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MBC 연기대상' 후일담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07 16: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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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반유신 드라마'라 안재욱 버렸나?

[일요시사=연예팀] 익히 알려진 대로 지난 2011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빛과 그림자>는 지난해 7월 종영하며 최종 시청률 19.6%(AGB닐슨)로 끝을 맺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 MBC 총파업의 여파로 후속 드라마 제작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빛과 그림자>는 50부작이었던 드라마를 14회나 연장 방송했다. 

이번이 벌써 5번째다. 최근 6년간 <MBC 연기대상>은 지난 2009년을 제외하고 늘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대상을 거머쥔 고현정을 제외하고 모든 대상 수상자가 크고 작은 하마평에 올랐다.

지난 2007년에는 <태왕사신기>로 배용준이 대상을 받았다. 배용준이라는 스타가 가진 무게감은 대상으로 손색이 없지만 <하얀거탑>으로 '장준혁 신드롬'을 일으킨 김명민의 무관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또 뭐가 문제야?

다음 해인 2008년은 누가 뭐래도 '강마에'의 해였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이 소화한 '강마에' 캐릭터는 단연 독보적이었고 그해 김명민은 가장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됐다. 실제 김명민은 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공동 수상이었다. <에덴의 동쪽>으로 함께 대상을 받은 송승헌의 연기력은 논외로 치더라도 MBC는 아직 종영하지도 않은 드라마에 상을 밀어줬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2년 뒤인 2010년. MBC는 또 다시 악수를 뒀다. <동이>의 한효주와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에게 공동 대상을 수여한 것. 이로 말미암아 MBC는 대상이 갖는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더 큰 논란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고의 사랑>에서 열연을 펼친 차승원과 공효진이 나란히 대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비운을 맞이한 것. 이건 그해 <연기대상>이 <드라마대상>으로 바뀌면서 연기대상 수상자는 없어지고 대신 드라마 작품에 대상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룰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마땅한 경쟁작이 없었기 때문에 대상은 당연히 <최고의 사랑>에게 돌아갔지만 전례가 없던 <드라마대상>에 뒷말은 무성했다.

그리고 2012년 <드라마대상>은 <연기대상>으로 또다시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2011년 <나는 가수다>에 대상을 안겼던 <MBC 방송연예대상> 역시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인에게 상을 주던 기존 방식으로 회귀했다. 2011년 말 방송가에 나돌던 "나는 가수다를 밀어주기 위해 시상 기준을 바꿨다"라는 추문을 MBC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이처럼 사연 많은 <연기대상>에 또 하나의 '흑역사'가 더해졌다. <빛과 그림자>로 수상이 유력했던 안재욱이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무관에 그친 것이다.

2012년 대상의 영광은 <마의>로 호연 중인 조승우라는 다소 의외(?)의 인물에게 돌아갔다. 조승우의 연기력을 문제 삼는 이는 많지 않지만 문제는 <빛과 그림자>에서 안재욱이 공헌한 부분이 다른 연기자에 비해 월등했다는 사실이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지난 2011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빛과 그림자>는 지난해 7월 종영하며 최종 시청률 19.6%(AGB닐슨)로 끝을 맺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 MBC 총파업의 여파로 후속 드라마 제작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빛과 그림자>는 50부작이었던 드라마를 14회나 연장 방송했다. 그러면서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놓지 않았다. 이처럼 <빛과 그림자>는 지난해 열풍을 일으킨 <해를 품은 달>과 함께 MBC 드라마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조승우의 <마의>는 지난 1일 27회를 맞이했다. 시청률은 18.1%(AGB닐슨), 준수한 성적이었지만 이 드라마는 총 50부작으로 기획됐다. <연기대상> 방송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마의>는 이제 절반을 갓 넘긴 드라마였다. 그러나 <마의>는 반환점을 도는 동안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모으지 못했고 주연인 조승우 역시 "그의 존재감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다. 대체로 '무난한 드라마'라는 평이 많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조승우가 대상을 받게 됐다.

대상, 고위 관계자가 1시간 전 밀실서 결정
광고료 증가? 조승우 달래기?…뒷말 무성


이번 수상 결과를 놓고 '안재욱과 조승우 중 누가 더 연기를 잘하냐'고 묻는 건 주관의 영역이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 '조승우가 더 연기를 잘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안재욱을 무관으로 돌려보낸 건 두고두고 아쉬움을 사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번 수상 결과에 의혹을 제기했다. <빛과 그림자>가 박정희 유신 정권과 전두환 정권을 비판적으로 그려냈기에 친정부 성향을 띤 MBC 고위 인사가 안재욱의 대상 수상을 막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 방송사의 <연기대상>은 국장급 이상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고위 관계자가 후보자 선정부터 시상자 선정까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란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 MBC 관계자는 "연도를 밝힐 수는 없지만 한 방송사 연말 연기대상 수상자 선정에 평가단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는 좀 특별한 케이스였는데 선정된 기자단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를 방송사에서 검토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매번 연기대상 선정 과정이 다르고 각 방송사 사정에 맞게 조율되므로 (외압설에 대해) 확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지난해 KBS 드라마국에 있던 관계자는 "시상식 전 내·외부 심사단을 만들어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들의 평가를 취합해 시상식 1∼2시간 전에 대상 수상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상자 결정 전 사장의 재가를 맡아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SBS의 한 관계자는 "제작진이나 스태프들은 시상식을 준비하는 역할을 하지만 후보자나 수상자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중파 출신인 종편 관계자 역시 "연말 시상식 후보자 선정은 예능국이나 드라마국에서 담당하고 그 과정을 일반 방송국 직원들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며 주로 고위 관계자들이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안재욱이 무관에 그친 이유는 무엇일까.

외압설 외에 가장 힘을 받는 것은 방영 중인 <마의>에 대한 밀어주기식 수상설이다. 이미 지난 2008년 <에덴의 동쪽> 사례에서 보듯 촬영 중인 연기자들에게 대거 상을 수여함으로써 해당 드라마의 인지도와 화제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논란은 결국 시청률 제고로 이어지고 시청률이 상승하면 방송사의 주된 수입원인 광고료도 높게 책정된다. 방송사 경영진으로서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인 셈이다.

“제대로 좀 주세요”

익명의 한 영화 관계자는 "현재 마의를 촬영 중인 조승우가 쪽대본을 비롯해 드라마 작업 시스템에 고충을 토로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제작진은 안 온다는 안재욱을 대상 줄 것처럼 몇 번을 설득해서 오게 하더니 결국 대상은 조승우가 받았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그는 "아마 조승우와 마의 스태프들에게 촬영 더 열심히 하라고 주는 상이 아니겠냐"며 말을 아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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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