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재벌가 ‘가족형 비리’ 막전막후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2.04 11: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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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검찰행…따로 법원행…같이 철창행

[일요시사=경제1팀] 국내에서 ‘감옥’ 한 번 가지 않고 기업을 경영하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은 하나 같이 온갖 비리를 저질러 왔고, 이에 상응하는 전과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이들이 휠체어를 타고 법원 앞에 나타나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최근엔 모자가 나란히 전과경력을 달거나 삼부자가 함께 기소되는 등 ‘가족형 범죄’가 늘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 재벌 총수들의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특히 부부·부자·형제 등이 함께 의기투합해 저지르는 ‘가족형 범죄’가 적지 않다. 이들은 시 예산과 맞먹는 규모의 탈세를 저지르는가 하면 회사 재산을 개인 돈처럼 함부로 빼돌리는 등의 혐의로 저마다 검찰과 법원에 출석도장을 찍고 있다.

나란히 서초동 출두
그 아버지에 그 자식

피죤 이윤재 회장과 이 회장의 장녀 이주연 부회장은 최근 나란히 검찰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김한수 부장검사)는 회삿돈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이들을 불러 조사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이 회장 부녀는 하청업체 거래대금을 부풀려 지급했다가 차액을 돌려받는 등의 방법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만든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부녀가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 직접 개입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피죤 소유주 일가와 경영진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잡고, 지난 6월 서울 역삼동에 있는 피죤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임원진을 소환 조사했다.


국세청은 지난 1월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벌여 이 부회장이 2010년 세금감면 등 청탁목적으로 북인천세무서 직원들에게 200만원을 돌린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이은욱 전 사장을 청부 폭행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0월 1심과 2심에서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수십억 비자금 피죤 부녀…세금탈루 동아 부자
LIG 삼부자 사기 혐의…태광 모자 거액 횡령극

부자가 함께 검찰에 고발된 사례도 있다.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차남은 최근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6억6000만원의 세금을 체납한 최 전 회장을 체납처분 면탈 혐의로, 차남에게는 체납처분 면탈 방조 혐의를 적용해 수원지검 평택지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본인 소유의 미국 캘리포니아주 빅혼골프클럽의 회원권 환급금 25만달러(한화 약 2억7000만원)를 국세청 눈을 피해 차남에게 양도했고 차남은 부친의 체납사실을 알고도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차남이 보유한 25만달러에 대해 압류조치도 했다. 최 전 회장은 또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공산학원의 공금 10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사기성 기업 어음을 발행한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그의 두 아들 등 삼부자는 지난달 15일 이례적으로 동시 기소됐다. 검찰은 재산을 지키려고 금융시장에 폭탄을 투척한 셈이라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LIG 건설은 지난 2009년부터 1894억원 상당의 기업어음과 257억원 상당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집중적으로 발행했고 투자자 1천여 명은 2150억 원 어치의 어음을 구입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재무상황에 이상이 없다던 회사가 갑자기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LIG건설의 기업어음은 휴지조각이 됐다. 손실은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가됐다.

‘사기성 CP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구 회장 일가가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계열사의 경영권을 상실할 것을 우려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LIG건설은 금융기관에서 투자를 받으며 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담보로 맡긴 상태였다. 그러나 LIG건설을 파산시킨 직후 계열사 주식을 되찾았다. 앞서 일반 투자자에게 기업어음 등을 팔아 조달한 2000억여원을 재원으로 활용했다.

삼부자 사기극서
휠체어 모자까지

검찰은 또 구 회장 일가가 2009년부터 15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러 LIG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조작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구 회장 삼부자 모두를 기소하면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함께 구속된 모자도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의 어머니 이선애 전 태광산업 상무는 지난 2월 1400억여원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건강 악화를 이유로 이 전 회장과 이 전 상무는 각각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같은 병원에서 치료 중인 상태다.

지난달 27일 열린 2심에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전 회장은 휠체어를 타고, 이 전 상무는 의료용 침대에 누워 등장했다. 이날 검찰은 이 전 회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했고 모친인 이 전 상무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월 검찰에 소환될 당시 태광그룹 모자의 ‘휠체어 출석’을 비판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재벌 오너와 휠체어’라는 자료를 배포하며 그 행태를 꼬집었다. 자료에는 “한국 재벌 총수들은 곤란할 때면 휠체어로 탈출한다”고 비판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사가 담겨 있었다.

SK그룹 형제는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구형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심리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 결심공판에서 계열사 자금 63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최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최 회장이 2008년 선물에 투자하기 위해 SK 계열사 자금 497억원을 빼돌렸고, 2005년부터 5년간 그룹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상여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39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 대해서도 최 회장과 공모해 자금을 횡령하는 등 총 1943억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며 징역 5년 구형했다.

‘오너 형제·부부’   
횡령으로 의기투합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 형제는 1998년과 2003년 각자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통해 선물옵션 투자에 나섰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 회장 형제가 주요 SK그룹 계열사 18곳이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천800억원 중 450억원을 김씨에게 투자하는 방법으로 모두 497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또 2005∼2010년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후 이를 SK홀딩스로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139억5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개인경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 회장이 검찰 구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8년 5월에도 1조5000억원의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후 78일 만에 사면된 바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은 동종의 전과가 있고 법원에서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지 않다”며 “반드시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동생 유순태 EM미디어 대표는 지난달 12일 특임검사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유진그룹 측은 서울고검 김모 검사에게 6억 원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유 회장 형제를 상대로 김 검사와의 관계, 금품 전달 경위와 규모,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 측근 강모씨로부터 2억4000만원, 유순태 대표로부터 6억원을 받은 혐의로 김 검사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지난달 16일엔 프라임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 핵심 피의자인 백종안 전 프라임서키트 대표가 검거됐다. 프라임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은 2008년,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의 동생 백종진씨 등이 그룹 계열사로부터 수 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검거된 백씨는 백종진씨의 둘째형으로 당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100억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해 자신이 운영하던 중소기업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체포영장이 청구됐으나, 3개월 뒤 수사를 피해 국외로 도피했다. 지난 10월 28일엔 ‘알파벳’ 오타로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그를 놓쳐 논란이 됐다.

SK·유진·프라임그룹 형제 나란히 수사·재판
총수일가 경영참여 늘면서 의기투합 범죄 늘어

프라임그룹의 검찰 조사발 악재는 형제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엔 200억원대 불법대출 지시 혐의를 받고 있는 백종헌 프라임그룹회장과 백 회장의 부인 임명효 동아건설 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백 회장 부부는 지난 2005년 1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담보가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데도 200억원대 부실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회장은 상호저축은행법이 금지한 타 저축은행과의 수십억원대 교차대출에 나선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백 회장은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지원을 노리고 재무상태가 극도로 열악한 부동산업자 박모씨에 대한 35억원 규모 차명대출을 김선교 전 프라임저축은행장(구속기소)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차명차주조차 금융권 부채가 98억 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백 회장의 부인 임 회장은 2007∼2008년 프라임저축은행 회장으로 재직하며 본인의 미술품 구매대금 19억원 상당을 대출로 충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재벌 총수들의 ‘가족형 비리’에 대해 “우리나라 재벌의 독특한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꼬집었다. 계열사 간 순환 출자나 피라미드형 지배 구조를 통하여 총수 일가가 극히 적은 지분으로 광범한 기업집단을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가족형 기업이라는 점이 그것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단순히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과다한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 뿐 아니라 그동안 전략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많은 특혜를 입고 성장하였는데도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했고 부의 축적과 그 승계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탈법과 편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재벌총수들의 범죄행각은 집행유예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로 일단락되는 것도 문제”라며 “사법처리 이후 아무 일 없는 듯 공식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그 덕분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그룹 내부에서는 총수의 ‘아픈 과거’를 ‘한때의 과오’정도로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재벌가의 각종 비리가 불가피한 ‘시대의 희생양’이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총수 일가 비리는
시대의 희생양?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한민국은 다시 출발점에 섰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앞 다퉈 ‘재벌개혁’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재벌 규제 가운데 눈여겨 볼 점은 단연 기업범죄 처벌 강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사면권 및 집행유예를 제한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 총수 일가가 경제 범죄로 처벌 받을 경우 장기간 경영 공백 현상은 물론 기업 이미지 타격 등을 불러올 수 있을지, 재계에 실제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휠체어 탄 재벌 총수들의 ‘쇼’를 언제까지 봐야 하나요?”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과연 그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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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