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패한 문재인 ‘잠행’ 내막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07 15: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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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지도 빠지지도 못하는 마음 누가 알아주나?

[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아무리 패자라지만 민주당에서 그를 둘러싼 세력은 아직 건재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잠잠하던 문 전 후보가 대선이 끝나고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광주를 방문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찾는 등 정치행보를 조심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둘러싼 당 안팎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일요시사>가 대선 후 문 전 후보의 행보를 추적해 보았다.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20일 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차기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정치권에선 당분간 그가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문 전 후보는 이날 “개인적 꿈은 접지만, 민주당과 시민사회, 국민연대 등 진영 전체가 더 역량을 키워가는 노력들을 앞으로 하게 된다면 늘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김대중 26년 도전

해단식이 끝난 다음 날 문 전 후보는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문 전 후보는 이날 “광주, 호남에서 깜짝 놀랄 정도의 지지를 해주셨는데 뜻을 이루지 못해 호남분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문 전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이 여사의 말이 눈길을 끌었다. 이 여사는 “우리도 몇 번을 떨어지고, 꼭 정권교체가 되길 바랐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것.

DJ는 1971년 4월27일 제7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당시 대선에서 539만표를 얻어 634만표를 얻은 박정희 후보에게 95만표 차이로 아깝게 분패했다.


15년이 흐른 1986년 DJ는 ‘조건부 불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1987년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야당 후보단일화 협상에 실패하자, 통일민주당을 탈당하고 평화민주당을 창당해 제13대 대선에 출마했다. 하지만 DJ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YS에 밀려 3위로 낙선했다.

1992년 DJ는 14대 대통령후보로 출마했지만, 다시 YS에게 190여 만표 차이로 낙선해 정계 은퇴성명을 발표한다.

DJ는 “저는 오늘로서 평범한 한 시민이 되겠습니다. 이로써 40년 파란 많았던 정치생활에 사실상 종말을 고한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DJ는 3당 합당이라는 YS의 한계와 철학과 비전 부족을 명분으로 정계은퇴 선언을 번복한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을 장악하자 DJ는 정계복귀를 전격 선언하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1997년 DJ는 대권 도전 26년 만에 드디어 청와대에 입성했다.

DJ의 파란만장한 26년을 목도한 이 여사의 발언이 문 전 후보의 대권 도전이 계속되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전 <일요시사> 기자와의 만남에서 “아직 너무 젊다. 이번에 안 돼도 차기에 도전하면 된다”라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선 후 트위터로 소통이어가, 일주일 만에 첫 공식일정
“칩거·외국도피는 잘못된 관행, 감사·위로의 마음 전해야”


이 여사 예방 이틀 후 문 전 후보는 휴가를 떠났다. 당내에서는 문 전 후보의 입지와 역할을 놓고 한창 논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친노(친노무현)를 비롯한 당내 주류는 문 전 후보에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주류 인사들은 “문 전 후보의 대표대행 권한이 선거일인 지난 19일로 마감됐다고 봐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서는 등 양측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결국 문 전 후보는 민주당의 새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는 권한을 포기했다. 사실상 2선 후퇴였다.

이후 문 전 후보는 노동자가 잇따라 목숨을 끊은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면서 처음으로 트위터에 의견을 전했다. 구랍 25일에는 “(경남) 양산 덕계성당 성탄 밤 미사 다녀왔다. 작년 여기 시골성당의 성탄 밤 미사 후 정경을 올린 것이 저의 첫 트윗이었다. 딱 일 년 전 오늘 이 시간”이라며 근황을 알렸다.

민주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문 전 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 침잠의 시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문 전 후보가 정치권에서 취할 수 있는 보폭이 넓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구성될 때까지 문 전 후보가 역할을 할 공간이 마땅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 전 후보의 첫 외부일정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구랍 27일 문 전 후보는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최강서 조직차장의 빈소를 방문했다. 문 전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일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 비대위가 중심이 돼 노동계·시민사회계와 연대해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저도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28일 1분30초 분량의 문 전 후보를 기념하는 헌정광고가 유튜브에 올라왔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고, 민주당 비주류 인사들은 ‘아직은 자숙과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30일 문 전 후보는 5·18광주국립묘지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문 전 후보는 민주당에 비대위가 꾸려지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다음 날 문 전 후보는 봉하마을로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문 전 후보가 트위터에 일상사를 올리고 외부적 일정을 갖는 것이 신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빠르다” VS “당연한 것”

이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문 전 후보에게 표를 준 1400여만의 유권자분들은 일회용이 아니다. 이분들에게 자신을 지지해준 고마움을 표현하고 위로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문 전 후보는 아무런 정치적 발언도 하지 않았다”라며 “그동안 대선 끝나면 칩거하거나 외국에 나가는 것이 마치 관례처럼 여겨졌다. 광주와 봉하마을은 마땅히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문 전 후보가 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박 당선인이 너무 느린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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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