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안풍’ 민주당 쓸어낼까?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24 14:34:59
  • 댓글 0개

십보 전진 위한 일보 후퇴 “약발은 ‘타이밍’에 달렸다”

[일요시사=정치팀] 꺼질 듯 거세지고, 거세질 듯 다시 잠잠해지는 게 바로 ‘안풍’이다. 슬쩍 보면 아무 때고 들이닥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때’에 맞춰 ‘기가 막히게’ 부니, 과연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타이밍의 귀재’라 할 만하다.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어가자, 슬슬 안 전 후보 복귀설이 여의도에 나돌고 있다. 아직은 ‘미풍’이다. 여의도를 휩쓸어 민주당을 좌지우지할 안풍이 언제 다시 불어 닥칠지, <일요시사>가 바람의 진원지를 조심스럽게 추적해 보았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보는 한동안 잠잠했다. 미국에서 안 전 후보를 만난 송호창 무소속 의원이 안 전 후보의 근황을 소개하자 정치권과 여론은 다시 들끓었다. 안 전 후보가 조만간 신당 창당 등 정치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철수는 흘리고
송호창은 입조심

송 의원 측 관계자에 따르면, 송 의원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신당 창당설에 대해 “너무 빠른 이야기”라며 조심스럽게 답했다는 전언이다.

정치권은 여느 때처럼 안 전 후보의 작은 소식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새누리당으로선 안 전 후보의 등장으로 박근혜 당선인의 야심 찬 출범이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 쇄신 움직임이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측 모두 안 전 후보 소식이 당분간 ‘없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송 의원은 안 전 후보의 귀국 시점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했다. 그의 근황에 대해서는 “(안 전 후보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고 건강하게 잘 계신다”라고 전했다.

안 전 후보의 향후 정치행보와 관련해 송 의원은 “안 전 후보가 (정치를) 근본에서부터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한 “안 전 후보가 개인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를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있다”며 “근본에서부터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호창 안철수 만남에 여의도 ‘신당 창당설’ 솔~솔
비대위체제 민주당 성적표 따라 정치행보 구상할 듯

송 의원이 언급한 바대로 안 전 후보가 본격적으로 정치적인 구상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이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만큼, 안 전 후보와 송 의원 사이에 정치적인 이야기가 오갔으리라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금태섭 변호사나 박선숙 선대위 본부장이 아닌 민주당 소속이었던 송 의원이 안 전 후보와 접촉했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민주당의 움직임’과 연관된 정치구상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선출해, 이러한 민주당의 움직임과 여론의 평가에 따라 귀국 시점을 정해 ‘안철수세력’을 모으기 위한 로드맵을 구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송 의원은 이어 안 전 후보와 그 측근들의 4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나돌고 있는 것에 대해 “선거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 않느냐”며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문희상호’ 민주당
‘예의주시’ 안철수

취재기자들이 안 전 후보의 메시지가 없었느냐고 묻자 송 의원은 “(대국민) 메시지가 꼭 있었어야 하느냐? 있었다면 이야기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안 전 후보의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송 의원은 안 전 후보 근황에 대해선 “(얼굴이) 좋아 보였다”라며 “(안 전 후보의) ‘백수생활’은 50년 만에 처음인 셈”이라며 “가족들과 함께 쉬고 있고 편안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송 의원은 “안 전 후보의 머리가 좀 짧아졌다”고 전한 뒤 기자들이 "정치를 시작하기 전 대학교수 때의 모습이냐"고 질문하자 “그렇다”면서도 “(안 전 후보는) 지금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송 의원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마친 후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미국 출장을 떠났고 지난 7일까지 뉴욕에서 공식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후보는 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선거를 마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나 부인 김미경 교수, 딸 설희씨와 함께 지내고 있다.

흥행돌풍 ‘정치9단’
출마포기 ‘역풍차단’

출국 당일 안 전 후보는 유민영 전 대변인을 통해 “1~2달 정도 체류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전 후보의 귀국시기를 두고 수많은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문희상호’를 출범시켰다. 민주당이 당내 갈등을 추스르고 있는 시점에 송 의원이 언론에서 안 전 후보를 언급한 것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아무리 ‘정치초보’라지만, 그동안 그의 언행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안 전 후보가 기성정치인의 선거전략에 쉽게 휘말리지 않아, 안 전 후보가 과연 ‘정치9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등장할 때와 숨죽이고 있을 때를 정확히 알고, 그는 매번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안 전 후보의 정치행보와 관련해서 정치권은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치권은 안 전 후보의 4월 재보선 출마, 신당 창당 또는 여의도 밖에서 연구소나 재단활동을 하리라는 가능성이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의 4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본다. 득 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

안 전 후보가 예상보다 일찍 귀국한다 하더라도, 정치세력을 모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다. 그렇다고 덜렁 혼자 깃발을 꼽고 여의도에 입성하면, 안 전 후보는 확장력을 잃을 게 뻔하다는 분석이다.

재보궐선거 후 세력 구축 가능, 출마 가능성 희박해
“범야권, 시민단체, 새누리 개혁파, 친MB 아울러야”

시기적으로도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성적표를 기다리는 게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비대위 체제에 들어간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재보선을 통해 드러나는 만큼, 굳이 그 판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안 전 후보가 지금 움직이면, 민주당과 함께 대선 패배의 평가를 받는 모양이 된다. 긁어 부스럼 만들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재보선 후 민주당이 분당하거나 지도부 교체가 이루어진 후에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 세력이 빠져나올 명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세력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올해 여의도 밖에서 연구소나 강연 등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진 뒤에, 내년쯤 신당 창당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는 정치권과 여론이 점치는 시기보다 앞당겨 자신의 ‘작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이 계파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쇄신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면,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을 앞당길 명분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지지자의 평가 또한 변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비대위체제가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차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질적인 의미의 민주당 변화와 혁신이 핵심이다. 제대로 된 정치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귀국 후 세력 구축
창당은 내년쯤

이 평론가는 안 전 후보의 등장에 대해 “안 전 후보가 현실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직접 나설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친노로 구성된 민주당의 핵심 지도부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안 전 후보가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안 전 후보 정치권 복귀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선거에 나오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안 전 후보의 복귀에 대해 거시적인 측면에서 명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고 입당하거나 선거에 출마하면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협소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안 전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대안세력, 즉 민주당 비주류진영, 진보세력, 노동운동가, 시민사회, 새누리당 개혁파, 친박계로 고립된 친MB 등 총망라해 구심점을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안 전 후보의 등장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답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