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모바일투표 집착’ 속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05 10: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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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애물단지’ 나타났다 하면 ‘아웅다웅’

[일요시사=정치팀]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면서 극심한 계파갈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내 여기저기서 잡음이 새어 나왔다. 대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의 막연한 갈등이 아니다. 주류와 비주류는 ‘모바일투표’를 둘러싸고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양측에 흐르는 전초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다가오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또 모바일투표를 시행하려는 분위기다. 대체 이유가 뭘까? 이에 <일요시사>가 모바일투표에 집착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제18대 대선이 끝나자마자 민주통합당 내 주류와 비주류 간 대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어렵사리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하자 이 같은 계파갈등이 봉합될 조짐이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양측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름 아닌 모바일투표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매체를 통해 앞 다퉈 모바일투표에 대한 찬반의견을 내놨다. 모바일투표 시행을 두고 ‘절대 안 된다’와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로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불공정 시비 계속
단일화 협의 파행

민주당은 2007년 대통령후보경선, 지난해 1월 한명숙 지도부 선출, 6월 당 대표·최고위원 전당대회와 9월 대통령후보 경선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모바일투표를 시행했다.

국민참여경선의 한 방식인 모바일투표는 가장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중·장년층 소외, 조직 동원 논란 등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아 모바일투표는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실제로 모바일투표가 실시되지 않았지만 모바일투표에 대한 불신과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가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이 그것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통령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한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 측은 모바일투표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반면 문 전 후보 측은 모바일투표를 통한 단일화를 들고 나왔다.

문제는 조직동원
민심 왜곡이 문제 

문 후보 측 이목희 전략기획본부장은 아예 ‘투표’없는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 본부장은 매체를 통해 “후보를 뽑거나 공직자를 뽑을 때 딱 드는 생각이 뭐예요? 투표해서 뽑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못 하겠다? 그러면 이상한 사람들이죠”라고 말할 정도였다.

안 전 후보 측은 민주당을 향해 조직 동원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제보가 끊이지 않자 안 전 후보는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분열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이를 예상이나 한 듯 “조직력이 약한 것도 안철수 후보의 조건 중의 하나”라며 “이해관계에 욕심이 생기더라도 원칙을 얘기하면 원칙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후보 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모바일투표를 고집할 경우 단일화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은 적중했다.

양측의 협상 테이블에 모바일투표가 정식으로 등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조직동원 논란은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을 두고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 또한 여전했다. 난항은 이처럼 모바일투표가 아니라 ‘세력’에 있었다.


네 차례에 걸쳐 시행된 모바일투표, 갈등과 분열 조장
제18대 대선 안철수와 단일화 방식 두고 기싸움 팽팽

조직력을 이용한 단일화 방식의 문제점은 모바일투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모바일투표가 조직동원에 ‘비교적’ 쉽다는 점이 문제였다. 결국 양측은 조직동원을 둘러싼 단일화 방식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안 전 후보는 대통령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치열했던 ‘단일화 대장정’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 안 전 후보는 사퇴 선언 당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민주당은 울고, 새누리당은 환호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뻔한 속담도 정치인의 당파싸움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듯 보였다.

단일화 실패의 여파는 대선까지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그리고 대선이 끝나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민주당은 당 대표·최고위원 ‘선거방식’을 둘러싸고 또다시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는 다시 모바일투표를 꺼내 들었다.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다. 이들의 논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 같은 논쟁이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의 계파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비노 진영은 ‘절대로’ 모바일투표가 허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친노 진영은 모바일투표 사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다가 전당대회를 하기도 전에 자칫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넘쳐나고 있다.

찬반 의견 팽팽
문희상 제한적 찬성

김영환 의원은 매체를 통해 “소수의 조직된 사람들에 의해서 당심이라는 거, 당원들의 생각, 국민들의 생각을 왜곡시키는 그런 기계로 작용하고 있다”며 “모바일투표가 없는 전당원 투표, 대의원 투표를 하게 된다면 당 지도부는 혁신적인 지도부로 바뀌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설훈 의원은 “흠결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에 절대로 도입하면 안 된다”며 모바일투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동철 의원도 “국민참여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특정 세대·세력을 과대 대표하는 문제가 있어서 도입해선 안 된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의견”이라고 언론을 통해 폐지를 주장했다.

문병호 의원 또한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통령경선에서 실천을 해보니 문제가 많은 제도라는 점을 느꼈다”며 “법률가로서 보니 위헌적인 제도 같다”라고 말했다.

모바일투표 시행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반대기류가 더욱 뚜렷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고 나서는 의원들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박범계 의원은 “이것(모바일투표)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이미 민주당의 역사가 되었다”고 매체를 통해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모바일투표 폐지 주장은 대선에서 문재인 전 후보를 찍었던 48%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정면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며 “절대 폐지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문희상 “당원, 당 지도부만 모바일투표 참여하면 된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많아, 실시 여부 불투명

이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모바일투표 도입 여부와 관련해 ‘제한적’인 발언을 했다. 충분히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여론의 반응이었다.

문 위원장은 “당 지도부를 뽑는 경선에서 당원과 대의원 등 당내로 모바일경선 참여대상을 한정하면 된다고 본다”라고 말해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놨다.

문 위원장은 기자단 만찬에서 사견을 전제로 이같이 밝혔다. 당내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태임에도 문 위원장은 모바일투표 시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향후 논의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수많은 논란과 지적에도 문 위원장이 모바일 투표를 고집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의 전통’과 ‘국민참여’ 그리고 ‘흥행’이다.

이 중에서도 모바일투표 실시의 장점은 단연 국민참여에 있다. 모바일투표는 일반 국민이 휴대폰으로 정당 선거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와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모바일투표 찬성의견이다.

이에 대다수 의원이 모바일투표를 통한 민심의 왜곡을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는 더욱 심각한 데 있다. 바로 ‘조작 가능성’이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룰’을 정하면 그만이라는 게 비주류 의원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대선경선에서 숱한 의혹을 낳았다. 의혹이 끊이지 않자 모바일투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갈수록 떨어졌다.

조작 가능성 제기
비주류 반발 극심

모바일투표 관리 업체 선정과정도 그렇다. 지난 대통령후보경선에서 특정 후보와 서버업체와의 연계설이 정계에 나돌아 파문이 확산됐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친노 중심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주류 의원들의 불신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비주류 인사들은 위와 같이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투표를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성토하는 상황이다. 모바일투표를 통해 친노 중심의 인사에게 유리한 투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다.  

문 위원장은 “모바일투표는 민주당의 상징처럼 된 좋은 제도로, 모바일투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며 “세를 동원하면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그 역시 선거인단이 100만명 넘어가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며 조작 가능성을 일축했다.

모바일투표는 시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후유증을 낳았다. 선거인단 동원, 모바일심(心)과 민심의 왜곡 문제, 투표 결과 조작 가능성, 시스템 불안 등으로 모바일투표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숱한 논란과 갈등을 조장한 모바일 투표가 앞으로 어떠한 운명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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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