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흔드는 안철수 기막힌 ‘타이밍정치’ 풀스토리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11 10: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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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밀당의 귀재’…약발은 ‘장외’에서만 통한다?

[일요시사=정치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청했다. 안 전 후보는 지난 6일 “오늘이 대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면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문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의 대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시기였다. 안 전 후보의 ‘기가 막힌’ 타이밍은 여전했다. <일요시사>가 ‘명불허전’ 안철수의 ‘타이밍정치’ 풀스토리를 엮어보았다.

2009년 6월17일.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우연한’ 대선 사전작업이 이루어졌다. 2012년 제18대 대선을 3년여 앞둔 시기. 당시 교수의 직함을 달고 있었던 안 전 후보는 <무릎팍도사>라는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안 전 후보는 단번에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시청률도 껑충 뛰었다. 출연 전후, 안 전 후보에 대한 기사는 눈에 띄게 늘었다. 이때 “안철수 교수를 차기 대선후보로 추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안철수 대권론’ 탄력
‘박근혜 대세론’ 휘청

예능프로그램은 안 전 후보를 일거에 ‘대통령감’ 반열에 올렸다. <무릎팍도사> 출연 이후 안 전 후보의 당시 발언이 어록으로 엮여 회자될 정도였다.

당시 <무릎팍도사>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안 전 후보를 “세계 IT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군님” “외국산 소프트웨어의 공급에서 나라를 구한 이 시대의 독립투사”라는 칭찬이 쏟아져 나왔다.

안 전 후보의 <무릎팍도사> 출연은 그의 정치인생에 ‘복선’ 같았다.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금 그때를 뒤돌아보면 그렇다. 3년여의 세월은 안 전 후보를 향한 ‘막연한 열망’을 ‘새 정치 희망’으로 현실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안 전 후보의 <무릎팍도사> 출연이 조금이라도 늦었거나, 혹은 조금이라도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 지금까지 이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2009년 <무릎팍도사>, ‘우연한’ 정치인생 사전작업
서울시장후보 ‘통큰 양보’로 유력 대선주자 등업 

과연 안 전 후보에 대한 열기는 식지 않았다. 2년4개월여가 지난 2011년 10월 ‘안철수 대권론’은 탄력이 붙었다. 반면 4년여 동안 줄곧 이어져왔던 ‘박근혜 대세론’은 흔들렸다.

서울시장선거를 둘러싸고, 교수였던 안 전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를 선보였다. 서울시장 당선이 유력했던 안 전 후보는 여론조사 한 자리 지지율을 기록하는 박 후보에게 후보직을 기꺼이 양보했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장면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여당은 비난 일색이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안철수 원장의 지원이 치졸하다”며 정치하려면 국립대 교수직부터 사퇴하라고 몰아붙였다. 그럴수록 안 전 후보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더욱 단단해졌다.

안 전 후보의 ‘굳히기’는 탁월했다. 일부 여론에서는 이것이 ‘대선 전초전’과 다름없다며, 올해 있을 대선에 안 전 후보가 미칠 영향력을 점치기도 했다. 본격적인 ‘안철수 정치’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안철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지난 2011년 11월14일 안 전 후보는 1500억원 상당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선언했다.


안철수의 탁월한 ‘굳히기’
말만 하면 ‘대선 전초전’

안 전 후보는 “늘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작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려고 합니다. 그것은 나눔에 관한 것입니다”라는 메일을 보내 기부의사를 밝혔다. 여론은 ‘이것이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극찬했다.

당시 안 전 후보는 이미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었다. 정치권은 안 전 후보가 “이미 정치입문 신호탄을 쐈다”며 그의 기부를 대선을 앞둔 포석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안 전 후보는 “평소 생각한 것을 실천한 것뿐”이라면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안 전 후보의 기부 약속은 2012년 2월6일 이루어졌다. 그는 ‘안철수재단 설립계획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재단의 성격과 운용계획, 자신의 역할 등에 대한 의견 등을 밝혔다.

이날 안 전 후보는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한다.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정치참여에 대해 “우리 사회의 발전적인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 중이다. 정치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하며 정치참여 쪽으로 한 발 나아갔다.

안 전 후보는 이후 정치현안에서 한 발 떨어진 채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7월19일 그는 <안철수의 생각>이란 저서를 출간했다. 그의 저서는 엄청난 판매 부수를 기록했고, 이는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으로 여겨졌다.

여세를 몰아 안 전 후보는 7월23일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한다. 이 역시 ‘흥행대박’이었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에서는 안 전 후보의 <힐링캠프> 어록이 1000여 회 가까이 리트윗되는 등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저서 출판, 예능 출연 동시
검증 피하고 올림픽 덕 보고

안 전 후보는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혹독한 검증 세례를 앞두고 있었다. 그의 저서 출간과 예능 출연은 이한 검증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게다가 안 전 후보는 7월28일 개최된 런던올림픽의 열기에 힙 입어 저서 출판과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인한 상향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안 전 후보는 국민의 반응을 살피며 호흡조절에 들어갔다. 자신이 표현한 대로 ‘지지하는 사람들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야 진로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됐다.

충분히 숨을 고른 그는 대선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 본격적인 잠행에 돌입했다. 민주통합당 경선이 끝난 지난 9월16일.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는 양자·다자 모두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안 전 후보의 지지율은 휘청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 전 후보는 9월19일 본격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전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문 후보의 고공행진은 ‘하루천하’로 막을 내렸고, 안 전 후보는 고지를 탈환했다. 

민주당 경선 승리한 문재인 압박하며 본격 대선출마 
추락하는 문재인에 날개 달아줘, 정국 최대이슈 장악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던 안 전 후보의 타이밍은 대선 출마 이후 어쩐 일인지 전 같지 않았다. 그의 타이밍 영향력은 마치 ‘장외’에서만 먹히는 것처럼 보였다.

출마선언 이후 안 전 후보는 민주당에 의해 끊임없는 ‘단일화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안 전 후보는 매번 새 정치를 요구하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피로감도 극에 달했다.

여론조사 지지가 하락하자 안 전 후보는 지난 11월5일 문 후보에게 회동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단일화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에게 번번이 주도권을 내줬다. 정국의 이슈가 ‘새 정치’를 벗어나 ‘단일화룰’에 초점이 맞춰졌다. 안 전 후보에게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였다.

결국 안 전 후보는 지난 11월14일 단일화를 중지하고 나섰다.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여론은 안 전 후보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결국 그는 11월23일 사퇴를 선언했다. 대선 후보 등록 이틀 전, 금요일 밤이었다.


주말의 모든 이슈는 안 전 후보의 사퇴에 집중됐다. 악화일로로 치닫던 그에 대한 여론이 회복될 조짐을 보였다. 안 전 후보의 타이밍이 다시 위력을 발휘했다.

12월3일. 안 전 후보는 캠프 해단식을 가졌다. 장외로 돌아간 그는 다시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됐다. 정치권은 그의 발언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웠다.

주말 앞두고 사퇴선언
문, 떨어지자 지지선언   

그리고 지난 6일 안 전 후보는 추락하는 문 후보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안 전 후보는 문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차범위를 넘어 추월당하던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지지로 지난 7일 KBS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43.5%를 기록한 박 후보를 43.3%로 바짝 추격했다.

안 전 후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정치권은 이처럼 요동쳤다. 그는 숨을 죽이고 때를 기다려 ‘일거다득’했다.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을 다시 초박빙의 살얼음판으로 몰아가고 있는 안 전 후보의 행보에 19일의 승부도 귀결될 전망이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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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