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 시장 내에서 ‘반(反 ) F사’ 조직이 출범하는 계기가 됐고, 최근까지도 F사의 판매율은 꾸준한 하향곡선을 그리며 곤두박질치고 있다.

‘고발’은 짧고
‘고생’은 길다?

이런 과정에서 다수가 입은 상처는 컸다. 전문가들은 문제점 개선을 위한 투서문화는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각종 이해관계에 따른 감정적 고소고발은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양산해 사회를 좀먹는 병폐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학 교수는 내부고발자의 증가에 대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며 “인터넷의 확산이 갖가지 부작용도 일으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긍정적인 것처럼 내부고발자도 불투명한 사회의 제도와 법을 보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 노조 관계자는 “민주주의는 절차의 합리성과 정당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국내 기업들의 경영 형태는 아직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계속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고발은 짧고 고생은 길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근거 없는 진정과 투서 남발로 사법기관의 내사와 수사가 진행돼 행정력 낭비와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심각하다”며 “이해관계에 따른 무분별한 진정과 투서는 지역의 분열만 조장할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내부고발자 잔혹사

입 함부로 놀렸다간 ‘모가지’

공익을 위해 조직 내부의 부패행위를 폭로했다가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조직적 차원의 ‘보복행위’도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내부 고발자에 대해 보복성 인사를 가하는 등 불이익이 잇따르고 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직원 A씨는 2011년 6월 상급자의 업무추진비 횡령과 부당한 집행을 내부 감사실에 신고했다. 그런데 그는 곧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됐다. “조직 화합을 저해했다”는 이유였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직원 B씨는 지난해 5월 공사 계약 체결 과정에서 상급자의 부당한 알선·청탁 사실을 내부에 신고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포상이 아니라 재계약 거부 통지였다.
C씨는 지난해 3월 산림조합중앙회가 서울 우면산 산사태 복구공사비를 과다계상한 의혹을 발주 기관인 서울시에 신고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한 직원은 산림조합중앙회 직원에게 신고자의 신분을 유출했고, 산림조합중앙회는 C씨에게 신고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전남 광양시청 직원인 D씨는 2011년 5월 동료 직원이 생활폐기물 반입 수수료 2700여만원을 누락시킨 사실을 광양시 감사실에 신고했다. D씨는 한 달여 뒤 동료 직원에게 폭행을 당했다. 또 광양시는 공직기강을 저해했다는 이유로 D씨에게 감봉 처분을 내렸다.
이에 권익위는 서울시장과 산림조합중앙회장에게 ㄷ씨의 신분을 공개한 직원을 각각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광양시장에게는 ㄹ씨에 대한 감봉 처분을 취소하고 과태료 350만원을 물도록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부패행위를 정당하게 신고한 사람에게 보복을 하거나 신변위협, 신분공개 등을 하는 행위에 대해선 앞으로도 형사처벌 등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매년 권익위의 반부패 경쟁력 평가에도 이 사실을 적극 반영해 기관들이 책임지고 내부 고발자 보호를 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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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