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모바일투표 집착’ 속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05 10: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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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애물단지’ 나타났다 하면 ‘아웅다웅’

[일요시사=정치팀]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면서 극심한 계파갈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내 여기저기서 잡음이 새어 나왔다. 대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의 막연한 갈등이 아니다. 주류와 비주류는 ‘모바일투표’를 둘러싸고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양측에 흐르는 전초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다가오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또 모바일투표를 시행하려는 분위기다. 대체 이유가 뭘까? 이에 <일요시사>가 모바일투표에 집착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제18대 대선이 끝나자마자 민주통합당 내 주류와 비주류 간 대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어렵사리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하자 이 같은 계파갈등이 봉합될 조짐이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양측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름 아닌 모바일투표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매체를 통해 앞 다퉈 모바일투표에 대한 찬반의견을 내놨다. 모바일투표 시행을 두고 ‘절대 안 된다’와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로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불공정 시비 계속
단일화 협의 파행

민주당은 2007년 대통령후보경선, 지난해 1월 한명숙 지도부 선출, 6월 당 대표·최고위원 전당대회와 9월 대통령후보 경선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모바일투표를 시행했다.

국민참여경선의 한 방식인 모바일투표는 가장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중·장년층 소외, 조직 동원 논란 등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아 모바일투표는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실제로 모바일투표가 실시되지 않았지만 모바일투표에 대한 불신과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가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이 그것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통령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한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 측은 모바일투표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반면 문 전 후보 측은 모바일투표를 통한 단일화를 들고 나왔다.

문제는 조직동원
민심 왜곡이 문제 

문 후보 측 이목희 전략기획본부장은 아예 ‘투표’없는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 본부장은 매체를 통해 “후보를 뽑거나 공직자를 뽑을 때 딱 드는 생각이 뭐예요? 투표해서 뽑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못 하겠다? 그러면 이상한 사람들이죠”라고 말할 정도였다.

안 전 후보 측은 민주당을 향해 조직 동원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제보가 끊이지 않자 안 전 후보는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분열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이를 예상이나 한 듯 “조직력이 약한 것도 안철수 후보의 조건 중의 하나”라며 “이해관계에 욕심이 생기더라도 원칙을 얘기하면 원칙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후보 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모바일투표를 고집할 경우 단일화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은 적중했다.

양측의 협상 테이블에 모바일투표가 정식으로 등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조직동원 논란은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을 두고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 또한 여전했다. 난항은 이처럼 모바일투표가 아니라 ‘세력’에 있었다.



네 차례에 걸쳐 시행된 모바일투표, 갈등과 분열 조장
제18대 대선 안철수와 단일화 방식 두고 기싸움 팽팽

조직력을 이용한 단일화 방식의 문제점은 모바일투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모바일투표가 조직동원에 ‘비교적’ 쉽다는 점이 문제였다. 결국 양측은 조직동원을 둘러싼 단일화 방식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안 전 후보는 대통령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치열했던 ‘단일화 대장정’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 안 전 후보는 사퇴 선언 당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민주당은 울고, 새누리당은 환호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뻔한 속담도 정치인의 당파싸움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듯 보였다.

단일화 실패의 여파는 대선까지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그리고 대선이 끝나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민주당은 당 대표·최고위원 ‘선거방식’을 둘러싸고 또다시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는 다시 모바일투표를 꺼내 들었다.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다. 이들의 논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 같은 논쟁이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의 계파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비노 진영은 ‘절대로’ 모바일투표가 허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친노 진영은 모바일투표 사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다가 전당대회를 하기도 전에 자칫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넘쳐나고 있다.

찬반 의견 팽팽
문희상 제한적 찬성

김영환 의원은 매체를 통해 “소수의 조직된 사람들에 의해서 당심이라는 거, 당원들의 생각, 국민들의 생각을 왜곡시키는 그런 기계로 작용하고 있다”며 “모바일투표가 없는 전당원 투표, 대의원 투표를 하게 된다면 당 지도부는 혁신적인 지도부로 바뀌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설훈 의원은 “흠결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에 절대로 도입하면 안 된다”며 모바일투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동철 의원도 “국민참여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특정 세대·세력을 과대 대표하는 문제가 있어서 도입해선 안 된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의견”이라고 언론을 통해 폐지를 주장했다.

문병호 의원 또한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통령경선에서 실천을 해보니 문제가 많은 제도라는 점을 느꼈다”며 “법률가로서 보니 위헌적인 제도 같다”라고 말했다.

모바일투표 시행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반대기류가 더욱 뚜렷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고 나서는 의원들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박범계 의원은 “이것(모바일투표)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이미 민주당의 역사가 되었다”고 매체를 통해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모바일투표 폐지 주장은 대선에서 문재인 전 후보를 찍었던 48%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정면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며 “절대 폐지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문희상 “당원, 당 지도부만 모바일투표 참여하면 된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많아, 실시 여부 불투명

이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모바일투표 도입 여부와 관련해 ‘제한적’인 발언을 했다. 충분히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여론의 반응이었다.

문 위원장은 “당 지도부를 뽑는 경선에서 당원과 대의원 등 당내로 모바일경선 참여대상을 한정하면 된다고 본다”라고 말해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놨다.

문 위원장은 기자단 만찬에서 사견을 전제로 이같이 밝혔다. 당내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태임에도 문 위원장은 모바일투표 시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향후 논의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수많은 논란과 지적에도 문 위원장이 모바일 투표를 고집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의 전통’과 ‘국민참여’ 그리고 ‘흥행’이다.

이 중에서도 모바일투표 실시의 장점은 단연 국민참여에 있다. 모바일투표는 일반 국민이 휴대폰으로 정당 선거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와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모바일투표 찬성의견이다.


이에 대다수 의원이 모바일투표를 통한 민심의 왜곡을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는 더욱 심각한 데 있다. 바로 ‘조작 가능성’이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룰’을 정하면 그만이라는 게 비주류 의원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대선경선에서 숱한 의혹을 낳았다. 의혹이 끊이지 않자 모바일투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갈수록 떨어졌다.

조작 가능성 제기
비주류 반발 극심

모바일투표 관리 업체 선정과정도 그렇다. 지난 대통령후보경선에서 특정 후보와 서버업체와의 연계설이 정계에 나돌아 파문이 확산됐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친노 중심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주류 의원들의 불신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비주류 인사들은 위와 같이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투표를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성토하는 상황이다. 모바일투표를 통해 친노 중심의 인사에게 유리한 투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다.  

문 위원장은 “모바일투표는 민주당의 상징처럼 된 좋은 제도로, 모바일투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며 “세를 동원하면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그 역시 선거인단이 100만명 넘어가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며 조작 가능성을 일축했다.

모바일투표는 시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후유증을 낳았다. 선거인단 동원, 모바일심(心)과 민심의 왜곡 문제, 투표 결과 조작 가능성, 시스템 불안 등으로 모바일투표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숱한 논란과 갈등을 조장한 모바일 투표가 앞으로 어떠한 운명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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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