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다 잡은 대권 놓친 ‘진짜 이유’ 대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08 10:3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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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더니만…

[일요시사=정치팀]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패배를 두고 수많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내내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 가장 큰 패인으로 꼽혔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서 ‘비전과 정책’보다는 정권심판과 네거티브 공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자 국민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일반적이고 표면적인 이유일 뿐,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 전 후보가 다 잡은 대권을 놓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일요시사>가 그 속을 제대로 한번 들여다봤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진단’과 그에 따른 ‘대책’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서로 대선 패배에 관한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하다. ‘나는 잘했고 너는 못했다’며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다”면서 당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

‘배수진’ 박근혜
‘안전모드’ 문재인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후보등록을 앞두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정치인생을 마감하겠다는 이른바 ‘배수진’이었다. ‘박근혜 의원직 사퇴’는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누리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반면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전 후보는 대선후보등록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는 지난번 총선에 출마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회의원직 사퇴가 불가피할 테지만 단지 대통령에 출마하는 것만으로 국회의원직을 그만두지는 않겠다고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약속을 드렸다”며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과 문 전 후보는 국회의원직 사퇴를 두고 이렇듯 엇갈린 결정을 내렸다.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유지를 둘러싸고 당 안팎으로 논란은 계속됐다. 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실제로 이부영 전 의원이 문 전 후보에게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고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소탐대실, 국회의원직 끝까지 못 내려놔 ‘당선에 확신 없었나?’
박근혜 빨간색으로 효과 누려, 문재인 노란색 ‘친노’에 가둬

일각에서는 문 전 후보가 의원직을 내려놓은 박 당선인과 달리, 기득권을 쥐고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에 대비해 ‘안전모드’로 나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심지어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유지가 대선 패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박 당선인과는 경우가 다르며, 쉽사리 국회의원직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문 전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킨 ‘PK(부산·경남)’ 지역은 민주당 주요 요충지로 여겨졌다. 문 전 후보의 지역구가 이번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것 이라는 기대감이 민주당 내에 가득했다.

문 전 후보는 한마디로 ‘PK딜레마’에 빠졌다. 문 전 후보의 국회의원직은 대선 공략의 주요 거점이었지만, 박 당선인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바람에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비친다는 우려였다.

새누리당은 여지없이 ‘틈새’를 공격했다. 손수조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의 ‘문재인 도둑질 발언’이 크나 큰 파문을 일으켰던 것. 손 위원장은 “(문재인 후보가 지난 4·11총선에서 자신의) 국회의원직을 도둑질해 가더니 대통령직도 그렇게 하려고 하느냐”고 맹공을 퍼부었다. 때를 놓칠 새라 보수언론도 적극 가세했다.

한 언론사는 “권력을 더 쥐고 있으려는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친노세력과 대선 패배 책임론을 앞세워 권력을 빼앗으려는 비노세력 간의 전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부산·경남 지키려다
대한민국 넘겨줬다

관계자들은 문 전 후보가 PK지역 표에 연연해 배수진을 치지 못한 것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소탐대실’이라는 것이다.

반면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의원직 사퇴 요구는 부산에서 어렵게 마련한 야권의 교두보를 그냥 허물라는 무책임한 소리”라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문 전 후보의 패배원인으로 꼽히는 또 한 가지는 바로 문 전 후보와 민주당을 상징했던 ‘노란색’이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박근혜의 빨간색은 신의 한 수, 문재인에게는 색이 없었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은 대대로 초록색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면서 노란색과 초록색이 함께 사용됐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초록색이 아닌 노란색을 사용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란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했으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노란물결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한 전문가는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당선인은 로고와 의상까지 모든 것을 빨간색으로 통일시켰다. 한나라당의 파란색을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이다.

더불어 ‘빨갱이’라는 단어에서도 드러나듯, 보수성향의 후보에게 금기시되는 색을 선택해 ‘종북’에 대한 반발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통합의 이미지를 강화시켜 큰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전 후보는 이미 노사모가 큰 효과를 누렸던 노란색을 다시 꺼내 자신만의 색을 만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노무현 프레임’에 스스로 자신을 가둬, ‘새정치’를 요구했던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구호와 정면으로 배치돼 중도층을 견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란색은 2002년 당시 20~30대로 ‘노란색 물결’을 주도했던 현재의 30~40대 유권자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했지만, 당시 40대였던 현재 50대 유권자에게는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50대의 눈에 ‘노란 목도리’는 ‘민생’이 아닌 ‘이념’으로 비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거양득 빨간색
‘민생’ 없는 노란색?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의 정연아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에서 색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빨간색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빨간색은 채도가 가장 높은 색이다.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 대표는 “새누리당은 빨간색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함으로써, 예전의 한나라당을 탈퇴해 새로운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라고 호평했다. 이어 “빨간색은 승리를 상징하는 색이다. 17∼18세기 크로아티아인이 전쟁에 승리해 승전고를 울리며 본국으로 돌아올 때 빨간색 천을 둘렀다”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민주통합당의 노란색에 대해 “노란색은 친서민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주지만, 특징이 없는 색이다. 카리스마나 뚜렷한 특징이 없는 문 전 후보가 노란색으로 유권자를 공략한 점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진보세력과 야권 지지층은 결집했지만, 정작 민주당 의원들은 결집력을 보이지  못한 데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민주당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 기자와의 만남에서 “선거에서 캠프 사람들만 열심히 활동했다. 문재인을 순수하게 지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라면서도 “민주당 의원 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의원이 많다. 문 전 후보 유세장에 나타나 마이크 한번 잡으려고 기웃거리는 의원도 있었다”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게다가 어쩌다 한번 캠프에 들러서 “캠프까지 왔는데 아무도 나를 대접하지 않는다”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는 것.

야권세력·지지층은 결집하는데, 민주당은 갈등 심각해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미친 사람’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박 당선인 캠프의 결집력과 비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쏟아냈다. 이어 “새누리당은 의원들은 물론이고 지역에서 힘 좀 쓰는 유지들까지 모두 당선을 위해 땀 흘렸다. 지역 구석구석까지 발로 뛰어다니며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민주당은 그러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 정권교체보다는 국회의원 대접받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기간 내내 민주당 내 갈등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또한 “민주당에서 문재인의 당선을 확신하는 의원들이 거의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때는 ‘미친 사람들’이 있었다. 거리에서 ‘김대중, 노무현’ 하고 외치고 다니는 사람 여럿 봤다. 민주당 의원들부터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눈빛이 모두 달랐다. 민주당은 ‘제대로 미쳐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미쳐서 일하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 민주당 핵심인사는 매체를 통해 “민주당 의원들이 유세는 안하고, 유세 차량에서 자기자랑만 늘어놨다”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그는 취재기자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 실명을 말해 달라. 비공식적으로 나온 이야기에 대해 대응할 이유가 없다”며 “민주당은 현재 수습과정에 있으며 원만하게 잘 해결하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의원 간 갈등 심각해
“대통합, 아니면 대분열”

한 민주당 의원은 이러한 당내 목소리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본질을 외면하는 지엽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큰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라며 “민주당은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 이번 선거의 패배는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을 계기로 민주당은 대통합 아니면 대분열에 이를 것이다. 민주당은 지지해준 국민을 엄중히 응시하고,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를 아우르는 국민 중심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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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