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검은 커넥션’ 파문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28 10: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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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 ‘억’소리 난다 했더니만…

[일요시사=경제1팀] 고객의 콜 수(주문)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듯 울고 웃는 TV홈쇼핑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황금 판매 시간대’ 잡기다. 주부들의 채널이 돌아가는 시간대에 들어야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 자연히 홈쇼핑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간에 ‘시간 낚기’ 경쟁이 치열, 계약을 앞두고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홈쇼핑MD들과의 유착설까지 제기되는 등 각종 잡음이 일고 있다.

검찰이 TV홈쇼핑 납품 업체가 홈쇼핑 관계자들에게 거액의 뒷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 국내 홈쇼핑 업체 6곳(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모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NS홈쇼핑 전직 MD가 납품업자에게서 수 억원을 받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홈쇼핑 업계에 뒷돈·향응을 주고받는 관행이 뿌리 깊게 퍼져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황금시간’ 낚아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박근범)는 최근 홈앤쇼핑 상품기획자 A씨와 B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이 소속돼있던 홈앤쇼핑은 지난 1월에 개국한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업체로 사업 첫해 매출 목포인 5000억원의 매출을 초과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납품된 상품의 방송시간을 ‘황금시간’대에 배치해주거나 입점 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홈쇼핑 MD에게 수 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특히 A씨는 앞서 다른 상품기획자의 비리가 확인된 NS홈쇼핑에서 지난해 이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검찰에서 “농수산홈쇼핑에 근무할 때 뿐만 아니라 홈앤쇼핑에 옮겨온 다음에도 금품을 수수했다”며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홈쇼핑 MD와 납품업체 간 리베이트 비리 의혹이 잇따르면서 검찰 수사는 구조적 비리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비리) 제보가 잇달아 홈쇼핑업계 전반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뇌물을 회사 임원들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관련 진술이나 정황이 드러날 경우 ‘윗선’으로 수사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홈앤쇼핑 MD 소환 조사… 천만원 뇌물수수 혐의
황금시간 배치·입점 편의 등 구조적 비리 확대

일반적으로 홈쇼핑업체의 MD의 입김은 막강하다. MD들은 수많은 상품 중 어떤 것을 골라 판매할지, 상품의 방송 시간대를 어떻게 편성할지, 사은품은 무엇으로 선정할지 등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MD와 납품업체 사이의 유착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일단 MD의 눈에 띄어야 상품을 납품할 수 있기 때문에 MD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며 “오죽하면 ‘죽마고우 친구가 부르면 안 나가도 MD가 부르면 새벽에라도 간다’라는 말도 나온다. 상품을 납품하기 위해 MD에게 무릎까지 꿇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홈쇼핑 관계자는 “최근에 벌어진 사건 이후 홈쇼핑 업체마다 방송 시간대를 짜는 편성팀을 분리해 MD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MD들과 납품업체들의 직접적인 영향이 끊기긴 힘들다. 수년 전부터 불거진 비리 의혹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9일 납품업체로부터 수 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NS홈쇼핑 MD인 C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C씨는 2008년 말부터 최근까지 7개 납품업체로부터 물품 입점과 황금 방송 시간대 편성, 방송 지속 등의 청탁과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모두 4억2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C씨에게 청탁을 시도한 업체는 건강기능식품 판매 업체 4곳과 상품을 판매하면 덤으로 물건을 주는 사은품 업체 3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8월 말부터 C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C씨가 납품업체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C씨의 아버지가 홈쇼핑 업체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를 단속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 5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4억 챙긴 MD 구속

검찰 관계자는 “현재 식약청 직원인 C씨의 아버지 계좌에서도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어 식품업체로부터 별도로 돈을 상납받 았는지 조사 중”이라며 “회사 조직이 체계적으로 짜여있는 대형 업체들보다 상품기획자들의 역량에 의존하는 소규모 업체들에 비리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강화 하겠다”고 밝혔다.

홈쇼핑 입점 비리를 두고 검찰이 칼을 빼들면서 뒷돈 거래, 향응·접대 등 홈쇼핑 업계의 구조적 비리가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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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