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넥타이 살인사건' 진실공방 전모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4:04:15
  • 댓글 0개

변태 성관계로 사망한 남편…"내가 안 죽였어요"

[일요시사=사회팀] 광주지법 형사6부(문유석 부장판사)는 성관계 도중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넥타이로 목을 졸라 달라"는 남편 B(44)씨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가 법정에 섰다. A씨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남편을 살해했다"고 말했다가 법정에서 이를 번복했다. 재판부는 7차례의 공판 끝에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를 석방했다. 검찰은 즉각 불복하며 항소했다. 과연 검찰은 A씨의 살인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까?

지난 12월21일 광주지법 형사6부(문유석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성관계 도중 남편 B(44)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날 법원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고 A씨는 구속된 지 5개월여 만에 석방됐다.

폭력적인 남편
변태적인 남편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법원이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자 즉각 "항소를 검토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이번 사건을 담당한 광주지검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광주 넥타이 살인사건'의 진실 공방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죽은 B씨와 A씨는 부부였다. 금슬이 좋은 부부는 아니었다.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던 B씨는 술만 먹으면 수시로 주사를 부렸다. B씨는 사건 전부터 A씨에게 잦은 폭행을 가해왔다. B씨는 폭행으로만 3~4차례 정도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사망하기 5일 전에도 A씨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다가 경찰서 신세를 졌다. 그러나 폭행 피해자인 A씨는 경찰서를 찾아가 가해자이자 남편인 B씨를 꺼내줬다.

죽은 B씨의 휴대폰에서는 음란물이 발견됐다. 생전에 B씨는 아내 A씨에게 자주 변태적 성관계를 요구했다. 항문성교도 원했다. 술만 마시면 변태적 성행위가 심해졌다. B씨는 자신의 어린 딸에게도 한 번 손을 댔다. B씨의 성추행 당시 A씨와 딸은 아동보호센터에서 상담을 받기도 했다.

가정에서는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남편이었지만, B씨는 맡은 일을 곧잘 하는 회사원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은 크게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부의 한 지인은 "B씨가 생산직 중소기업에서 근무했고, 넉넉지는 않지만 가족을 부양할 정도로는 돈을 벌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B씨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직장 동료들에게 휴직 권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술이었다.

늘 술에 절어 있던 B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6월7일 회사에서 조퇴했다. 조퇴 전 B씨는 자신의 상사에게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겠다"고 말한 뒤 "입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퇴 후 광주 북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온 B씨는 A씨에게 '내일부터 알코올 중독 입원치료를 받기로 했으니 마지막으로 함께 술을 마시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 B씨는 술을 마시면서도 거듭 A씨에게 "이번에는 꼭 입원치료를 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넥타이로 묶어줘" 아내 "오늘은 조여줄게"
살인사건의 유일무이 목격자는 바로 피고인

A씨와 B씨 부부는 맥주와 막걸리 등을 섞어 마셨는데 술자리가 길어지자 B씨의 억눌린 성욕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부검 결과 확인된 사망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3%였다. 운전면허 취소 기준인 0.1%보다 무려 0.2%가량 높은 수치다. 이는 심각한 만취상태에 해당한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각. 거나하게 취한 B씨는 여느 때처럼 A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법정에서 A씨는 "남편과 성관계를 하기 싫었으나 남편이 알코올 중독 입원치료를 약속했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뜻에 따라주고자 했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함께 화장실로 향했고, 성관계를 시도했으나 이에 만족하지 못한 B씨는 A씨에게 "넥타이로 목을 조르자"고 말했다. A씨는 이를 승낙했다. 이 부분에 대해 A씨는 "남편이 입원하면 당분간 폭행이나 변태적 성행위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남편의 요구를 들어줬다"고 진술했다.

B씨는 거실에 있던 자신의 넥타이를 A씨 앞으로 들고 왔다. 그러면서 "넥타이로 목을 조르면 성관계를 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B씨는 A씨의 목에 넥타이를 감았다. 그러나 A씨는 이를 거부하며 곧 넥타이를 풀었다. 그러자 B씨는 "그럼 내 목만 졸라 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에는 A씨가 B씨의 목에 넥타이를 감았다.

"이런 건 처음인데
점점 기분 좋아져"

오후 4시45분. 넥타이를 감은 채로 A씨와 성관계를 하던 B씨가 갑자기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넥타이로 남편 목을 조르던 A씨는 이 같은 상황에 매우 놀라 넥타이를 풀었지만 B씨는 이미 사망한 뒤였다. 남편 B씨의 사망 당시 A씨는 곧바로 B씨를 거실로 옮기고, 인공호흡을 시도했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남편이 죽었다"며 신고했다.

이 사건의 한 유력 관계자는 "만약 사람을 죽일 의도가 있었다면 시신을 옮겨 인공호흡을 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살의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살인 직후 멍하니 있거나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성관계 중 넥타이로 목을 조르는 행위는 처음 해봤다'는 A씨 진술에 기초했을 때 어느 정도의 힘을 줘야 사람이 죽는지도 모르는데 여자인 A씨가 남자인 피해자(B씨)의 어떤 저항도 없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기는 어렵다"란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검찰 측 주장은 다르다. 검찰은 "피고인(A씨)의 진술대로 피해자가 '넥타이로 목을 졸라 달라'고 요구했다 하더라도 그동안 가정폭력과 변태적 성행위를 일삼은 남편에 대한 앙심이 살인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피고인의 '성관계 중 넥타이로 목을 조르는 행위를 처음 해봤다'는 진술도 온전히 믿을 수 없다"라는 의견이다.

사망한 B씨는 부검을 거쳐 질식사 판정을 받았다. 당시 부검을 맡은 감정의는 "목을 졸렸는데도 B씨가 저항한 흔적은 없었으며, 서서히 일정한 힘이 목에 가해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A씨의 몸에서도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위해를 당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부검 결과에 근거, B씨가 급작스런 힘이나 위력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사건 당시 B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3%로 만취했었기 때문에 일종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겠느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다르며 반의식 상태에서도 정황을 기억하거나 위협에 대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반론으로 제기됐다.

수사결과 상당한 규모의 부채나 B씨 명의로 들어 놓은 거액의 보험금도 없었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A씨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 확증은 오직 자백밖에 없었다.

"네가 살인범이지?"
"그래 내가 죽였어요"

A씨는 신고 직후 경찰 조사에서 "내가 남편을 죽였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광주 북부경찰서에서 '남편이 자신을 수시로 때리고 변태적 성행위를 요구하며 딸아이까지 건드는 게 너무 미웠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 당시 A씨는 극도의 흥분상태였고 질의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등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이어진 조사에서 A씨는 자신의 범행의도를 시인했다. 변태적 성행위 중 '남편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이런 A씨의 자백을 토대로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광주지검은 이 사건을 기소하기로 하고 재판 준비에 들어갔다.

경찰이 기록한 A씨의 "내가 남편을 죽였다"라는 자백은 재판과정에서 핵심쟁점으로 부각됐다. 자백 내용처럼 A씨가 B씨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는지,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남편이 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A씨가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가 1심 판결을 가름하는 열쇠였다.

재판을 앞두고 있던 A씨는 자신의 변호인을 만나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뒤집었다. 구속 상태였던 A씨는 "내가 잘못 생각했다" "내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다"고 변호인에게 하소연했다. 수사기관에서 했던 자백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얘기였다. A씨는 "'남편을 살해했다'는 진술은 죄책감과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나온 것이며, 실제로 자신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어 A씨는 자신의 두 아이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자신이 살아서 나가야 죽은 남편 대신 남은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것. A씨의 오락가락하던 진술은 범행을 부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연속된 공판에서 A씨는 "남편을 죽였다"는 진술을 부정했다. 그리고 재판은 A씨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재판에서 검찰은 "A씨가 진술을 번복했다"며 A씨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를 제외하고는 B씨의 사망 경위를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욱이 검찰의 주장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자 경찰 조사 단계에서 A씨를 취조한 담당형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형사는 "수사 과정에서 '학대로 남편이 미웠죠?'라고 피고인에게 묻자 '제가 남편을 죽였어요. 곧 감옥에 가겠죠'라고 피고인이 답했다"면서 A씨의 자백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경찰의 증언만으로 A씨의 범행을 확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사님 제가 너무 세상 물정 몰랐어요"
검찰 "말 바꾸지 마" 변호인 "증거 대세요"

이처럼 "내가 남편을 죽였다"는 A씨의 자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공방이 계속됐다. 검찰은 "피고인에게도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으며 피고인이 넥타이로 피해자의 목을 조를 당시 분명 살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은 "미필적 고의로라도 A씨의 살인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받아쳤다. 이렇게 모두 7차례의 공판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2월21일 열린 최종 공판에서 법원은 결국 변호인의 손을 들어줬다. A씨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핵심쟁점이었던 A씨의 자백에 대해 "A씨의 '내가 죽였다'라는 진술은 '살의를 갖고 살인했다'라는 의미보다는 '남편의 죽음이 자기 책임이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범행동기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A씨가 B씨로부터 받아왔던 폭력행위 등을 고려할 때 넥타이로 목을 조를 당시 A씨가 B씨에게 일시적 고통을 가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어진 판결문에서 "하지만 이것이 짧은 순간 살의로까지 번졌다고 보긴 어려우며 다음 날 남편이 치료를 위해 입원하면 한동안 남편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남편의 모든 요구를 들어줬다는 A씨의 진술도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당시 B씨가 A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넥타이를 가져오는 등 의식이 남아있는 상태였는데 만약 A씨가 B씨를 죽일 의도로 목을 세게 졸랐다면 반항이나 몸싸움의 흔적이 남았어야 함에도 B씨와 A씨 모두에게서 그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B씨가 상당 시간 동안 서서히 목이 졸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럼 A씨가 갑자기 살의를 느껴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앞선 상황 등을 종합하면 A씨가 특정한 동기를 갖고 B씨를 살해했다고 보긴 어려우며, 증인의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할 수 없으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1심 판결에 A씨는 지난 5개월의 송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수감자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돌아간 A씨는 현재 광주를 떠나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무죄 석방된 아내
검찰 " 꼭 잡아넣겠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항소장을 제출한 검찰은 현재 고등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검찰은 항소심에 대비해 예비적 공소사실로 과실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살인의 고의는 없다 할지라도 최소한 B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과실치사)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의 법원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1심 판결의 기소 항목은 살인이었는데 과실치사가 포함되면 재판결과가 또 달라질 수 있다"면서 "다만 항소심에서도 살인혐의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의 변호사는 "담당사건이 아니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과실치사가 형사상 넓은 개념이 아니므로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재판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