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갤러리 ‘메가톤 세풍’ 내막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31 11: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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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사모님 잡을 ‘그림 스캔들’ 또?

[일요시사=경제1팀] ‘또 서미갤러리야?’ 재벌 비자금 세탁처 단골로 등장하는 서미갤러리가 또 다시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에서 검은 돈 흐름이 포착돼 조사기간이 전격 연장됐기 때문. 관심은 예상외로 매서운 고강도 조사가 아니라 재벌가의 비자금이 드러날까 하는 데에 쏠리고 있다. 갤러리와 재벌의 ‘검은 그림 커넥션’. 그 끝은 어디까지 일까.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11월로 예정됐던 서미갤러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12월 말까지 한 달간 연장했다. 지난 9월 세무조사 착수 후 4개월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세청의 조사기간 연장을 두고 서미갤러리 측이 빼돌린 자금이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불법 상속 과정에 개입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권 교체기 대기업 사정자료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돈세탁’하려면
서미세탁소로?

서미갤러리는 각종 ‘그림 커넥션’에 수차례 등장하면서 여러 차례 그 실체를 드러냈다. 지난 2008년 특검의 삼성그룹 비자금 수사 당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거래하며 자금을 세탁해 줬다는 의혹을 받았고 2007년 5월에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서미갤러리에서 사들인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의 부인에게 인사 청탁 대가로 건넨 것으로 드러나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2010년에는 오리온그룹의 횡령·배임 사건에 연루돼 결국 재판장에 섰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오리온그룹이 비자금 세탁용으로 사들인 루돌프 스팅겔의 ‘무제’ 등 그림 3점을 임의로 대부업체에 담보로 맡기고 208억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홍 대표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을 상대로 “2009년 8월 중순부터 2010년 2월 사이에 구입한 미술작품 14점에 대한 대금 781억 8000만원 중 250억원만 지급했다”며 “남은 작품 대금 531억원 중 우선 50억원을 먼저 내놓으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오해가 풀렸다며 11월 돌연 취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쿠닝의 작품 수입 당시 관세청에 신고한 가격 271억 원과 판매가가 약 40억원 이상 차이나는 등 작품 14점의 신고가와 판매가가 280억 원 가까운 차이를 보여 그림 거래의 수상한 흔적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서미갤러리는 지난해 11월 서울 청담동 고급 빌라의 사업 자금 명목으로 23억원을 받아 가로챘다며 가수 최성수씨의 부인 박모씨를 상대로 가수 인순이씨가 지난해 제기한 고소 사건에도 휘말렸다.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연장…수상한 돈 흐름 포착?
탈루·저축은행 사건연루 추적 “대기업 연관설도”

이 빌라 부지는 애초 오리온그룹 소유지로 전략담당 사장 조모씨가 부동산 허위·이중 매매를 통해 40억 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서미갤러리 계좌에 송금해둔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9월부터 지난 5년 여간 서미갤러리가 판매한 작품의 세관 신고 내역과 거래 및 송금 내역, 미술품 중개판매수수료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또 이번 세무조사 연장 과정에서 서미갤러리와 대기업이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흐름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증빙 서류가 없는 무자료 거래나 세관 신고가와 판매가가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 작품 구입 대금의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 등을 집중적으로 추적하면서 서미갤러리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은 물론 편법 상속, 불법 재산 축적을 도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일 경우 서미갤러리의 탈세액 규모만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저축은행 비리 연루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서미갤러리는 구속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간의 불법 교차 대출에 관여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구설에 오른바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이 보관 중이던 박수근 화백의 ‘노상의 여인들’, 김환기 화백의 ‘무제’등 그림 수십점을 담보로 제공하고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285억 원을 대출받고 2010년 솔로몬저축은행 유상증자에 30억 원을 투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서미갤러리에 대해 국세청이 강도 높은 조사에 나선 것은 홍 대표와 대기업의 커넥션 실체가 더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세청이 대기업관련 탈세 등과 관련해 확실한 혐의점을 포착했다는 것이다. 정권 말,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주요 대기업을 파헤치면서 사정자료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느닷없는 칼날에
대기업 ‘벌벌’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정당한 세무조사”라며 일축했지만, 대기업들은 ‘가시방석’에 놓인 분위기다. 그동안 서미갤러리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나 모두 사법처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세무조사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서미갤러리의 세무조사 연장으로 몇몇 대기업들은 대규모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사정당국들이 과거 정권과 달리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고삐를 죄고 있어 ‘사정 태풍’에 휩싸이지 않을까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결과에 따라 연루된 대기업 등 구체적인 실체가 더 드러날 경우 과거보다 판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대기업들은 왜 하필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일까.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미술품’에는 특별한 용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거액의 뇌물이나 담보물로 쓰이거나 수상한 자금이동, 자금세탁, 재산증여와 탈세에까지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고가 미술품이 국내 일부 재벌들의 비자금 루트로 활용되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그림 거래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의 예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이나 각종 유가증권에는 다양한 세금이 따라 붙고 훗날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기도 까다롭지만 그림은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작품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팔렸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추적도 그만큼 어려워져 자금 세탁이나 탈세 또는 뇌물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베일에 싸인 미술시장 바닥
재벌 비자금 사건마다 등장
안주인들 쌈지 창구로 활용

다른 의미로 이는 ‘대가 없는 부의 이전’에도 유용하다는 말이 된다. 특히 거래 고객과 이를 대행해주는 갤러리가 상속ㆍ증여 등 재산이동과 증식이 가능하다. 가격이 정해지지 않는 미술품은 수십억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자녀에게 돈을 주거나 부동산을 물려주면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미술품은 상속이나 증여 사실이 잘 포착되지 않는다.


미술품 거래가 대부분 비밀리에 이뤄지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고객에 대한 비밀 유지가 철저해 비자금 조성이 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특히 고가의 미술품은 더욱 음성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소유주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함에 있어 현금으로 거래를 하고 회계장부는 만들지 않는다고 치면 검은 돈이 흘러들어온다 해도 자금의 출처와 흐름이 불투명 하게 된다. 결국 활용도만 놓고 보자면 비자금 마련에 그림처럼 편리한 수단이 없는 셈이다.

미술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미술판에서 재벌이 일부 기금을 미술관의 기금으로 쓴 것처럼 꾸며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우, 구입 자금을 부풀려 차액을 비자금화 한다는 의혹 역시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비밀”이라며 “공과 사가 분명하지 못한 미술관 운영행태를 볼 때 서미갤러리처럼 별다른 대중전시 없이 중개만 하여 차액을 남기는 갤러리들이 많고 이들과 같은 전문 중개화랑 중 일부를 통해 비자금을 세탁, 자금을 챙기는 일들이 (전부는 아니지만)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 또한 새삼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어둠 속 그림시장
비자금 창구로

또 다른 관계자는 “1월1일부터 미술품 양도세 시행을 앞두고 미술시장 위축 등 일각에서 반발이 심하게 일고 있지만, 미술품 거래가 좀 더 투명해지는 전화위복 기회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는?

화랑가 주무르는 ‘큰손’

 

‘갤러리 불신’의 정점에 서있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이화여대 체육교육과 출신으로 미국 뉴욕 화랑가에서 미술품 경매를 익혔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989년 서울 가회동에서 그림 장사를 시작했다. 2003년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인근으로 갤러리를 옮기면서 재벌가 인사들을 대상으로 미술품 중개 활동에 주력해 왔다.

서미갤러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홍 대표의 작품 보는 눈이 상당히 예리하다는 데 있다. 그는 1990년대에 미국과 유럽의 추상미술과 팝아트 등을 소개하는 데 힘쓰며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 월렘 드 쿠닝 등의 작품을 들여왔다.

세계적인 작가들이 뜨지 않았을 때부터 주목, 작품을 미리 확보해 뒀다가 한국에 소개해 왔던 것이 화랑가 내에서 신뢰를 쌓게 된 배경이다. 이때부터 홍 대표는 삼성, 한솔 등 주요 재벌가의 미술 컬렉션 수집 창구 노릇을 도맡아오며 인맥을 넓혀갔다.

지난 2000년에는 갤러리를 다시 가회동으로 옮기고 2004년에는 차남을 통해 분점 성격인 서미앤투스를 청담동에 오픈했다. 서미갤러리는 이후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주로 취급했다. 서미앤투스는 도날드 저드·알렉산더 칼더·프랭크 스테라·데미안 허스트 등의 작품을 자주 선보였다.

홍 대표는 해외에서도 ‘고가 미술계의 큰 손’으로 인정받는 편으로 유망한 작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들여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1990년대 중반 들여온 루이스 부르주아의 조각품 ‘스파이더’는 당시 2억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국제 경매 가격이 1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 대표는 리움미술관에 외국 유명 화가들 작품을 조달하며 홍라희씨와도 친분을 쌓아왔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홍 관장이 좋아하는 미니멀리즘 계통의 추상화 명품들을 다수 납품하며 친분을 쌓은 것이다.

이 밖에도 홍씨는 이화여대 출신이라는 인맥을 이용해 여러 재벌가들과도 친분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잇단 구설수로 잡음이 끊이지 않자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7월 협회와 회원의 이미지 실추, 회원 품위유지 위반 등을 이유로 ‘서미갤러리’에 대해 무기한 권리정지 조치를 내렸다.

홍 대표는 1990년대 중반 한국화랑협회와 판화 공동전을 열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들여온 피카소의 복제 작품을 언론에 원본으로 소개해 협회에서 제명됐다가 2006년 준회원 자격을 회복한 바 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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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