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권력 암투’ 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01.09 09: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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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목맨 죽기살기 파워게임

[일요시사=경제1팀] 성신여자대학교(이하 성신여대)가 시끌시끌하다. ‘수상한 투서’가 그 이유다. 학내에 뿌려진 해당 투서에는 심화진 총장의 각종 비리의혹을 제기하는 주장이 담겼다. 재단이 이와 관련 진상 파악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심 총장과 사이가 틀어진 전임 이사장들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도 있어 사태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말 재단 이사회에 뿌려진 ‘성신학원 이사회에 드리는 탄원서’라는 제목의 20여쪽 분량의 투서다. ‘성신을 사랑하는 성신가족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이 투서에는 35개 항목에 걸쳐 심화진 총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20쪽 분량 35개 항목

익명의 투서 작성자는 “심 총장에게 대학은 내 것이고, 교직원은 내 집 하인들이며, 교비는 쌈짓돈이고, 대학의 규정은 무시하기 위해 존재한다”면서 “총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작성자는 심 총장의 비리로 인사 전횡, 급여 및 수당 횡령, 교비 유용, 직원 사유화, 평가 및 감사자료 위조 등 35가지를 꼬집었다.

작성자는 “규정 변경이나 편법으로 생활과학대 M교수 등 총장 본인과 남편 전모 육군소장의 지인과 제자 30여명을 특별 채용했으며 직원들을 시켜 회의록과 인사·구매 서류 등의 감사 자료를 위조하기도 했다”면서 “총장실에 애완견을 키우며 직원들에게 뒤치다꺼리를 시키거나, 2010년 남편의 승진 축하 파티에 음대생들을 강제로 동원하는 등 학교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이 학내에 퍼지면서 파문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부 교직원과 교수들이 “이사회가 용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11월14일에는 심 총장 재임기간 중 보직을 맡았던 조경태 전 부총장 등 전·현직 교무위원 17명이 “투서 내용이 대부분 사실이거나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황폐한 대학의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 진상조사가 이뤄지면 증언할 용의가 있다”고 성명을 냈다.

이어 평교수 30명, 퇴직 교직원 12명, 교수평의회 전임 회장들도 잇달아 성명서를 내고 “이사회에서 지난 5년간 총장의 행적을 공정하고 심도 있게 감사하고, 학교를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총장은 조속히 퇴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자치기구인 교수평의회를 부활시키기 위해 평교수 50여명으로 구성된 ‘교수평의회 재건 추진을 위한 위원회’를 이달 내에 발족하기로 했다.

문제가 수그러들지 않자 이사회는 지난해 11월11일 탄원서 내용을 조사할 전문조사위원회를 의결했다. 이사회 측은 이 같은 투고가 뿌려진 경위 등을 상세히 파악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학본부 측은 투서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신원 불상의 작성자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심 총장도 지난달 교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괴문서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유포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심화진 총장 비리 의혹 담긴 무기명 투서 뿌려져
배후에 전임 이사장 개입?…전 교수 J씨도 물망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심 총장과 사이가 좋지 않은 전임 이사장들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또 지난 2006년부터 성신학원과 지리한 싸움을 전개하고 있던 전 교수 J씨도 물망에 올랐다. 실제 그는 여러 차례 심 총장에 관한 경찰 조사와 함께, 교과부에도 학내 비리와 관련해 진정서를 낸 바 있다. 지난 2011년 7월에는 심 총장을 상대로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당시 J씨는 고소장을 통해 “지난 2006년 8월말 당시 교수평의회 회장직을 수행하던 중 자신의 징계처분과 관련, 심 총장이 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해 자신을 직위해제 했다”고 주장하며 “심 총장이 2006년 8월5일 개최된 학교법인 성신학원의 이사회에서 마치 본인에 대해 직위해제를 의결했던 것으로 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했다”고 지적했다.

J씨는 또 2007년 1월 29일 성신학원을 상대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기한 파면처분청구사건을 위조한 이사회 회의록을 증거자료로 제출해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를 행사했다고 강변했다.

아울러 2006년 2월 23일 성신여대 교수연수회의장에서 참석한 교수들을 상대로 성신학원의 비민주적 운영과 비리를 지적하면서 그 시정 필요성에 대해 발언했는데 그 내용을 무단 녹음했다고 밝혔다.

J씨가 고소장을 제출하자 대학본부 측은 J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개연성이 컸던 이 사건은 고소장 제출 25일 만에 쌍방간 고소 취하로 마무리됐다.

당시 관계자들은 갑작스러운 고소 취하를 두고 뭔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랫동안 심 총장과 싸움을 해온 J씨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고소를 취하했다는 게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라는 것. 그러나 이런 의혹을 두고 당시 학교 측은 “이미 끝난 사건”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해 의심의 여지를 남겼다.

교수 J씨가 범인?

이와 관련 한 대학관계자는 “성신여대가 심 총장이 부임한 이후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학내 미화원들 해고, 교수 해임 임용과 학교부지 매입 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전 교수나 이사진 뿐 아니라 심 총장 반대 세력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번 ‘투서 사건’으로 심 총장에 대한 정확한 진상 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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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