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촌 비망록' 출간설 실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25 09: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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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기업인·연예인…'형님수첩' 열면 여럿 다친다!

[일요시사=사회팀] '주먹계 거물' 고 김태촌씨가 지난 5일 생을 마감하면서 '김태촌 비망록' 존재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씨의 생전 인터뷰를 통해 비망록 출간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당시 김씨는 초대형 폭로가 담긴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라고 큰소리 쳤다. 그렇다면 김씨의 비망록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내가 입 열면 여럿 다쳐!"

범서방파 두목, 고 김태촌씨가 지난해 1월 <일요시사>와의 병상 인터뷰 도중 꺼낸 말이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대병원에서 '최양석'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투병 중이던 김씨는 인터뷰 후 본지 기자에게 '비망록'의 존재를 털어놨다.

할 말 많은데
누군가 죽는다

고인이 된 김씨는 80년대 '양은이파' 조양은, 'OB파' 이동재와 함께 '어둠의 세계'를 호령했던 인물이다.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가 받은 형은 모두 33년 6개월. 인생의 절반 이상을 감옥에서 보냈지만 그가 감옥 밖에서 쌓은 인맥은 결코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1974년 상경해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전국구 조폭 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1976년 5월 '신민당 전당대회 난입사건'에 관여하며 신민당으로부터 중앙당 노동부 차장이라는 직함을 받았다. 당시 김씨는 신민당 의원이자 당 총재 후보였던 이철승 의원의 사주를 받고 신민당 전당대회에 개입해 폭력을 행사하는 등 '정치깡패'로 악명을 떨쳤다.


'5월 전당대회'의 또 다른 총재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당시 후보)은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감시와 협박을 받고 있었는데 이때 김씨 조직을 실질적으로 움직인 배후가 청와대의 차지철 경호실장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난입사건을 빌미로 깡패들을 동원해 김 전 대통령을 제거하려했지만 김 전 대통령이 김씨를 피해 총재실 밖으로 뛰어내리는 바람에 '거사'를 이루지 못했다는 증언도 김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가 직접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행동대장'이던 그는 난입사건 전부터 국회의원의 사위, 정계 로비스트 등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었다. 난입사건 이후 김씨는 '서방파'라는 이름의 독자 세력을 구축했고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연예계 쪽과도 교류했다. 이처럼 정계의 내로라하는 '형님'들과 연예계 '아우'들을 거느린 김씨는 서울 중구 소공동과 명동을 중심으로 점차 세력을 넓혔다.

유신정권이 끝나고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1980년 7월. 김씨는 폭력·공갈·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됐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김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5년으로 형이 감경됐다. 정계뿐 아니라 검·경과도 인연이 깊었던 김씨는 고위 공직자들을 회유하는 한편 측근들을 통해 검찰 쪽 인맥을 뚫었다.

김씨 출감 이후 서울 한강 고수부지에서 열린 '새마을 축구대회'에는 서울고검 P모 부장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P검사와 함께 김씨에게 돈봉투를 건넨 인물은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동생 전경환 전 새마을운동 중앙본부장이었다. 이후 P검사는 김씨와의 부적절한 커넥션이 드러나 옷을 벗었다.

본지와 병상 인터뷰 당시 출간 의지 드러내
생전 "꼭 책 낸다" 장담…측근도 일부 인정

김씨는 재계에도 발을 걸쳤다. 1986년 3월 프로야구 청보 핀토스 구단주 K씨와 나란히 앉아 야구 경기를 관람했다는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되며, 김씨 조직인 범서방파에 대기업 회장인 K씨가 5공 시절부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는 소문도 재계에 파다하다.

이밖에도 김씨를 둘러싼 여러 소문들은 그의 사후에도 꼬리를 물고 있다. 한편에서는 김씨에 대해 "언론이 만들어낸 신화"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그의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씨는 "만약 내가 죽으면 일대기의 형태로 이 모든 것을 공개할 생각이다. (비망록을) 지인들을 통해 집필하고 있다"고 전했었다. 김씨가 병석에서 지난 사건들을 술회하면 지인들이 메모를 해 책으로 엮어내는 형식이다.

김씨 생애와 관련 이미 언론에 알려진 내용도 많기 때문에 그가 준비했던 비망록은 알려지지 않은 사건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가 담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일례로 김씨가 지난 1985년 인천 뉴송도 호텔 나이트클럽 사장으로 있던 시절,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료도 받지 않고 무대에 섰던 이유가 비망록을 통해 밝혀지는 것이다.

김씨 주변인의 실명이 그대로 노출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만약 김씨가 일대기를 통해 새로운 '검은 커넥션'을 공개한다면 그 칼끝은 가장 먼저 연예계로 향한다는 것이 한 조직원의 설명이다.

김씨와 유착 관계에 있던 '형님' 정치인들 대부분이 현역을 은퇴한 '죽은 권력'인만큼 김씨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거나 김씨 후배들과 사업상으로 묶여 있는 연예계 실력자들이 새롭게 부각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한 익명의 조직원은 "연예인들과 건달은 서로 친할 수밖에 없다"면서 "옛날에는 우리들이 연예인들 뒤봐주고 그랬다"고 말했다.

조폭이 뒤봐주고
권력은 이용하고

현재와 같은 거대 연예매니지먼트사가 설립되기 전 조폭들은 연예인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스케줄 매니저를 조직원으로 관리하는 수법을 통해 연예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뜨는 여자 연예인의 경우는 조폭들의 집중관리 대상이 됐다. 김씨가 활동했던 70년대 무렵 당대의 스타였던 K씨는 김씨 조직과 공생관계에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유신정권 때부터 K씨를 포함한 숱한 여자 연예인들은 권력기관의 고위 관계자(대부분 남성)와 부적절한 관계에 놓여 있었는데 그 중간 연락책이 바로 조폭이었다. 권력기관은 비선라인을 통해 조폭에게 연락을 취하고, 조폭은 고위 관계자가 찾는 여자 연예인을 물색해 만남을 주선하는 식이다.

이 같은 관행은 요정 등에서 빈번하게 벌어졌는데 취재 기자들의 접근을 막거나 정보 보안을 유지하는 건 늘 조폭의 몫이었다. 그리고 조폭이 지키는 밀실 안에서는 사회 고위층과 유명 연예인의 끈적한 관계가 맺어졌다.

이처럼 정·관계 고위 인사는 성욕을 채우고, 연예인은 사회 상류층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를 붙잡게 되는 거래가 뒷세계에서는 공공연히 일어났다. 그리고 이 모든 거래는 중간브로커인 조폭의 입막음 하에 벌어졌다. 이들은 침묵의 대가로 권력의 비호를 받았다.


유신정권이 막을 내리고 서울 도처에 나이트클럽이 성행한 뒤에는 조폭들이 '권력'보다는 '돈'을 취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세력 간의 이권 다툼이 끊이지 않았던 80년대. 큼직한 조직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클럽에 유명 연예인을 세우기 위해 서로 이전투구를 벌였다. 업소마다 연예인 섭외를 위한 담당 연락책이 있었고 이들은 저마다 조직의 이름을 앞세워 연예인 출연을 종용했다.

또 지역 장터나 축제와 같은 이권이 개입된 행사에는 여지없이 조폭이 개입했다. 지역의 작은 조폭이지만 중앙의 '큰 형님'들과도 연락이 가능했던 지역 보스들은 서울에 전화를 걸어 "나 00형님 동생인데, 트로트 가수 누구누구를 불러 달라"고 부탁한 뒤 실제 연예인이 오면 행사를 준비한 업체로부터 관례적인 뒷돈을 챙겨 받았다.

많은 트로트 가수들이 조폭과 남다른 유착을 보이는 건 지역 행사 수입이 쏠쏠한 그들의 스케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6일 김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에는 가수 L씨 등 트로트 가수의 화환이 줄을 이었다.

노태우 정권이 추진한 '범죄와의 전쟁' 이후 범서방파를 포함한 국내 3대 조직원 일부는 합법적인 연예산업에 뛰어들었다. 이들과 형·동생하는 사이로 알려진 K씨는 걸그룹을 포함한 유명 아이돌을 여럿 발굴하며 2000년대 업계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조폭으로부터 피습당한 E씨도 조폭과의 커넥션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E씨 역시 젊은 조직원들로부터 '형님'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형적으로는 거대 매니지먼트사가 연예시장을 잠식하면서 '주먹'들의 조직적인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범서방파 출신 사업가 N씨가 검찰에 구속됐을 당시 개그맨 L씨, 가수 K씨 등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한 사례에서 보듯 개인과 개인 간의 '검은 커넥션'은 아직 유효하다.

비망록 칼날
연예계 조준


개인 사업자 형태의 '연예인 브로커' 행위도 아직 건재하다. 단골고객이 정·관계 인사에서 재계 인사로 바뀌었다는 점 외에는 지금도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익명을 요구한 한 브로커는 '연예인 스폰서' 존재에 대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재벌 3세 A씨가 발라드 가수인 B씨와 만나다가 비서진을 통해 걸그룹 멤버 C씨와의 또 다른 만남을 요구했었다"며 "이들의 만남은 고급 가라오케나 호텔 스위트룸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재벌과 연예인의 만남을 개인 브로커가 주선한다는 것.

또 이 브로커는 "예나 지금이나 연예인 브로커 중에서는 조폭 출신이 많고, 이들이 조직 쪽에 흘리는 정보가 조폭들 입장에서는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에 악어와 악어새 같은 구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뒷세계 생리를 잘 아는 김씨는 건강이 악화된 후에도 자신의 후배들을 통해 은밀한 정보를 모아온 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폭이 입수하는 고급 정보들은 위기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8년 전 조직폭력계를 떠난 한 전직 '주먹'은 "이 바닥은 엘리베이터로 일찍 뜬 만큼 일찍 간다(죽는다)"면서 "김씨처럼 라인을 잘 타 이쪽저쪽 다 막아두지 않으면 아무리 떠도 죽는 건 금방"이라고 먼저 운을 띄었다.

이어 "김씨는 내 직계 선배는 아니지만 사람을 잘 부렸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조폭 생활이란 건 결국 밑에 애들 일 잘 시키고, 돈 좀 있고 힘 잘 쓰는 스폰서를 잡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 정도 위치쯤 되면 겉으로는 아무리 개과천선 했다고 하더라도 뒤로는 밑에 애들 만나서 사업 얘기도 하고, 잘 나갈 때 텄던 라인들을 통해 윗선의 정보도 듣고,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주변에서 청탁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죽으면 모든 비밀 공개" 병석서 일대기 형태 집필 확인
각계 유명인사들과 친분, 부적절한 관계 폭로할까 "후폭풍 만만치 않을 듯"

실제 김씨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 서울시경으로부터 폭력배 단속 계획을 가장 먼저 입수할 정도로 정보전에 능했다. 살면서 그가 받았던 각종 청탁과 그 대가로 교환했던 정보들만 나열해도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라는 경찰 관계자의 증언도 있었다.

'머리 쓰는 조폭'이었던 그는 은퇴 후 자신의 후견인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를 선택하면서 로얄 인맥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조 목사와 김씨의 친분이 남달랐던 만큼 김씨가 직접 작성한 '비망록'의 칼끝이 종교계로 향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생전 김씨가 조 목사와의 친분을 자랑스러워했고 본인의 일대기를 쓰는 것에도 비상한 관심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씨가 조 목사와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고 비망록을 작성할 수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까지 김씨는 대외적으로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정치인이나 검찰, 경제인들과 관련된 '큰 사건'이 지금 나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죽기 전까지 고수했다. 지난 1992년 일명 <김태촌 비망록>이 공개된 후 애써 다져 놓은 정·관계 라인이 한 순간에 무너진 상황을 김씨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운전사 겸 비서인 K씨가 폭로한 이 비망록에는 지난 1989년 6월부터 8월까지 김씨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돼있다. 이 기록에 따르면 당시 검찰, 안기부, 경찰, 교도소 고위 관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김씨와 친분을 맺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문건이 폭로되자 이들 대부분은 더는 김씨를 비호할 수 없었다.

1986년 민중민주당 창당대회에 부하 수십 명을 이끌고 나타나 국회의원들을 긴장시키던 김씨도 비호세력 없이는 한낱 폭력배나 수감자에 불과했다. 카지노 문제로 모 회장과 등을 돌린 뒤 그의 사돈이던 정치 거물에게 쓴 맛을 봤던 그였기에 "권력의 핵심과 관계된 일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김씨 사후 김씨의 최측근인 L씨는 비망록에 대한 질문에 "아직은 장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때가 아닌 것 같다"며 "나중에 정리가 되면 고인과 관련된 자료를 따로 모을 수 있겠지만 당장의 출간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비망록의 존재를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은 셈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죽은 자를 둘러싼 산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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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