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설' 이석채 KT 회장 히든카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2.14 12:05:59
  • 댓글 0개

낙하산이 낙하산 키워 '박풍' 막는 문풍지로?

[일요시사=경제1팀] '노무현-남중수, 이명박-이석채, 박근혜-?'
이른바'‘대통령-KT회장' 공식이다. KT에 폭풍주의보가 발령됐다. 박근혜발 인사폭풍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가장 바빠진 이는 이석채 회장이다. '이석채의 사람들'로 굳히기에 나섰다.

 

11년 전인 2002년 5월 정부가 지분을 모두 팔면서 민영화된 KT는 '무늬만' 바뀌었다. 조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도 여전하다.

이석채 KT 회장은 2009년 사장직을 맡을 때부터 'MB정부' 대표적 낙하산 인사로 꼽혀왔다.
2008년 10월 KTF비자금 사태로 남중수 KT 사장과 차기 KT 사장으로 거론되던 조용주 KTF 사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KT는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구성하고 새 사장을 물색했다.

끝없이 떨어진
MB표 낙하산

당시 후임 사장직에 응모한 인사는 이 회장과 이상철 전 광운대 총장,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 남궁석 전 정통부 장관, 윤종용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장, 정규석 전 LG전자·데이콤 사장, 윤창번 전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회 방송통신단장 등 10여 명. 추가 공모에 지원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40여 명에 달하는 후보들이 경쟁했다.

이들 중 마지막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후보는 이 회장과 양 전 장관, 윤 전 단장 등 3명. 하지만 'KT정관'이 걸림돌이었다. '최근 2년 이내에 KT 경쟁업체와 공정거래법상 동일 기업군에 속하는 업체에 임원으로 있던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 정관에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경쟁사인 SK C&C와 LG전자 사외이사를, 양 전 장관은 SK텔레콤 사외이사를, 윤 전 단장은 대한전선의 사외이사를 지낸 적 있었다.


11월25일 KT 사추위는 이례적으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진행했다. 9일 뒤 사추위는 이 회장을 새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사추위는 이 회장을 추천한 배경에 대해 "KT의 비전 실현과 혁신에 필요한 기획력과 추진력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T노조와 야당, 시민단체들은 "낙하산 인사"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 전문위원 출신으로 현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관 개정 이유의 대상자인 점도 낙하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이 회장을 KT 사장으로 밀고 있다는 말도 돌았다.

이듬해 1월 KT 사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 회장은 본사 조직을 줄이면서 현장 영업조직을 늘리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임원도 대거 물갈이했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출신의 서종렬 전 SK텔레콤 상무를 미디어본부장으로 영입하고, 자회사 임원들을 KT 본사 임원으로 대거 영입했다.

'이석채 사람들' 전진배치…친정체제 강화
김은혜 오세현 임수경 등 측근들 요직에

지난 17대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모바일 팀장을 맡았던 김규성 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의회 부회장은 KTF 자회사로 모바일광고 사업을 하고 있는 엠하우스 사장으로 영입했다.

MB정부 초대 여성부장관 후보로 올랐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중도하차한 이춘호 당시 인하대 교수와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 향응 수수문제로 중도 사퇴한 허증수 당시 경북대 교수는 사외이사로 진입했다.

당시 KT는 "신임 사장의 '올 뉴 KT'(All New KT, KT의 모든 것을 새롭게 하자) 전략에 따라 조직을 소비자·현장 중심으로 바꿨다"고 설명했지만 이 회장의 무리한 물갈이에 'All Kill KT'쪽에 가깝다는 비난이 일었다.


이 회장의 '외부인사' 영입은 2009년 3월 KT-KTF 합병을 계기로 '사장' 직함을 탈피하고 '회장'에 오른 직후 더 심해졌다.

'대외부문장'(부회장) 자리를 만들어 옛 정통부 정보통신정책홍보실장 출신의 석호익 김앤장 고문을 영입했고 조용택 전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을 역시 신설된 '대외전략실장'(부사장)에 앉혔다.

검사 출신의 정성복 윤리경영실장(사장), 한국오라클 사장 출신의 표삼수 기술전략실장(사장), 브리티시텔레콤 출신의 김일영 그룹전략팀장(부사장), 신한은행 출신의 양현미 개인고객부문 전략본부장(전무), LG생활건강 출신의 송영희 홈고객 전략본부장(전무) 등도 이 회장이 영입했다.

내부비리 폭로 직원
보복성 해고 논란

반면 기존 임직원들은 내몰렸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친 조직개편에서 본사 임원의 축소와 함께 총 6000여 명의 스태프조직이 현장배치됐고 326개에 이르는 지사가 236개로 통폐합됐다. 이 과정에서 약 6000여 명의 임직원이 명예퇴직하기도 했다.

2010년 1월 이 회장은 취임 때부터 핵심참모 역할을 했던 서유열 사장과 표현명 사장을 각각 홈고객부문과 개인고객부문 사장으로 승진시켜 전면에 배치했다. 서 사장은 이 회장의 오른팔이자 KT내부의 범 영포라인 핵심 실세로 통한다. 서 사장은 2010년 7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KT 대리점 사장의 자녀 명의로 대포폰을 만들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건넨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직접 영국 BT에서 영입한 김일영 부사장에게는 코퍼레이트센터장을 맡겼다.

'CEO추천위원회의 구성'과 관련된 정관도 개정했다. 사외이사들과 민간위원 1명, 전직 사장 1인의 참여로 구성된 정관을 민간위원 1인과 전직 사장 1인을 삭제하고 사내 이사 1인과 사외이사들로 개정했다.

KT 측은 "이사회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관 개정 이유를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추천위의 재구성을 통해 외부 개입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게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낙하산 논란'은 2010년 12월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이 그룹 '콘텐츠 전략 부문' 전무로 내정되면서 정점을 찍었다. KT 안팎에선 김 전무의 내정을 두고 "김 전 대변인은 MBC 기자·앵커 출신으로 통신이나 기업 경영관련 경력이 전무한데 KT의 미디어·콘텐츠 전략을 통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KT에서 내부 승진으로 전무 자리에 오르려면 입사부터 30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KT 직원이 보복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전무 영입 2개월 뒤 KT는 오세현 전 IBM상무를 코퍼레이션센터 신사업전략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오 상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동생이자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IT 전문가로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지지 선언에 참여했던지라 낙하산 논란은 비껴가지 못했다.

30년 걸리는 전무를
누구는 1년 만에

2011년 9월에는 대외부문장 부문 조직이 폐지됐다. 신설한 지 2년만이었다. 이와 함께 대외부문장을 맡고 있는 석 부회장도 퇴사했다. 19대 총선 출마를 위해서였다. KT 부회장 직책이 경력 관리용이자 총선 대비용이라는 지적이 당시부터 높았음에도 이 회장은 끝내 인사를 강행했다. 부회장은 회장에 이은 서열 2위 자리이지만 등기이사도 아니어서 책임은 작고 직함과 보수만 높은 '경력 관리용' 자리다.

계속되는 낙하산 논란 속에서도 이 회장은 KT호의 키를 놓지 않았다. 지난해 3월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임이 확정, 2015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이 회장은 정권 말 본격적인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다.


대선을 보름 앞둔 시점에는 낙하산으로 지목된 인사들과 '이석채의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정통 KT출신들이 내몰렸다.

GMC전략실 실장을 맡아왔던 김 전무는 커뮤니케이션 실장으로 옮겨 갔다. 오 전무는 신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옮겨갔다. 브리티시텔레콤 글로벌서비스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던 도중 2010년 9월 KT에 합류해 부사장으로 재직해 오던 김홍진씨는 글로벌&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장에 올랐다.  

2009년 국세청 최초의 여성 국장으로 승진해 주목을 받다가 지난해 2월 KT로 옮겨 온 임수경 전무는 G&E 부문 운영총괄과 시스템 사업본부 본부장을 겸임하게 됐다. 입사 1년도 안 된 점을 감안하면 파격인사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운영 전문 자회사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에는 이창배 전 롯데건설 사장이 부임했다. 신설된 미디어콘텐츠 자회사 KT미디어 허브 토대 대표이사에는 김주성 미디어콘텐츠 부문 부문장이. 위성사업 전문 자회사 KT샛 초대 대표이사에는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 센터장이 각각 선임됐다.

KT는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신임 대표이사를 주축으로 부동산, 콘텐츠, 위성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KT 안팎에서는 이석채의 사람들 자리 만들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벌써부터 인수위 주변서 차기수장 하마평
박근혜발 인사폭풍에 '버티기 플랜'의심


이 회장은 대표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 인맥으로 분류된다. 경북 성주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 1969년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입문,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김영삼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이후 정통부 장관 재직 시절 PCS 사업자 선정과정과 관련해 특정 업체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 하와이로 도미하는 등 10여 년에 걸친 반 '망명' 생활을 하다 2009년 KT 사장직을 맡으면서 일선에 복귀했다. 이 회장은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의 경복고 선배이기도 하다.

문제는 KT가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민영화 11년째를 맡고 있지만 여전히 공기업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이 회장에게는 최대의 고비인 셈이다.

직원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점도 이 회장에게는 악재다. 강도 높은 인력 퇴출 프로그램(CP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한 사실이 밝혀졌고 공익제보자를 보복해고 했다는 논란에까지 휩싸이면서 노동계로부터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KT지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 지사 앞에서 'KT의 공익제보자(이해관 새노조 위원장)에 대한 보복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제보자 보복해고 하는 KT 이석채는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위원장에 대한 KT의 해고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경제민주화 요구에 숨죽이던 대기업들이 일제히 노동탄압을 자신 있게 실행에 옮기는 일련의 노동탄압 사건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자 제주7대 경관 사건의 진실을 밝힌 것에 대한 보복해고"라고 주장했다.

윤창번·윤종록·홍순직
차세대 수장 후보 거론

이를 뒷받침 하듯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사장 관련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KT 사장에 내정됐던 2008년에도 사장 후보로 주목됐던 윤창번 전 단장, 윤종록 전 KT 부사장, 홍순직 전주 비전대 총장 등이 KT의 차세대 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KT관계자는 "후임 사장 관련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지난해 12월 있었던 승진 인사도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진행됐던 것이지 측근배치나 친정체제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