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이윤재 피죤 회장 '막장 스캔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1.07 16: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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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앞두고…초라한 말년

[일요시사=경제1팀] 팔순을 앞둔 이윤재 피죤 회장이 초라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가석방 된지 4개월 만에 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청부폭행 지시에 이어 이번에는 횡령·배임혐의다. 119억원을 주머니에 챙긴 의심을 받고 있다. '30년간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진 피죤의 기업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검찰이 120억 상당의 회사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이윤재 피죤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제조사3부(부장검사 김한수)는 최근 119억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중국 법인 등에 부당 지원해 회사 측에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딸은 입건유예

앞서 검찰은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나선 정황을 포착, 지난 6월부터 서울 역삼동 피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임원진 및 이 회장과 이 회장의 장녀 이주연 피죤 부회장을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회계 장부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이 수감됐던 구치소와 병실까지도 압수수색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납품업체 8곳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 비용보다 부풀린 거래대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차액을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총 43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회장은 피죤 구매팀장을 통해 제품 용기에 부착하는 각종 스티커를 인쇄·납품하는 S업체로부터 11억여원을 되돌려받은 것을 비롯, 플라스틱성형 전문업체인 S사와 D사로부터 각각 8억여원, 4억여원, 화학업체인 S사와 O사에서 각각 2억여원, 5억여원 등 각 업체마다 수억원 이상을 부풀려 납품계약을 맺었다.


이 회장은 이렇게 빼돌린 납품대금을 주식 투자나 중국현지법인(벽진일용품유한공사)의 유상증자대금 투자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중국 현지법인에서 생산·영업 차질로 손실이 급증하자 2007년부터 지난 8월까지는 피죤 직원에게 주는 것처럼 꾸며 실제로는 현지법인에 인건비 40억여원을 지급했고 현지 공장 리모델링 비용 18억여원을 본사 자금으로 부당 지원하기도 했다. 벽진일용품유한공사는 생산과 영업 활동을 하지 못해 발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8년 10월21일∼2011년 3월7일 기간 동안에는 임의로 회사 내부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뒤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방식으로 피죤 법인자금 8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원 청부폭행 이어 120억 배임·횡령 혐의 
지난해 8월 가석방 4개월 만에 다시 법정행

이 회장은 내·외부 회계 감사에서 적발되지 않도록 재무팀 직원에게 횡령 액수만큼 매출향상격려금, 영업특별활동비 지원금, 복리후생비, 회의비, 수수료 등으로 허위 회계처리토록 지시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구속여부 등을 검토했으나 빼돌린 회삿돈 일부를 중국법인을 운영하는데 사용하고 또 이 회장의 나이, 건강상태, 자백여부 등을 고려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횡령·배임에 가담한 혐의로 입건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범행의 일부에만 가담한 점, 전적으로 아버지의 지시에 따른 점, 횡령액을 아버지가 모두 사용한 점을 비추어 볼 때 기소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 일가의 비리와 부정혐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세청은 지난해 1월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벌여 이 부회장이 2010년 세금감면 등 청탁 목적으로 북인천세무서 직원들에게 200만원을 돌린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금품을 전달한 것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도 묵인하고 결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삿돈 횡령을 감추려 장부를 허위로 만드는 방법으로 상습적인 분식회계도 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청부폭력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문제는 지난 2011년 6월 이은욱 전 피죤 사장을 취임 4개월 만에 해고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 사장을 통해 이 회장 일가의 횡포가 세상에 알려진 것. 여기에 피죤 전 직원들의 제보도 잇따랐다. 다급해진 이 회장은 김모 피죤 이사를 통해 광주 '무등산파' 행동대원 오모씨 등 조폭 3명에게 3억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지시하고 나중에 이들의 도피도 도왔다. 이 회장은 청부폭행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 전 사장 등 전 임직원들을 상대로 한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거듭 선처를 부탁했다. 법원은 이 회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반성은 진심이 아니었다.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이 회장은 사임 후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후임 대표에는 이 부회장이 선임됐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 회장은 이번 횡령·배임 혐의로 4개월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아들과의 관계도 문제거리다. 이 회장의 아들 이정준씨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경제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피죤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피죤의 대주주다. 이씨는 지난 2009년 아버지를 상대로 배당금 지급 소송을 걸어 승소한 바 있다.

"비리엔 피죤∼"

회사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09년만 해도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50%에 가까운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달렸던 피죤의 최근 시장점유율은 20%대로 반토막이 났다. 2011년 30년 만에 LG생활건강(샤프란)에 1위 자리를 빼앗겼고 옥시(쉐리)의 거센 추격으로 업계 2위 자리마저 위협받는 신세다. 소비자들은 비도덕적인 회사의 제품을 살 수 없다며 등을 돌린지 오래다. 각종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피죤 불매 운동까지 전개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구속 된 후 가짜 피죤 2만4000여개가 판매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 회장이 구속되면 회사가 도산해 제품 관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 판단한 이모씨 등이 피죤 상표를 도용해 가짜 섬유유연제를 유통시킨 사건이다.

이 회장의 올해 나이는 79살 고령이다. 간암과 뇌동맥경화 등 지병을 앓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불쌍하다' '안쓰럽다' 등의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동정표일 뿐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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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