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TV 맞장토론' 실종된 까닭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2.03 11: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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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통령선거 표심의 분수령이 될 '대선후보 간 TV토론'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지금까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TV토론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단독 TV토론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TV토론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대로 12월19일 대선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국민들 사이에 끊이지 않는 이유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 박용진 대변인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TV토론을 촉구하면서 "수첩을 보고 해도 좋고, 질문지를 미리 유출할 생각도 있다"며 "대통령후보로서 자기의 역할을 분명히 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은 포털에서 상위에 랭킹 되며 뜨거운 관심을 일으켰다. 

토론 횟수·시청률 감소 추세

대통령선거 TV토론은 국내외를 망라하고 국가의 수장을 선출하는 데 있어 현대 정치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절차가 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TV토론은 대선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로 여겨진다.

얼마 전 있었던 미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과 미트 롬니 전 공화당 후보는 치열한 TV토론을 벌였다. 오바마는 모든 공식일정을 접고 TV토론에 집중했다. TV토론 총평은 오바마의 승리였고, 이것은 최종 대선까지 이어졌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TV토론을 시작했으며 케네디·닉슨의 TV토론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에 대선 TV토론이 시작됐지만,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본격적인 TV토론은 1997년 김대중·이회창·이인제 후보가 맞붙었던 15대 대선부터다.

한국갤럽의 15대 대선 TV토론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는 4차례 TV토론에서 모두 1%p의 지지율 변동을 겪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단독토론에서 4.7%p 지지율을 상승시켰지만, 합동토론에서는 0.7%~3.0%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는 단독 토론에서 3.5%p 하락, 합동토론에서는 0.9~3.1%p 상승했다.

이처럼 대선후보는 TV토론을 한 번 거칠 때마다 지지율 변동을 겪었다. TV토론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후보와 불리하게 작용하는 후보도 명확히 구분됐다.

15대 대선에서는 김 후보가 TV토론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혔다. 김 후보는 '준비된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갖는 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15대 대선 TV토론은 투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토론으로 회자된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TV토론이 후보결정에 미친 영향력'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9.8%가 '영향을 받았다'고 답해 TV토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반면 2002년 16대 대선에서 TV토론의 영향력은 여기에 못 미쳤다. 16대 대선의 TV토론 영향력은 직전 대선보다 낮은 61.4%가 '영향을 줬다'라고 응답했다. 실제로 노무현·이회창·권영길 후보의 1차 TV토론 전후 여론조사 지지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1차 TV토론 후 노무현 후보 42.5%, 이회창 후보는 39.3%를 기록했다. 2차 TV토론 후 노-이 후보 각각 42.5%, 37.0%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제15대 대선 TV토론에 이어 또다시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다.

이회창, 토론하면 할수록 지지율 하락
이명박, TV토론 피하고 '대담' 선호해

2007년 17대 대선 TV토론은 대선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TV토론 후 정동영·이명박·이회창 후보는 각각 21.1%, 17.6%, 10.0% 순으로 ‘잘했다’는 응답을 받았지만, 대선 결과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득표율 48.7%, 정 후보는 26.1%의 득표를 얻어 사상 최대 표차인 530만 표로 정 후보가 대패했다.

이 같은 TV토론과 대선의 상관관계에 두 가지 숨은 변수가 작용한다. 그것은 토론회 횟수와 시청률이다.

대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던 15대 대선 TV토론은 54회에 걸쳐 진행됐다. 16대 대선은 27회, 17대 대선은 대담을 포함해 11회 이루어졌다. 야권 후보는 토론회에 적극적이었지만, 여권 후보는 소극적이었다.

실제로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끝장 토론'을 하자고 제의했으나 이 후보 측은 "선거 유세 일정이 바쁘다"라는 등의 이유로 회피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이명박 후보는 합동 토론은 주로 고사하고, 대담 형식의 단독 토론을 선호했다.

TV토론 공식 시청률도 15대 대선 53.2%, 16대 대선 34.2%, 17대 대선 21.7%로 갈수록 감소했다. 17대 대선에서는 'TV토론회 무용론'이 나올 정도였다.

시청률 저조에는 세 가지 이유 있다. 공중파 방송의 축소, 심야시간대 편성, TV토론회에 후보자 전원이 참석 등이다.

2007년에는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TV토론에 6명의 후보자가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일인당 12분의 발언시간밖에 갖지 못했다. TV토론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정보제공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TV토론을 원하는 많은 유권자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갤럽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가 후보를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은 52.0%로 TV토론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신문·방송 보도' 43.0%, '신문·방송 광고' 23.7%, 그리고 '주위사람·가족·친적', '인터넷', '선거유세', '벽보·팸플릿' 순이다. 


TV토론, 참고 1위

이번 문재인-안철수 야권단일화 TV토론의 시청률은 18.8%, 박 후보 단독토론은 16.1%를 기록했다. 토론시간도 저녁 11시가 넘어 편성됐다. 그것도 토론 당일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제18대 대선은 대통령후보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치러질 위험이 높다. 오는 18일까지 선거유세 일정이 잡혀있어 합동 TV토론이 어렵다는 박 후보 측 이야기는 결국, TV토론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이다. 박 후보는 대보지도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진짜 길다"고 우기는 모양새다. 이제 보수인사도 권좌에 오르기 위해 숨지 말고 당당히 TV토론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국민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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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