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주체인가 쇄신대상인가 ‘친노’ 실체 전격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22 11: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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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힌 돌’ 빼낸 ‘개천의 용’…“외롭네~”

[일요시사=정치팀] 이쯤 되면 ‘귀에 못이 박힐 만’도 하다. ‘좋은 소리도 세 번 하면 듣기 싫다’고 했듯 이젠 지루함을 넘어 거부감마저 들 지경이다. 당 안팎에서 ‘친노(친노무현)’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피곤하긴 마찬가지. 그럼에도 국민은 친노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는 눈치다. 이에 <일요시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역사 뿌리인 친노의 실체를 해부해 보았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 공방 중심에는 여전히 ‘친노’가 있다. 좀 더 격한 표현을 빌리자면 ‘친노 패권진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 보폭을 맞췄던 이들이 권리와 힘을 휘둘러 대선에 패배했다는 당내 목소리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굳히는 DJ
흔드는 YS

1967년 유진오를 당대표로 창당된 신민당은 당내 갈등 없이 가장 오랫동안 건재했던 민주당계 정당이다. 이후 ‘40대 기수론’의 DJ와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YS가 혜성처럼 등장하면서 신민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이들이 1985년 신한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야권 진영에 바야흐로 ‘양김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무리의 수장은 둘이 될 수 없는 법. 신한민주당에서 DJ측 동교동계와 YS측 상도동계 사이에 당권 장악을 위한 물밑전쟁이 치열해졌다. 상도동계 인사들이 DJ의 당권 장악을 저지하면서 야권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12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신민당을 깨고 통일민주당을 창당한 양김은 1987년 DJ가 평화민주당을 창당하면서, 13대 총선을 앞두고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는 완전히 갈라섰다.

'3당야합’ 반대하고
세력 없는 혈혈단신

이때 재야활동을 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YS와 인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은 통일민주당 후보로 1988년 제13대 총선에 출마해 부산동구 지역구에서 당선돼 헌정사에 이름을 올렸다.

1990년 통일민주당 총재인 YS, 민주정의당 총재인 노태우 전 대통령, 신민주공화당 총재인 김종필의 ‘3당합당’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밀실야합’이라 규정하고 통일민주당 잔류세력들과 함께 소위 ‘꼬마민주당’ 생활을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은 상도동계와 동교동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혈혈단신’ 신세가 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5공청문회’에서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명판을 집어던지는 등의 언동으로 일약 ‘청문회 스타’자리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석자를 전국민에게 알렸다. 

하지만 14대 총선에서 부산 동구에 출마했으나 여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고, 15대 총선에서는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당시 신한국당의 이명박 후보와 민정당 사무총장 출신의 정계거물로 DJ가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한 이종찬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얼마 전 “친노의 잔도 불태워라”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던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이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었다.

1997년 노 전 대통령은 김정길, 김원기 등의 집행위원들과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해 DJ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동교동계 VS 상도동계 싸움판… YS 노무현 발탁 후 ‘줄튀’ 
‘낙동강 오리알 신세’ 노무현, 민주당 ‘미운 오리 세끼’

여당에 몸담게 된 노 전 대통령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서울시 종로구 공천을 거절하고, 지역주의의 벽을 넘겠다면서 부산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터넷에서 ‘노사모’가 조직돼 붐을 일으켰던 것도 이때다. 국회의원에 낙선한 후 그는 DJ 정부의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한마디로 노 전 대통령은 ‘박힌 돌’ 빼내는 ‘굴러들어온 돌’이였다. 지연, 학연을 비롯해 아무런 세력이 없는 노 전 대통령이 DJ계 인사들에게 곱게 보일 리 만무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제16대 대선후보경선에서 잔뼈 굵은 인사들과 경쟁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단숨에 수장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잇따라 참패하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때 ‘친노’와 ‘반노’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심지어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는 의원까지 등장했다. 대선이 끝날 때까지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당내 분란은 좀처럼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대권을 잡자, 그를 추대하던 친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반면 반노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었다. 친노 의원들은 일제히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고 한화갑 대표가 이에 불응하면서 양측 갈등은 더욱 악화됐다.

당시의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진통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쇄신안 처리 과정에서 양측이 몸싸움을 벌였을 뿐만 아니라, 이후 ‘대북송금특검’으로 노 전 대통령이 DJ에 법망을 씌웠으니, 이들의 날 선 대립이 골육상잔의 아픔에 비견할 만했다.

2003년 4월28일 친노 중심세력은 본격적인 신당 창당 작업에 돌입한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재선 이상의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민주당에 잔류했지만, 초선의원은 대부분 신당 창당에 동참했다. 이들은 더욱 자유롭게 당적을 선택할 수 있었단 이야기다. 호남을 기반으로 둔 의원들도 대부분 잔류를 선택했다.

노무현 연이은 ‘등업’에
민주당 인사들 ‘열 받네’

한 전문가는 논문을 통해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신당참여는 지역구 유권자에게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신당 참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라고 분석했다.

작년 민주당 대선 후보경선 과정에서 대표적인 비노로 분류됐던 박준영 전남도지사가 그런 경우다. 현 강운태 광주광역시장도 당시 민주당에 잔류했으며, 친노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호남이 친노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는 결국 '친노의 호남홀대론'으로까지 이어졌다.

친노를 둘러싼 민주당의 갈등이 분출되는 슬로건은 그때나 지금이나 남아있는 자들을 향한 ‘쇄신’이다. 10년 전 친노는 ‘쇄신’을 외치며 뛰쳐나왔지만, 실상은 노 전 대통령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DJ 인사들에 대한 ‘갈등의 분출’로 볼 수 있다.

11년 전 친노는 비노를 이겼다. 친노는 대선에 승리했음에도 승자의 포용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이것은 친노의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오히려 비노에게 ‘재보선 패배 책임’을 물어 야권 분열을 가속화 시켰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 “이번 대선에서 비노에 속하는 의원들은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많은 것을 암시한다.

비노입장에서 11년 전과 같이 친노의 ‘득세’로 험한 꼴을 보느니, 차라리 대선 패배의 책임을 친노에 묻고, 신당 창당의 명분을 만드는 것이 나을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11년 전 친노가 대선 승리로 비노에게 책임을 묻고 신당 창당의 명분을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때 친노 “한화갑 사퇴” 지금 친노 “모두가 책임져”
그때 비노 “노무현 사퇴” 지금 비노 “문재인 책임져”

달리 보면 ‘친노’의 시작은 비노에게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YS가 아닌 DJ를 통해 동교동계 인물들과 세력을 형성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면, 혹은 DJ계가 노 전 대통령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고 대선 승리에 힘을 모았다면 애초에 친노와 비노의 대립이 있었겠느냐는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을 끝까지 인정하지 못한 DJ계 인사들의 고집도 ‘패권’이요, 대선 승리에도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새집을 마련한 친노 인사들의 속 좁은 처사도 ‘패권’이란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친노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노 전 대통령의 급부상을 목격해야 했던 비노의 ‘쓰린 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25년 갈등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친노보다 비노가 먼저 생겼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현재 '친노 직계'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3당합당 당시 노 전 대통령과 통일민주당에 잔류했던 인물이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노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했던 88년에 보좌관을 맡았다. 문재인 전 후보는 알려진 바대로, 노 전 대통령과 인권변호사 활동을 했던 ‘골수 친노인사’다.

노 전 대통령을 따라 열린우리당 창당에 힘을 보탰던 이들은 이후 각각 정동영 전 상임고문,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필두로 세력을 형성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명숙, 이해찬, 문희상, 유시민 의원 등이 소수 무리를 이끌었다. 그야말로 ‘춘추전국당’이었다. 현재 당권을 장악한 박영선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정동영계 인사였다.

이번 18대 대선에서 대표적 동교동계 인사인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을, 한광옥·김경재 전 의원은 아예 새누리당에 입당해 박근혜 정권 창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내가 하면 ‘쇄신’
남이 하면 ‘구태’

이러한 맥락에서 대표적인 동교동계 인물로 대북송금특검 과정에서 갖은 수모를 겪고도, 이해찬 전 당대표와 함께 문재인 전 후보의 당선을 도왔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구태’로 몰린 것은, 참으로 큰 손실이라는 평가도 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친노와 비노의 대립이 격한 이때. 이들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가진 구태’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정치평론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10년 전 그들이 서로에게 요구했던 것을 자신이 먼저 실천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친노는 대선 패배 책임을, 비노는 노 전 대통령을 인정하고 친노에 대한 포용력을 발휘해 얽히고설킨 갈등을 해결하기를 ‘실패한 투표자’ 48%는 바라고 있다.

DJ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내 몸의 절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라며 울먹였던 것처럼, 친노와 비노는 결국 한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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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