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단일화 파행이 살린 '이명박근혜 단일화' 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1.26 14: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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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일요시사=정치팀] 정국은 야권단일화로 떠들썩하다. 야권단일화가 이번 대선 최대 이슈가 된 것이다. 야권유력후보는 이슈 전쟁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한발 앞서 갔다. 단일화가 여론과 정치권의 정신을 쏙 빼고 있는 사이 청와대는 내곡동 특검팀의 조사를 교묘하게 피했다. 박 후보도 도왔다. 야권단일화가 진행되는 동안 MB의 내곡동 사저를 둘러싼 '이명박근혜 단일화'가 물밑에서 조용히 성사된 셈이다.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게 단일화 회동을 제안한 지난 5일. 언론은 이를 집중 조명했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도 환호했다. 이처럼 단일화는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다.

한편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부지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내곡동 특검팀은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특검팀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조사하기로 결정하고, 청와대와 조사 시기와 방식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김윤옥 조사 놓고 대립

현직 대통령 부인이 조사받는 것은 헌정사 최초였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방문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이 결정을 내릴 당시 김 여사는 MB와 해외순방 중이었다. 특검팀은 김 여사에 관한 조사는 귀국 예정일인 지난 11일 이후 12~13일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는 "특검 쪽에서 김 여사에 대한 방문조사를 일방적으로 문의해온 것으로 안다"며 "방식을 조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여사를 조사할 것이라는 방침은 특검팀의 입장이었다. 청와대는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특검팀이 청와대와 조사시기와 방법에 대해 조율하는 것은 사실상 불투명해 보였다.

특검팀의 수사는 지난 14일이 기한이었다. 수사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사흘 전인 11일에 MB에게 연장승인을 받아야 했다.

정국이 안 전 보의 단일화 언급으로 한참 들떠있는 가운데 내곡동 특검팀과 청와대는 김 여사 조사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치구도를 이루고 있었다.

지난 6일. 문 후보가 안 전 보의 단일화 회동 제안에 화답했다. 두 후보는 백범기념관에서 배석자 없이 1시간이 넘게 단독회동을 가졌다. 성과도 있었다. 양측은 대선후보등록 전 후보단일화를 포함한 7개 사항에 전격 합의했다. '새정치공동선언'을 발표하기로 합의하고 양측이 3대3 실무팀을 구성키로 했다.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박수를 보냈고, 문 후보와 안 전 후보는 안도했다.

언론은 앞 다퉈 이를 보도했다. 안 전 후보가 갑자기 단일화 회동을 제안하고 나온 이유를 분석하며 기사를 쏟아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야권단일화 시나리오도 넘쳐났다.

11월 초 박 후보는 이렇게 이슈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MB는 단일화 이슈의 득을 봤다는 평이다. 청와대가 수사기간 연장에 동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청와대의 수시기간 연장 거부는 야권후보 지지자이자 MB정권에 분노를 표출할 유권자 층에게 야권단일화만큼 큰 반향을 불러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특검팀도 힘에 겨워 보였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팀 조사는 난항에 부딪혔다. 청와대는 자료제출에 협조조차 하지 않았다. 경호처도 압수수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에 박근혜 동의
안철수 단일화 중단 선언에 MB 내곡동 묻혀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특검팀은 수사기간 연장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특검팀의 수사방향이 '강공' 모드로 급선회한 것도 이때다.

지난 9일 문-안 후보의 야권단일화의 협상테이블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내곡동 특검팀은 MB에게 수사기간을 15일 연장해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연장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특검팀은 오는 29일까지 수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청와대는 MB가 귀국하면 신중히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특검팀은 청와대에 대한 강제수사를 결정하고 법적 절차를 마무리해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했다.

당시 문-안 후보는 아슬아슬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때까지도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대체로 잠잠했다. 문-안 후보의 단일화를 '야합'이라 비난하고,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한 '먹튀방지법' 논란이 새누리당이 일으킨 이슈의 전부였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은 수사기간 연장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MB의 손을 들어줬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자칫 대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사기간 연장을 철회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원내대변인은 "한 달간 충분한 수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진데다 한차례 끝내겠다고 수차례 다짐한 특검의 다짐대로 수사기간 연장은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도 연장 요청을 단호히 거부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박 후보가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등 대통령 친·인척 비리 예방책까지 공약화한 것에 비추어 모순적인 태도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에 힘입은 청와대는 다음날인 13일 내곡동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은 관계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의 의견을 들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슈는 내주고 실속은 챙기고

박 후보 측은 이에 대해 공식 논평조차 내놓지 않은 채 언급을 피했다. 새누리당이 일반여론과 달리 특검 연장에 반대하는 이유는 "MB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특검 수사가 대선을 앞두고 계속될 경우,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야권단일화를 야합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대선을 의식해 MB와 손을 잡은 것이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였다. 네티즌은 '이명박근혜'의 탄생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다음날인 14일 안 전 후보는 야권단일화 협상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문-안 후보는 다시 이슈 주도권을 쥐었다.

MB는 안도했다. 박 후보도 비난을 피했다. 내곡동 특검은 지난 14일 단일화 중단으로 정국이 혼란한 가운데 용두사미식 조사결과를 내놓은 채 조용히 막을 내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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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