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수십억 재력녀 내연남 살인 전말

사랑에 숨은 무서운 집착 돈에 가려진 추악한 욕망

[일요시사=사회팀] 40억원대의 건물과 임야를 보유하고 있는 재력가인 60대 여성 윤모(64)씨가 자신의 양아들이자 내연남인 40대 남성을 수면제와 연탄가스를 이용해 살해했다. 그는 자신의 내연남이 사치스러운 행동과 폭력, 잦은 외도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친아들 내외와 보험설계사 유모(52)씨를 끌어들여 내연남 살해해 가담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열렬히 사랑했던 감정이 복수심으로 돌변해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을 불러온 사건의 내막을 공개한다.

수면제와 연탄가스를 이용해 40대 내연남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60대 여성 윤모씨는 공시지가로 40억대 상가건물을 보유한 상당한 재력가였다. 윤씨는 매달 1000만원에 달하는 임대수익을 받고 이 가운데 절반인 500여만원을 보험료로 낼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다. 그는 무엇 하나 아쉬울 것도, 집착할 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면에는 어두운 속내가 꿈틀대고 있었다. 윤씨는 당초 세인들 눈을 피해 양아들 삼아 함께 살고 싶었을 정도로 내연남을 열렬하게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에 대한 열정만큼 돈에 대한 집착 또한 강했다. 그러다 그는 어느새인가부터 내연남이 자신의 돈을 펑펑 쓰면서 다른 여성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괘씸함을 느껴 친아들 내외와 전문 보험설계사를 고용해 철저히 살해계획을 세웠다.

그렇다면 윤씨와 내연남의 끔찍한 악연은 과연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었을까.

수면제와 연탄가스
이용 계획적 살해

윤씨는 지난 2002년 안양의 한 골프장에서 내연남 채모(당시 34세)씨를 처음 만났다. 안양을 중심으로 교도소 재소자 교화활동을 해온 윤씨는 폭력배 출신인 채씨에게 뜻 모를 연민을 느꼈다. 채씨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윤씨의 재력을 보고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의도로 호감을 느꼈지만 계속되는 만남에 둘은 금새 가까워졌다. 어쩌면 20살 차이라는 나이를 극복하고 두 사람이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판이하게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윤씨는 1995년 전남편과 이혼해 친아들 내외와 함께 살았다. 아들 내외와 함께였지만 남편 없는 삶은 적적함 그 자체였다. 그는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교도소 내에서 재소자들을 상대로 종교 활동과 봉사를 병행하고, 평소에는 골프를 치며 여가생활을 즐겼다. 

반면 광주광역시 보육원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채씨는 광주에서 잘나가는 조직 폭력배 일원으로 활동했다가 폭력 등의 혐의로 수감됐다. 출소 이후 그는 2000년부터 용인에서 단칸방을 얻어 혼자 생활해왔다. 그에겐 친구도 가족도 없었다. 그런 채씨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온 건 다름 아닌 윤씨였다. 윤씨는 어두운 삶을 살아왔던 채씨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옳은 길로 교화하고자 노력했다. 채씨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윤씨의 호의를 받아들였지만 순수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은 아니었다. 채씨의 이면에는 돈이라는 검은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40억대 재산 60대녀-40대남 골프장서 눈 맞아
세인들 눈초리 피해 내연남을 양아들로 들여

두 사람은 골프장과 윤씨의 집 등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둘 사이가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이윽고 2002년 말, 윤씨는 채씨를 안양 소재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둘의 동거는 순조롭지 않았다. 20살이나 어린 남성과 한 집에서 사는 윤씨를 주위 사람들이 곱게 볼 리 만무했기 때문. 급기야 윤씨는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자 2004년 2월경 내연남인 채씨를 자신의 양자로 입양했다.

이로써 윤씨에게 채씨는 내연남 겸 양아들이 된 것이다. 윤씨는 내연남 채씨와 친아들을 이복형제로 만들었고, 채씨가 훨씬 연상이었음에도 자신의 친아들을 형으로 대하도록 지시했다.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을 채씨지만 돈 앞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그는 조금만 자존심을 낮추고 비위만 맞춰 주면 쓰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모두 누릴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윤씨와 채씨의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 윤씨의 친아들 내외가 윤씨의 집으로부터 분가해 안양 집에 둘만 살게 됐던 것. 두 사람은 이웃의 이목 때문에 밖에서 엄마와 아들 행세를 했지만, 안에서는 부부처럼 은밀하고 스릴 있는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행복 끝 불행 시작
동거 순탄치 않아


그러나 은밀한 행복도 잠시였다. 두 사람의 동거는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아들 내외가 분가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짧은 행복이 지나가고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조직폭력배 출신인 채씨는 여자관계가 복잡했을 뿐만 아니라 윤씨에게 폭행까지 일삼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회복하기에는 이미 늦은 듯 했다. 경찰 관계자도 윤씨가 채씨를 살해한 동기를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의 크고 작은 다툼은 2006년부터 2009년 말, 살해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지속됐다. 채씨의 복잡한 여자관계와 심한 주사, 습관성 폭력으로 심신이 고달파진 윤씨는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더 이상 채씨와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윤씨는 2009년 11월부터 친아들 부부와 범행을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윤씨는 아들 내외와 2010년 1∼2월 서울, 안양, 횡성 등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성분이 함유된 수면제 80여 알을 사고, 채씨가 사망했을 시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도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윤씨가 채씨 앞으로 가입한 보험은 모두 12개로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약 7억원에 달했다. 채씨 앞으로 등록된 생명보험을 포함한 종신보험 등은 윤씨의 가족 등이  채씨가 사망하기 20여 일 전에 가입한 것이다. 그 중 4억3000만원 가량은 사망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생명보험 3개였고, 채씨 명의의 또 다른 보험 9개도 3억원에 달했다. 그리고 이 모든 보험금은 윤씨가 수령할 수 있도록 명의를 변경해 놓은 상태였다.

내연남을 살해할 모든 준비가 끝난 윤씨와 아들 내외는 같은 해 2월 중순 새벽 3시경, 윤씨는 채씨가 집에서 자주 마시던 홍삼즙에 80여 알에 달하는 수면제를 탔다. 채씨는 아무 의심 없이 홍삼즙을 마셨고 수면제 효과 때문인지 바로 잠이 들었다. 윤씨는 채씨가 잠이든 것을 확인한 후 의도적으로 거실에 있는 연탄난로의 덮개를 열고 외출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위장하기 위한 윤씨의 철저한 사전계획이었다. 같은 날 오후 윤씨는 외출하고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온 후 채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버린 것을 확인하고도 밤새 가동시켰던 연탄난로의 연탄재를 쓸어버리고, 새 연탄과 번개탄 등으로 갈아 끼우는 등 침착함과 태연함을 유지했다.

오후 7시30분. 윤씨는 마치 채씨가 죽어있는 상태를 처음 직면한 것처럼 “아들이 죽은 것 같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재빨리 채씨의 변사사건을 접수한 후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부검 결과 채씨의 시신에서 1회 복용량의 60배가 넘는 치사량 수준의 수면제 성분이 발견됐고, 연탄가스 누수를 미뤄 채씨의 사인은 수면제 과량 및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밝혀졌다.

이어 경찰 측은 채씨 사망 직전에 윤씨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점, 윤씨가 119 신고시간보다 7시간여 일찍 집에 갔음에도 신고시간이 늦은 점 등 수상한 점을 확인한 후 윤씨와 그의 아들 내외가 채씨 살해에 공범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장기간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결과 윤씨가 안양 집 PC에서 수면제를 검색한 사실과 윤씨의 며느리가 수도권 및 강원도 등지에서 수면제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윤씨 일가는 범행을 극구 부인했고 윤씨의 며느리는 불면증 치료차 구입한 것이라고 발뺌하면서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미제로 남을 뻔
재수사로 실마리

미제로 남을 뻔한 이들의 범행은 지난 5월 초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기록 일체를 넘겨받아 재수사에 돌입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윤씨 주거지 컴퓨터에서 윤씨가 범행 2일 전부터 지속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수면제를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고, 아들 내외가 윤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공모한 사실도 입증했다.

경찰의 계속되는 추궁 끝에 윤씨 아들 부부는 “어머니의 지시로 수면제를 구입했고, 경찰의 수사가 다시 시작되자 의심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추가로 수면제를 구입했다”고 자백했다. 이들은 수사의 혼선을 주기 위해 필요치도 않은 수면제를 4번 더 구입한 점을 추가 시인하기도 했다. 윤씨의 친아들의 경우 보험회사 측으로부터 보험금 수령 동의여부를 묻는 확인전화가 올 것을 대비해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연락처를 자신의 것으로 변경한 뒤, 피해자 행세를 하는 등 뻔뻔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씨 일가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게 도와준 보험설계사 유씨의 범행도 뒤이어 밝혀졌다. 유씨는 채씨 생전 당시 채씨를 생명보험 가입시키기 위해 연금전환이 가능한 것처럼 속이고 보험계약을 체결시켰다.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유씨 등이 채씨를 살해했다는 증거를 확보하면서 주요한 피의자로 지목된 윤씨를 중점적으로 추궁하기 시작했다.


잦은 폭행, 습관적 외도 탓 계획적 살해 계획
친아들 내외·보험설계사 공동으로 살인 교사

최초 채씨 사망에 대해 ‘연탄가스 사고사’라고 주장했던 윤씨는 최근 “내연관계를 끝내기 위해 동반자살하려고 수면제를 샀다”고 말을 바꿔 여전히 살인의 목적성은 부인했다. 이어 그는 경찰조사에서 “현재 공시지가로 40억∼50억원대 상가건물과 임야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내가 뭐가 아쉬워서 아들을 죽였겠느냐”며 “생명보험은 재테크 차원에서 가입한 것일 뿐”이라고 살인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씨의 강력한 부인에도 경찰은 윤씨가 범행 이전 채씨와 여자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고 진술한 점과 윤씨 소유 40억원대 건물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점 등으로 미뤄 금전과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확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 일가는 뚜렷한 직장과 임대수익 이외의 수입 없이도 매달 수백만원을 카드값으로 지출하는 등 씀씀이가 컸다”며 “윤씨가 여전히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 증거가 드러날 때마다 진술이 바뀌고 있는 데다 수면제 다량 구매와 보험 가입 등 정황 증거로 봤을 때도 타살이 확실하다”고 혐의를 자신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윤씨 일가와 보험설계사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및 불구속 입건했다.

검은 욕망이
비극 불러와

돈과 사랑, 모두를 쟁취하고 싶었던 한 여성의 과욕과 집착이 자신의 삶은 물론 아들의 가정까지 무너뜨렸다. 윤씨는 세인의 성난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내연남을 양자로 들여 곁에 두고 싶었던 것, 그 내연남이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을 알게 되자 돈으로라도 바꾸고 싶어 했던 추악한 욕망이 도리어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가슴 한 켠에 비워둔 욕망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과하면 독이된다’ ‘그릇된 과욕은 항상 비극을 불러온다’는 옛말이 새삼 중요하게 다가온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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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