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제18대 대선에서 아깝게 분패했다.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몇몇 야권 지지자와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 쓰라린 패배의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바다 넘어 미국은 다르다. 미국의 민주당은 승리했다. 그렇다고 마냥 취해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언론은 발 빠르게 오바마 국정과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있고, 문 전 후보에겐 없는 것을 살펴보았다.
한 정치전문가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를 ‘전략적’이라 평가했다. 반면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는 ‘감성적’이라고 말했다. 굳이 따지자면, 비교적 그렇다는 이야기다.
민주통합당에서 제대로 된 선거 전략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평이다. 계파 갈등이 그토록 심각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집안싸움 탓만 할 수도 없는 일. 50.3%의 지지율로 48.1%의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이긴 오바마 대통령과, 48%의 지지율로 51.6%의 박근혜 당선인에게 무릎을 꿇은 문 전 후보. 대체 뭐가 달랐을까?
무늬만 ‘정치쇄신’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롬니는 자신의 승리를 강하게 자신했다. 대선 전 관행적으로 준비하는 패배 인정 연설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롬니 전 후보는 선거 전날 선거유세 특별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머리로 생각해도 이길 것 같고 그런 느낌도 든다”며 “1118자로 된 당선 연설문을 지금 막 썼다”고 말했다고 한다. 롬니 전 후보는 이처럼 승리를 확신했다. 투표율이 70%를 거뜬히 넘을 것으로 보이자, 민주당이 승리를 확신했던 것처럼 말이다. 역시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그렇고, 박빙의 승부는 반드시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 배경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지도부 교체’다. 문 전 후보도 지도부 교체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지도부가 안 나간 게 아니라, 문 전 후보가 지도부의 등을 차마 떠밀지 못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고, 문 전 후보 캠프에서 ‘친노 9인방’이 자리를 뺐지만 끝내 제대로 된 정치쇄신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게다가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와의 단일화 문제가 야권의 최대이슈로 떠오르면서, 민주당의 정치쇄신 문제는 더욱 민주당과 문 전 후보를 압박했다. 이러한 압박은 오히려 단일화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뒤늦은 분석이다.
막상 안 전 후보가 단일화 테이블에 나와 앉자 민주당은 정치쇄신에서 ‘단일화 협상’으로 이슈를 이끌었다. 마침 문 전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자 쇄신 목소리는 잠잠해졌다. 민주당은 지도부 교체의 기회를 잃었다.
한국 51.6 VS 48, 미국 50.3 VS 48.4, 간발의 차
미국 민주당 지도부 교체로 대중적 열망 끌어내 승리
미국 민주당이 지도부를 교체할 수 있었던 배경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민주당은 여론을 수렴하고 대중적 열망이 당으로 인입되도록 꾸준히 노력했다.
2004년 초 <워싱턴포스트>에 칼럼니스트 이제이(E.J) 디온의 글이 민주당에 숙제를 던진다. “2002년 (중간) 선거의 치명적 패배 이후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지도부 교체였다”라는 이제이 디온의 글이다.
2005년 전국위원회 의장에 선출된 하워드 딘은 전국 각지의 인프라 조직을 다지고, 그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지도자를 물색하다 오바마와 조우해 2008년 대선에서 승리를 이뤘다.
2008년도 그렇고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서도 미국 최고의 ‘선거전략가’들을 모아 유권자의 성향과 패턴을 분석하고 치밀하게 선거운동을 펼쳤다.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과정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국내에 방송될 정도였다. 섬세하고 정확하게 유권자의 표심을 파악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운동은 아직도 회자된다.
하워드 딘과 오바마 대통령은 끊임없이 민심을 헤아리려 애썼고, 선거에 민의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지도부 교체를 이루고, 조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문 전 후보는 이전 시대와 단절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매체를 통해 “2040 세대동맹의 유지, 동원이라는 세대전략, 영남후보에 의한 부산·경남 공략과 수도권 우위의 지역전략 등 2002년 선거모델을 답습했다”라며 “이번엔 인구학적 구성의 변화에 따라 선거지형이 바뀌었음에도 10년 전 모델을 답습했고, 게다가 업그레이드가 아닌 다운그레이드 된 -1.0 버전으로 재연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민심보다는 당심이 중요해 보였다. 민의를 반영하기보다는 민의를 당심에 맞춰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적잖은 비난을 사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 ‘민주당은 달면 듣고, 쓰면 듣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다운그레이드 버전”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치열한 선거전략을 세우고 ‘맞춤형 선거운동’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안에서는 친노와 비노의 계파 갈등이 치열하고, 밖으로는 안 전 후보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쳤으니 과연 머리를 맞댄다고 하더라도 표심을 흔들 선거전략이 나왔을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애초에 정치쇄신이 이루어지거나, 유권자의 목소리가 당 안으로 스며들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