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고객의 콜 수(주문)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듯 울고 웃는 TV홈쇼핑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황금 판매 시간대’ 잡기다. 주부들의 채널이 돌아가는 시간대에 들어야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 자연히 홈쇼핑에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간에 ‘시간 낚기’ 경쟁이 치열, 계약을 앞두고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홈쇼핑MD들과의 유착설까지 제기되는 등 각종 잡음이 일고 있다.
검찰이 TV홈쇼핑 납품 업체가 홈쇼핑 관계자들에게 거액의 뒷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 국내 홈쇼핑 업체 6곳(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 홈앤쇼핑) 모두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NS홈쇼핑 전직 MD가 납품업자에게서 수 억원을 받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홈쇼핑 업계에 뒷돈·향응을 주고받는 관행이 뿌리 깊게 퍼져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황금시간’ 낚아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박근범)는 최근 홈앤쇼핑 상품기획자 A씨와 B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이 소속돼있던 홈앤쇼핑은 지난 1월에 개국한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업체로 사업 첫해 매출 목포인 5000억원의 매출을 초과달성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납품된 상품의 방송시간을 ‘황금시간’대에 배치해주거나 입점 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홈쇼핑 MD에게 수 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다.
특히 A씨는 앞서 다른 상품기획자의 비리가 확인된 NS홈쇼핑에서 지난해 이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검찰에서 “농수산홈쇼핑에 근무할 때 뿐만 아니라 홈앤쇼핑에 옮겨온 다음에도 금품을 수수했다”며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홈쇼핑 MD와 납품업체 간 리베이트 비리 의혹이 잇따르면서 검찰 수사는 구조적 비리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비리) 제보가 잇달아 홈쇼핑업계 전반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뇌물을 회사 임원들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관련 진술이나 정황이 드러날 경우 ‘윗선’으로 수사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홈앤쇼핑 MD 소환 조사… 천만원 뇌물수수 혐의
황금시간 배치·입점 편의 등 구조적 비리 확대
일반적으로 홈쇼핑업체의 MD의 입김은 막강하다. MD들은 수많은 상품 중 어떤 것을 골라 판매할지, 상품의 방송 시간대를 어떻게 편성할지, 사은품은 무엇으로 선정할지 등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MD와 납품업체 사이의 유착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일단 MD의 눈에 띄어야 상품을 납품할 수 있기 때문에 MD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며 “오죽하면 ‘죽마고우 친구가 부르면 안 나가도 MD가 부르면 새벽에라도 간다’라는 말도 나온다. 상품을 납품하기 위해 MD에게 무릎까지 꿇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홈쇼핑 관계자는 “최근에 벌어진 사건 이후 홈쇼핑 업체마다 방송 시간대를 짜는 편성팀을 분리해 MD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도 MD들과 납품업체들의 직접적인 영향이 끊기긴 힘들다. 수년 전부터 불거진 비리 의혹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9일 납품업체로부터 수 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NS홈쇼핑 MD인 C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C씨는 2008년 말부터 최근까지 7개 납품업체로부터 물품 입점과 황금 방송 시간대 편성, 방송 지속 등의 청탁과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모두 4억2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C씨에게 청탁을 시도한 업체는 건강기능식품 판매 업체 4곳과 상품을 판매하면 덤으로 물건을 주는 사은품 업체 3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8월 말부터 C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C씨가 납품업체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C씨의 아버지가 홈쇼핑 업체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를 단속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 5급 공무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4억 챙긴 MD 구속
검찰 관계자는 “현재 식약청 직원인 C씨의 아버지 계좌에서도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어 식품업체로부터 별도로 돈을 상납받 았는지 조사 중”이라며 “회사 조직이 체계적으로 짜여있는 대형 업체들보다 상품기획자들의 역량에 의존하는 소규모 업체들에 비리가 더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강화 하겠다”고 밝혔다.
홈쇼핑 입점 비리를 두고 검찰이 칼을 빼들면서 뒷돈 거래, 향응·접대 등 홈쇼핑 업계의 구조적 비리가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