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 ‘유마(油魔)’가 덮쳤다. 삼성중공업 크레인선과 정박 중인 홍콩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해 무려 1만900톤 가량의 원유가 유출됐다. 기름으로 뒤덮인 서해는 끔찍하다 못해 처참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국회 차원의 ‘태안유류피해대책특별위원회’가 구성되긴 했지만 현재까지도 어떤 활동이나 성과도 없이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에 <일요시사>가 태안특위의 지난 5년간 국회 기록을 살펴보았다.
충남 태안군 의회 김진권 의장이 지난 22일 서울시 삼청동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2007년 12월7일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발생 이후 6년째로 접어든 시점에서 두 정권이 바뀌어도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5년 넘겨
제19대 국회에 설치됐던 태안유류피해특별위원회(태안특위)가 지난해 말 기한이 만료됐다. 지난해 8월에 출범한 태안특위의 활동 기간이 지난해 말까지였으나 여야 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활동기한 연장이 무산됐다. 그렇게 태안특위는 결국 5년을 넘겼다. 태안 피해주민의 허탈감은 더욱 깊어졌다.
이에 따라 이달 중 임시국회에서 특위 재구성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5년 동안 내지 못한 성과를 이번 임시국회에서 내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삼성 측의 배상문제도 재구성되는 태안특위에서 다뤄질 전망이지만 이번 역시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삼성과 주민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태안특위가 얼마나 제역할을 해낼지가 관건이다. 지금까지 태안특위는 제17·19대 국회에서 각각 열렸다. 18대 국회에서는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
국회 회의록에 의하면 태안 관련 안건은 제17대 국회인 2008년 2월13일 제1차 농림해양수산위원회 법률심사소위원회에서 처음 올라왔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전년도 12월 7일에 발생했으니 피해주민 입장에서는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이날 소위에서는 사고 관련 주민지원 등 특별법안 2개, 사고 손해배상 및 피해복구 지원 등 특별법안 2개가 발의됐다. 그리고 사고 관련 임시조치법 제정에 관한 청원, 사고 관련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청문회 개최에 관한 청원이 제출돼 법안들과 청원에 대한 심사가 진행됐다. 오전 10시44분에 시작한 회의는 불과 1시간5분 만인 오전 11시49분에 끝났다.
그리고 2월18일 이 같은 내용의 소위원회와 상임위원회가 다시 열렸다. 상임위에서는 태안 유류사고 관련 법원과 청원에 대해 공청회가 열렸다. 성모씨가 진술인 신분으로 공청회에 참석했다.
제17대·19대 국회에서 ‘잠깐’ 열린 태안특위 18대엔 없어
국회 회의록 살펴보니 대부분 1~2시간 속전속결 심사 끝
회의록에 의하면 특위 위원장은 시간의 촉박하다는 것을 진술인에게 반복해서 알렸다. 개회 시각은 오전 10시25분, 산회 시각은 오후 12시3분으로 공청회는 1시간28분 동안 진행됐다.
이에 따라 3월14일 ‘유류오염사고지원 특별법’이 제정·공포되었다. 두 번의 소위와 단 한 번의 ‘촉박한’ 공청회로 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태안특위 회의가 열린 것은 겨우 2시간32분이 전부다. 나머지는 태안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각각 개인 역량에 따라 활동했다.
제19대 태안특위는 작년 7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위원회로 구성됐으며, 9월25일 10월29일에 각각 회의록이 작성됐다.
9월25일 태안특위 회의는 태안군청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심사된 안건은 태안 유류피해 관련 2013년도 예산안 보고요구의 건과 태안유류피해 관련 참고인 출석요구의 건 등이다. 새누리당의 홍문표 의원이 태안특위 위원장으로 오후 1시16분에 태안특위를 개회했으며 오후 1시35분에 산회했다. 단 19분 만에 회의가 끝난 것.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유류 피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삼성중공업의 지역발전기금 출연 규모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의 대표나 그 밖에 삼성그룹의 고위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출석을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10월29일 국토해양위원회 회의실에서 점심시간을 포함해 거의 7시간이나 태안특위가 열렸다. 오전 10시16분에 시작한 회의가 오후 5시에 끝났으니, 보기 드문 강행군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태안 유류피해사고 관련 2013년도 예산안이 안건으로 심사됐다.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그리고 기획재정부가 예산안을 보고했다.
그리고 태안특위는 지역발전기금 출연 등 태안유류피해사고 대책안을 심사했으며,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 피해주민의 지원 및 해양환경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방향 안건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역발전기금 출연 등 태안 유류피해사고 대책이 논의 됐다.
피해주민 대변해야
오는 19대 임시국회 태안특위에 태안 주민이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그들은 이번에는 반드시 제대로 된 피해보상이 이루어지리라 굳게 믿고 있다.
태안특위는 기름유출 피해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에게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삼성과 주민 간에 깊은 갈등과 불신의 골이 해결될 수 있도록 피해주민의 입장에서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내서 말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태안군의회 김진권 의장 <미니인터뷰>
“이번 정부에서 꼭 해결했으면…”
지난 1월25일 <일요시사>와 통화한 태안군의회의 김진권 의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4일째 혹독한 추위와 맞서며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떨리는 김 의장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간절했다.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 고생이 많으시다. 아직도 태안 유류피해가 진행되고 있나.
▲ 해결이 잘 안 되고 있다. 태안 유류피해 만큼은 이번 정부에서 꼭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 정부가 그동안 피해 보상에 대해 소홀했다고 생각하나.
▲ 부족했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피해민이 국제보험회사를 상대하다 보니 힘들다. 국제적인 문제는 정부에서 나서서 해결해줘야 하는데, 태안주민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 얼마 전 법원이 태안유류피해에 관해 손해배상을 인정했는데, 부족하다고 보는가.
▲ 실제 피해를 입은 어민들에게 이루어진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에서 보험회사를 상대해 줘야 하는데, 해양수산부가 이 일을 전담할 때는 그래도 나았다. 해양수산부가 없어지고 국토해양부와 농산식품부가 각각 이 문제를 맡고 있어서 피해 보상 문제가 소홀하게 다뤄진다.
- 제19대 임시국회 태안특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 태안특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피해주민이 거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삼성과 지원금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강력하게 압박해주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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