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한 정봉주, 민주당 핵뇌관 건드리나?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31 10: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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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저격수’에서 ‘박근혜 저격수’로 뜬다

[일요시사=정치팀]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25일 충남 홍성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했다. 정 전 의원은 영어의 몸이었던 탓에 민주당의 경선과 단일화 과정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대선 패배의 책임과 비판을 비켜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어쩌면 그가 민주당 지도부를 편성할 ‘장외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지도 모른다고 여긴다. 민주당이 내홍을 거듭하고 있어 정 전 의원이 야권 정계개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출소 첫 일성으로 “아파하는 것은 1년 동안 감옥에서 제가 다 했다”며 “아파하지 말라, 좌절하지 말라, 좌절은 죄송하지만 개나 갖다 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한 “여러분이 좌절하면 여러분을 믿고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1469만2632명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길을 잃는다”며 “미래비전을 밝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권스’ 활약 대단

작년 12월26일 입감 당시 눈시울을 붉혔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정 전 의원은 입감을 앞두고 “판도라의 상자가 다시 열렸다. 진실을 밝히는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전의를 다지던 모습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돼 지난해 12월22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정 전 의원은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내 입을 막고 진실을 가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주장한 진실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재학시절 민주화추진위원회 회장을 역임하며 학생운동에 투신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졸업 후 도시빈민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진보적 성격을 띤 월간잡지 <말>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같은 시기 문익환 목사를 4년여 동안 보좌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귀국하자마자 서울 시의원선거에 출마해 낙선하기도 한 정 전 의원은 2004년 제17대 총선에 나서 국회의원(서울 노원 공릉동·월계동)에 당선됐다. 이후 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며, 2008년 18대 총선에서 현경병 한나라당 후보에게 2700여 표 차이로 낙선했다.

2010년부터 김어준과 함께 하나TV의 <정봉주 PSI>에 출연하다가, 2011년 김어준, 김용민, 주진우와 <나꼼수>를 진행하면서 인기를 끌어 명성을 날렸다. 

정 전 의원의 여의도정치 경험이라고는 4년여의 보좌진 생활과 제17대 초선의원 4년이 전부다. 게다가 재선까지 실패해 여느 정치인이 그렇듯 그의 여의도 입성은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나꼼수>에서 재치 있는 입담으로 청취자를 자신의 지지층으로 굳힌 정 전 의원의 영향력은 작년 ‘BBK 연루’ 사건으로 고스란히 방증됐다. 올해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내려진 판결이라 더 그렇다.

일각에서는 “정 전 의원이 총선에 당선될 것이 두려워 여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어쨌든 정 전 의원은 예상을 뒤집는 대법원 판결로 유명세를 탔다. 뒤집어 보면 정치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인 운’이 정 전 의원에게 작용한 것이다.      

미권스’ <나꼼수>로 뜨고 ‘BBK 수감생활’로 굳히기 
박영선 중매로 민주당과 WIN-WIN, 부작용 우려도


다행히 지난 1년간 정 전 의원은 꾸준히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나꼼수>의 활약(?)도 대단했다. 정 전 의원 지지모임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의 회원수도 꾸준히 증가해 민주당의 주요 세력이 됐다.

지난 10월26일 미권스의 정 전 의원 헌정공연이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진행돼 이 같은 정 전 의원의 영향력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이날 자리에는 민주통합당의 정세균, 안민석, 박영선, 이석현, 정청래, 진선미, 서영교, 김용익 의원과 문성근 상임고문,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 25일 정 전 의원이 출소할 당시에도 참석했다.

정동영계에 속했던 박 의원은 이후 손학규계로 분류됐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주당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힘이 커진 박 의원은 특정 계파에 쏠리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 의원과 정 전 의원 사이에 정치적인 교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민주당 내 거부감을 불식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정 전 의원의 정치행보에 대해 민주당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단 정 전 의원의 합류로 민주당은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평이다. 정 전 의원의 여당을 향한 ‘투사이미지’가 민주당의 계파갈등을 누그러뜨릴 것이란 해석이다. 정 전 의원이 민주당에 합류해 ‘박근혜 저격수’로 입지를 굳힐 경우 민주당과 정 전 의원이 동반상승 효과를 볼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 전 의원의 인기가 정치인과 연예인의 구별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별한 정치적 성과 없이 ‘입담’과 ‘적절한 시기의 수감생활’로 당권을 장악하기엔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수감생활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매사 겸손하게 생활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정 전 의원이 진심으로 국민을 생각하고 정치에 임한다면, 민주당 화합을 이끄는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우선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대선 경선을 거치며 정치적 세력을 불릴 것이란 관측이다.
 
‘최고위원’ 거론돼

미권스, <나꼼수>, BBK 수감생활로 이어진 정 전 의원의 정치인생. 그간에는 사실 실보다 득이 많았다. 정 전 의원이 ‘다소 수월하게’ 얻은 국민적 기대에 그가 ‘야권 구원투수’로 화답할 수 있을지, 한순간의 인기로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는 요즘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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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