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 ‘모바일투표 집착’ 속내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2.05 10: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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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애물단지’ 나타났다 하면 ‘아웅다웅’

[일요시사=정치팀]  민주통합당이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면서 극심한 계파갈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내 여기저기서 잡음이 새어 나왔다. 대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의 막연한 갈등이 아니다. 주류와 비주류는 ‘모바일투표’를 둘러싸고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양측에 흐르는 전초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다가오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또 모바일투표를 시행하려는 분위기다. 대체 이유가 뭘까? 이에 <일요시사>가 모바일투표에 집착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제18대 대선이 끝나자마자 민주통합당 내 주류와 비주류 간 대선 패배 책임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어렵사리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하자 이 같은 계파갈등이 봉합될 조짐이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양측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름 아닌 모바일투표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매체를 통해 앞 다퉈 모바일투표에 대한 찬반의견을 내놨다. 모바일투표 시행을 두고 ‘절대 안 된다’와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로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불공정 시비 계속
단일화 협의 파행

민주당은 2007년 대통령후보경선, 지난해 1월 한명숙 지도부 선출, 6월 당 대표·최고위원 전당대회와 9월 대통령후보 경선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모바일투표를 시행했다.

국민참여경선의 한 방식인 모바일투표는 가장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중·장년층 소외, 조직 동원 논란 등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아 모바일투표는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실제로 모바일투표가 실시되지 않았지만 모바일투표에 대한 불신과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가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이 그것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통령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조직력이 약한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 측은 모바일투표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반면 문 전 후보 측은 모바일투표를 통한 단일화를 들고 나왔다.

문제는 조직동원
민심 왜곡이 문제 

문 후보 측 이목희 전략기획본부장은 아예 ‘투표’없는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고 못 박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 본부장은 매체를 통해 “후보를 뽑거나 공직자를 뽑을 때 딱 드는 생각이 뭐예요? 투표해서 뽑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못 하겠다? 그러면 이상한 사람들이죠”라고 말할 정도였다.

안 전 후보 측은 민주당을 향해 조직 동원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제보가 끊이지 않자 안 전 후보는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분열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이를 예상이나 한 듯 “조직력이 약한 것도 안철수 후보의 조건 중의 하나”라며 “이해관계에 욕심이 생기더라도 원칙을 얘기하면 원칙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후보 측이 단일화 과정에서 모바일투표를 고집할 경우 단일화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은 적중했다.

양측의 협상 테이블에 모바일투표가 정식으로 등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조직동원 논란은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을 두고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 또한 여전했다. 난항은 이처럼 모바일투표가 아니라 ‘세력’에 있었다.



네 차례에 걸쳐 시행된 모바일투표, 갈등과 분열 조장
제18대 대선 안철수와 단일화 방식 두고 기싸움 팽팽

조직력을 이용한 단일화 방식의 문제점은 모바일투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모바일투표가 조직동원에 ‘비교적’ 쉽다는 점이 문제였다. 결국 양측은 조직동원을 둘러싼 단일화 방식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안 전 후보는 대통령후보 등록일을 앞두고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치열했던 ‘단일화 대장정’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 안 전 후보는 사퇴 선언 당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민주당은 울고, 새누리당은 환호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뻔한 속담도 정치인의 당파싸움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듯 보였다.

단일화 실패의 여파는 대선까지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그리고 대선이 끝나고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민주당은 당 대표·최고위원 ‘선거방식’을 둘러싸고 또다시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는 다시 모바일투표를 꺼내 들었다.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다. 이들의 논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 같은 논쟁이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의 계파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비노 진영은 ‘절대로’ 모바일투표가 허용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친노 진영은 모바일투표 사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다가 전당대회를 하기도 전에 자칫 당이 쪼개질 위기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넘쳐나고 있다.

찬반 의견 팽팽
문희상 제한적 찬성

김영환 의원은 매체를 통해 “소수의 조직된 사람들에 의해서 당심이라는 거, 당원들의 생각, 국민들의 생각을 왜곡시키는 그런 기계로 작용하고 있다”며 “모바일투표가 없는 전당원 투표, 대의원 투표를 하게 된다면 당 지도부는 혁신적인 지도부로 바뀌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설훈 의원은 “흠결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에 절대로 도입하면 안 된다”며 모바일투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동철 의원도 “국민참여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특정 세대·세력을 과대 대표하는 문제가 있어서 도입해선 안 된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의견”이라고 언론을 통해 폐지를 주장했다.

문병호 의원 또한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통령경선에서 실천을 해보니 문제가 많은 제도라는 점을 느꼈다”며 “법률가로서 보니 위헌적인 제도 같다”라고 말했다.

모바일투표 시행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반대기류가 더욱 뚜렷했다. 하지만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고 나서는 의원들은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박범계 의원은 “이것(모바일투표)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이미 민주당의 역사가 되었다”고 매체를 통해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모바일투표 폐지 주장은 대선에서 문재인 전 후보를 찍었던 48%의 지지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정면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며 “절대 폐지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문희상 “당원, 당 지도부만 모바일투표 참여하면 된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많아, 실시 여부 불투명

이에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전당대회에서 모바일투표 도입 여부와 관련해 ‘제한적’인 발언을 했다. 충분히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여론의 반응이었다.

문 위원장은 “당 지도부를 뽑는 경선에서 당원과 대의원 등 당내로 모바일경선 참여대상을 한정하면 된다고 본다”라고 말해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놨다.

문 위원장은 기자단 만찬에서 사견을 전제로 이같이 밝혔다. 당내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태임에도 문 위원장은 모바일투표 시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향후 논의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수많은 논란과 지적에도 문 위원장이 모바일 투표를 고집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모바일투표 시행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의 전통’과 ‘국민참여’ 그리고 ‘흥행’이다.

이 중에서도 모바일투표 실시의 장점은 단연 국민참여에 있다. 모바일투표는 일반 국민이 휴대폰으로 정당 선거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와 ‘정치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모바일투표 찬성의견이다.


이에 대다수 의원이 모바일투표를 통한 민심의 왜곡을 주장하고 있지만, 문제는 더욱 심각한 데 있다. 바로 ‘조작 가능성’이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룰’을 정하면 그만이라는 게 비주류 의원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대선경선에서 숱한 의혹을 낳았다. 의혹이 끊이지 않자 모바일투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갈수록 떨어졌다.

조작 가능성 제기
비주류 반발 극심

모바일투표 관리 업체 선정과정도 그렇다. 지난 대통령후보경선에서 특정 후보와 서버업체와의 연계설이 정계에 나돌아 파문이 확산됐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친노 중심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주류 의원들의 불신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것이다.

비주류 인사들은 위와 같이 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바일투표를 시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성토하는 상황이다. 모바일투표를 통해 친노 중심의 인사에게 유리한 투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다.  

문 위원장은 “모바일투표는 민주당의 상징처럼 된 좋은 제도로, 모바일투표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며 “세를 동원하면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그 역시 선거인단이 100만명 넘어가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며 조작 가능성을 일축했다.

모바일투표는 시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후유증을 낳았다. 선거인단 동원, 모바일심(心)과 민심의 왜곡 문제, 투표 결과 조작 가능성, 시스템 불안 등으로 모바일투표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숱한 논란과 갈등을 조장한 모바일 투표가 앞으로 어떠한 운명을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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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