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SK 쇼크’ 후폭풍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2.12 14: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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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 ‘회장님들’…겁먹고 ‘바들바들’

[일요시사=경제1팀] 폭풍전야. 요즘 재계 분위기가 딱 그렇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비리 기업인들이 떨고 있다. 특히 재벌 총수 죗값에 대한 ‘정찰제 판결 공식’이 깨져 더욱 좌불안석이다. 다음 타깃은 누가될지 아무도 모른다.



법원이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구속하자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부의 엄벌 의지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기업 총수 구속이 ‘국가 경제발전 기여’, ‘경제계에 미치는 충격’ 등을 고려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주로 선고하던 관행이 ‘징역 4년, 법정구속’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잘나가던 총수들
줄줄이 ‘실형’

이러한 변화는 지난해 2월 1심 판결이 나온 태광그룹 횡령 사건에서 먼저 감지됐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이어 이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 심리를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최규홍)도 이 전 회장에 대해 4년6개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4년6개월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벌금 액수만 달라졌을 뿐 형량은 1심 판결과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 대해 “기업은 시장경제의 근간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업경영을 정착시켜야 한다”며 “기업인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 클수록 범죄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는 것이 범죄예방과 투명한 기업경영의 정착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건강이 악화돼 보석 상태로 재판을 받던 이 전 회장에 대해 2심 선고 뒤에도 건강상태를 고려해 보석허가 결정을 유지하면서 형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현재 태광 횡령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최태원 회장 세간 예상 깨고 전격 법정구속
‘유전무죄 무전유죄’정찰제 판결 공식 깨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 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회장은 위장계열사의 빚을 계열사가 대신 갚게 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끼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계열사를 이용해 차명 계열사를 지원한 점, 배임 범죄로 인한 계열사 피해가 2883억원에 달했다”며 “큰 규모의 차명 계좌를 운영하면서 양도소득세 포탈과 가족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손해를 가했으며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모든 책임을 실무자에게 떠넘기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 역시 항소심 재판 도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현재는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의 항소심 선고는 오는 3~4월쯤으로 예정돼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주눅든 총수들
누가 감옥 갈까

상황이 이렇자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오너가 실형을 선고받은 SK, 한화, 태광은 물론, 다른 대기업들까지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특히 LIG, 오리온그룹, 금호 등 오너가 현재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중인 기업들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신세다.


업계 안팎에서는 회삿돈 횡령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후폭풍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담 회장은 300억원 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2011년 6월 구속됐다. 같은 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해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2심 종료 후 검찰이 항소를 제기해 현재 대법원 3심이 진행되고 있다.

담 회장은 위장계열사 임원에게 월급이나 퇴직금을 지급하거나 해외법인 자회사를 인수하는 것처럼 꾸며 회삿돈 약 300억원을 횡령·유용한 뒤 이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총 226억원을 빼돌렸고 76억원을 유용하며, 서울 성북동 자택의 관리비나 관리비 용역비 등으로 썼다.

또 법인자금 19억원을 이용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와 ‘포르쉐 카이엔’ 등 고급 승용차 등을 리스해 자녀의 통학용으로 사용하기도 했고, 거액의 미술품 10여점을 사들여 자택에 걸어두는 등 회사에 거액의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이호진·김승연·구자원…재판중인 총수들 좌불안석
구속→실형→집유→? 떨고 있는 담철곤 

담 회장은 이러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지만, 이내 법원의 관용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현재는 검찰의 항소로 3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사실상 종결됐던 담 회장 비자금 사건이 최 회장의 구속으로 새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리온과 더불어 구자원 명예회장을 비롯한 LIG그룹 오너 일가도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처지다. 구 명예회장과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등은 2011년 3월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이전 22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사기 발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사기성 CP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구 회장 일가가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계열사의 경영권을 상실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또 구 회장 일가가 2009년부터 1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LIG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조작한 사실도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에 대한 중형이 내려진 날 서울중앙지법에선 LIG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속행 공판이 열렸고, 이들 역시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분쟁 중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300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하이마트도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은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수 천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와 재산의 해외도피, 탈세의혹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기업도 노심초사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신세계 이마트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성희 부장검사)로부터 노조활동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전방위 사찰한 의혹을 받고 수사를 받고 있으며, 신세계의 계열사 부당지원 여부도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박은재 부장검사)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도 불법파견 혐의를 받고 울산지검 공안부로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대법원이 현대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내놓은 만큼 이번 수사가 어떻게 결론을 낼지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재벌 총수들의
‘봄날’은 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두고, ‘유전무죄’ 관행을 없앤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 대부분이지만 반기업 정서 확산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 역대 기소된 총수 가운데 실형을 산 예는 별로 없다. 형기를 채운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대기업 정보 제공사이트 재벌닷컴이 지난해 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자산기준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7명이 총22년6개월형의 징역형을 받았지만, 결국은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간 재벌 총수들은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부당 내부거래, 외환관리법 위반 등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예외 없이 사면을 받았다.

사면에 걸린 기간도 형이 확정된 뒤 평균 9개월에 불과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은 모두 횡령·배임, 분식회계 등의 경제범죄를 저질렀지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시민단체 연대 모임인 경제민주화국민본부는 논평에서 “재벌 범죄에 대한 사법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특정경제범죄의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범죄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가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이유로 재벌들이 준법에 소홀했던 면이 없지 않았다”며 “결국 법원의 지나친 관용이 대기업 총수들의 도덕적·법적 해이를 반복적으로 초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변해야 할 때”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그간 최 회장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경영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 활성화 등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최 회장 판결을 계기로 최근 사회 일부에서 일어나는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도 “최근 사회적 여론을 근거로 향후 대기업 오너들을 상대로 마녀 사냥식 실형 선고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문제는 ‘총수 죽이기’가 아니라 재벌 범죄가 일어날 수 없게 하는 구조개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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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