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스포츠> '골프매거진' 세계 최고 홀 18개 선정 발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1:5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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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모두 절벽인 ‘괴물 홀’이 베스트 홀?

꿈에 그리는 골프장이 있다. 골퍼라면 꼭 한 번은 가고 싶은 곳이다. 미국 골프전문지 <골프매거진>이 세계 최고의 홀 18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 홀을 1~18홀로 구성하면 일명 ‘베스트 와우(Best Wow!) 골프장’이 된다. 물론 세계 18대 홀은 평생에 한 번도 가보기 힘든 골프장에 속해 있다. 그러나 그 풍광을 눈과 가슴에 담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일 수 있다.

세계 각지의 베스트 와우(경이적인) 홀은 <골프매거진>과 이 잡지의 여행부문 담당기자 조 패소브가 중심이 돼 선정했다. 패소브는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경험했던 수천 개의 골프 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인상 깊었던 최고의 홀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과연 세계 골프장의 어떤 코스의 어떤 홀이 18대 홀로 선정됐을까.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케이프 기드내퍼스 클럽
수평선상 그린 환상적

1위는 뉴질랜드 호크스 베이에 있는 케이프 기드내퍼스 골프클럽의 15번 홀(파5·650야드)이다. 톰 토크가 설계한 이 괴물 홀은 페어웨이 양쪽이 모두 깎아지른 절벽으로 벼랑 위에 높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대양을 내려다보고 있는 수평선상의 그린이 자랑거리다. 페어웨이의 왼쪽이나 그린위의 가장자리에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한 지상에서 바라보는 이 홀의 풍경은 공중에서 보는 것만큼 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 헬기를 타고 이 홀을 살펴본 패소브는 “이런 곳은 세상 어디에도 다시 없었다”고 극찬했다.

베스트 와우 골프장의 2번 홀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사이프리스 포인트 골프클럽의 16번 홀(파3·231야드)이 꼽혔다. 바다 한가운데 코스가 둥둥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패소브는 “솔직히 나는 이 코스의 15, 16, 17번의 3개 홀 전체를 모두 포함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두가 엄청난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하지만 이 3개 홀 중에서도 최대의 걸작은 파 3.5의 난이도를 갖고 있는 16번 홀이다.

사이프리스 포인트 골프클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같은 지역에 있는 페블비치 골프 링스크의 7번 홀(파3·106야드)이 3위로 평가됐다. 퍼블릭 골프장이지만 세계 3대 골프장 중 하나로 골퍼들 사이에 가장 많이 알려진 코스다. 길이는 짧지만 바닷가의 모래톱에 박혀있는 이 홀은 모래와 대양에 둘러싸여 찬란하게 빛난다. 전 세계의 많은 코스설계가는 이 홀에 대해 “페블비치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집대성한 최고의 홀”이란 평가를 주저하지 않는다.

주변 환경 살리고, 코스는 티샷 쉽게
골퍼라면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 Best 18

그 다음으로는 미국 조지아주 어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의 13번 홀(파5·510야드)이 4위에 올랐다. 이 골프장과 홀은 골퍼라면 누구나 다 아는 홀이다. 바로 매년 4월이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4대 메이저 대회의 첫 번째 대회인 마스터스가 열리는 곳으로 13번 홀은 ‘아멘 코너(11, 12, 13번 홀)’의 마지막 홀이기도 하다.

위험에 따른 보상이 가장 큰 홀임에도 불구하고 봄철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내륙의 홀은 지구상에서 찾을 수가 없다. 커다란 소나무와 진달래 언덕, 그린 앞의 작은 개울, 홀을 둘러싼 네 개의 놀라운 벙커는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또 아일랜드 킨세일에 소재한 올드 헤드 골프링크스의 12번 홀(파5·564야드)은 정말 색다른 느낌을 준다. 5위의 가치가 아깝지 않다. 이 홀은 ‘대양 코스의 연극 무대’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이 코스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놀라운 미적 경험을 갖게 된다. 대양을 중심으로 가로로 길게 조성된 코스는 마치 공연을 준비하는 무대 같다. 이 거친 파5 홀에서 펼쳐지는 가장 경이적인 이야기는 벼랑의 가장자리로 구사하는 오르막 드라이버 샷이다.

스코틀랜드 텐베리의 텐베리 아일사 리조트의 9번 홀(파4·449야드)과 미국 플로리다주 레칸토의 블랙 다이어먼드 랜치의 15번 홀(파4·371야드), 그리고 스코틀랜드 애버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의 14번 홀(파4·445야드)은 각각 6, 7, 8위에 선정됐다. 1935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진 사라센(미국)은 이 중에서도 텐베리 아일사 리조트의 9번 홀에 대해 “골프계에서 가장 위대한 파4홀이다”라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골프의 발상지로 평가받고 있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의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의 18번 홀(파4·361야드)이 9번째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패소브는 “17번 홀이 올드 코스에서 반드시 플레이해 봐야할 홀이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깎아지른 절벽의 장관을 원한다면 놀라운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18번 홀(티)이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나머지 9개 홀에 얽힌 얘기는 숱하게 많다. 각 골프장의 탄생 배경과 각각의 홀에 감춰진 골퍼의 개인사(라운드 경험)까지 들춰낸다면 그 스토리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물론 혹자는 이 선정 순위가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베스트 와우 골프장의 18홀을 플레이해 보면 어떨까.

친환경 골프장서 쉽고 재밌는 골프 즐기자
“골프 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 되선 안 돼”

또 이런 사람도 있다. 미국의 팝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31)는 골프광으로도 유명하다. 핸디캡 6의 골프실력을 자랑하는 팀버레이크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미국프로골프 투어인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을 개최할 만큼 열성이 대단하다. 팀버레이크가 미국 골프계에서 더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있다. 2009년 매각 위기에 처했던 낙후된 골프장을 인수해 재건에 성공하면서다.

그가 선택한 전략은 ‘친환경 골프장에서 쉽고 재미있는 골프를 즐기자’는 것이었다. 그는 이 골프장을 1600만달러(약 160억원)를 들여 친환경 골프장으로 완전히 바꿔놓았다. 또 골프를 치는 동안만큼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쉬우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를 만들었다.

팀버레이크식 골프장
국내 새로운 트랜드

당시 팀버레이크는 인터뷰에서 “내게 골프장은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가장 편안한 휴식을 즐기는 공간이었다. 골프를 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돼서는 안 된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마음껏 골프를 즐기는 곳이 가장 좋은 골프장이다”라고 말했다.

팀버레이크식 골프장이 국내에서도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9월을 기준으로 최근 2년 이내에 개장한 신설 골프장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 춘천에 있는 휘슬링락 골프장(27홀)이다.

휘슬링락은 최근 <골프다이제스트 코리아>가 발표한 ‘대한민국 베스트 뉴코스 10선’에서 별 다섯 개로 최상위에 올랐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린 골프장으로 ‘심미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코스는 산봉우리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유독 소나무가 많아 원래 이름은 위스퍼링 파인즈(Whispering Pines·속삭이는 소나무)였다. 그런데 공사를 진행하던 중 코스 주변의 멋들어진 암벽들을 많이 발견하게 됐고 이를 코스에 그대로 활용하면서 골프장 이름이 휘슬링락(Whistling Rock·휘파람 바위)으로 바뀌었다. 또 27홀 전체를 감아 도는 총 2.5km의 계류는 에코 공법을 적용해 자연 개천의 모습을 그대로 실현시켰다.

쉬운 골프장의 등장도 늘고 있다. 여기서 ‘쉽다’는 말은 정확히 ‘티샷이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설 코스들은 기존의 골프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페어웨이를 넓게 조성하고 OB(아웃오브바운스)를 없애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티샷 미스를 유발할 만한 벙커의 수도 줄이고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러 온 골프장에서 적어도 첫 샷은 속 시원히 시작하자는 의도다. 대신 두 번째 샷부터 본격적인 골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린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멀리 치는 골프보단
정확히 치는 골프

코스 설계의 새로운 핵심 트렌드는 바로 그린 공략의 전략 수립이다. 요즘 신설 골프장의 그린은 밋밋한 곳이 없다. 언듈레이션(굴곡)이 심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그린을 공략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 같은 개념에 잘 들어맞는 골프장으로는 경남 거제의 드비치(18홀)와 충북 충주의 킹스데일(18홀)이 있다. 이 코스를 설계한 코스디자이너 송호(55)씨는 “쉬운 골프는 시대의 흐름이다. 과거에는 멀리 치면 골프를 잘 친다고 했지만 이제는 정확히 전략적으로 치는 골프가 더 각광받는다. 그래서 코스도 티샷은 쉽게 만들고 그린 주변의 플레이는 전략을 세우면서 재미를 느끼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샷의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휘슬링락과 함께 대한민국 베스트 뉴코스 10선에 최고 점수를 받은 골프장이 하나 더 있다.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이다. 미국의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72)가 직접 설계한 이 코스는 샷 가치(코스 공략법에 대한 다양성)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료제공 : <월간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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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