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X파일] '미끼 고금리' 예금의 함정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2.21 10: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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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과하면 의심하라!

[일요시사=경제1팀]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예금 이자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한숨이 커졌다. 직장인들이 목돈을 만들기 위해 꼬박꼬박 넣는 적금 금리도 곤두박질치면서 내 집 마련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시중은행들은 금리수준을 과장해서 광고하는 '미끼상품'을 내세우고 있어 금융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예·적금 상품의 물가를 감안한 실질이자는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고금리 예·적금 상품들을 내세워 금융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그 중 많은 수는 검은 속내를 감추고 있는 미끼상품인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망된다. 초기 2∼3개월에 한정해 고금리를 적용하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가산 금리를 부여하는 상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 기준금리 2.75%

지난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기준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3.08%로 지난해 말 3.76%에 비해 0.68% 떨어졌다. 금융권에서는 내년에도 현 기준금리 2.75%에서 인상 여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점차 인하할 것으로 보여 내년 은행 예금금리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일부터 연 3.70%의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스마트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폰 고객 증대 등을 위해 한시적으로 특별판매를 재개한 것으로 한도(3000억원) 소진 시까지 판매하며 1인당 500만원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수협은행은 이달 말까지 연 3.65%의 금리를 제공하는 '아라 정기예금'을 특별판매하고 있다. 아라 정기예금의 기본 금리는 3.35%(1년제)이지만 신규고객 및 거래실적이 좋은 고객, 어업종사자, 사회공헌활동자 등에 따라 최고 0.2%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부산지역 지점내지점 개점 기념으로 이 지점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이달 17일까지 연 3.70%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정기예금을 판매했다.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은 4∼8%대 고금리 예·적금 상품으로 고객 몰이를 해왔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고금리 문구가 무색할 지경이다.

씨티은행은 최고 연 8.0%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현대차 지수연동정기예금'을 출시했었다. 그러나 이 상품은 1년 동안 현대차의 일별종가 지수가 기준지수대비 30% 초과 상승한 적이 있어야만 연 4.0%의 수익이 확정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수 상승률에 따라 수익률이 최저 연 0%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하루 동안 30% 이상 지수가 뛰어오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최고 8%의 수익률을 내려면 현대차의 주가가 시작일 대비 1년간 20∼30%는 뛰어야만 가능하다. 중간에 해약할 경우엔 중도수수료까지 부과돼 원금손실을 입게 된다.

실질이자 1% 안팎…고금리 상품으로 유인
초기 2∼3개월 한정 적용한 뒤 슬쩍 내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두드림 2U 통장'은 연 4.5% 금리를 제공한다고 광고했지만 가입 후 2개월, 3개월째 달에만 해당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달 금리는 0.01%에 불과하고 4개월째부터 금리는 절반 수준인 2.75%로 뚝 떨어진다.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앞으로 예금금리는 더 떨어 질수도 있다. 그마저도 매일 잔액에 따라 해당 약정이율을 적용하는 선입선출방식을 이용하고 있어 수시입출금 통장임에도 돈을 적금처럼 묶어둬야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달 말까지 판매되는 우리은행 '매직7 적금'도 연 7%의 금리를 자랑하고 있지만 최고 납입액이 5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그리고 최고 납입액일 시 연평균 카드 사용액이 1000만원 이상이어야만 7% 금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월복리적금'도 4.1%의 금리를 제공하지만 분기별 100만원까지만 납입이 가능해 사실상 이자 혜택이 크지 않다.

이밖에 100만원까지 4% 금리를 주고 추가 납입액에 대해서는 이자가 없는 경우도 있다. 

겉으론 4%대 금리를 내걸고 있지만 급여 이체와 신용카드 사용, 청약저축 가입, 공과금 자동이체 실적 등 온갖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시중은행들이 미끼상품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운용이 어렵고 그러면서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실제로 미끼상품의 고객 유인 효과도 높다. 4∼5%대의 예·적금 상품이 아예 자취를 감추면서 미끼상품인 줄 알면서도 아쉬운 대로 일단 가입하고 보자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고금리 광고에 현혹되기보다 상품별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쉬운 대로 가입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광고에 혹한 뒤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이 많다"면서 "수수료 혜택 등 자신에게 맞는 상품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가 3%대만 돼도 고금리 대접을 받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ideaed@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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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