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박의 남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1.28 15: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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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국력인데…‘노구 총리’ 잘 해낼까

[일요시사=정치1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4일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지명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과 언론의 흔한 하마평에도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깜짝 등용’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박 당선인이 김 위원장을 차기 정부 첫 총리로 낙점한 배경은 무엇일까.

새 정부 조각(組閣)의 첫 단추로 꼽히는 초대 총리에는 김용준(75) 대통령 인수위원장이 지명됐다. ‘소아마비 장애인 출신 첫 대법관’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 총리 지명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과하면 장애인 출신 첫 국무총리가 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총리로 직행하는 이례적인 기록도 세웠다.

김용준 카드
빼낸 배경은?

‘김 총리 지명자 카드’를 꺼낸 배경엔 박 당선인이 수 차례 강조해온 ‘법질서 확립’에 대한 의지가 작용됐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박 당선인 역시 총리 지명 배경에 대해 “김용준 지명자는 헌재소장을 역임하면서 평생 법관으로서 국가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고 확고한 소신과 원칙에 앞장서온 분”이라며 “김 지명자가 법치와 원칙을 바로 세우고 무너져 내린 사회 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김 총리 지명자도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면에서 질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총리 지명자는 지난 대선 기간 정치권에 발을 들인 후 누누이 ‘법 질서 바로 세우기’를 최대 국정 과제로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박 당선인의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할 당시에도 그는 “박근혜 후보가 법치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잡게 하겠다고 약속해 (선대위에) 참여했다”고 밝혔고, 박 당선인 역시 “새누리당이 지향하는 소중한 가치, 법치와 원칙, 헌법의 가치를 잘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선대본부장서 인수위원장, 그리고 초대총리까지
한화 전신 조선총화 대표 김봉수씨 5남 중 장남

김 총리 지명자는 이후 인수위원장에 임명될 때도 “박 당선인이 국정 운영을 하는데 법치주의, 법에 의한 지배에 중점을 두려고 (나를 임명)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은 또 김 총리 지명자가 살아온 발자취를 고려해 ‘사회적 약자 배려’에 적합한 인사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리 지명자는 겸손하고 성실한 성품으로 법조계의 신망을 받아온 인물이다. 박 당선인은 이를 고려해 자신이 공약한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는 데 조언을 아끼지 않을 적임자로 김 총리 지명자를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출신의 김 총리 지명자는 한화그룹의 전신인 조선총포화약주식회사 대표를 지낸 김봉수씨의 5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6·25 당시 부친이 납북되는 바람에 편모 슬하에서 성장했다. 친가와 외가가 모두 부유한 편이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이 성장했다.

김 총리 지명자는 3살 때 소아마미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이 때문에 어머니 등에 업혀 등교할 정도로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희망하던 경기고 진학이 좌절되는 설움도 겪었다.

그럼에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아 서울고 2학년 재학 중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대학 3학년 때인 만 19세엔 고등고시(현 사법고시)에 수석합격, 1960년 최연소 판사로 법조계에 발을 내딛으며 ‘최연소’, ‘수석’ 타이틀을 동시에 달았다.


장애인들의
‘살아있는 신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 법관이 된다면 독점기업 등 강자의 횡포로부터 보다 많은 약자를 돕는데 애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판사 시절 박 당선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껄끄러운 관계였다. 그는 1963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구속된 송요찬 전 육군참모총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하는 소신 판결로 인정 받았다.

이후 그는 서울가정법원, 광주고법, 서울고법 등에서의 부장판사 생활과 서울가정법원장을 거쳐 지체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1988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1994년 제2대 헌법재판소 소장에 올랐다.

법관 시절 그는 후배 법관들에게 “법조문에 얽매이지 말고 구체적 타당성에 입각해 판결하라”며 실정법과 현실 간 괴리를 메울 현실적 합리성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장 재임 중에는 과외금지 사건, 군제대자 가산점제, 택시소유상한제, 동성동본 금혼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는 등 국민 기본권 침해에 대한 각종 제한을 철폐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총리 지명자는 헌법재판소장에서 물러난 후에도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장, 대검찰청 공안자문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을 지내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법무법인 넥서스에 ‘고문’으로 적을 두고 있다.

박 인사 스타일
능력보다 신뢰?

그동안 정치권과는 거리를 둬왔으나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대선후보 중앙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가족으로는 아내 서채원씨와 2남 2녀의 자녀가 있다. 두 사위와 장남이 김 총리 지명자와 마찬가지로 법조인의 길을 걷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용준 총리 인선’을 두고 ‘의외’는 맞지만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번 일하면서 신뢰가 쌓인 사람에 대해 자퇴는 있어도 퇴출은 없다’는 박 당선인의 인사 원칙이 결국 총리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과거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실력이 있다 하더라도 이해  관계에 따라서 쉽게 마음이 변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성품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사에서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볼 때, 김 총리 지명자는 이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중앙선대위를 꾸리면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김 총리 지명자를 영입한데 이어 인수위원장까지 맡기면서 점점 두터워진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인선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칙 따른 국정운영·사회적 약자 배려 일석이조
고령에 국정경험 전무 등…부처 장악능력 보일지 의문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에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질 논란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논란으로 박 당선인도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만큼 새 정부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서는 흠결과 자질 시비가 붙기 어려운 원로급 인사를 첫 총리로 인선해야 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시각이다.

향후 차기 정부 조각 과정에서 인수위 멤버의 입각 및 청와대행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인선으로 인수위에 발탁된 인사들이 유력한 장관급 후보군 하마평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총리 지명자 기용에 ‘2%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그가 ‘무난한 스타일로는 보이지만, 새 정부 초대 총리로서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도 많다.

김 총리 지명자가 올해 75세로 고령에다 건강상 문제까지 있어 국정운영을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뒤 첫 총리는 국정 2인자로서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이 점에서 김 총리 지명자는 박 당선인이 수차례 공언해 온 ‘책임형 총리’ 보다는 ‘관리형 총리’ 스타일에 가깝다는 평이다.


민주당 역시 “김용준 지명자는 훌륭한 법조인이자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적 활동을 해온 사회통합적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동안 김 지명자가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박 당선인이 공약한 책임총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무난한 인사
‘2% 아쉬움’

특히 실제 김 총리 지명자가 대선 기간 최고 수장인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었고 대선 이후에는 인수위원장으로 임명됐지만 주도적이고 ‘리더십’ 있는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도 이러한 의구심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평생을 법관으로 살아왔고, 국정 경험도 없는 그가 풍부한 행정경험을 통해 부처 장악능력을 보여야 하는 총리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용준 총리 후보자는?

 

▲1938년 서울 출생 ▲1959년 서울대 법대 졸업 ▲1967년 서울대 법과대학원 졸업 ▲1957년 고등고시 합격(9회) ▲1960년 대구지법 판사 ▲1961년 서울지법 판사 ▲1966년 서울고법 판사 ▲1969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70년 서울고법 판사 ▲1973년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겸 사법연수원 교수 ▲1975년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1977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부장판사 ▲1979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1980년 광주고법 부장판사 ▲1981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1984년 서울가정법원장 ▲1988년 대법관 ▲1994년 헌법재판소 소장(2대) ▲2012년 새누리당 제18대 대통령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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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