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던 ‘문희상호’ 알고 보니 ‘골수친노’?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21:16
  • 댓글 0개

“벼랑 끝에서 ‘하나 되자’ 할 땐 언제고…”

 
[일요시사=정치팀] 야권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출범했던 ‘문희상호’였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초반 후한 점수를 받았다. 정치쇄신은 차치하고서라도, 분열된 민주당을 봉합하기에 이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야권지지자들은 ‘설마 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이다. 좀 더 격한 표현도 거침없이 토해내는 형국이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일요시사>가 문 위원장의 어록을 조목조목 살펴 그의 진짜 면모를 살펴봤다.

 

 

“우리가 이기면 뭐하나. 만경창파 조각배를 타고 선장 누구 하나를 놓고 싸우다 난파선 돼 빠지면 다 죽는다. 민주당이라는 배가 일엽편주처럼 간당간당하는데 뒤집히면 아무 소용이 없다. 누란의 위기, 벼랑 끝에 섰다고 생각하면 하나가 돼야 하며, 죽기를 각오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는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불출마까지 시사하면서 계파 및 당파주의의 종식을 호소하며 했던 발언이다.

탈계파 인사 내정

문 위원장의 슬로건은 ‘당파주의 종식’이었다. 문 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가 당내 여론을 수렴해 내정한 비대위원들의 인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3일 이용득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설훈, 김동철, 문형호, 배재정, 박홍근, 오중기 의원 등이 비대위원으로 내정됐다.

정치권은 이번 비대위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사들 중심으로 꾸려졌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수도권, 경남, 호남 등 지역 안배가 이루어진 인사였다. 주류와 비주류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으며, 친노 색채도 상당히 옅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배재정 의원과 박홍근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설훈 의원은 동교동계 출신 의원이며 김동철·문병호 의원은 비주류에 속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이용득 전 최고의원이 원외인사로 내정됐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친노와 비노의 타협인사”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의 비대위는 큰 고비는 넘긴 듯 보였다.


국립현충원 참배,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예방, 4·19 민주묘지 참배 등의 공식일정을 진행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에 거는 야권 지지자의 기대는 남달랐다. 대선 후 끊이지 않았던 잡음이 곧 사라지는 듯했다. 차분한 민주당의 모습에 보는 이도 맘이 놓일 정도였다. 비록 민주당 지도부의 ‘회초리 투어’로 적잖이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지만, 민주당을 향한 기대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비대위원장·비대위원 선임 당시 계파색 적어 호평 이어져
‘모바일투표’ ‘안철수 입당’ 요구에 이어 비주류에 호통 

문 위원장은 “우리가 미워할 것은 친노(친노무현)라는 이유로, 비노라는 이유로 그들을 미워하는 우리들 속의 당파적 심리, 당파주의”라며 “이걸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대위 출범 초기에는 거의 날마다 그 같은 발언을 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수준으로 당 혁신을 실현하겠다”라는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의지는 실로 대단했다. 금방이라도 민주당이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정치쇄신의 길에 이르는 듯했다.

하지만 곧 “60년 전통야당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만 빼놓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했던 문 위원장이 하나 둘 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한 보수언론도 덩달아 “핵심적인 환부(患部) 하나를 도려내지 않거나 못하면 백약이 무효다. 문 위원장은 이걸 알고 있을까? 안다 하더라도 그걸 과연 도려낼 수 있을까? 미심쩍다”라는 논평을 내놨다. 심상치 않은 조짐이었다.

주류와 비주류는 역시나 다시 대립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모바일투표 도입’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양측은 모바일투표를 둘러싸고 팽팽한 기 싸움을 전개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여기에 문 위원장의 한 마디가 이들의 싸움에 기름을 부었다. 문 위원장은 양측이 한창 예민할 무렵 “당 지도부를 뽑는 경선에서는 경선 참여대상을 당내로 한정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모바일투표 찬성 발언이었다.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거인단이 100만 명 넘어가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그는 “당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풍찬노숙하며 돌밭을 개간하는, 정말 힘든 일”이라며 “정치인에게는 떡하니 들어와 내 밭으로 만드는 염치없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안 전 후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골적인 발언이었다.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 가능성이 충분히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나아가 문 위원장은 “안 전 후보에게 신당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악마의 유혹”이라며 “신당이 뜨면 야권 전체가 공멸한다”고 신당 창당을 하지 말 것을 압박했다. 혹시 있을 안 전 후보의 ‘의원 빼가기’를 염려하며 경고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처럼 문 위원장은 마치 주류와 입을 맞춘 듯, 비주류가 반발하기 충분한 발언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모바일투표와 안 전 후보를 둘러싼 당내 기류가 분명히 양분된 상황에서 분열을 촉진시킨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계파척결”을 외쳤고,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에는 호통을 치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어 그는 문 전 후보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부관참시’라고 지적했다. ‘친노 배제론’을 들고 나온 비주류를 겨냥해서는 “친노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고 떠들면 민심으로부터 당권을 잡으려고 별걸 다한다는 오해를 받을 것”이라며 “오히려 큰 정치를 하려면 그들과 함께 가야 한다”며 비주류의 요구를 차단했다.

‘총론’ 따로 ‘각론’ 따로

문 위원장의 총론과 각론은 달랐다. 연신 계파 종식을 외쳤지만,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주류의 입장을 고스란히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문희상호를 거쳐 전당대회를 치를 것이다. 문 위원장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주류와 비주류는 언제나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비대위를 거치며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힘을 모으는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인지. 문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이 향후 민주당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