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국정원 몸통’ 살린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18 11: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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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엔 만점 북쪽엔 빵점인 정보력…북풍만 불면 ‘아이 좋아~’

[일요시사=정치팀]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원 댓글조작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북한 핵실험 때문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의 ‘북풍공작’이 아니다. 이번엔 북한발(發) ‘순수(?) 북풍’이다. 심리정보부(가칭) 소속의 여직원에게 집중되던 국정원 사건이 원세훈 원장으로 여론이 쏠린 것은 민주통합당의 김정현 부대변인의 논평이 있고 나서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한몫했다. 국정원장이 국정원 사건의 몸통으로 거론되기 시작하고 얼마 후, 북한 핵실험이 연일 언론에 대서 특필됐다.

 


지난 12일 북한이 세 번째 핵실험을 끝내 강행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국제사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머리를 맞댔다. 만에 하나 있을 북한의 후속 도발이 악순환으로 이어질 경우가 문제였다. 그럴 경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은 시각 한 시민단체는 국정원 직원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 “여당 협조 안 해”
여당 “하고 싶은 대로”

지난 12일 취재기자는 국정원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정보위원회·국정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와 관련된 의원실을 빠짐없이 샅샅이 돌아다녔다.

정보위원회 간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실. 오후 4시 정보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윤 의원실은 한참 분주했다.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민주당과 협력해 진행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취재기자는 국정원 사건 담당자에게 물었다.

모니터를 보며 업무를 보던 관계자는 한 일간지의 첫 번째 지면을 취재기자 면전에 들어 올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것 좀 보세요. 지금 북한이 핵을 쏴 올렸어요”라며 신문을 흔들었다.

취재기자는 "그렇다면 북한 핵실험 문제로 국정원 사건은 더 이상 논의되지 않는다고 봐야 하나요? 민주당에서는 새누리당과 관련 기관이 협의하지 않아 국정원 사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라고 말했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신문을 가리키며 “지금 국정원 사건이 중요한가요? 북한 핵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 마당에…. 민주당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세요”라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 “북한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데… 아직도 국정원 타령?”
전직 국정원 직원 “윗선 지시 없이 여직원 혼자 절대 조작 못 해”

취재기자가 "민주당이 하고 싶어도 새누리당이 협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라고 묻자 관계자는

“그러니까 민주당 마음대로 하라고요”라며 짜증 섞인 투로 답했다.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김현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새누리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꼽았다. 그 외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실도 딱히 방법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취재기자가 만난 새누리당 관계자의 답변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국회에서 국정원 사건이 국정조사로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김현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을 해결하고 나설 주체가 없다”라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정보위원회 소속의 박지원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사실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정보위원회 회의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이며,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을 통해서도 알 수 없다. 국정원 사건이 어려운 이유다”라고 말했다.

“묵인이나 지시 없이
 조직적 활동 불가” 

민주당 관계자들은 국정원 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조심스럽게 한 인물을 지목했다. 바로 국가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원세훈 국정원장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정원장의 암묵적인 동의 없이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조작사건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원에서 30년을 근무했던 김모씨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전직 국정원 직원인 김씨는 <일요시사>와 만남에서 “여직원 혼자 꾸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윗선의 지시 없이 그런 일을 혼자 할 수 없다. 국정원에서 일해 본 사람이면 다 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는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있나?”라며 “이것은 국정원장의 지시하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정원 여직원은 벌써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직원은 여기저기 고소하고 있다. 국정원은 여직원을 감싸고 돈다. 국정원이 왜 이렇게 똘똘 뭉칠 수 있겠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국정원이 정치·조직적으로 권력기관화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예산”이라며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예산은 비공개다. 영수증 처리도 안 되는 지출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국정원장 자리에 자신의 충복만 앉히면 국정원 예산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예산을 이용해 국정원 인력과 정보력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집중시키면, 대한민국 전체를 쥐고 흔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민주통합당의 김정현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원 원장을 겨냥한 바 있다. 

“장막 뒤에 숨어선 안 돼”
“국정원 다수요원 무관”

김 부대변인은 국정원장에게 대선개입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 부대변인인 “국정원장은 더 이상 이 사건의 장막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변했다. 민주당에서 원 원장을 직접 겨냥해 공격한 것은 김 부대변인이 최초였다.

이틀 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합류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해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고소당한 표 전 교수는 “원 원장, 공개토론 합시다”라며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표 전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제 판단에 ‘국정원 게이트’는 결코 국정원 전체 혹은 다수요원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사적 이익 위해 정보권력 이용하려한 소수 외부영입자 주도 행위입니다”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원 원장을 언급한 것에 대해 “상황이 그렇게 전개됐다. 국정원 사건이 국정원 조직 전체 문제로 확대돼가는 측면이 있었다. 원 원장은 MB정부하에서 임명된 사람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벌어진 일은 털고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그 같은 논평을 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보기관의 최고수장 자리에 오른 원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힌다. 원 원장은 MB가 서울시장 재직 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 서울시장 당시 최측근 보좌
구멍 난 대북 정보력 위험한 수준, 핵 날아와도 아무것도 못 해

그는 MB가 청와대에 입성하자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후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MB정부에서 그는 시원하게 출세가도를 달렸다. 게다가 그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정원장으로 장수하고 있다.

김씨는 원 원장에 대해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언론사는 “그동안 원 원장은 정부 내에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언터처블(untouchable) 실세’였다. 매주 금요일 MB를 독대한다. 이 자리엔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배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 원장의 대통령 독대가 각종 민감한 현안이나 인사 문제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원 원장에게 줄을 대기 위해 노력하는 장차관이 적지 않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라고 보도했다.

 

 

원 원장이 본격적으로 국정원 사건 몸통으로 거론될 무렵, 때마침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했다.


지난 12일 국회 정보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원 원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 원장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정원 사건 수사 촉구 목소리를 내던 정청래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정원 사건이 언급됐다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정원의 대북정보력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구멍 난 대북 정보력은 이번 북한 핵실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관해 책임져야 할 원 원장이 오히려 북풍으로 국정원 사건에서 한발 비켜선 사실이 모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표적인 MB맨
‘언터처블 실세’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방부나 국정원이나 대북 정보력은 현재 제로에 가깝다. 전혀 예측이 안 되고 있다. 국가안위와 관련된 기관이 정치기구화 된 것은 단지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당장 북한이 핵을 쏜다고 해도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 아리랑 위성도 탐지 못 하고 있다. 핵 측정기구도 없다. 미군의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데 북한이 폐쇄해버리면 도리가 없다. 이런 것들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정원이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목적으로 국정원이 낭비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큰일’만 터지면 물 타기용 사건이 발생하는 대한민국 사회이기에 국민들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묻혀버릴 공산이 큰 국정원 댓글조작사건의 ‘몸통’에도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연 사건은 억세게 재수 좋은(?) 세력들의 바람처럼 이대로 영영 묻혀버릴 것인가?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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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