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국내 최대 레저 기업인 대명그룹은 18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기안코퍼레이션'이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수백억씩 거래
2008년 설립된 기안코퍼레이션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본사가 있다. 당초 키온에프앤비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앤컴퍼니로, 2010년 대명코퍼레이션에서 지난 7월 다시 현 상호로 변경했다. 콘서트 등 공연 기획, 영화·드라마 제작, 슈퍼마켓 프랜차이즈, 여행알선, 연예매니지먼트 등이 주요 사업. 그중에서도 주력 사업은 기업소모성자재(MRO)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기업대기업(B2B) 구매업무다. MRO는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논란으로 한창 말 많고 탈 많은 업종이다.
대명그룹도 MRO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기안코퍼레이션은 자본금이 3억원에 불과하지만 연매출이 1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계열사들이 밀어주고 있기에 가능하다.
기안코퍼레이션은 계열사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절반이 넘는 매출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주거래처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명레저산업이다.
기안코퍼레이션은 2011년 매출 996억원 가운데 613억원(62%)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일거리를 준 곳은 대명레저산업(383억원)과 대명건설(211억원), 디엠에스(10억원), 대명홀딩스(9억원), 대명네트웍스(1억원) 등이다. 대명레저산업(443억원), 대명홀딩스(10억원), 디엠에스(10억원), 대명건설(1억원) 등 계열사들은 2010년에도 매출 828억원 중 522억원(63%)에 달하는 일감을 기안코퍼레이션에 퍼줬다. 2009년의 경우 311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모두 대명레저산업과 거래한 금액이다. 내부거래율이 100%인 셈이다.
기안코퍼레이션은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일단 내부거래액이 증가한 만큼 매출이 매년 늘었다. 단 한해도 줄어든 적이 없다. 적자도 없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009∼2011년 각각 15억원, 9억원, 11억원과 12억원, 36억원, 19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은 2009년 157억원에서 2011년 233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15억원이던 총자본은 58억원으로 2년 만에 무려 4배 가까이 불었다. 직원도 100여 명에서 200여 명으로 증원됐다.
오너일가 개인회사…매출 60% 이상 의존
갑자기 계열에 흡수 "과세 피하기" 지적
기안코퍼레이션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얼마 전까지 오너일가가 100%(6만주) 소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였다.
고 서홍송 창업주의 외아들 서준혁 대표가 70%(4만2000주)를, 두 딸 경선·지영씨가 각각 15%(9000주)씩 보유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갑자기 지분을 매각한 것. 매수인은 다름 아닌 계열사다. 대명그룹 주력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상장사)는 지난 11월21일 기안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매매가는 198억원. 이에 따라 대명그룹 2세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4년 전 자본금 3억원을 출자한 회사를 통해 서 대표는 139억원, 경선·지영 자매는 각각 30억원을 챙겼다.
대명엔터프라이즈 측은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위해 계열사인 기안코퍼레이션과 합병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내부거래 희석용'이란 시각이 많다.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내부거래 과세는 기업이 특수관계법인(계열사나 오너일가 소유 기업 등)에 몰아준 일감 규모가 매출의 30%를 넘으면 적용된다. 이는 조만간 매출 15%로 조정될 예정이다.
게다가 매매 과정도 석연치 않다. 우선 너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양사의 평가계약일은 11월12일. 이후 21일 평가를 끝내고 이날 하루 만에 이사회 결의, 자산양수도 계약, 매매대금 지급, 공시 등 자산양수를 종료했다.
매매 금액도 마찬가지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주당 5000원이었던 기안코퍼레이션의 주식가치를 66배나 많은 33만원으로 평가했다. 기안코퍼레이션 장부상 자산가치도 주당 15만원 선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대명 오너일가는 적은 돈으로 차린 회사를 계열사 물량으로 몸집을 키운 뒤 문제가 될 만하니까 배를 불리고 팔아치웠다"며 "대명그룹의 일감 몰아주기는 기업 내부거래가 왜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석연찮은 M&A
2001년 별세한 서 창업주에 이어 2세 경영 중인 서 대표는 대명레저산업 이사·신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대명엔터프라이즈·기안컬처테인먼트·기안라이프웨이 대표이사 사장과 대명홀딩스·대명레저산업·대명건설 등기이사 등을 맡고 있다. 합병 전까지 기안코퍼레이션 대표이사 사장도 지냈다.
올해 33세(1980년생)인 서 대표는 3세 아래 여동생 지영씨와 2010년 서 창업주의 유산을 두고 재산싸움을 벌인 바 있다. 그의 누이 경선·지영씨도 대명엔터프라이즈 등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 떡볶이 사업(베거백)에 진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안코퍼레이션 기부는?>
받을 땐 '왕창' 나눌 땐 '찔끔'
대명그룹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기안코퍼레이션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기안코퍼레이션은 2011년 109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당시 매출(996억원)의 0.01%에 불과한 금액이다. 2010년에도 매출(828억원) 대비 0.01% 뿐인 870만원만 냈다. 2009년 역시 380만원을 기부했는데, 매출(311억원) 대비 0.01%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