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승리한 오바마의 ‘이것’ 놓쳤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28 11: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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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심은 가까이, 민심은 멀리, 대권은 멀리멀리~

[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제18대 대선에서 아깝게 분패했다.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몇몇 야권 지지자와 민주당 의원들은 아직 쓰라린 패배의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바다 넘어 미국은 다르다. 미국의 민주당은 승리했다. 그렇다고 마냥 취해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언론은 발 빠르게 오바마 국정과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있고, 문 전 후보에겐 없는 것을 살펴보았다.

한 정치전문가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를 ‘전략적’이라 평가했다. 반면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는 ‘감성적’이라고 말했다. 굳이 따지자면, 비교적 그렇다는 이야기다.

민주통합당에서 제대로 된 선거 전략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평이다. 계파 갈등이 그토록 심각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집안싸움 탓만 할 수도 없는 일. 50.3%의 지지율로 48.1%의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이긴 오바마 대통령과, 48%의 지지율로 51.6%의 박근혜 당선인에게 무릎을 꿇은 문 전 후보. 대체 뭐가 달랐을까?

무늬만 ‘정치쇄신’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롬니는 자신의 승리를 강하게 자신했다. 대선 전 관행적으로 준비하는 패배 인정 연설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롬니 전 후보는 선거 전날 선거유세 특별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머리로 생각해도 이길 것 같고 그런 느낌도 든다”며 “1118자로 된 당선 연설문을 지금 막 썼다”고 말했다고 한다. 롬니 전 후보는 이처럼 승리를 확신했다. 투표율이 70%를 거뜬히 넘을 것으로 보이자, 민주당이 승리를 확신했던 것처럼 말이다. 역시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그렇고, 박빙의 승부는 반드시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 배경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지도부 교체’다. 문 전 후보도 지도부 교체를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지도부가 안 나간 게 아니라, 문 전 후보가 지도부의 등을 차마 떠밀지 못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고, 문 전 후보 캠프에서 ‘친노 9인방’이 자리를 뺐지만 끝내 제대로 된 정치쇄신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게다가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와의 단일화 문제가 야권의 최대이슈로 떠오르면서, 민주당의 정치쇄신 문제는 더욱 민주당과 문 전 후보를 압박했다. 이러한 압박은 오히려 단일화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뒤늦은 분석이다.

막상 안 전 후보가 단일화 테이블에 나와 앉자 민주당은 정치쇄신에서 ‘단일화 협상’으로 이슈를 이끌었다. 마침 문 전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자 쇄신 목소리는 잠잠해졌다. 민주당은 지도부 교체의 기회를 잃었다.

한국 51.6 VS 48, 미국 50.3 VS 48.4, 간발의 차
미국 민주당 지도부 교체로 대중적 열망 끌어내 승리

미국 민주당이 지도부를 교체할 수 있었던 배경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민주당은 여론을 수렴하고 대중적 열망이 당으로 인입되도록 꾸준히 노력했다.

2004년 초 <워싱턴포스트>에 칼럼니스트 이제이(E.J) 디온의 글이 민주당에 숙제를 던진다. “2002년 (중간) 선거의 치명적 패배 이후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지도부 교체였다”라는 이제이 디온의 글이다.


2005년 전국위원회 의장에 선출된 하워드 딘은 전국 각지의 인프라 조직을 다지고, 그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지도자를 물색하다 오바마와 조우해 2008년 대선에서 승리를 이뤘다.  

2008년도 그렇고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서도 미국 최고의 ‘선거전략가’들을 모아 유권자의 성향과 패턴을 분석하고 치밀하게 선거운동을 펼쳤다.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과정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국내에 방송될 정도였다. 섬세하고 정확하게 유권자의 표심을 파악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운동은 아직도 회자된다.

하워드 딘과 오바마 대통령은 끊임없이 민심을 헤아리려 애썼고, 선거에 민의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지도부 교체를 이루고, 조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문 전 후보는 이전 시대와 단절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매체를 통해 “2040 세대동맹의 유지, 동원이라는 세대전략, 영남후보에 의한 부산·경남 공략과 수도권 우위의 지역전략 등 2002년 선거모델을 답습했다”라며 “이번엔 인구학적 구성의 변화에 따라 선거지형이 바뀌었음에도 10년 전 모델을 답습했고, 게다가 업그레이드가 아닌 다운그레이드 된 -1.0 버전으로 재연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민심보다는 당심이 중요해 보였다. 민의를 반영하기보다는 민의를 당심에 맞춰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띄어, 적잖은 비난을 사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 ‘민주당은 달면 듣고, 쓰면 듣지 않는다’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다운그레이드 버전”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치열한 선거전략을 세우고 ‘맞춤형 선거운동’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안에서는 친노와 비노의 계파 갈등이 치열하고, 밖으로는 안 전 후보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쳤으니 과연 머리를 맞댄다고 하더라도 표심을 흔들 선거전략이 나왔을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애초에 정치쇄신이 이루어지거나, 유권자의 목소리가 당 안으로 스며들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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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