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넥타이 살인사건' 진실공방 전모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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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 성관계로 사망한 남편…"내가 안 죽였어요"

[일요시사=사회팀] 광주지법 형사6부(문유석 부장판사)는 성관계 도중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넥타이로 목을 졸라 달라"는 남편 B(44)씨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가 법정에 섰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남편을 살해했다"고 말했다가 법정에서 이를 번복했다. 재판부는 7차례의 공판 끝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를 석방했다. 검찰은 즉각 불복하며 항소했다. 과연 검찰은 A씨의 살인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까?

지난 12월21일 광주지법 형사6부(문유석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성관계 도중 남편 B(44)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날 법원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고 A씨는 구속된 지 5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폭력적인 남편
변태적인 남편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법원이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자 즉각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이번 사건을 담당한 광주지검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광주 넥타이 살인사건'의 진실 공방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죽은 B씨와 A씨는 부부였다. 금슬이 좋은 부부는 아니었다.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던 B씨는 술만 먹으면 수시로 주사를 부렸다. B씨는 사건 전부터 A씨에게 잦은 폭행을 가해왔다. B씨는 폭행으로만 3~4차례 정도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사망하기 5일 전에도 A씨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다가 경찰서 신세를 졌다. 그러나 폭행 피해자인 A씨는 경찰서를 찾아가 가해자이자 남편인 B씨를 꺼내줬다.

죽은 B씨의 휴대폰에서는 음란물이 발견됐다. 생전에 B씨는 아내 A씨에게 자주 변태적 성관계를 요구했다. 항문성교도 원했다. 술만 마시면 변태적 성행위가 심해졌다. B씨는 자신의 어린 딸에게도 한 번 손을 댔다. B씨의 성추행 당시 A씨와 딸은 아동보호센터에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


가정에서는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남편이었지만, B씨는 맡은 일을 곧잘 하는 회사원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크게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의 한 지인은 "B씨가 생산직 중소기업에서 근무했고, 넉넉지는 않지만 가족을 부양할 정도로는 돈을 벌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B씨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직장 동료들에게 휴직 권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술이었다.

늘 술에 절어 있던 B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6월7일 회사에서 조퇴했다. 조퇴 전 B씨는 자신의 상사에게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겠다"고 말한 뒤 "입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퇴 후 광주 북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온 B씨는 A씨에게 '내일부터 알코올 중독 입원치료를 받기로 했으니 마지막으로 함께 술을 마시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 B씨는 술을 마시면서도 거듭 A씨에게 "이번에는 꼭 입원치료를 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넥타이로 묶어줘" 아내 "오늘은 조여줄게"
살인사건의 유일무이 목격자는 바로 피고인

A씨와 B씨 부부는 맥주와 막걸리 등을 섞어 마셨는데 술자리가 길어지자 B씨의 억눌린 성욕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부검 결과 확인된 사망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3%였다. 운전면허 취소 기준인 0.1%보다 무려 0.2%가량 높은 수치다. 이는 심각한 만취상태에 해당한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각. 거나하게 취한 B씨는 여느 때처럼 A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법정에서 A씨는 "남편과 성관계를 하기 싫었으나 남편이 알코올 중독 입원치료를 약속했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뜻에 따라주고자 했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함께 화장실로 향했고, 성관계를 시도했으나 이에 만족하지 못한 B씨는 A씨에게 "넥타이로 목을 조르자"고 말했다. A씨는 이를 승낙했다. 이 부분에 대해 A씨는 "남편이 입원하면 당분간 폭행이나 변태적 성행위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남편의 요구를 들어줬다"고 진술했다.

B씨는 거실에 있던 자신의 넥타이를 A씨 앞으로 들고 왔다. 그러면서 "넥타이로 목을 조르면 성관계를 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B씨는 A씨의 목에 넥타이를 감았다. 그러나 A씨는 이를 거부하며 곧 넥타이를 풀었다. 그러자 B씨는 "그럼 내 목만 졸라 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에는 A씨가 B씨의 목에 넥타이를 감았다.


"이런 건 처음인데
점점 기분 좋아져"

오후 4시45분. 넥타이를 감은 채로 A씨와 성관계를 하던 B씨가 갑자기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넥타이로 남편 목을 조르던 A씨는 이 같은 상황에 매우 놀라 넥타이를 풀었지만 B씨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남편 B씨의 사망 당시 A씨는 곧바로 B씨를 거실로 옮기고,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남편이 죽었다"며 신고했다.

이 사건의 한 유력 관계자는 "만약 사람을 죽일 의도가 있었다면 시신을 옮겨 인공호흡을 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살의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살인 직후 멍하니 있거나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성관계 중 넥타이로 목을 조르는 행위는 처음 해봤다'는 A씨 진술에 기초했을 때 어느 정도의 힘을 줘야 사람이 죽는지도 모르는데 여자인 A씨가 남자인 피해자(B씨)의 어떤 저항도 없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기는 어렵다"란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찰 측 주장은 다르다. 검찰은 "피고인(A씨)의 진술대로 피해자가 '넥타이로 목을 졸라 달라'고 요구했다 하더라도 그동안 가정폭력과 변태적 성행위를 일삼은 남편에 대한 앙심이 살인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피고인의 '성관계 중 넥타이로 목을 조르는 행위를 처음 해봤다'는 진술도 온전히 믿을 수 없다"라는 의견이다.

사망한 B씨는 부검을 거쳐 질식사 판정을 받았다. 당시 부검을 맡은 감정의는 "목을 졸렸는데도 B씨가 저항한 흔적은 없었으며, 서서히 일정한 힘이 목에 가해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A씨의 몸에서도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위해를 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부검 결과에 근거, B씨가 급작스런 힘이나 위력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사건 당시 B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3%로 만취했었기 때문에 일종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겠느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다르며 반의식 상태에서도 정황을 기억하거나 위협에 대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반론으로 제기됐다.

수사결과 상당한 규모의 부채나 B씨 명의로 들어 놓은 거액의 보험금도 없었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A씨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확증은 오직 자백밖에 없었다.

"네가 살인범이지?"
"그래 내가 죽였어요"

A씨는 신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 "내가 남편을 죽였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남편이 자신을 수시로 때리고 변태적 성행위를 요구하며 딸아이까지 건드는 게 너무 미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 당시 A씨는 극도의 흥분상태였고 질의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등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어진 조사에서 A씨는 자신의 범행의도를 시인했다. 변태적 성행위 중 '남편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이런 A씨의 자백을 토대로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광주지검은 이 사건을 기소하기로 하고 재판 준비에 들어갔다.

경찰이 기록한 A씨의 "내가 남편을 죽였다"라는 자백은 재판과정에서 핵심쟁점으로 부각됐다. 자백 내용처럼 A씨가 B씨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는지,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남편이 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A씨가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1심 판결을 가름하는 열쇠였다.

재판을 앞두고 있던 A씨는 자신의 변호인을 만나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뒤집었다. 구속 상태였던 A씨는 "내가 잘못 생각했다" "내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다"고 변호인에게 하소연했다. 수사기관에서 했던 자백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얘기였다. A씨는 "'남편을 살해했다'는 진술은 죄책감과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나온 것이며, 실제로 자신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의 두 아이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자신이 살아서 나가야 죽은 남편 대신 남은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것. A씨의 오락가락하던 진술은 범행을 부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연속된 공판에서 A씨는 "남편을 죽였다"는 진술을 부정했다. 그리고 재판은 A씨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재판에서 검찰은 "A씨가 진술을 번복했다"며 A씨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를 제외하고는 B씨의 사망 경위를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욱이 검찰의 주장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 조사 단계에서 A씨를 취조한 담당형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형사는 "수사 과정에서 '학대로 남편이 미웠죠?'라고 피고인에게 묻자 '제가 남편을 죽였어요. 곧 감옥에 가겠죠'라고 피고인이 답했다"면서 A씨의 자백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경찰의 증언만으로 A씨의 범행을 확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사님 제가 너무 세상 물정 몰랐어요"
검찰 "말 바꾸지 마" 변호인 "증거 대세요"

이처럼 "내가 남편을 죽였다"는 A씨의 자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됐다. 검찰은 "피고인에게도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으며 피고인이 넥타이로 피해자의 목을 조를 당시 분명 살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은 "미필적 고의로라도 A씨의 살인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받아쳤다. 이렇게 모두 7차례의 공판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2월21일 열린 최종 공판에서 법원은 결국 변호인의 손을 들어줬다. A씨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핵심쟁점이었던 A씨의 자백에 대해 "A씨의 '내가 죽였다'라는 진술은 '살의를 갖고 살인했다'라는 의미보다는 '남편의 죽음이 자기 책임이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범행동기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A씨가 B씨로부터 받아왔던 폭력행위 등을 고려할 때 넥타이로 목을 조를 당시 A씨가 B씨에게 일시적 고통을 가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어진 판결문에서 "하지만 이것이 짧은 순간 살의로까지 번졌다고 보긴 어려우며 다음 날 남편이 치료를 위해 입원하면 한동안 남편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남편의 모든 요구를 들어줬다는 A씨의 진술도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당시 B씨가 A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넥타이를 가져오는 등 의식이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만약 A씨가 B씨를 죽일 의도로 목을 세게 졸랐다면 반항이나 몸싸움의 흔적이 남았어야 함에도 B씨와 A씨 모두에게서 그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B씨가 상당 시간 동안 서서히 목이 졸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럼 A씨가 갑자기 살의를 느껴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앞선 상황 등을 종합하면 A씨가 특정한 동기를 갖고 B씨를 살해했다고 보긴 어려우며, 증인의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할 수 없으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A씨는 지난 5개월의 송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수감자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돌아간 A씨는 현재 광주를 떠나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무죄 석방된 아내
검찰 " 꼭 잡아넣겠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항소장을 제출한 검찰은 현재 고등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항소심에 대비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살인의 고의는 없다 할지라도 최소한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과실치사)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의 법원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1심 판결의 기소 항목은 살인이었는데 과실치사가 포함되면 재판결과가 또 달라질 수 있다"면서 "다만 항소심에서도 살인혐의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의 변호사는 "담당사건이 아니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과실치사가 형사상 넓은 개념이 아니므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재판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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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