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부른 민주당 ‘빈대정치’ 전격해부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1.02 11: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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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짜 좋아하더니만 줘도 못 먹나?

[일요시사=정치팀] 단일화 성공은 대선 승리요 단일화 실패는 대선 패배’ 공식에 변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가 민주통합당의 ‘+α’였다. 새정치를 외쳤던 안 전 후보는 결국 조직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사실상 단일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끝까지 +α를 포기하지 못했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는 유세장에서 안 전 후보의 손을 잡고 ‘아름다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고 바득바득 ‘우겼다’. ‘빈대’ 근성을 떨쳐버리지 못했던 민주당은 결국 패배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번에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피곤하고 힘든 선거를 치렀다.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안철수 끌어들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막상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앉혀놓으니 그제야 발톱을 드러내듯 안철수 전 후보를 압박하고 중도층 표심을 흔들었다. 지지층은 민주당의 집권을 ‘원해서’ 가 아니라 박근혜의 집권이 ‘싫어서’ 표를 던져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자체 생산능력을 잃은 민주당은 이번에도 역시 반사이익만 노렸다.

한나라당 과욕에
열린우리당 과반 의석

지난 4월11일 19대 총선이 끝나자 한 정치권 인사가 민주당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한 청년이 뒷마당을 쓸다 동전을 주웠다. 논밭을 일구고 열심히 땀을 흘려야 할 사람이 그 다음부터 바닥에 떨어진 동전만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동전을 줍지 못하는 날이면 온종일 투덜거리기 일쑤였다. 지금 민주당의 모습이 그렇다”라고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열린우리당은 새누리당이 잃은 ‘그것’을 주웠다. 한나라당이 잃은 의석수였다. 열린우리당이 잘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실수로 얻은 과반 의석이었다.

2004년 1월5일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최초로 대통령 탄핵을 언급했다. 다음날, 4·15 총선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연계설이 청와대 등 여권에서 흘러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방식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재신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해 총선이 결국 재신임의 장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다. 재신임 국민투표는 언론에 ‘노 대통령의 무리한 떼쓰기’로 비춰졌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정치권의 탄핵논란에도 노 대통령은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보였다. 노 대통령은 오전에 전국의 재래시장 상인과 소상공인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보고회를 가졌다.

오후에는 재래시장을 방문해 민생 챙기기 행보에 주력했다. 총선과 정치권을 겨냥한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 참모들도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은 중앙선관위나 야권에 각을 세우는 정치적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독자적인 자체생산 능력 키워야, '+α' 없으면 필패?
유일한 총선 승리도 ‘노무현 탄핵 열풍’으로 어부지리

3월9일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3월12일 새벽.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진입해 여야 의원들의 대치상황이 이어졌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국회 경위들과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와 경호권을 발동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 경위들에게 ‘질질’ 끌려나오는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전국적으로 거대한 탄핵 역풍이 불었다. 당시 <연합뉴스>와 월드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긴급여론조사에 따르면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에 대해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잘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에 대한 전 국민적인 질타가 쏟아졌고, 전국 각지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잇따르는 등 전국이 탄핵사태로 들끓었다.

탄핵안 가결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는 4월15일 치러진 국회의원총선에까지 이어져 열린우리당이 과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하고, 제1당이던 한나라당은 121석, 제2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은 9석, 자유민주연합은 4석을 얻었다. 열린우리당의 ‘완승’이었다.

DJ는 ‘빨갱이’ 벗고
JP는 자민련 살리고 

이러한 승리는 이후 줄곧 패배를 불렀다는 평가다. ‘달콤한 승리’로 열린우리당은 ‘몹쓸 버릇’이 들었고, ‘씁쓸한 실패’는 한나라당에 ‘귀한 보약’이 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빈대정치’ 행태는 비단 총선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한다.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킨 제15대 대선에서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충청권 표를 대거 견인해왔다. 제16대 대선에서는 정몽준 국민연합21 대통령후보가 힘을 보태면서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출범할 수 있었다.

제15대 대선을 50여 일 앞두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야권후보단일화 협상을 완전 타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양당 단일후보로 최종확정했다.

김종필 총재가 초대 국무총리를 맡는 협상안이었다. 또한 내각제 개헌안을 발의해 1999년 말까지 개헌작업을 마치도록 했다. 두 당의 협상 관계자들은 내각제개헌 추진을 둘러싼 ‘신뢰문제’ 시비를 없애기 위해 내각제 개헌을 단일후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전 대통령은 단일화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었다. 그럼에도 충청권의 표를 흡수해 2위와 격차를 벌리고 ‘김대중 대세론’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보수계층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고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극복하려는 김 전 대통령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막판 역전 노무현
완주는 승산 없어

내각제는 자민련의 정당 존립을 위한 최적의 시스템으로 평가받았다. 김종필 총재가 단일화에 합의한 이유였다. 하지만 내각제는 국민적 반대에 부딪혔고, 내부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김 전 대통령과 김 총재는 결국 서로 등을 돌렸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단일화를 비판할 때 쓰는 ‘야합’은 바로 이때를 배경으로 한다.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던 2002년 대선 화두도 단연 ‘단일화’였다. 김 전 대통령의 단일화가 혹시 모를 변수를 방지하기 위한 ‘방패’ 역할을 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단일화는 대선 승리를 위한 ‘발판’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정 후보에 한참 뒤진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통근 배포를 보이면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냈고, 결국 대선 승리로까지 이어졌다. 정 후보의 막판 지지철회도 영향은 미미했다.

그렇다 해도 처음부터 노 전 대통령 혼자서 완주했다면 승리하기 어려운 게임이었다.

17대 대선은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팽배하고 ‘이명박 대세론’이 확고히 자리 잡아 단일화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실제로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48.7%,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26.2%,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5.8%의 득표율을 보여 정 후보와 문 후보가 단일화를 성사시킨다 하더라도 이 대통령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15·16대 대선 ‘야권 단일화’ 거쳐, 완주 승산 없어
안철수 끌어들이고 여당 되려다 결국 정권교체 실패

일부 야권 지지자들이 ‘문국현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들은 “문 후보의 사퇴는 정치야합으로 비칠 뿐, 국민에게 아무런 감동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양 후보의 단일화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17대에 이어 18대에서도 단일화는 실패했고 민주당은 패배했다. 그럼에도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대선판을 가장 크게 뒤흔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안 전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일찌감치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여야 간 1:1 대결구도를 이끌어낸 데에는 안 전 후보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이러한 안 전 후보의 영향력은 대선 이후 야권의 정계개편에도 미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안풍’의 위력은 가히 놀라웠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그 위력이 정권교체로 이어지지 않았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길 선거를 졌다”고 푸념하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경선 시작도 전에 ‘안철수 토사구팽설’이 나돌았다. 어떻게든 안 전 후보를 단일화 테이블에 끌어들여 안 전 후보 지지층을 흡수해 민주당에서 반드시 대통령을 내야 한다는 몇몇 원로급 의원들의 뒷말이었다. 게다가 문 전 후보 측은 단일화 과정에서 조직력을 동원하고, 팽팽한 ‘룰전쟁’을 벌이는 등 협상 자체가 파행으로 치닫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문 전 후보의 단독 완주였다면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민주당은 안 전 후보의 합류와 지원, 그리고 지지층 흡수를 당연하게 여기는 듯했으며, 이것은 안 전 후보 지지층에게 ‘구태’로 비쳐졌다.

구원투수 제3인물보다
‘자강론’ 지지 얻어야

야권에서는 이제 민주당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정권심판론’과 ‘제3의 인물’에 기대 한자리 하려는 습관을 버리고 ‘자강론’으로 내부결속력을 다져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 패배를 계기로 진심어린 자성을 통해 더 나은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빈대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차려놓은 밥상을 엎을 것인지 향후 당 재건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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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