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면 등장하는 연예인은 누구?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18 16: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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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 철새는 연예계에도 있다

[일요시사=정치팀] 직접선거가 도입된 지난 1987년부터 올해까지, 대선시즌이 되면 분주히 움직이는 비정치권 진영의 인사들이 있다. 바로 연예인이다.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이들의 ‘친숙함’은 어느새 선거판의 ‘감초’가 됐다. 때로는 연예인의 한 마디가 선거판을 좌지우지하는 이슈를 만들기도 한다. 18대 대선이 목전에 다다른 시점에서 <일요시사>가 대선과 연예인의 오랜 역사를 되짚어 봤다.

중견배우 강만희의 발언이 화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연예인 홍보단 소속의 일원인 그는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후보를 겨냥했다. 강만희는 박 후보 지지연설을 하면서 “사극에는 간신이 많이 나온다. 간신은 어떻게 해야 하나? 죽어버려야 한다”라고 다소 과격한 말을 했다. 안 전 후보가 ‘간신’이란 말이었다. 

대선 단골손님 따로 있어

박 후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예인은 단연 가수 은지원이다. 이밖에 문화홍보단에 송기윤, 방형주, 현미, 현철, 김세레나, 전원주, 선우용녀 등이 있다.

자문위원 중에는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했던 가수 이주노가 눈에 띈다. 그리고 코미디언 이용식,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던 심현섭도 포함됐다. 또한 개그맨 황기순, 가수 이명훈· 이영화도 합류했다. 이 외에도 이서진, 김응석, 설운도, 이수나, 최홍만, 양희승, 이순재, 김애경 등이 박 후보 지지에 나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는 연예인 중 영화배우 김여진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소설가 이외수 또한 우회적으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영화감독 변영주, 배우 출신 정치인 문성근 등도 문 후보의 지원군이다.


이 밖에도 이은미, 전인권, 문소리, 권해효, 김조광수, 곽현화, 김용, 맹복학, 김기덕, 윤도현, 신해철, 이준익, 이창동, 최명길, 김제동 등과 소설가 공지영 등이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며 유세에 나섰다. 

이렇게 연예인들이 선거판에 대거 합류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선거부터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들은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길 꺼려했다. 연예인에 대한 정치인들의 편향된 시각 때문에 극히 드물었던 ‘정치참여’ 현상이, 이때 들어 자연스럽게 펼쳐진 것이다.

당시 연예인 유세는 효과적인 청중 동원 방법이었다. 이 같은 대통령 선거 유세장의 ‘연예인 동원’은 논란을 빚고 있었다. 한 언론은 “일관된 정치적 소명 표명이나 정치활동이 없던 연예인들의 유세장 동원은 특히 출연 중인 주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극중 이미지와 인기를 정치에 이용해 정치를 왜곡한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대선과 총선에서 집권당인 민자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던 연예인으로는 이순재, 이덕화, 김형곤, 심형래, 그룹 코리아나, 주현미, 남보원, 현철 등이다.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 정치에 참여해 대권에까지 도전했던 정주영 국민당 후보 지지 연예인은 강부자, 최불암 등이 대표적이었다. 두 사람은 훗날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이렇게 유세장에 초청되는 연예인들을 보면 대개 친분관계로 참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더러는 2~3백만원의 사례금을 받고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민주당은 연예인이 유세장에 동원돼 청중에게 직접 특정후보 지지를 부탁하는 일이 없었다.

당시 선거 특수를 노리는 가수도 생겨났다. '성은 김이요'를 부른 가수 문희옥은 이후 트롯부문 인기 정상에 오르는가 하면, '손에 손잡고'의 그룹 코리아나는 정당행사의 단골초청대상 1호였다.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는 연예인이 ‘확실한 표몰이꾼’으로 대활약을 펼쳤다. 당시 한나라당은 남성훈, 이영후, 박은수, 심양홍, 김흥국 등 연예인 8명의 입당 의사를 받았다. 신성일·엄앵란 부부, 최불암, 이정길 등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드리마 <애인>과 <용의 눈물>로 톱스타의 자리를 굳힌 탤런트 유동근과 개그맨 이경규도 입당 1순위로 거론됐지만, 이들은 정치와 거리를 뒀다.

연예인 ‘확실한 표몰이꾼’으로 섭외 1순위
MB 지지 연예인? 위장지지?명의도용까지

당시 국민회의는 김한길 의원의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이 적극 지원에 나섰으며 김대중 후보가 주례를 섰던 영화 <서편제>의 오정해, 개그맨 최양락·팽현숙 부부, 영화배우 남궁원, 김지미, 최종원 등도 대표적인 김 후보 지지자였다.

김대중 후보의 당선과 함께 대선특수를 누렸던 연예인은 다름 아닌 ‘DJ와 함께 춤을’이라는 로고송을 불렀던 그룹 DJ DOC였다. 당시 이 로고송은 젊은 층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해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혔다. 당선 직후 멤버들은 청와대로 초대돼 식사를 대접받기도 했다.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는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자발적으로 지지하는 연예인이 등장했다. 모임도 만들어졌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등장에 큰 역할을 한 당시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은 본업을 접고 각각 선대위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기도 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에는 권해효, 방은진, 정태춘, 안치환, 전인권, 한영애, 크라잉넛, 자우림, 영화감독인 이창동, 정지영, 여균동, 임순례, 시인 안도현, 김용택, 도종환, 음악평론자 강헌, 시사만평가 박재동 화백 등이 활동했다.

‘대선 특수’를 톡톡히 본 연예인도 역시 가수였다. ‘오 필승 코리아’로 2002월드컵 열기를 뜨겁게 달구었던 가수 윤도현이 노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윤도현은 이 노래를 ‘오 필승 노무현’으로 바꿔 불러 노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이 됐으며, 이후 윤도현의 주가도 함께 올랐다.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지지 연예인 상당수는 ‘축구’가 연결고리였다. 대표적인 인물은 김흥국이다. 김흥국을 매개로 이승철, 김현정, 탁재훈, 손지창 등이 정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정주영 후보를 지지했던 강부자도 역시 빠지지 않았다. 박상원, 차인표, 선우재덕도 응원단으로 활동했다.

이 밖에도 남궁원, 백일섭, 윤석화, 노영심, 박경림, 이창명, 이상아, 송채환 등도 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단연 으뜸가는 ‘초호화군단’이었다.

정 후보보다 더욱 호화스러운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가 있다.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동안 중립을 선언했던 방송인 이경규가 적극적으로 MB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MB의 대변인’이라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다. 단골손님인 이순재, 최불암도 다시 등장했다.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도 있었다. 안재욱, 차태연, 소유진, 최수종, 김선아, 김원희, 박선영, 성현아, 한재석, 정준호, 에릭, 김정은, 박진희, 홍경민 등이다.


마지막까지 MB를 지지한 연예인으로 김건모, 김민종, 김보성, 김유미, 김응석, 김재원, 박상규, 배한성, 변우민, 신동엽, 유인촌, 유진, 윤다훈, 이지훈, 이창훈, 이휘재, 전혜빈, 정선경, 백일섭, 서세원 등이었다.

이경규가 MB 대변인?

하지만 MB 지지 연예인 명단에는 문제가 있었다. 이 중에서 지지의사를 가지고 지원한 연예인도 있지만, 일부는 ‘위장지지 명의도용’을 당했던 것. 명의를 도용당한 연예인은 원치 않게 정치권에 휩쓸려 적지 않은 고초를 겪었다. 

정치인(politician)과 연예인(entertainer)의 합성어로 정치적 행위를 하는 연예인을 폴리테이너라고 부른다.

아직 정치권은 연예인 등 문화계 인사들의 정치참여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중요한 건 직업이나 계층에 관계없이 소견이나 역량이 되는지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것이 연예인 혹은 스타들의 정치 참여, 정치적 소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없어지는 출발점이다”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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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