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MBC 연기대상' 후일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07 16: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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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반유신 드라마'라 안재욱 버렸나?

[일요시사=연예팀] 익히 알려진 대로 지난 2011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빛과 그림자>는 지난해 7월 종영하며 최종 시청률 19.6%(AGB닐슨)로 끝을 맺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 MBC 총파업의 여파로 후속 드라마 제작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빛과 그림자>는 50부작이었던 드라마를 14회나 연장 방송했다. 

이번이 벌써 5번째다. 최근 6년간 <MBC 연기대상>은 지난 2009년을 제외하고 늘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대상을 거머쥔 고현정을 제외하고 모든 대상 수상자가 크고 작은 하마평에 올랐다.

지난 2007년에는 <태왕사신기>로 배용준이 대상을 받았다. 배용준이라는 스타가 가진 무게감은 대상으로 손색이 없지만 <하얀거탑>으로 '장준혁 신드롬'을 일으킨 김명민의 무관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또 뭐가 문제야?

다음 해인 2008년은 누가 뭐래도 '강마에'의 해였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이 소화한 '강마에' 캐릭터는 단연 독보적이었고 그해 김명민은 가장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됐다. 실제 김명민은 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공동 수상이었다. <에덴의 동쪽>으로 함께 대상을 받은 송승헌의 연기력은 논외로 치더라도 MBC는 아직 종영하지도 않은 드라마에 상을 밀어줬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2년 뒤인 2010년. MBC는 또 다시 악수를 뒀다. <동이>의 한효주와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에게 공동 대상을 수여한 것. 이로 말미암아 MBC는 대상이 갖는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더 큰 논란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고의 사랑>에서 열연을 펼친 차승원과 공효진이 나란히 대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비운을 맞이한 것. 이건 그해 <연기대상>이 <드라마대상>으로 바뀌면서 연기대상 수상자는 없어지고 대신 드라마 작품에 대상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룰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마땅한 경쟁작이 없었기 때문에 대상은 당연히 <최고의 사랑>에게 돌아갔지만 전례가 없던 <드라마대상>에 뒷말은 무성했다.

그리고 2012년 <드라마대상>은 <연기대상>으로 또다시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2011년 <나는 가수다>에 대상을 안겼던 <MBC 방송연예대상> 역시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인에게 상을 주던 기존 방식으로 회귀했다. 2011년 말 방송가에 나돌던 "나는 가수다를 밀어주기 위해 시상 기준을 바꿨다"라는 추문을 MBC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이처럼 사연 많은 <연기대상>에 또 하나의 '흑역사'가 더해졌다. <빛과 그림자>로 수상이 유력했던 안재욱이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무관에 그친 것이다.

2012년 대상의 영광은 <마의>로 호연 중인 조승우라는 다소 의외(?)의 인물에게 돌아갔다. 조승우의 연기력을 문제 삼는 이는 많지 않지만 문제는 <빛과 그림자>에서 안재욱이 공헌한 부분이 다른 연기자에 비해 월등했다는 사실이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지난 2011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빛과 그림자>는 지난해 7월 종영하며 최종 시청률 19.6%(AGB닐슨)로 끝을 맺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 MBC 총파업의 여파로 후속 드라마 제작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빛과 그림자>는 50부작이었던 드라마를 14회나 연장 방송했다. 그러면서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놓지 않았다. 이처럼 <빛과 그림자>는 지난해 열풍을 일으킨 <해를 품은 달>과 함께 MBC 드라마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조승우의 <마의>는 지난 1일 27회를 맞이했다. 시청률은 18.1%(AGB닐슨), 준수한 성적이었지만 이 드라마는 총 50부작으로 기획됐다. <연기대상> 방송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마의>는 이제 절반을 갓 넘긴 드라마였다. 그러나 <마의>는 반환점을 도는 동안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모으지 못했고 주연인 조승우 역시 "그의 존재감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다. 대체로 '무난한 드라마'라는 평이 많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조승우가 대상을 받게 됐다.

대상, 고위 관계자가 1시간 전 밀실서 결정
광고료 증가? 조승우 달래기?…뒷말 무성


이번 수상 결과를 놓고 '안재욱과 조승우 중 누가 더 연기를 잘하냐'고 묻는 건 주관의 영역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 '조승우가 더 연기를 잘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안재욱을 무관으로 돌려보낸 건 두고두고 아쉬움을 사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번 수상 결과에 의혹을 제기했다. <빛과 그림자>가 박정희 유신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비판적으로 그려냈기에 친정부 성향을 띤 MBC 고위 인사가 안재욱의 대상 수상을 막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은 국장급 이상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고위 관계자가 후보자 선정부터 시상자 선정까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란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 MBC 관계자는 "연도를 밝힐 수는 없지만 한 방송사 연말 연기대상 수상자 선정에 평가단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는 좀 특별한 케이스였는데 선정된 기자단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를 방송사에서 검토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매번 연기대상 선정 과정이 다르고 각 방송사 사정에 맞게 조율되므로 (외압설에 대해) 확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지난해 KBS 드라마국에 있던 관계자는 "시상식 전 내·외부 심사단을 만들어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들의 평가를 취합해 시상식 1∼2시간 전에 대상 수상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상자 결정 전 사장의 재가를 맡아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SBS의 한 관계자는 "제작진이나 스태프들은 시상식을 준비하는 역할을 하지만 후보자나 수상자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중파 출신인 종편 관계자 역시 "연말 시상식 후보자 선정은 예능국이나 드라마국에서 담당하고 그 과정을 일반 방송국 직원들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주로 고위 관계자들이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안재욱이 무관에 그친 이유는 무엇일까.

외압설 외에 가장 힘을 받는 것은 방영 중인 <마의>에 대한 밀어주기식 수상설이다. 이미 지난 2008년 <에덴의 동쪽> 사례에서 보듯 촬영 중인 연기자들에게 대거 상을 수여함으로써 해당 드라마의 인지도와 화제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논란은 결국 시청률 제고로 이어지고 시청률이 상승하면 방송사의 주된 수입원인 광고료도 높게 책정된다. 방송사 경영진으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인 셈이다.

“제대로 좀 주세요”

익명의 한 영화 관계자는 "현재 마의를 촬영 중인 조승우가 쪽대본을 비롯해 드라마 작업 시스템에 고충을 토로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제작진은 안 온다는 안재욱을 대상 줄 것처럼 몇 번을 설득해서 오게 하더니 결국 대상은 조승우가 받았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그는 "아마 조승우와 마의 스태프들에게 촬영 더 열심히 하라고 주는 상이 아니겠냐"며 말을 아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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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