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수십억 재력녀 내연남 살인 전말

사랑에 숨은 무서운 집착 돈에 가려진 추악한 욕망

[일요시사=사회팀] 40억원대의 건물과 임야를 보유하고 있는 재력가인 60대 여성 윤모(64)씨가 자신의 양아들이자 내연남인 40대 남성을 수면제와 연탄가스를 이용해 살해했다. 그는 자신의 내연남이 사치스러운 행동과 폭력, 잦은 외도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친아들 내외와 보험설계사 유모(52)씨를 끌어들여 내연남 살해해 가담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열렬히 사랑했던 감정이 복수심으로 돌변해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을 불러온 사건의 내막을 공개한다.

수면제와 연탄가스를 이용해 40대 내연남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60대 여성 윤모씨는 공시지가로 40억대 상가건물을 보유한 상당한 재력가였다. 윤씨는 매달 1000만원에 달하는 임대수익을 받고 이 가운데 절반인 500여만원을 보험료로 낼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다. 그는 무엇 하나 아쉬울 것도, 집착할 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면에는 어두운 속내가 꿈틀대고 있었다. 윤씨는 당초 세인들 눈을 피해 양아들 삼아 함께 살고 싶었을 정도로 내연남을 열렬하게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에 대한 열정만큼 돈에 대한 집착 또한 강했다. 그러다 그는 어느새인가부터 내연남이 자신의 돈을 펑펑 쓰면서 다른 여성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괘씸함을 느껴 친아들 내외와 전문 보험설계사를 고용해 철저히 살해계획을 세웠다.

그렇다면 윤씨와 내연남의 끔찍한 악연은 과연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었을까.

수면제와 연탄가스
이용 계획적 살해

윤씨는 지난 2002년 안양의 한 골프장에서 내연남 채모(당시 34세)씨를 처음 만났다. 안양을 중심으로 교도소 재소자 교화활동을 해온 윤씨는 폭력배 출신인 채씨에게 뜻 모를 연민을 느꼈다. 채씨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윤씨의 재력을 보고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의도로 호감을 느꼈지만 계속되는 만남에 둘은 금새 가까워졌다. 어쩌면 20살 차이라는 나이를 극복하고 두 사람이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판이하게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윤씨는 1995년 전남편과 이혼해 친아들 내외와 함께 살았다. 아들 내외와 함께였지만 남편 없는 삶은 적적함 그 자체였다. 그는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교도소 내에서 재소자들을 상대로 종교 활동과 봉사를 병행하고, 평소에는 골프를 치며 여가생활을 즐겼다. 

반면 광주광역시 보육원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채씨는 광주에서 잘나가는 조직 폭력배 일원으로 활동했다가 폭력 등의 혐의로 수감됐다. 출소 이후 그는 2000년부터 용인에서 단칸방을 얻어 혼자 생활해왔다. 그에겐 친구도 가족도 없었다. 그런 채씨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온 건 다름 아닌 윤씨였다. 윤씨는 어두운 삶을 살아왔던 채씨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옳은 길로 교화하고자 노력했다. 채씨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윤씨의 호의를 받아들였지만 순수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은 아니었다. 채씨의 이면에는 돈이라는 검은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40억대 재산 60대녀-40대남 골프장서 눈 맞아
세인들 눈초리 피해 내연남을 양아들로 들여

두 사람은 골프장과 윤씨의 집 등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둘 사이가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이윽고 2002년 말, 윤씨는 채씨를 안양 소재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둘의 동거는 순조롭지 않았다. 20살이나 어린 남성과 한 집에서 사는 윤씨를 주위 사람들이 곱게 볼 리 만무했기 때문. 급기야 윤씨는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자 2004년 2월경 내연남인 채씨를 자신의 양자로 입양했다.

이로써 윤씨에게 채씨는 내연남 겸 양아들이 된 것이다. 윤씨는 내연남 채씨와 친아들을 이복형제로 만들었고, 채씨가 훨씬 연상이었음에도 자신의 친아들을 형으로 대하도록 지시했다.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을 채씨지만 돈 앞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그는 조금만 자존심을 낮추고 비위만 맞춰 주면 쓰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모두 누릴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윤씨와 채씨의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 윤씨의 친아들 내외가 윤씨의 집으로부터 분가해 안양 집에 둘만 살게 됐던 것. 두 사람은 이웃의 이목 때문에 밖에서 엄마와 아들 행세를 했지만, 안에서는 부부처럼 은밀하고 스릴 있는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행복 끝 불행 시작
동거 순탄치 않아


그러나 은밀한 행복도 잠시였다. 두 사람의 동거는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아들 내외가 분가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짧은 행복이 지나가고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조직폭력배 출신인 채씨는 여자관계가 복잡했을 뿐만 아니라 윤씨에게 폭행까지 일삼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회복하기에는 이미 늦은 듯 했다. 경찰 관계자도 윤씨가 채씨를 살해한 동기를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의 크고 작은 다툼은 2006년부터 2009년 말, 살해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지속됐다. 채씨의 복잡한 여자관계와 심한 주사, 습관성 폭력으로 심신이 고달파진 윤씨는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더 이상 채씨와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윤씨는 2009년 11월부터 친아들 부부와 범행을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윤씨는 아들 내외와 2010년 1∼2월 서울, 안양, 횡성 등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성분이 함유된 수면제 80여 알을 사고, 채씨가 사망했을 시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도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윤씨가 채씨 앞으로 가입한 보험은 모두 12개로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약 7억원에 달했다. 채씨 앞으로 등록된 생명보험을 포함한 종신보험 등은 윤씨의 가족 등이  채씨가 사망하기 20여 일 전에 가입한 것이다. 그 중 4억3000만원 가량은 사망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생명보험 3개였고, 채씨 명의의 또 다른 보험 9개도 3억원에 달했다. 그리고 이 모든 보험금은 윤씨가 수령할 수 있도록 명의를 변경해 놓은 상태였다.

내연남을 살해할 모든 준비가 끝난 윤씨와 아들 내외는 같은 해 2월 중순 새벽 3시경, 윤씨는 채씨가 집에서 자주 마시던 홍삼즙에 80여 알에 달하는 수면제를 탔다. 채씨는 아무 의심 없이 홍삼즙을 마셨고 수면제 효과 때문인지 바로 잠이 들었다. 윤씨는 채씨가 잠이든 것을 확인한 후 의도적으로 거실에 있는 연탄난로의 덮개를 열고 외출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위장하기 위한 윤씨의 철저한 사전계획이었다. 같은 날 오후 윤씨는 외출하고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온 후 채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버린 것을 확인하고도 밤새 가동시켰던 연탄난로의 연탄재를 쓸어버리고, 새 연탄과 번개탄 등으로 갈아 끼우는 등 침착함과 태연함을 유지했다.

오후 7시30분. 윤씨는 마치 채씨가 죽어있는 상태를 처음 직면한 것처럼 “아들이 죽은 것 같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재빨리 채씨의 변사사건을 접수한 후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부검 결과 채씨의 시신에서 1회 복용량의 60배가 넘는 치사량 수준의 수면제 성분이 발견됐고, 연탄가스 누수를 미뤄 채씨의 사인은 수면제 과량 및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밝혀졌다.

이어 경찰 측은 채씨 사망 직전에 윤씨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점, 윤씨가 119 신고시간보다 7시간여 일찍 집에 갔음에도 신고시간이 늦은 점 등 수상한 점을 확인한 후 윤씨와 그의 아들 내외가 채씨 살해에 공범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장기간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결과 윤씨가 안양 집 PC에서 수면제를 검색한 사실과 윤씨의 며느리가 수도권 및 강원도 등지에서 수면제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윤씨 일가는 범행을 극구 부인했고 윤씨의 며느리는 불면증 치료차 구입한 것이라고 발뺌하면서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미제로 남을 뻔
재수사로 실마리

미제로 남을 뻔한 이들의 범행은 지난 5월 초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기록 일체를 넘겨받아 재수사에 돌입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윤씨 주거지 컴퓨터에서 윤씨가 범행 2일 전부터 지속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수면제를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고, 아들 내외가 윤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공모한 사실도 입증했다.

경찰의 계속되는 추궁 끝에 윤씨 아들 부부는 “어머니의 지시로 수면제를 구입했고, 경찰의 수사가 다시 시작되자 의심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추가로 수면제를 구입했다”고 자백했다. 이들은 수사의 혼선을 주기 위해 필요치도 않은 수면제를 4번 더 구입한 점을 추가 시인하기도 했다. 윤씨의 친아들의 경우 보험회사 측으로부터 보험금 수령 동의여부를 묻는 확인전화가 올 것을 대비해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연락처를 자신의 것으로 변경한 뒤, 피해자 행세를 하는 등 뻔뻔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씨 일가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게 도와준 보험설계사 유씨의 범행도 뒤이어 밝혀졌다. 유씨는 채씨 생전 당시 채씨를 생명보험 가입시키기 위해 연금전환이 가능한 것처럼 속이고 보험계약을 체결시켰다.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유씨 등이 채씨를 살해했다는 증거를 확보하면서 주요한 피의자로 지목된 윤씨를 중점적으로 추궁하기 시작했다.


잦은 폭행, 습관적 외도 탓 계획적 살해 계획
친아들 내외·보험설계사 공동으로 살인 교사

최초 채씨 사망에 대해 ‘연탄가스 사고사’라고 주장했던 윤씨는 최근 “내연관계를 끝내기 위해 동반자살하려고 수면제를 샀다”고 말을 바꿔 여전히 살인의 목적성은 부인했다. 이어 그는 경찰조사에서 “현재 공시지가로 40억∼50억원대 상가건물과 임야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내가 뭐가 아쉬워서 아들을 죽였겠느냐”며 “생명보험은 재테크 차원에서 가입한 것일 뿐”이라고 살인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씨의 강력한 부인에도 경찰은 윤씨가 범행 이전 채씨와 여자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고 진술한 점과 윤씨 소유 40억원대 건물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점 등으로 미뤄 금전과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확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 일가는 뚜렷한 직장과 임대수익 이외의 수입 없이도 매달 수백만원을 카드값으로 지출하는 등 씀씀이가 컸다”며 “윤씨가 여전히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 증거가 드러날 때마다 진술이 바뀌고 있는 데다 수면제 다량 구매와 보험 가입 등 정황 증거로 봤을 때도 타살이 확실하다”고 혐의를 자신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윤씨 일가와 보험설계사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및 불구속 입건했다.

검은 욕망이
비극 불러와

돈과 사랑, 모두를 쟁취하고 싶었던 한 여성의 과욕과 집착이 자신의 삶은 물론 아들의 가정까지 무너뜨렸다. 윤씨는 세인의 성난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내연남을 양자로 들여 곁에 두고 싶었던 것, 그 내연남이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을 알게 되자 돈으로라도 바꾸고 싶어 했던 추악한 욕망이 도리어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가슴 한 켠에 비워둔 욕망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과하면 독이된다’ ‘그릇된 과욕은 항상 비극을 불러온다’는 옛말이 새삼 중요하게 다가온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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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