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조폭 대부' 김태촌 마지막 가는 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14 16: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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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세계 호령하다 어둠에 영원히 잠들다

[일요시사=사회팀] 80년대 전국구 주먹시대를 열었던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64)씨가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4세. 숨진 김씨의 빈소는 다음 날인 6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차려졌다. 관할 경찰서인 송파경찰서는 강력계 형사들을 아산병원에 급파했다. '주먹'과 '경찰'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장례식 내내 계속됐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중이던 '주먹계 거물' 김태촌씨는 지난 5일 새벽 패혈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 김씨의 시신은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가 숨진 다음 날인 6일 빈소는 아산병원 장례식장 2층 특실에 마련됐다.

유명인 화환 빼곡
곳곳서 90도 인사

김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장례식장에 모여들었다. 유가족들은 상주 리본을 달고 조문객을 맞았다. 중절모를 쓴 60대 남성부터 회색 코트의 20대 남성까지 조문객 대부분은 남자였지만 간간이 여자 조문객도 눈에 띄었다.

장례식장 주변에는 경찰이 포진했다. 파견된 경찰 인력은 150여 명이었다. 송파경찰서에서 출동한 강력팀은 빈소 앞 입구 전면에 배치됐다. 장례식장 에스컬레이터를 포함한 내부 곳곳에는 사복형사들이 자리했다. 건물 밖에는 둘씩 짝을 지은 경찰관들이 구역을 정해 순찰을 돌고 있었다. 1개 중대 규모의 전·의경은 2대의 경찰 버스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대체로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무전기를 든 형사의 눈매만은 날카로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씨의 빈소를 찾는 조문객은 늘어났다. 빈소 입구를 지키는 건장한 젊은 남성들도 세를 더했다. 빈소 입구와 10여m 떨어진 엘리베이터 앞까지 '주먹'들의 행렬은 이어졌다. 빈소와 연결된 화장실 앞에도 20여명의 남자들이 기립해 있었다. 이들은 서로 마주 본 채 반듯한 자세로 뒷짐을 지고 있었다. 빈소 입구에는 100켤레가 넘는 구두가 조문 온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은 김씨의 장례 기간 중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약 3000명 규모라고 추산했다.


패혈증 심장마비로 사망…빈소에 3000명 몰려
장례식장 경찰 150여명 배치 "주먹들과 신경전"

빈소 옆 비상구 계단 앞에는 화환이 빼곡히 자리했다. 화장실 앞부터 시작된 화환 행렬은 에스컬레이터 앞까지 계속됐다. 화환을 보낸 이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송일현 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장 등 기독교계 유력 인사를 비롯해 가수 설운도, 김태곤 등 음악계 인사, WBC 세계챔피언을 지낸 염동균, 동부프로미 농구단 감독을 맡고 있는 강동희 등 체육계 인사까지 각계를 망라한 유명인들의 화환이 줄을 이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는 권봉길 새누리당 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원장의 화환 또한 눈길을 끌었다.

둘째 날에도 조문객의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이미 첫째 날에 다녀간 하일성 전 KBO 사무총장은 김씨와 오랜 인연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86년 김씨는 프로야구 한 구단의 이사를 맡았었는데 당시 야구해설위원이었던 하 전 사무총장과 각별한 인연을 유지해왔던 것. 이밖에도 탤런트 임혁이 조문을 위해 아산병원을 찾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탤런트 이동준씨도 지난 7일 저녁 지인들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이씨는 "형님과는 원래 건달, 연예인 이런 거 다 떠나서 친분이 있었고 좋은 분이었다"며 "잠깐 그쪽 세계에도 계셨지만 손 씻고 나중에는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그런 점을 훌륭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유명 걸그룹이 소속된 모 소속사 대표 K씨가 김씨와의 인연으로 빈소를 찾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지만 장례식장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씨의 장례식에 참석한 한 40대 남성은 "연예인들과 건달은 서로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면서 "보는 눈들 때문에 오지는 못해도 조의금은 다른 루트를 통해 보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은 "빈소로 화환을 보낸 사람 중 거물로 분류되는 인사의 화환은 안쪽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화환을 보낸 이의 신원을 보호하는 방법인 셈. 유명인들의 화환 외에도 부산 영도파 두목 천달남, 칠성파 두목 이강환 등이 보낸 화환은 엘리베이터를 경계로 외부에서 보이지 않는 쪽에 배치됐다.

빈소 바로 맞은편에 있는 소파에는 강력계 형사들과 채증 임무를 맡은 수사관들이 앉아있었다. 이들은 화환으로 가려진 빈소 안쪽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밤낮으로 똬리를 틀고 있었다. 한 형사는 "우리는 특별한 목적으로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상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40대 조직원
형사에 깐족깐족

이와 반대로 기자와 얘기를 나눈 중견 보스 A씨는 "사람들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조폭하면 매일 경찰과 치고받고 마약이나 하고 그러는 줄 아는데 요즘은 경찰이 영장 들고 찾아오면 손들고 '꼼짝마라'(움직이지 않는다)"라면서 "영화랑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구끼리 장례식 하는데 여기 언론이고 경찰이고 찾아오면 우리가 라이브로 싸우길 바라는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40대 중견 보스 B씨는 "화나게 하면 아예 경찰이랑 붙을 수도 있지"라며 "태촌이형이랑 잘 알지는 못해도 도리로 온 사람들 많은데 (언론과 경찰은) 시간 아깝게 여기 뭐 건질 게 있어서 죽치고 앉아 있을까"라며 A씨를 거들었다.

A씨와 B씨 옆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20∼40대 조직원 10여명이 고개를 뻣뻣이 든 채 서 있었다. 몇몇 조직원은 경찰이 쓰고 있는 책상에 자신이 마신 음료 캔을 올려놓는 등 경찰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경찰의 표정은 다소 굳어졌다.

이때 조문을 위해 도착한 40대 남성은 '형님'인 50대 조직원을 복도에서 발견하고 "안녕하십니까"라며 깍듯이 90도 인사를 했다. 인사를 받은 이 50대 조직원은 "너는 왜 그러냐. 이런 건 이제 어린 애들이나 해야 하는데" 등의 설교를 늘어놨다.

오후 5시 이후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0명 넘게 김씨의 빈소로 무리지어 가는 조직원들이 보였다. 이 중에는 외국 폭력조직원도 있었다. 중국 상해에서 왔다는 폭력조직원 5명은 등장과 함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저 중국인들이 누구냐"는 물음이 기자들 사이에 있었지만 경찰은 "중국에서 왔다는 사람의 신원을 한국 관할 경찰서가 어떻게 얼굴만 보고 파악하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조문을 끝낸 중국 상해 조직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오후 7시께는 민갑룡 송파경찰서장이 수행 경찰관을 대동하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민 서장은 상주 근무 중인 강력팀을 격려하며 "이번 임무가 끝나면 휴식을 좀 취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원파악과 관련해서는 "현장에 있는 일선 경찰이 조폭의 얼굴을 무작정 모른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수배자 명단 조회' 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구 등 전현직 조폭 조문 행렬
중국 상해 조직원도 몰래 다녀가
"화나게 하면 짭새고 뭐고 없어"

밤이 깊어갈수록 김씨의 발인을 지켜보기 위한 조폭계 원로들의 방문은 계속됐다. 한 원로 주먹은 새벽이 되자 건물 복도에 나와 담배를 태우며 이리저리 전화를 돌렸다. 빈소에서 나온 또 다른 원로는 장례식장 직원에게 "3일 동안 고생 많았어요"라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경찰은 조직원들의 동향을 체크하며 무전기로 교신을 주고받고 있었다. 경찰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장례식장의 마지막 밤은 깊어갔다.

다음 날 오전 5시30분께 김씨의 빈소가 다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고인을 보내는 발인예배가 지하 1층 영결식장에서 준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최성규 인천순복음교회 목사는 이른 시각 아산병원 영결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6시께 김씨의 영정사진과 함께 유족들이 지하 1층 강당에 도착했다. 김씨의 운구가 영결식장으로 들어가고 '다시 만나자'는 찬송가가 영결식장 주위에 울려 퍼졌다. 강당 밖의 조문객들도 차분한 분위기로 김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오전 6시30분께 발인예배가 끝나자 운구행렬이 영구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350여명의 조문객들은 검은 리무진에 옮겨지는 고인의 관을 보면서 "형님 잘 가쇼"라고 외쳤다. 한 60대 남성은 "이 사람, 생전에 그렇게 멋있는 척을 하더니 먼저 가버렸구만"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미리 도착한 45인승 관광버스 12대는 아산병원 장례식장 주변을 메웠다. 병원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던 20대 주먹 2명은 "형님에게 혼나겠다"며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그들이 탄 버스는 앞서 간 리무진을 따라 광주로 향했다.

"형님 잘 가쇼"
한줌 재로 묻혀

오전 12시께 흰 천을 두른 김씨의 시신은 화장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를 덮은 흰 천에는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고 김태촌 집사 천국환송예배'를 끝으로 김씨는 그곳에서 한줌의 재로 잠들었다. 1975년 폭력조직에 몸담은 뒤 어둠의 세계를 호령했던 김씨는 그렇게 고향으로 돌아가 영원한 어둠 속에 묻혔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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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