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안풍’ 민주당 쓸어낼까?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24 14:34:59
  • 댓글 0개

십보 전진 위한 일보 후퇴 “약발은 ‘타이밍’에 달렸다”

[일요시사=정치팀] 꺼질 듯 거세지고, 거세질 듯 다시 잠잠해지는 게 바로 ‘안풍’이다. 슬쩍 보면 아무 때고 들이닥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때’에 맞춰 ‘기가 막히게’ 부니, 과연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타이밍의 귀재’라 할 만하다.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어가자, 슬슬 안 전 후보 복귀설이 여의도에 나돌고 있다. 아직은 ‘미풍’이다. 여의도를 휩쓸어 민주당을 좌지우지할 안풍이 언제 다시 불어 닥칠지, <일요시사>가 바람의 진원지를 조심스럽게 추적해 보았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보는 한동안 잠잠했다. 미국에서 안 전 후보를 만난 송호창 무소속 의원이 안 전 후보의 근황을 소개하자 정치권과 여론은 다시 들끓었다. 안 전 후보가 조만간 신당 창당 등 정치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철수는 흘리고
송호창은 입조심

송 의원 측 관계자에 따르면, 송 의원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신당 창당설에 대해 “너무 빠른 이야기”라며 조심스럽게 답했다는 전언이다.

정치권은 여느 때처럼 안 전 후보의 작은 소식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새누리당으로선 안 전 후보의 등장으로 박근혜 당선인의 야심 찬 출범이 주목받지 못할 수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 쇄신 움직임이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측 모두 안 전 후보 소식이 당분간 ‘없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송 의원은 안 전 후보의 귀국 시점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했다. 그의 근황에 대해서는 “(안 전 후보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고 건강하게 잘 계신다”라고 전했다.


안 전 후보의 향후 정치행보와 관련해 송 의원은 “안 전 후보가 (정치를) 근본에서부터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한 “안 전 후보가 개인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를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있다”며 “근본에서부터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호창 안철수 만남에 여의도 ‘신당 창당설’ 솔~솔
비대위체제 민주당 성적표 따라 정치행보 구상할 듯

송 의원이 언급한 바대로 안 전 후보가 본격적으로 정치적인 구상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이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만큼, 안 전 후보와 송 의원 사이에 정치적인 이야기가 오갔으리라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금태섭 변호사나 박선숙 선대위 본부장이 아닌 민주당 소속이었던 송 의원이 안 전 후보와 접촉했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민주당의 움직임’과 연관된 정치구상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선출해, 이러한 민주당의 움직임과 여론의 평가에 따라 귀국 시점을 정해 ‘안철수세력’을 모으기 위한 로드맵을 구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송 의원은 이어 안 전 후보와 그 측근들의 4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나돌고 있는 것에 대해 “선거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지 않느냐”며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문희상호’ 민주당
‘예의주시’ 안철수

취재기자들이 안 전 후보의 메시지가 없었느냐고 묻자 송 의원은 “(대국민) 메시지가 꼭 있었어야 하느냐? 있었다면 이야기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안 전 후보의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송 의원은 안 전 후보 근황에 대해선 “(얼굴이) 좋아 보였다”라며 “(안 전 후보의) ‘백수생활’은 50년 만에 처음인 셈”이라며 “가족들과 함께 쉬고 있고 편안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송 의원은 “안 전 후보의 머리가 좀 짧아졌다”고 전한 뒤 기자들이 "정치를 시작하기 전 대학교수 때의 모습이냐"고 질문하자 “그렇다”면서도 “(안 전 후보는) 지금 정치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송 의원은 새해 예산안 처리를 마친 후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미국 출장을 떠났고 지난 7일까지 뉴욕에서 공식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후보는 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선거를 마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나 부인 김미경 교수, 딸 설희씨와 함께 지내고 있다.

흥행돌풍 ‘정치9단’
출마포기 ‘역풍차단’

출국 당일 안 전 후보는 유민영 전 대변인을 통해 “1~2달 정도 체류하게 될 것”이라며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전 후보의 귀국시기를 두고 수많은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문희상호’를 출범시켰다. 민주당이 당내 갈등을 추스르고 있는 시점에 송 의원이 언론에서 안 전 후보를 언급한 것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아무리 ‘정치초보’라지만, 그동안 그의 언행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안 전 후보가 기성정치인의 선거전략에 쉽게 휘말리지 않아, 안 전 후보가 과연 ‘정치9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등장할 때와 숨죽이고 있을 때를 정확히 알고, 그는 매번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안 전 후보의 정치행보와 관련해서 정치권은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치권은 안 전 후보의 4월 재보선 출마, 신당 창당 또는 여의도 밖에서 연구소나 재단활동을 하리라는 가능성이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의 4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본다. 득 될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


안 전 후보가 예상보다 일찍 귀국한다 하더라도, 정치세력을 모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다. 그렇다고 덜렁 혼자 깃발을 꼽고 여의도에 입성하면, 안 전 후보는 확장력을 잃을 게 뻔하다는 분석이다.

재보궐선거 후 세력 구축 가능, 출마 가능성 희박해
“범야권, 시민단체, 새누리 개혁파, 친MB 아울러야”

시기적으로도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성적표를 기다리는 게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른다. 비대위 체제에 들어간 민주당에 대한 평가가 재보선을 통해 드러나는 만큼, 굳이 그 판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안 전 후보가 지금 움직이면, 민주당과 함께 대선 패배의 평가를 받는 모양이 된다. 긁어 부스럼 만들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재보선 후 민주당이 분당하거나 지도부 교체가 이루어진 후에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 세력이 빠져나올 명분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세력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올해 여의도 밖에서 연구소나 강연 등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진 뒤에, 내년쯤 신당 창당에 돌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는 정치권과 여론이 점치는 시기보다 앞당겨 자신의 ‘작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이 계파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쇄신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면,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을 앞당길 명분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 대한 지지자의 평가 또한 변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용길 시사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비대위체제가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차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실질적인 의미의 민주당 변화와 혁신이 핵심이다. 제대로 된 정치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귀국 후 세력 구축
창당은 내년쯤

이 평론가는 안 전 후보의 등장에 대해 “안 전 후보가 현실 국면에서 정치적으로 직접 나설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친노로 구성된 민주당의 핵심 지도부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안 전 후보가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안 전 후보 정치권 복귀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선거에 나오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안 전 후보의 복귀에 대해 거시적인 측면에서 명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고 입당하거나 선거에 출마하면 안 전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협소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안 전 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대안세력, 즉 민주당 비주류진영, 진보세력, 노동운동가, 시민사회, 새누리당 개혁파, 친박계로 고립된 친MB 등 총망라해 구심점을 형성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안 전 후보의 등장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답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