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희대의 카사노바 & 섹스비디오 풀스토리

야동 대물에 홀린 500명 여성들 ‘몰찍’

[일요시사=사회팀]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원인은 200여 편에 달하는 포르노를 무작위로 유포한 한 남성에 있었다. 30대 남성 진모씨는 전직 호스트바 출신으로 500명 이상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이어 그는 동영상 유포를 위해 자신의 얼굴만 모자이크 하고 여성들의 얼굴은 그대로 노출시켰다. 최근 이 같은 방법으로 섹스비디오를 촬영·유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벌어질 수 있는 섹스비디오의 유포 실태를 알아봤다.

일본에서 김포공항으로 오는 길, 공항에 도착한 진모(39)씨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그는 수백 편의 포르노를 촬영하고, 인터넷상에 무작위로 유포·공유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호스트바를 전전하다 2005년이 되던 해, 일본으로 건너가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해 온 진씨.

그런 그가 불법 체류한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정부는 그를 곧바로 추방시켰다. 하지만 그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권기간 연장 차 한국에 잠깐 들른 진씨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과거에 저지른 성관계 동영상 촬영 및 유포 등 추악한 행위로 인해 경찰에 구속되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대부분 일반인
여성들과 성관계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진씨는 수백명에 이르는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었다. 당시 진씨는 호스트바 접대원 일을 하면서 성공한 사업가라고 속이며 자연스럽게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장기인 특유의 화술과 화려한 섹스테크닉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녹였다. 진씨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만난 명문대 여대생과 중고등학교 교사, 간호사, 주부 등 직업군에 상관없이 수많은 일반인 여성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포르노 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관계를 맺은 여성들에게 “사랑한다” “나만 믿어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둘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겠다” 등의 말로 믿음을 심어준 뒤, 여성들로부터 동영상 촬영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후 편집과정에서 진씨는 치졸하게도 자신의 얼굴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한 반면 여성들의 얼굴을 버젓이 노출시켰다. 추후 동영상이 유포될 줄 몰랐던 여성들은 진씨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고 촬영에 임했던 것이다. 그렇게 촬영한 동영상은 무려 200여 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호스트바 선수 출신…성관계 장면 촬영해 유포
화려한 테크닉 여심 녹여 “둘만의 추억”사탕발림

이후 진씨는 ‘haja10’이라는 마크를 촬영분에 편집해 넣었고, 인터넷에 무작위로 유포시킨 후 포인트나 캐쉬를 받는 등 부당 이익을 취했다. 진씨가 퍼뜨린 동영상은 인터넷상에 삽시간으로 확산됐다. 몇몇 네티즌들의 의견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당시 남성들 사이에서 ‘haja10’이라는 동영상을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이고, 남자 2명에 여자 1명으로 구성된 쓰리섬도 파다하다고 전해졌다.

약 2년이 흐른 뒤인 2007년, 진씨는 한 여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경찰에 진씨를 고소하면서 “옆집 아저씨와 동생이 야동(야한동영상의 준말) 속에 제 얼굴이 나온다며 놀라는 것을 보고 해당 영상을 접한 후 큰 충격을 받았다”며 “혼자 있을 때 보면서 외로움을 달랜다기에 촬영에 동의한 것뿐인데, 인터넷에서 내 얼굴이 나온 섹스동영상이 떠돌아다니고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 또 다른 누군가가 날 알아볼까 두렵다”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또 다른 여성은 포르노 영상 속 자신의 얼굴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페이스오프 수준의 성형수술도 감행했다고 알려졌다.

공소시효 지나
처벌 불가?

경찰 조사에서 진씨는 “직장 여성, 여대생 등 500명 이상과 성관계를 가진 것 같다”고 실토하면서도 “섹스동영상 촬영 당시 상대 여성들 모두가 하나같이 동의 했었고, 출국하기 전 동영상을 파기해 유포 경위에 대해서는 일절 모른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한 피해 여성과의 대질 심문에서 “당신을 사랑해서 그랬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소 2∼3개의 캠코더와 삼각대, 조명까지 동원한 것을 보아 몰카(몰래 촬영)가 아닌 피해자들과 합의하에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며, 동영상 유포 의도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 여성은 100여 명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조사에 응한 여성은 단 2명뿐이기 때문. 겨우 연락이 닿은 피해 여성 10여명도 “그 일을 잊고 조용히 살고 싶다” “7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왜 다시 꺼내느냐”며 증언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공소시효 문제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행법에 따르면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로 도피한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그러나 진씨의 경우 고소되기 전인 2005년에 출국했다는 점을 들어 법원도 “도피를 위해 출국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즉 공소시효 3년도 만료된 셈이다. 이에 경찰 측은 “현재 동영상 유포 혐의와 함께 도피성 여부를 밝혀 기소의견으로 진씨를 검찰에 송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문화가 개방화되면서 요즘에는 단지 재미삼아 한두 번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중독수준으로 섹스기록에 집착하는 남녀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섹스동영상 유출 사건은 이 외에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흔하다. 국내 여자 연예인 뿐 아니라 해외 여자 톱스타들도 섹스동영상 유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은 인터넷을 접한 대중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대만에서도 일반인의 섹스동영상이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남동생이 인터넷에서 음란 동영상을 보다 친누나를 발견한 것. 대만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한 남자 고교생이 가족들 몰래 인터넷 음란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던 중 친누나와 닮은 여성이 나오는 영상을 발견하게 됐다. 영상의 주인공은 미용사 지망생인 25세 여성으로, 게시판에 올라온 영상에는 그의 본명까지 똑똑히 기재돼 있었다. 여성은 동생에게 영상을 다운로드 받으라고 지시해 증거를 확보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이 게시판에는 피해 여성이 한 남자와 성관계를 맺는 영상이 게재돼 있었는데 영상에는 여자의 얼굴만 확실히 보일 뿐 남자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영상 속 여성은 올 초 친구의 소개로 2살 연상의 요리사와 교제하기 시작했다가 지난 9월 헤어졌다. 전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누는 영상을 촬영했다는 피해 여성은 “사귀던 남자가 악취미가 있었다. 자기만 보고 곧 지우겠다고 했는데 인터넷에 올라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지난 일을 후회했다.

동영상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음에도 왜 사람들은 은밀한 행위인 섹스를 굳이 기록하려는 것일까.

빗나간 노출심리
기록으로 대리만족

전문가들은 빗나간 노출심리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자신의 아름다운 몸매를 간직하기 위해 셀프누드를 찍거나 섹스동영상을 촬영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섹스 기록에 대한 성도착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더욱 성행하고 있는데, 해당 여성들은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이나 채팅창에 자신의 셀프누드 사진이나 남성과 성교하는 영상을 게시하며 만족을 느낀다고 전해졌다. 비단 남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몇 달 전, 한 20대 여성이 해외에 서버를 둔 한국 포르노사이트에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 포르노사진을 연일 게재해 수많은 남성 유저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사실이 모 언론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 여성은 자신의 중요 신체부위 노출은 물론 남성의 성기를 애무하는 장면, 성교하는 장면을 노골적으로 노출시킨 뒤 네티즌들의 반응 살피는 등 여성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위를 즐기고 있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20대 여성은 “다른 사람들이 내 벗은 몸을 보고 흥분하는 것 자체만으로 즐겁고 기분이 묘하다. 그만큼 내 몸매가 남성들을 유혹할 만큼 아름답고 섹시하다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관능미 넘치는 내 몸매에 만족하고 이에 유혹당하는 남자들의 반응을 보는 게 오히려 내 흥분제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많이 찍어두고 싶다”고 말했다.

전설야동 보니…누나가 주인공
‘침대 녹화’일종의 성도착증

신혼부부의 섹스동영상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20∼30대 젊은 부부들의 사고방식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성문화도 개방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성에 보수적이었던 과거의 사고방식과는 정반대인 상황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일부 젊은 부부들은 섹스동영상 촬영에 별다른 거부감도 없이 앵글 앞에서 오히려 더 과감한 체위를 보여주며 부부생활에 만족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직장인 여성 장모씨는 “남편과 섹스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영상으로 접하면 마치 다른 이를 보는 것 같은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관음증일 수도 있는데 보면서 오히려 내가 흥분하고 있더라. 가끔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할 때 예전에 찍어둔 섹스동영상을 재시청하고 나면 연애했을 때 기분이 새록새록 떠올라 부부금슬이 다시 좋아지기도 했다”며 섹스기록을 타인들에게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모 포르노사이트에서 신혼부부 섹스영상을 접한 한 30대 남성은 “나도 아내와 한번 찍어봐야겠다. 아는 사람은 자신의 아내와 (섹스동영상)촬영을 하고난 후 자신의 얼굴만 살짝 가리고 아내 얼굴은 그대로 노출시켜서 음란사이트에 올렸다고 하던데, 같은 남자가 봐도 몰상식한 행동 같다”며 “둘만 공유하기에는 아깝지만 어디까지나 사생활은 지켜줘야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개인취향 ‘존중’
불법유포 ‘근절’


우리나라도 성문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어린 아이들도 성인 음란물을 쉽게 접하며 성교하는 장면을 따라 하기도 하고, 호기심에 몸캠(신체부위 노출촬영)을 음란게시판에 올려 과시하기도 한다. 이는 성의식이 바로 잡히기도 전에 그릇된 성문화를 먼저 접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연인끼리 혹은 부부끼리의 성 취향은 존중하지만 이를 모든 이가 볼 수 있게 불법적으로 유포·공유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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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