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회초리투어’가 결국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당내외 비판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이 같은 참배와 비판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문제다. 민주당은 선거 패배 후 줄곧 그랬다. 패배 원인과 전략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기 전에 무릎부터 꿇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무릎만 꿇었다. 이를 지켜보는 야권 지지자는 ‘답답하다’ 못해 ‘안쓰럽다’는 반응이다. <일요시사>가 ‘쇼’로 손가락질 받고 있는 민주당의 ‘참배정치’를 전격 해부해 보았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전국을 돌며 이른바 회초리투어를 개최하겠다는 당초 방침과는 달리 지난 대전·충남 방문을 마지막으로 참회의 지역방문을 마무리했다. 회초리투어가 보이기식 행사로 비치고 있다는 당내 비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세 번째 ‘참배행렬’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모양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 이어 김영환·이상민·정창래 의원 등의 질타도 잇따랐다.
수확 없는 ‘고행’
“영양가 없는 쇼” “생쇼 하지 말라” “이래놓고 또 지지해달라고 할 거냐? 탈당하겠다”라는 등의 질타는 민주당의 회초리투어를 향해 국민들이 쏟아낸 반응들이다.
네티즌의 반응을 보면 이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민주당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악플로’ 내뱉었다. 욕설로 도배한 댓글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잘못했다’고 참배한다는데도 국민은 이처럼 지나치게 인색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국민이 참배행렬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2004년 4월 당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사흘간에 걸쳐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3보1배’ 행진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국민은 ‘정성이 많이 들어간 쇼’라며 ‘그래도 고생한다’ ‘안쓰럽다’라는 반응이었다.
물론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추 의원의 3보1배가 시기적으로 ‘쇼’로 보이기에 매우 적당했기 때문이다.
추 의원이 3보1배를 시작한 2004년 4월3일은 제17대 총선을 앞두던 시점이었다. 게다가 다음 날인 4월4일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에 앞서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은 새천년민주당의 조순형 대표가 언급하면서 본격화됐으며, 추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원이었다.
결국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이때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공조했다는 낙인이 찍혔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탄핵저지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이어갔지만, 3월12일 새벽 탄핵소추안은 난리통 끝에 195명 참석, 193명 찬성으로 기습적으로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여당의원들은 차례로 끌려나가 처참한 광경을 연출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동시에 야당에 대한 전 국민적인 질타가 쏟아졌다. 전국 각지에서는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잇따랐다. 각종 시민단체는 탄핵소추안 가결은 ‘야3당의 쿠데타’ ‘3·12쿠데타’로 규정했다. 총선을 앞둔 민주당으로선 ‘최대위기’였다.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노무현 탄핵 후 총선 앞둔 시점에 추미애 ‘3보1배’
초선의원 ‘천배’ 지도부 ‘회초리투어’ 초라한 성적표
이때 추 의원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3보1배였다. 3보1배는 당시 최악의 상황을 타개하고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민주당은 추 의원의 3보1배가 민주당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되돌려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한 네티즌은 추 의원을 향해 “정치적 소신이 없는 것이며 기회주의자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호남에 대해 눈물과 정서에 호소하는 것만이 사실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추 의원은 무릎의 출혈과 염증, 심한 허리 통증 등 갖은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총선에서 완전히 참패했다. 믿었던 호남마저 등을 돌렸다. 열린우리당은 과반이 넘는 152석, 제1야당이던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겨우 9석을 건지며, 탄핵역풍을 제대로 맞았다.
원래 3보1배는 종교계와 환경단체가 새만금댐 건설공사를 반대하면서 등장했다. 그러면서 불자들만의 수행법이 아닌 정치인의 표심 얻기 수단으로 변질된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것이 다시 17대 총선에 나타났던 것. 일각에서는 총선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알맹이는 빠진 채 얼굴을 알리는 ‘이벤트’ 조짐이 보인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 언론사는 “열린우리당의 당사 이전과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생활로 감성정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의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 자칫 정치의 희화화를 부추길 우려를 낳고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추 의원의 3보1배는 ‘정치쇼’라는 논란을 일으킨 채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18대 대선이 끝난 후인 작년 12월26일 국회 앞에서 ‘천배’를 올리는 초선 국회의원이 등장했다. 자그마치 20여명이었다. 그들은 “국민 앞에 대선 패배를 사죄하고 참회하는 의미로 ‘묵언의 절’을 올리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들은 “모든 게 우리 당과 의원들의 잘못이며, 국민 앞에 엎드려 통렬히 석고대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 뒤에는 ‘국민들께 백배사죄 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고생한다” VS “이벤트쇼”
격려도 있었지만, 8년 전에 비해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웠다. 하지만 이 같은 국민의 목소리는 여의도 담장을 넘지 못 하는 듯했다. 이후 진선미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누구는 생쇼라고 할 테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라고 할 테지만, 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대의원은 이 같은 민주당의 참배 행보에 대해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뭐라고 할 말이 없다”라고 한숨을 깊게 쉬었다. 이어 “민주당이 그러니 자연스럽게 정치에서 멀어지게 되더라. 참배는 혼자 절에서 조용히 해도 된다. 국회에 나오면 머리를 맞대고 국회의원답게, 국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