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국정원 몸통’ 살린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18 11: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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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엔 만점 북쪽엔 빵점인 정보력…북풍만 불면 ‘아이 좋아~’

[일요시사=정치팀]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원 댓글조작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북한 핵실험 때문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의 ‘북풍공작’이 아니다. 이번엔 북한발(發) ‘순수(?) 북풍’이다. 심리정보부(가칭) 소속의 여직원에게 집중되던 국정원 사건이 원세훈 원장으로 여론이 쏠린 것은 민주통합당의 김정현 부대변인의 논평이 있고 나서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한몫했다. 국정원장이 국정원 사건의 몸통으로 거론되기 시작하고 얼마 후, 북한 핵실험이 연일 언론에 대서 특필됐다.

 


지난 12일 북한이 세 번째 핵실험을 끝내 강행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국제사회도 발 빠르게 움직이며 머리를 맞댔다. 만에 하나 있을 북한의 후속 도발이 악순환으로 이어질 경우가 문제였다. 그럴 경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같은 시각 한 시민단체는 국정원 직원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경찰의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 “여당 협조 안 해”
여당 “하고 싶은 대로”

지난 12일 취재기자는 국정원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정보위원회·국정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와 관련된 의원실을 빠짐없이 샅샅이 돌아다녔다.

정보위원회 간사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실. 오후 4시 정보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윤 의원실은 한참 분주했다.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민주당과 협력해 진행할 계획이 있으십니까?"


취재기자는 국정원 사건 담당자에게 물었다.

모니터를 보며 업무를 보던 관계자는 한 일간지의 첫 번째 지면을 취재기자 면전에 들어 올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것 좀 보세요. 지금 북한이 핵을 쏴 올렸어요”라며 신문을 흔들었다.

취재기자는 "그렇다면 북한 핵실험 문제로 국정원 사건은 더 이상 논의되지 않는다고 봐야 하나요? 민주당에서는 새누리당과 관련 기관이 협의하지 않아 국정원 사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라고 말했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이 신문을 가리키며 “지금 국정원 사건이 중요한가요? 북한 핵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 마당에…. 민주당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세요”라고 잘라 말했다.

새누리당 “북한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데… 아직도 국정원 타령?”
전직 국정원 직원 “윗선 지시 없이 여직원 혼자 절대 조작 못 해”

취재기자가 "민주당이 하고 싶어도 새누리당이 협의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라고 묻자 관계자는

“그러니까 민주당 마음대로 하라고요”라며 짜증 섞인 투로 답했다.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김현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 진상조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새누리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꼽았다. 그 외엔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실도 딱히 방법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취재기자가 만난 새누리당 관계자의 답변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국회에서 국정원 사건이 국정조사로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김현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을 해결하고 나설 주체가 없다”라며 안타까운 속내를 드러냈다.

정보위원회 소속의 박지원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정원 사건과 관련된 사실은 대부분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정보위원회 회의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이며,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을 통해서도 알 수 없다. 국정원 사건이 어려운 이유다”라고 말했다.

“묵인이나 지시 없이
 조직적 활동 불가” 

민주당 관계자들은 국정원 사건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조심스럽게 한 인물을 지목했다. 바로 국가정보를 쥐락펴락하는 원세훈 국정원장이다. 이들은 대부분 국정원장의 암묵적인 동의 없이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조작사건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국정원에서 30년을 근무했던 김모씨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전직 국정원 직원인 김씨는 <일요시사>와 만남에서 “여직원 혼자 꾸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윗선의 지시 없이 그런 일을 혼자 할 수 없다. 국정원에서 일해 본 사람이면 다 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정원이라는 조직이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는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있나?”라며 “이것은 국정원장의 지시하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국정원 여직원은 벌써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직원은 여기저기 고소하고 있다. 국정원은 여직원을 감싸고 돈다. 국정원이 왜 이렇게 똘똘 뭉칠 수 있겠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국정원이 정치·조직적으로 권력기관화 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예산”이라며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예산은 비공개다. 영수증 처리도 안 되는 지출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국정원장 자리에 자신의 충복만 앉히면 국정원 예산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예산을 이용해 국정원 인력과 정보력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집중시키면, 대한민국 전체를 쥐고 흔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일 민주통합당의 김정현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원 원장을 겨냥한 바 있다. 

“장막 뒤에 숨어선 안 돼”
“국정원 다수요원 무관”

김 부대변인은 국정원장에게 대선개입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 부대변인인 “국정원장은 더 이상 이 사건의 장막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변했다. 민주당에서 원 원장을 직접 겨냥해 공격한 것은 김 부대변인이 최초였다.

이틀 후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합류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해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고소당한 표 전 교수는 “원 원장, 공개토론 합시다”라며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표 전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제 판단에 ‘국정원 게이트’는 결코 국정원 전체 혹은 다수요원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사적 이익 위해 정보권력 이용하려한 소수 외부영입자 주도 행위입니다”라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원 원장을 언급한 것에 대해 “상황이 그렇게 전개됐다. 국정원 사건이 국정원 조직 전체 문제로 확대돼가는 측면이 있었다. 원 원장은 MB정부하에서 임명된 사람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벌어진 일은 털고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그 같은 논평을 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보기관의 최고수장 자리에 오른 원 원장은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힌다. 원 원장은 MB가 서울시장 재직 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 서울시장 당시 최측근 보좌
구멍 난 대북 정보력 위험한 수준, 핵 날아와도 아무것도 못 해

그는 MB가 청와대에 입성하자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후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MB정부에서 그는 시원하게 출세가도를 달렸다. 게다가 그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정원장으로 장수하고 있다.

김씨는 원 원장에 대해 “MB에게 목숨 바쳐 충성하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언론사는 “그동안 원 원장은 정부 내에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언터처블(untouchable) 실세’였다. 매주 금요일 MB를 독대한다. 이 자리엔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배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 원장의 대통령 독대가 각종 민감한 현안이나 인사 문제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원 원장에게 줄을 대기 위해 노력하는 장차관이 적지 않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라고 보도했다.

 

 

원 원장이 본격적으로 국정원 사건 몸통으로 거론될 무렵, 때마침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했다.


지난 12일 국회 정보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 원 원장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원 원장은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정원 사건 수사 촉구 목소리를 내던 정청래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정원 사건이 언급됐다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정원의 대북정보력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구멍 난 대북 정보력은 이번 북한 핵실험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관해 책임져야 할 원 원장이 오히려 북풍으로 국정원 사건에서 한발 비켜선 사실이 모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표적인 MB맨
‘언터처블 실세’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방부나 국정원이나 대북 정보력은 현재 제로에 가깝다. 전혀 예측이 안 되고 있다. 국가안위와 관련된 기관이 정치기구화 된 것은 단지 야당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당장 북한이 핵을 쏜다고 해도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우리 아리랑 위성도 탐지 못 하고 있다. 핵 측정기구도 없다. 미군의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데 북한이 폐쇄해버리면 도리가 없다. 이런 것들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정원이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목적으로 국정원이 낭비되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큰일’만 터지면 물 타기용 사건이 발생하는 대한민국 사회이기에 국민들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으로 묻혀버릴 공산이 큰 국정원 댓글조작사건의 ‘몸통’에도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연 사건은 억세게 재수 좋은(?) 세력들의 바람처럼 이대로 영영 묻혀버릴 것인가?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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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