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국정원 몸통’ 살린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18 11: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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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엔 만점 북쪽엔 빵점인 정보력…북풍만 불면 ‘아이 좋아~’

[일요시사=정치팀]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원 댓글조작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북한 핵실험 때문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의 ‘북풍공작’이 아니다. 이번엔 북한발(發) ‘순수(?) 북풍’이다. 심리정보부(가칭) 소속의 여직원에게 집중되던 국정원 사건이 원세훈 원장으로 여론이 쏠린 것은 민주통합당의 김정현 부대변인의 논평이 있고 나서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한몫했다. 국정원장이 국정원 사건의 몸통으로 거론되기 시작하고 얼마 후, 북한 핵실험이 연일 언론에 대서 특필됐다.

 


지난 12일 북한이 세 번째 핵실험을 끝내 강행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국제사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머리를 맞댔다. 만에 하나 있을 북한의 후속 도발이 악순환으로 이어질 경우가 문제였다. 그럴 경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은 시각 한 시민단체는 국정원 직원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 “여당 협조 안 해”
여당 “하고 싶은 대로”

지난 12일 취재기자는 국정원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정보위원회·국정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와 관련된 의원실을 빠짐없이 샅샅이 돌아다녔다.

정보위원회 간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실. 오후 4시 정보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윤 의원실은 한참 분주했다.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민주당과 협력해 진행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취재기자는 국정원 사건 담당자에게 물었다.

모니터를 보며 업무를 보던 관계자는 한 일간지의 첫 번째 지면을 취재기자 면전에 들어 올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것 좀 보세요. 지금 북한이 핵을 쏴 올렸어요”라며 신문을 흔들었다.

취재기자는 "그렇다면 북한 핵실험 문제로 국정원 사건은 더 이상 논의되지 않는다고 봐야 하나요? 민주당에서는 새누리당과 관련 기관이 협의하지 않아 국정원 사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라고 말했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신문을 가리키며 “지금 국정원 사건이 중요한가요? 북한 핵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 마당에…. 민주당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세요”라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 “북한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데… 아직도 국정원 타령?”
전직 국정원 직원 “윗선 지시 없이 여직원 혼자 절대 조작 못 해”

취재기자가 "민주당이 하고 싶어도 새누리당이 협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라고 묻자 관계자는

“그러니까 민주당 마음대로 하라고요”라며 짜증 섞인 투로 답했다.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김현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새누리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꼽았다. 그 외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실도 딱히 방법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취재기자가 만난 새누리당 관계자의 답변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국회에서 국정원 사건이 국정조사로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김현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을 해결하고 나설 주체가 없다”라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정보위원회 소속의 박지원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사실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정보위원회 회의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이며,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을 통해서도 알 수 없다. 국정원 사건이 어려운 이유다”라고 말했다.

“묵인이나 지시 없이
 조직적 활동 불가” 

민주당 관계자들은 국정원 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조심스럽게 한 인물을 지목했다. 바로 국가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원세훈 국정원장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정원장의 암묵적인 동의 없이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조작사건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원에서 30년을 근무했던 김모씨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전직 국정원 직원인 김씨는 <일요시사>와 만남에서 “여직원 혼자 꾸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윗선의 지시 없이 그런 일을 혼자 할 수 없다. 국정원에서 일해 본 사람이면 다 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는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있나?”라며 “이것은 국정원장의 지시하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정원 여직원은 벌써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직원은 여기저기 고소하고 있다. 국정원은 여직원을 감싸고 돈다. 국정원이 왜 이렇게 똘똘 뭉칠 수 있겠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국정원이 정치·조직적으로 권력기관화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예산”이라며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예산은 비공개다. 영수증 처리도 안 되는 지출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국정원장 자리에 자신의 충복만 앉히면 국정원 예산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예산을 이용해 국정원 인력과 정보력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집중시키면, 대한민국 전체를 쥐고 흔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민주통합당의 김정현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원 원장을 겨냥한 바 있다. 

“장막 뒤에 숨어선 안 돼”
“국정원 다수요원 무관”

김 부대변인은 국정원장에게 대선개입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 부대변인인 “국정원장은 더 이상 이 사건의 장막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변했다. 민주당에서 원 원장을 직접 겨냥해 공격한 것은 김 부대변인이 최초였다.

이틀 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합류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해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고소당한 표 전 교수는 “원 원장, 공개토론 합시다”라며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표 전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제 판단에 ‘국정원 게이트’는 결코 국정원 전체 혹은 다수요원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사적 이익 위해 정보권력 이용하려한 소수 외부영입자 주도 행위입니다”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원 원장을 언급한 것에 대해 “상황이 그렇게 전개됐다. 국정원 사건이 국정원 조직 전체 문제로 확대돼가는 측면이 있었다. 원 원장은 MB정부하에서 임명된 사람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벌어진 일은 털고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그 같은 논평을 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보기관의 최고수장 자리에 오른 원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힌다. 원 원장은 MB가 서울시장 재직 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 서울시장 당시 최측근 보좌
구멍 난 대북 정보력 위험한 수준, 핵 날아와도 아무것도 못 해

그는 MB가 청와대에 입성하자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후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MB정부에서 그는 시원하게 출세가도를 달렸다. 게다가 그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정원장으로 장수하고 있다.

김씨는 원 원장에 대해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언론사는 “그동안 원 원장은 정부 내에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언터처블(untouchable) 실세’였다. 매주 금요일 MB를 독대한다. 이 자리엔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배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 원장의 대통령 독대가 각종 민감한 현안이나 인사 문제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원 원장에게 줄을 대기 위해 노력하는 장차관이 적지 않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라고 보도했다.

 

 

원 원장이 본격적으로 국정원 사건 몸통으로 거론될 무렵, 때마침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했다.


지난 12일 국회 정보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원 원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 원장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정원 사건 수사 촉구 목소리를 내던 정청래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정원 사건이 언급됐다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정원의 대북정보력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구멍 난 대북 정보력은 이번 북한 핵실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관해 책임져야 할 원 원장이 오히려 북풍으로 국정원 사건에서 한발 비켜선 사실이 모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표적인 MB맨
‘언터처블 실세’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방부나 국정원이나 대북 정보력은 현재 제로에 가깝다. 전혀 예측이 안 되고 있다. 국가안위와 관련된 기관이 정치기구화 된 것은 단지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당장 북한이 핵을 쏜다고 해도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 아리랑 위성도 탐지 못 하고 있다. 핵 측정기구도 없다. 미군의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데 북한이 폐쇄해버리면 도리가 없다. 이런 것들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정원이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목적으로 국정원이 낭비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큰일’만 터지면 물 타기용 사건이 발생하는 대한민국 사회이기에 국민들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묻혀버릴 공산이 큰 국정원 댓글조작사건의 ‘몸통’에도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연 사건은 억세게 재수 좋은(?) 세력들의 바람처럼 이대로 영영 묻혀버릴 것인가?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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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